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화(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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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케인첼은 퇴원을 한 날부터 바로 훈련에 복귀했다.
닭고기 수프를 먹고 다시 진급 시험에 도전할 의욕을 되찾은 것이 제법 도움이 되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훈련을 하더라······.’
일정을 확인한 케인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필 오늘이 그 날일 줄이야.
수많은 훈련 과정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내용이었다.
케인첼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와 비교라도 해 달라는 듯 다른 훈련생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그 날이구나.”
“그동안 궁금한 거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맞아. 마치 아무런 이정표 없는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라니까.”
“짜식. 요즘 볼프강 선생님의 시를 읽더니 문자 쓰는 것 좀 봐라.”
<루키 클래스>의 아이들답게 잠시 대기하는 중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계속되지는 못했다.
강당 문이 열리고 엄숙한 얼굴을 한 교관이 들어오자 마치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 졌다.
“정숙! 금일 스테이터스 갱신은 본 교관이 진행하겠다. 분대원들은 오와 열을 맞춰서 설 수 있도록.”
그러자 우렁찬 경례 소리와 함께 백여 명의 수련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교관이 가장 앞에 있는 수련 기사를 불렀다.
“경.”
“47번 수련기사 아렐!”
“경은 어째서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교관 주도하에 스테이터스 갱신을 하는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어째서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것을 보완해 기사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교관은 수련기사 아렐의 어깨를 두들겼다.
“아주 훌륭해. 교관이 경들에게 할 말이 있다. 경들은 수련 기사가 되고 반년이 지났다.”
– 3년 동안 푹 삭은 사람도 있는데요.
그러자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키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를 말하는지는 뻔했다.
순간 가장 뒤에 서 있던 케인첼과 교관 이안의 눈이 스치고 지나갔다.
교관의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조용!”
교관은 버럭 고함을 지르며 수련 기사들을 조용히 시킨 다음 말을 이어갔다.
“슬슬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졌으리라 본다. 얼마 남지 않은 진급 심사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쁠 것이다. 그런 경들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 금일 스테이터스 갱신은 <슈발리에 클래스> 선배들과 함께 받도록 하겠다.”
교관의 설명이 끝나자 강당 안으로 말끔한 예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자신감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야 말로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기사에 가까운 이들이었으니까.
“시니어 진급조차 어렵다던데 슈발리에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케인첼도 아니고 고작 시니어 진급 심사에서 떨어지겠어. 걱정 말고 스테이터스 갱신이나 받자.”
“하하! 그러네.”
“그런데 슈발리에 선배님들은 레벨이 얼마나 될까.”
“나는 검술 레벨이 더 궁금해. 분명 엄청날 거야.”
스테이터스 갱신은 다른 수련 기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행된다.
한 마디로 레벨과 능력치가 공개된다는 뜻이었다.
교관이 마도구를 담당하는 소서러에게 손짓을 하자 본격적인 갱신이 시작되었다.
“그럼 아렐 경. 조마경을.”
“예!”
수련 기사들의 목에는 ‘조마경’이라고 불리는 마도구가 걸려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회중시계처럼 생겼다.
그렇지만 마력을 주입하면 소유자의 능력치와 레벨을 수치로 표현해 주는 물건이었다.
다만 소모되는 마력이 상당했기에 스타니스 양성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만 수련 기사들의 능력치를 체크해 주곤 했다.
그것이 바로 스테이터스 갱신이었다.
“레벨이 7에 초급 검술 레벨이 3성인가. 그 외에도 전체적인 능력치가 골고루 올랐군. 열심히 했구나.”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루키 클래스의 스테이터스 갱신이 끝났다.
그리고 기다리던 슈발리에들의 차례가 되었다.
교관의 움직임이 더욱 엄숙해졌다. 이제부터 능력치 측정을 할 이들은 누구보다도 기사에 가까운 이들이었으니까.
“빈센트 경. 지금부터 귀공의 스테이터스 갱신을 하겠소.”
“예, 잘 부탁드립니다.”
순백의 로브를 입은 소서러가 빈센트의 조마경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천천히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마경에 빈센트의 스테이터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침을 삼키는 것조차 잊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안 교관의 입에서 감탄 섞인 비명이 튀어 나왔다.
“뭐, 57레벨? 게다가 중급 검술 7성이라고!?”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스테이터스였다.
지금 당장 기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치.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안 교관은 수많은 수련 기사들의 스테이터스를 보아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 세상에. 오러 소드 1성이라니······.”
그러자 루키 클래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러 소드? 서, 설마 소드 마스터야?”
“바보야. 오러 소드면 ‘소드 나이트’잖아! 그런데 수련 기사 중에서 소드 나이트가 나오다니! 맙소사. 이런 걸 직접 보게 되다니. 난 행운아야!”
경악한 것은 교관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있는 것은 이미 수련 기사 수준이 아니다.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이상 이미 기사라 불려야 마땅하다.
“비, 빈센트 경. 소장님에게 보고 드리겠소. 조만간 제도로 가시게 될 것이오.”
오러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빈센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부 이안 교관님께서 잘 지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물론 가문에서 내려오는 마나 연공법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성취였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엔 공평해 보여야 다른 수련 기사들도 의욕이 나지 않겠는가.
새로운 소드 나이트의 탄생에 묻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빈센트를 제외한 슈발리에 클래스들의 스테이터스 또한 상당했다.
조마경에 능력치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던 이안 교관은 계속해서 감탄했다.
이 정도면 거의 역대 최고의 성적이었다.
반년 후에 있을 진급 시험이 너무나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련 기사들의 스테이터스 갱신이 끝나가고 있었다.
빈센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아직 오늘의 제일 큰 이벤트가 남아 있지 않은가.
그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안 교관에게 물었다.
“교관님 그런데 아직 한 명의 스테이터스가 갱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모든 수련 기사들의 갱신이 전부 끝났소.”
“아뇨.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죠? 케인첼 경.”
순간, 수백 개의 눈동자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케인첼 반 지스타드.
아직까지 스테이터스 갱신을 받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케인첼이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 시키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나중에 따로 받기로 했습니다만.”
그것은 이안 교관 나름의 배려였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수련 기사인 이상 스테이터스 갱신은 모두가 함께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결국 수백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케인첼의 스테이터스가 갱신되었다.
케인첼의 조마경을 본 이안 교관은 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빈센트가 재촉했다.
“교관님. 케인첼 경의 스테이터스를 말씀 해 주십시오.”
“······레벨은 1······. 검술은 초급 검술 1성이다.”
그러자 빈센트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레벨이 1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3년이나 양성소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레벨이 1일 수가 있을까요! 이 정도면 재능이 없다 정도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게다가 얼마 전에 고블린 퇴치 임무를 받고 출동하셨던 것 같은데. 고블린 한두 마리만 잡아도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몇 개 정도는 올랐을 겁니다. 예? 아, 설마 고블린조차 잡지 못하신 겁니까?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
할 말이 없었다.
빈센트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수많은 시선들이 다양한 감정을 품은 채 케인첼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멸. 비아냥. 조소.
개중에는 더러 안쓰러움 같은 것이 섞여 있었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스테이터스 갱신은 케인첼이 수련 기사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 끝났다.
“젠장······. 적어도 1레벨 정도는 올랐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열심히 검을 휘둘렀는데. 어째서 조금도 오르지 않는 것일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케인첼은 자신의 조마경을 들고 있는 이안 교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 스테이터스는 잘 알겠습니다. 이만 돌려주시겠습니까, 교관님.”
“잠시만 기다려주게, 케인첼 경. 구석에 못 보던 글자가······.”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 스테이터스는 3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훈련부터 참석하도록 하게.”
이안 교관은 케인첼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단 한줌.
단 한줌의 재능이라도 케인첼에게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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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폰 스벤.
그는 3대째 소드 마스터를 배출하고 있는 제국 최고 실력자 스벤 후작의 장남이었다.
그와 케인첼은 같은 날 수련기사가 된 동기였다.
지금은 루키 클래스와 슈발리에 클래스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한때는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타고난 재능과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마나 연공법. 전속 교수에 의한 개인 훈련까지.
빈센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는 그를 이겨 보겠다며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 남은 것은 깊은 절망뿐이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스테이터스 창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군.”
문득 의무실에 입실했을 때 먹은 닭고기 수프가 떠올랐다.
그 후 누가 만든 것인지 궁금해 수소문 해 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수련 기사들의 식사를 책임진 고든 쉐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환자에게 먹이다니. 간호 장교들도 참 대단하단 말이야.’
그렇지만 그것을 먹는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다. 말 그대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였다.
어차피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렇다면······.
‘한번 비슷하게나마 만들어 볼까? 그럼 무언가 감이 올 것 같은데.’
요리를 해 본 적은 없었지만. 도서관을 뒤져 닭고기 수프의 레시피만은 알아 둔 상태였다.
‘마침 오늘도 고든 쉐프가 쉬는 날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람의 눈만 피하면 충분히 만들어 볼 수 있어.’
재료값으로는 적당히 잡일이라도 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케인첼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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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에 양파 반 개, 샐러리 2대, 당근 2개, 감자하나, 거기에 바질 잎 3장에 로즈마리 1줄기라. 좋아. 전부 있어.”
재료를 전부 모으자 제법 많은 양이었다.
거기에 소금과 마늘, 그리고 생강도 빠지면 안 된다.
케인첼은 닭고기 수프의 레시피를 떠올렸다.
“먼저 닭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을 붓고 양파, 마늘, 생강, 허브와 소금을 넣고 1시간가량 끓여야 해. 향신료는 채로 걸러서 거품을 걷어내고 맑은 육수만 사용하는 거였지?”
그리고 적당히 쫄깃하게 익은 닭고기는 살만 쭉쭉 찢어 썬 감자, 당근, 샐러리와 함께 미리 만들어 둔 육수에 넣고 30분간 끓여내면 완성이었다.
거기에 먹고 싶은 누들이나 떡 같은 것을 넣어 먹으면 된다.
생각보다 만드는 법은 쉬웠다. 육수를 우려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었다.
남는 시간에 복근 운동이라도 하고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럼 시작해 보자.”
먼저 재료를 다듬어야 했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샐러리는 줄기와 잎사귀를 전부 사용하는 편이 향이 더욱 좋다고 했다.
그리고 양파는······.
식재료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식칼을 사용해야 했다.
다른 칼이라면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들고 휘둘러보았는데.
케인첼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식칼을 쥐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처음이네.”
손잡이를 세 손가락으로 잡고 검지를 칼날에 붙인다. 그리고 엄지를 칼날 면에 대면 흔들리지 않고 식칼을 사용 할 수 있었다.
“먼저 감자 손질부터 해야 해.”
껍질을 벗겨서 찬물에 담가 두면 식감이 더욱 좋아진다고 적혀 있었다.
케인첼은 한 손으로 감자를 쥐고 이리저리 식칼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먹만한 크기였던 감자가 작은 밤톨만한 크기까지 줄어들었다.
껍질만이 아니라 알맹이까지 같이 베어 버렸기에 그런 것이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손질된 감자가 쌓이자 점차 식칼을 다루는 솜씨가 좋아지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검을 다루는 실력은 아무리 해도 좋아지지 않았는데.
그때였다.
띠링-
목에 걸고 있던 조마경이 알림음을 내고 있었다. 아마 스테이터스 갱신을 위해 충전했던 마력이 남아서 그런 것 같았다.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고장이라도 났나. 이거 양성소 비품이라 망가지면 물어줘야 하는데······.”
식칼을 도마 위에 올려둔 채 조마경을 벗어 살펴보았다.
[초급 검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어?”
순간 자신이 무엇을 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올랐다고? 뭐가? 검술이?
왜?
어째서?
3년 동안 그토록 검을 휘둘러도 글자 하나 바뀌지 않았잖아.
주룩-
순간 케인첼의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이제야······. 제, 젠장. 나, 나도 레벨이 올랐어······. 올랐다고······!”
케인첼은 소매로 눈가를 닦은 후 다시 한 번 조마경에 떠오른 글자를 읽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초급 검술 : ★★]고작 별이 하나 늘었을 뿐인데. 조마경이 꽉 찬 것 같았다.
스타니스 기사양성소의 열등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