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9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196화(19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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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뀐 것은 적운의 존재뿐이 아니었다.
적운과 함께 면을 만들던 제면대에 검붉은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
확인해 보니 피와 고름이 엉겨 붙어 있는 것이었다.
‘스승님은 식기에 묻은 작은 먼지 하나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이었어. 그런데 이건…….’
신선한 식재료로 가득했던 창고를 열어보자 반쯤 썩은 밀과 냄새나는 마른 고기 뿐이었다.
‘게다가 깔끔했던 주방 벽에 나 있는 수많은 칼자국…….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밖으로 나가자 뒤처리를 하고 있는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케인첼을 발견한 병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했다.
“어? 지휘관님 아니십니까. 안에 볼일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메타트론님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지휘관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갑판 위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계신데……. 오러를 다루지 못하는 저희 같은 병사는 아주 죽을 맛입니다.”
“……엘리자베스 님이 3년이나 기다렸다고?”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지휘관님이 안쪽 방에 들어가신 것은 대략 반시간 정도 전입니다만…….”
“3, 30분?!”
무언가 이상했다.
케인첼의 머릿속에는 3년 동안 적운에게 요리 기술을 전수 받은 기억이 생생했다.
지금도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간수만 있으면 최고의 수타면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된단 말인가.
갑판으로 나가보자 병사의 말대로 엘리자베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케인첼의 얼굴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역시 꼬맹이랑은 무언가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 아하하! 이럴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 아참 시장에게 부탁해서 직통 게이트를 뚫어 놨거든. 오늘은 해산물 요리나 먹으러 가고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브리튼으로 가자.”
부탁인지 협박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진짜 3년 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고. 역시 시간이 30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어, 어, 으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썩은 갑판을 잘못 밟은 병사가 배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케인첼이 있는 장소에서 10m이상 떨어진 장소였다.
지금 바로 부스터를 발동시키고 달려간다 해도 구할 수 없는 거리였다.
케인첼은 병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요리 스킬을 발동 시켰다.
‘제면……!’
그러자 손바닥에서 오러로 이루어진 면(麵)이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면은 순식간에 병사의 양 손을 묶었다.
‘……지금이다!’
손에 힘을 주어 당기자 엄청나게 늘어났던 면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탄력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병사는 자신의 팔을 묶고 있는 면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 지휘관님이 구해주신 겁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니라고. 꼬맹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그런데, 이 가느다란 실 같은 건 뭐야? 엄청 질겨 보이는데.”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의 손에서 뻗어 나온 면을 만지며 감탄했다. 이 가느다란 것으로 성인 남성의 몸을 지탱한 것이다.
여러 개를 이용하면 성문이라도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러로 만든 면이에요. 제법 쓸 만해 보이죠?”
“면이라고? 나는 이런 걸 보면 꼭 잡아당겨 보고 싶더라. 어디, 끄응!”
양손으로 면을 잡고 힘을 줘봐야 늘어나기만 할 뿐 끊어지지 않는다. 엘리자베스가 울상을 지었다.
“으앙…….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질겨?”
결국 오러까지 동원해서야 겨우 면을 끊을 수 있었다.
‘가느다란 면을 수십 개 엮어서 굵게 만들면 엘리자베스 님도 묶을 수 있겠는데?’
케인첼은 제면 스킬을 얻게 된 경위를 간단하게 말해 주었다. 다만 면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를 위해 파스타로 대체해야 했다.
“파스타를 만들듯이 오러를 가늘고 길게 뽑아내는 기술이라. 나는 지금까지 오러를 그런 식으로 쓰는 사람을 본 적 없어. 그런데 그걸 적운이라는 사람에게 배웠다고?”
“예. 전부 배우는데 3년 걸렸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30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았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엘리자베스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오랜 경험에서 묻어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꼬맹이가 체험한 것은 일종의 정신 가속이야.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거라는 건 알고 있지? 망자의 세계에서는 1초가 수백 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해.”
“망자……. 역시 적운 스승님은…….”
케인첼은 적운과 함께한 3년의 세월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케인첼이 허니버터 샌드위치로 수많은 사람을 몰고 다닌 이야기를 들으며 배를 잡고 웃어 주었다.
십년 동안 잠들어 있던 프렐리아가 눈을 뜬 대목에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때로는 서로의 요리 실력을 겨루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서로가 만든 요리를 나누어 먹으며 밤새도록 감상을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채 30분도 되지 않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해도.
케인첼은 거기에 담긴 적운의 마음만은 진짜라고 생각했다.
“적운은 아마 해적의 손에 죽었을 거야. 원인은 딸에게 반드시 전달해 주고 싶어 숨겨두었던 머리장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자세한 것은 살아남은 해적들을 심문해 봐야겠지.”
“……그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여간 이건 정말 대단한 거야. 미련을 남기고 죽은 망자의 혼은 타락하기 쉬워. 그렇지만 그는 끝까지 네 스승으로 남아 있었어.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의지야.”
엘리자베스는 케인첼이 적운에게 가르침을 받은 주방을 보며 묵념을 했다.
적운은 말했다. 평생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딸을 위해 최고의 국수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어쩌면 그것을 대신해 주기 바라며 자신에게 제면 기술을 전수해 준 것이 아닐까?
“아, 맞다. 엘리자베스 님. 해산물 요리가 먹고 싶다고 하셨죠.”
“으, 응.”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부터 해산물로 만든 면 요리를 만들어 드릴게요.”
케인첼은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 전에 죽어서 만난 스승에게 수련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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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의 어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싱싱한 도미를 구할 수 있었다.
생선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맛을 자랑하며,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도 맛있는 식재료였다.
지금부터 만들 국수에는 도미 한 마리가 가진 모든 맛을 녹여낼 생각이었다.
여관 주인에게 금화를 쥐어주고 빌린 주방은 약간 좁긴 했지만 그럭저럭 쓸 만했다.
케인첼은 먼저 익숙한 손놀림으로 도미에서 살을 발라냈다.
‘머리와 뼈는 삶아서 수프를 우려내고, 살은 불에 구워서 고명으로 사용할 거야.’
미리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두었다가, 버터를 발라가며 구우면 완성이었다.
먼저 냄비가득 물을 붓고, 뼈와 머리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줄 청주를 약간 넣어 주었다.
쌀과 밀을 반반씩 사용해 담근 술이었다.
이것으로 다소 맛이 진한 도미 수프가 밀가루로 만든 면과 어울리게 변할 것이다.
수프가 졸아들기 시작하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향긋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도미 맛에 지지 않으려면 그만큼 탄력 있는 면발이 필요하다.
‘거기에 맞춘 것처럼 어울리는 것이 수타면……!’
케인첼은 본격적으로 밀가루를 반죽하기 시작했다. 적운의 가르침을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모든 것은 케인첼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탄력을 지닌 반죽을 잡아당기자 단숨에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났다. 그것을 반으로 접는 것과 동시에 회전을 시켜주어야 한다. 그래야 면의 굵기가 일정하다.
파앙-!
팡!
케인첼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면발이 생겨났다. 마치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귀족 영애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꼬맹아! 심문 끝냈어. 자세한 것은 있다 말해줄게. 그런데 지금 면을 만들고 있는……. 우, 우와아아……!”
주방 안으로 들어온 엘리자베스의 눈에 수타면을 만들고 있는 케인첼의 모습이 비쳤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무수한 면들의 향연.
그것은 수많은 무희가 추는 군무보다도 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한동안 넋을 놓고 수타면이 완성되는 모습을 구경해야 했다.
‘면이 삶아지는 동안 도미 스테이크를 만들어야 해.’
미리 간을 해 둔 도미를 올리브유를 두른 팬 위에서 굽는다. 일부러 껍질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그 밑에 붙어 있는 지방질이야 말로 도미 맛의 정수나 다름없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이 어느 정도 익어주면 핑크 페퍼와 레몬즙, 그리고 버터를 듬뿍 넣어 준다.
그것들이 완전히 졸아들어 모든 맛이 도미 살에 배어들게 해야 한다.
수프가 끓고 있는 냄비를 열자 반으로 졸아든 국물에서 더욱 진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숨김 맛으로 넣어준 청주 때문인지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자, 장난 아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도미 수프는 처음이야. 게다가 도미 스테이크까지 같이 먹을 수 있다니……. 한 그릇의 요리에 도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브리타니아에서는 거의 먹지 않지만 생선은 머리가 가장 맛있다. 이렇게 진한 맛을 내는 비결은 뼈와 머리를 통째로 넣고 오랫동안 끓여주었기 때문이다.
케인첼은 접시에 육수를 듬뿍 채우고, 삶은 면을 담았다. 수프에 같이 넣고 끓이면 밀가루의 맛이 밸런스를 해친다. 이런 식으로 따로 끓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잘 구워진 도미 스테이크를 얹고, 그 위에 파슬리 가루를 뿌려주면 완성이었다.
“특제 도미면입니다. 면이랑 도미살을 같이 드시면 되요.”
“자, 잘 먹을게!”
엘리자베스는 먼저 도미 스테이크부터 먹기 시작했다.
케인첼의 고기 굽는 실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설마 생선까지 이렇게 잘 구울 줄이야.
노릇노릇 잘 구워진 속살에서는 씹을수록 진한 맛이 배어나왔다. 적당히 그을린 껍질은 고소해서 또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으아, 미치겠다! 이거만 먹어도 충분하겠는데?”
“이번엔 국물이랑 면과 같이 드셔 보세요.”
“알았어!”
먹기 좋은 크기로 발라낸 도미 스테이크와 함께 면을 듬뿍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것을 그대로 후루룩 삼키자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빨을 튕겨낼 정도로 쫀득하면서 탄력 있는 면발과 도미의 맛이 느껴진다.
“뭐야, 이거. 생선살만 먹었을 때와 전혀 달라. 마치 면발이 입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도미 수프는 또 어떤가. 숨김 맛으로 넣어준 청주덕분에 면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도미면에 담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먹을수록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무언가가 뜨거워졌다. 급기야는 엘리자베스의 눈시울이 붉게 변했다.
“어라? 맛있는데, 이상해……. 어쩐지 슬퍼…….”
자신이 만든 수타면의 맛을 본 케인첼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적운이 만든 면을 먹는 기분이었다.
‘스승님. 지켜봐 주십시오. 전수해 주신 기술, 더욱 완벽하게 갈고 닦아 최고의 면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선은 브리튼에 돌아가는 것이 먼저였다. 언젠가 최고의 면을 만들 때를 기약하며. 케인첼은 스승이 남긴 머리장식을 소중히 품 안에 끌어안았다.
도미면을 배불리 먹은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것처럼 말했다.
“아참, 깜빡 할 뻔 했는데. 가웨인이 너랑 한판 붙어 보고 싶다던데?”
“그 사람이랑은 연락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모르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그런데 그놈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거든.”
엘리자베스는 허리에 손은 얹고는 경박한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이 몸은 나보다 약한 놈의 명령은 듣지 않지! 으하하!”
“……인내의 소드 마스터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고요?”
“뭐, 대충 그것 때문 아니겠어.”
아무래도 브리튼에 가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았다.
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