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9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95화(1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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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선에는 배 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럴듯한 주방이 있었다.
브리타니아와는 묘하게 다른 모습에 케인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이 명나라의 주방!’
결국 요리 기술의 전수는 해적선에서 받기로 했다.
이 정도로 이국의 장비가 갖춰진 장소는 브리타니아에 없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에게 같이 해산물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졸라댔다.
그렇지만 눈앞에 명나라의 숙수를 두고 브리타니아의 음식을 먹으러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입맛을 다시며 먼저 브리튼으로 떠나야 했다.
‘엘리자베스 님이 해산물 요리가 정말 드시고 싶었나 보네. 다음에 더 맛있는 요리를 해 드려야겠다.’
그녀가 들었다간 버럭 소리를 지를 생각을 하며 케인첼은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적운이 침대로 써도 될 정도로 커다란 나무판을 두들겼다.
“이곳이 제면(製?)을 위한 공간이오.”
적운은 석판 위에 면(?)이라는 한자를 적고 그 뜻을 설명했다.
“밀가루(小麥)를 여기 윗면(面)에 놓고, 반죽해서 만들기 때문에 면이라고 부른다오. 밀은 명나라에서 쌀과 함께 가장 중요한 주식. 특히 면 요리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소.”
탕, 튀김, 볶음 등등.
명나라에 존재하는 요리는 하늘에 떠 있는 별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그것을 전부 익히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케인첼은 적운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제면부터 배우기로 했다.
적운은 제면대 위에 밀가루를 산처럼 쌓고는 반죽을 시작했다.
냄새가 아주 구수한 것이 질 좋은 밀이었다.
“소협께서 미식에 자신 있다 했으니, 먼저 직접 만든 면을 시식해 보는 것이 어떻소?”
“좋죠.”
드디어 적운의 실력을 확인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적운은 밀가루 위에 소금과 물을 뿌리고는 본격적으로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도, 계란도 들어가지 않는군요. 파스타랑은 완전히 다른 방식이네요.”
“화수다가 무엇인지 모르겠구려. 원래 면은 반죽하는 솜씨에 따라 찰기와 맛이 달라진다오. 우선은 천하제일면을 만들어 보겠소.”
“천하제일면……?”
“면 한 가닥으로 한 그릇의 국수를 만들어 담아내는 요리요. 산시성에서는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천하제일면을 먹이는 전통이 있소. 거기에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오.”
그것은 브릴리언트 로드조차 보여주지 못한 기술이었다.
케인첼은 눈을 크게 뜨고 적운의 움직임을 전부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밀가루가 뭉쳐지며 찰기가 생기기 시작하자 적운은 작은 병에 담긴 무언가를 첨가했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빼고 남은 간수라고 하오.”
“설마, 두부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간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호오……. 설마 이국의 땅에서 두부를 아는 사람을 볼 줄은 몰랐구려. 맞소이다. 간수를 넣어주면 반죽의 탄력이 좋아지고, 밀도가 높아져 더 수월하게 뭉쳐진다오.”
‘간수에 그런 효과가……!’
그의 말대로 반죽의 탄력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상의를 벗은 적운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쿠웅-!
그리고 왜소했던 그의 몸이 공기라도 불어넣은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렇게 강하면서도 일정한 힘을 가해 여러 방향으로 장시간 반죽을 해야 식감이 좋아진다오.”
적운은 그런 말을 하며 옆에 놓아두었던 기다란 봉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밀가루 반죽을 얇게 누르기 시작했다.
“한 가닥으로 이루어진 국수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반죽을 누를 때의 힘이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밀대를 이용해 반죽을 눌러주는 것이오.”
그래야만 일정한 방향으로 힘을 받아 천하제일면 특유의 찰기가 생겨난다고 한다.
적운은 면이 뭉개지지 않게 밀가루를 뿌리고 계속해서 반죽을 반복했다.
마치 크로와상을 만드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버터도, 계란도 들어가지 않은 반죽에서는 곡물 특유의 고소한 냄새만이 풍겼다.
수십 겹으로 접힌 반죽을 잘라내자 면은 3.8m의 길이로 늘어났다.
마치 벨트를 보는 것 같은 넓적한 모양이었다.
적운은 그것을 팔팔 끓는 냄비에 넣고 삶았다. 그러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 있는 국수가 만들어졌다.
적운은 천하제일면을 커다란 접시에 담고, 새콤달콤한 식초와 깨로 만든 소스를 뿌렸다.
“천하제일면으로 만든 깨장량피 국수요. 다른 고명이 들어가지 않아, 면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거요.”
원래는 나무로 된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요리였다.
그렇지만 브리타니아 출신인 케인첼에게 젓가락질은 어릿광대의 묘기처럼 보일 뿐이다.
“뭐, 격식을 차리는 연회도 아니니, 어떻게 먹어도 상관없지 않겠소.”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깨장량피 국수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경악했다.
‘뭐야, 이거……. 말도 안 되게 쫄깃하면서 탄력이 있잖아? 마치 면발이 이빨을 튕겨내는 것 같아!’
면발을 후루룩 삼키자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식감이 엄청났다.
식초와 참깨 소스를 듬뿍 묻혀 먹자 그 맛 또한 각별했다.
씹을 때마다 고소하면서 새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가는데, 쫄깃한 면발의 맛을 너무나 잘 살려주고 있었다.
‘머,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어!’
케인첼은 적운이 도구까지 사용해서 반죽을 한 이유를 깨달았다.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간수만으로 이런 탄력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과 체력이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는 것이 도구의 역할.
케인첼은 순식간에 적운이 만든 국수의 포로가 되었다. 이 기술을 배울 수만 있다면 천금이라도 아까울 것 같지 않았다.
[6성급 요리 ‘믿어지지 않는 탄력을 지닌 국사무쌍 면’을 시식 했습니다.] [미식 레벨의 영향으로 요리에 담긴 경험치와 오러를 일부 흡수했습니다.]‘6, 6성급?!’
면을 반죽하는 실력만으로 6성급 요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실력을 가진 셰프는 고든을 제외하고는 만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째서 해적선에 잡혀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설명을 요구하는 케인첼에게 적운은 쓸쓸함이 담긴 눈빛을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본인에게는 상아라는 이름의 딸이 있소. 아내를 병으로 잃고 둘이서만 살아왔소. 그러다 중화루에서 오년만 일하면 작은 국수집을 차려준다는 제안을 받았소.”
결국 적운은 딸을 시골에 사는 여동생에게 맡겨두고 산시성에 있는 중화루에서 일하게 된다.
“중화루는 산시성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음식점이오. 본인은 매일 천인분이 넘는 국수를 만들었소. 제법 실력이 좋았던지 국수를 먹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더구려. 결국 부숙수라는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소.”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것이 이해가 되는 실력이었다.
그리고 약속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중화루의 주인은 훨씬 큰 대가를 약속하며 적운에게 계속 남아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만 적운은 어떤 부귀영화보다 딸과 오붓하게 사는 것을 바랬다.
“게다가 올해로 상아가 14살이 된다오. 그 아이의 생일에 직접 만든 천하제일 국수를 먹여주고 싶소. 나는 고향에…….”
적운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는 딸을 만나러 가던 도중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반년이 넘도록 해적을 위해 국수를 만들어야 했다.
케인첼은 묘하게 서늘한 적운의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돌아 갈수 있을 겁니다. 아니, 지금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죠. 제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고향으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소협……. 정말 고맙소…….”
투스카나 연합국까지 가면 명나라에서 온 상선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을 통째로 빌려서라도 적운을 명나라로 보내 준다.
지금부터 배울 제면 기술에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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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면에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오. 반죽을 동그랗게 만든 후, 그것을 반복해서 말아가며 얇게 늘이는 식으로 만들면 면의 탄력이 훨씬 좋아진다오.”
적운은 명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제면 방식의 대부분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도삭면이었다.
커다랗게 뭉친 밀가루 반죽을 V자 모양의 칼로 베어내어 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면의 굵은 부분과 얇은 부분이 서로 다른 식감을 준다오. 각종 야채와 매운 소스를 함께 비벼 먹는데, 먹을수록 중독되는 맛이 일품이라오.”
그 외에도 얇게 뽑아낸 소면에 오리고기를 넣어 만든 곤산 오조면.
차갑게 식힌 면에 고기와 각종 야채, 고추기름을 섞어 만든 매콤한 소스를 비벼먹는 사천 탄탄면 등등.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국수만큼이나 면의 종류도 다양했다.
“우선은 손으로 면을 치는 연습부터 해 보시오. 수타로 만든 면은 쫄깃하면서 국물을 잘 빨아들여 대부분의 국수에 어울린다오.”
이미 수많은 빵을 만들어왔던 케인첼은 어렵지 않게 반죽을 할 수 있었다.
적운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이 찰기와 탄력이라니! 이것은 정말 완벽한 반죽이오! 어떻게 이런 기술을…….”
“기본적인 요령이 빵 반죽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다만 반죽을 할 때 힘의 방향을 일정하게 하는 것은 적운의 방식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허허허……. 고작 한 번 본 것만으로 이정도 완성도라니……. 소협의 재능은 소름이 돋을 정도구려. 게다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혀……. 마치 요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소이다.”
수타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의 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케인첼의 반죽은 합격점이었다.
‘면은 파스타와는 달리 계란도 버터도 들어가지 않아. 이거라면 엘프들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야.’
후루룩거리며 자신이 만든 국수를 먹을 엘프를 생각하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케인첼은 적운이 만든 수타면을 떠올렸다.
손을 잡아당길 때마다 면발이 쭉쭉 늘어나며, 그것을 제면대에 칠 때마다 새로운 면발이 생겨난다.
말 그대로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그것을 완벽하게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수천, 아니 수만 번이 넘는 연습이 필요하리라.
그렇지만 케인첼은 겨우 3천 번 만에 그것을 완전히 숙달했다.
제면 기술을 가르쳐주는 적운조차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연이 찾아왔다.
[높은 요리 레벨을 가진 스승에게 ‘제면’ 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면을 만드는 기술이 ‘제면製?’ 스킬로 승화 되었습니다.]‘……이건 새로운 요리 스킬이잖아?!’
게다가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가진 스승에게 배워서인지 따로 슬롯을 채울 필요도 없었다.
케인첼은 제면이 무슨 스킬인지 확인해 보았다.
그것은 오러를 이용해 거품을 만들어내는 머랭처럼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면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제면 스킬을 발동시키자 손끝에서 가느다란 오러의 실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활용법만 해도 엄청났다.
‘완전 대박이다!’
수타면을 완전히 익힌 케인첼은 이번에는 다른 재료로 만드는 면에 도전했다.
“면은 밀가루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오. 두부로 만든 면, 생선살을 으깨서 만든 면,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면이 있소.”
면에 대한 적운의 지식은 어마어마했다.
그는 이런 것으로 국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재료로도 맛있는 면을 만들어 냈다.
수타면을 완전히 배우는데 3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이상적인 형태의 도삭면을 깎아내는 데는 1년이 필요했다.
결국 케인첼은 3년 만에 적운의 모든 제면 기술을 배우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적운이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적어도 십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소. 그런데 고작 3년 만에 끝내다니……. 설마 이국의 땅에서 내 모든 것을 전수받을 수제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구려. 소협. 이것을 받아 주시겠소?”
그가 내민 것은 옥으로 만든 작은 머리장식이었다. 얼마나 만지작거렸는지 표면이 매끄럽게 닳아 있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스승님.”
어느새 케인첼은 적운을 스승으로 부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전수한 남자를 부르는데, 이것보다 어울리는 호칭은 없으리라.
적운은 케인첼의 손 위에 머리장식을 올려주며 말을 이었다.
“상아에게 주려고 산 선물이오. 해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정말 고생했다오.”
“……이런 소중한 물건은 직접 건네주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 바로 투스카나 연합국으로 떠나는 배를 알아보면 두 달 안에는 명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잠깐만. 조금 늦었다고? 뭐야. 나……, 여기에 얼마나 있었던 거지? 분명……. 으윽, 머리가 아파…….’
그렇지만 적운은 같은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소협……. 제발 나를 고향에 데려다 주시오……. 소협……. 그것을 상아에게……. 소협……. 나는 아직 딸에게 아무 것도…….”
“으, 으아아아악!”
케인첼의 굳게 다문 입술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멈춰 있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뭐야, 내가 언제부터 여기에……. 적운 스승님……?”
눈을 뜨자,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해적의 보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