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화(20/318)
————– 20/203 ————–
7장 도대체 후울이 누구야
웰라이드 백작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프렐리아. 네가 좋아하는 축제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까? 아니면 서커스는 어떠냐? 보기만 해도 즐겁지 않겠느냐? 오늘 밤에는 불꽃놀이도 있다고 하더구나. 연출을 맡은 소서러가 아주 실력이 있는 자라니, 기대해도 좋을 거야.”
그렇지만 웰라이드 백작의 앞에 앉아 있는 소녀 프렐리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크흑······. 뭐라고 말을 좀 해 보거라, 프렐리아······.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축제에 데리고 왔는데······.”
웰라이드 백작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
프렐리아는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처럼 보일 정도로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눈동자.
으득-!
“벨페고르······!”
웰라이드 백작의 입에서 나태의 왕 벨페고르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백작의 하나뿐인 딸 프렐리아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백치였다.
나태의 왕 벨페고르가 건 저주가 원인이었다.
“이 저주를 풀고자 10년이 넘도록 대륙을 돌아 다녔건만······. 아아, 미안하오 로제······.”
칠죄종과의 전쟁은 성왕 아슬란과 7대 미덕의 활약으로 인간 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칠죄종이 남긴 상처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밝고 쾌활했던 소녀 프렐리아.
그녀에게 걸린 나태의 저주는 10년이 넘도록 풀리지 않고 있었다.
“딸에게 걸린 저주도 풀어주지 못하면서 도대체 작위와 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웰라이드 백작은 대륙 3대 상회라 불리는 에델바이스 상단의 주인.
엄청난 부자였던 백작은 오랜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진 제국군에 엄청난 돈을 지원했다.
그렇지만 남은 것은 벨페고르의 저주에 당해 백치가 되어버린 딸 뿐.
한동안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백작은 마차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프렐리아, 어떠냐? 창밖을 보렴. 뭔가 즐거운 행사가 있는 모양이구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음? 어디선가 엄청 좋은 냄새가 나는데.”
열린 창문을 타고 무언가를 굽는 먹음직스런 냄새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하하. 근처에서 빵이라도 굽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이런 뒷골목에 왜 이렇게 사람이······.”
웰라이드 백작은 순간 말을 멈추고 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떠한 자극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프렐리아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 설마. 먹고 싶은 게냐?”
“······.”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지만 프렐리아가 이 정도로 감정을 표현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어쩌면 무언가 저주를 풀 단서가?
그것이 아무리 작은 단서라 해도 결코 놓칠 수 없었다.
백작은 호위 기사를 불렀다.
“타이무 경! 지금 당장 근처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오시오!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파는지도!”
그러자 마차 밖에서 충성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예, 그 명을 받들겠습니다.”
타이무는 5분도 되지 않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뒷골목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이유는 후울이라 불리는 어릿광대가 파는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
“허니버터 샌드위치?”
“예, 분명 그런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먹어본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태어나서 처음 먹는 환상적인 맛이라고 합니다.”
“흐음.”
프렐리아가 반응을 보인 것은 마차 안에 샌드위치를 굽는 냄새가 풍긴 이후였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경에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네만. 프렐리아가 그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네. 사다 주겠나.”
타이무는 백작을 20년 가까이 모셔온 오른팔 중의 오른팔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심정으로 저런 명령을 내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타이무는 믿음직스런 표정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알겠습니다.”
“난폭하게는 하지 말게나. 그런 의미에서 자네를 보내는 거야.”
“알겠습니다.”
시티즌에는 에델바이스 상회의 지부가 있었다.
소속된 기사가 거친 행동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장사를 하기 힘들어진다.
타이무는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뒷골목으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줄을 서 있다.
순서를 기다리자니 언제 살 수 있을지 까마득했다.
그렇지만 거친 수단까지 쓸 필요도 없었다. 이곳은 상회의 영향력이 큰 상업 도시니까.
“본인은 에델바이스 상회 소속 소드 나이트 타이무요. 웰라이드 백작님께서 샌드위치를 사오라 하셨소.”
“아, 으으으. 머, 먼저 사십쇼.”
“······비켜 드리겠습니다.”
“에델바이스 상회에는 항상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백작님에게 잘 말씀 해 주십시오.”
다소 비겁한 방법이긴 했지만 거친 수단은 조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길을 터주는 사람들의 눈에 엄청난 아쉬움이 떠올라 있었다.
고작해야 샌드위치인데, 왜 저런 표정일까?
타이무는 갈라진 인파를 넘어 샌드위치를 굽고 있는 어릿광대에게 다가갔다.
“하나, 아니 두개 주시오. 웰라이드 백작님과 그 영애분께서 드실 것이니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할 거요.”
그러자 어릿광대는 무심한 표정으로 타이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줄을 서주시겠습니까.”
“뭐라고?”
감히 에델바이스 상회의 주인이신 웰라이드 백작님의 이름을 무시해?
타이무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렇지만 난폭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백작의 말이 떠올랐다.
“줄을 서주시겠습니까.”
“······당신 뭐라고 하는 어릿광대요?”
“후울이라고 합니다.”
“기억해 두겠소.”
타이무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뒤에 가서 줄을 서야 했다.
그리고 겨우 순서가 돌아왔나 했더니 샌드위치가 전부 팔려 있었다.
@
“······죄송합니다, 백작님.”
“일어나게나, 타이무 경. 허···. 하루에 샌드위치를 단 200개만을 판다고?”
“예, 그렇습니다.”
웰라이드 백작은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속으로 감탄을 했다.
고작해야 어릿광대인데 장사의 기본을 알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팔면서 한정판매 전략을 취하다니. 전부 계산을 하고 한 행동이라면 장사에 재능이 있는 남자야.”
별것 아닌 물건이라도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면 사고 싶어진다.
보통 값비싼 보석이나 장인이 만든 옷 등을 팔 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축제 특유의 열기와 매일 판매 장소를 바꾸는 방식이 아주 잘 어울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찾아다닐 수 있거든. 게다가 맛까지 좋고 기존에 없던 메뉴라면 손님들이 저렇게 몰려드는 것도 당연하지.”
타이무는 웰라이드 백작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영애께서 처음으로 드시고 싶다고 표현하신 음식을 구해오지 못하다니······. 설령 그것이 드래곤의 알이라 해도 가져 오는 것이 기사의 사명. 지금이라도 명령만 내리신다면 어릿광대의 목을 잡고 끌고 오겠습니다.”
“흐음······.”
웰라이드 백작은 고민에 빠졌다.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프렐리아가 무언가를 먹고 싶어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드래곤의 심장이라도 가져다 줄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어릿광대 한 명을 어찌 하지 못해 이래야 한단 말인가.
결국 웰라이드 백작은 결단을 내렸다.
“경의 의견은 잘 알겠네. 지금 당장 어릿광대를······.”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차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타이무가 벌떡 일어나 창문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사의 예를 취하고 있는 어릿광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광대놈······.”
타이무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감히 어릿광대 자식이 기사의 예를 취했다고?
백작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무슨 뜻이지.”
“안녕하십니까, 웰라이드 백작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후울. 미천하나마 어릿광대 일을 하며 샌드위치를 팔고 있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제가 하는 공연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이렇게 직접 찾아 온 겁니다.”
“무슨 소리지?”
“저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 공연은 방금 막 끝난 참이지만 보통 어릿광대들은 공연을 보기 원하는 귀족 분들에게 조금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리의 예인인 어릿광대들은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귀족에게 고용되어 종종 출장 공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제가 제공하는 공연의 내용은 요리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지요. 어떠십니까. 저 후울을 잠시 고용해 보시는 것이.”
웰라이드 백작은 턱에 난 수염을 어루만졌다. 그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름이 무어라고 했지?”
“후울입니다.”
“잠시 마차로 들어와 보겠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지.”
후울······.
아니, 어릿광대 분장을 한 케인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곳에서 웰라이드 백작과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많은 수련 기사들이 귀족을 모시는 호위 기사 된다. 그렇기에 귀족의 취향이나 성격 등을 알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웰라이드 백작은 귀족이라기 보단 상인에 가까운 성격으로 유명했다.
‘기사가 되지 못하면 영영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정보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마치 3년 동안 루키 클래스에서 머무르며 듣고 배운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처음엔 귀족이 샌드위치를 사러 오면 잔뜩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요리사의 마음가짐을 이해한 것으로 요리 레벨이 올랐다.
그렇다는 것은 반대로 요리사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면 무언가 패널티가 존재한다든 뜻.
평민에겐 싸게 팔고. 귀족에겐 비싸게 파는 것은 장사꾼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그렇지만 요리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어릿광대 분장을 한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요리가 아니라 공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귀족에게 아무리 비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요리사의 긍지는 무사하다.
어디까지나 어릿광대 후울이 공연을 할 뿐이니까.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말에 백작이 껄껄 웃었다.
“그런데 마차에 들어가기 전에 호위 기사 분에게 적의를 거두어 달라고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마치 저를 베기라도 할 것처럼 칼을 어루만지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자 웰라이드 백작은 깜짝 놀라 자신의 호위 기사를 바라보았다.
“저 말이 정말인가, 타이무 경.”
“아닙니다. 제가 백작님의 명도 없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허허. 아무래도 어릿광대 후울이 조금 예민한 것 같군. 걱정 마시오, 후울. 내 타이무 경에게는 뒤에 잠시 물러나 있으라고 할 테니.”
“감사합니다.”
타이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작에게는 들키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는 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저 짜증나는 놈의 목을 당장이라도 베어 버리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서 그 적의를 읽었단 말인가.
도대체 뭐하는 자식이야?
그렇게 케인첼과 웰라이드 백작의 협상 테이블이 성사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도록 하겠네. 내 딸이 그쪽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 해. 우리 집에 와서 만들어 줄 수 있겠나.”
“이 미천한 어릿광대에게 출장비를 주신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찾아뵙겠습니다.”
“보통 10명 정도 되는 인원의 서커스단의 출장비가 하루에 5골드 정도 되네. 1골드에 어떤가.”
케인첼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4골드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듣고 있던 타이무가 화를 냈다.
“뭐, 어릿광대 자식이 하루 출장비로 4골드를 달라고? 장난 해?”
“오랜만에 끝내주는 봉을 만났는데 이 정도 바가지는 씌워야지 않겠습니까. 싫으시면 일어나 보겠습니다.”
케인첼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긴장을 숨기기 위해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만약 눈앞에 있는 백작이 화를 낸다면 그대로 냅다 일어나 도망칠 생각이었다.
어차피 어릿광대 분장을 하고 있는데 도망치면 누구인지 알게 뭐람.
그러자 웰라이드 백작이 껄껄 웃었다.
“하하! 정말 대담한 남자군. 배짱이 아주 두둑해. 혹시 기회가 된다면 우리 상회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일당으로 4골드씩 주시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평민 가족 한 달 생활비가 1골드였다.
4골드면 월급으로 줘도 넘치는 액수였다.
상대는 그걸 매일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너무 비싸군. 그럼 딱 하루만 고용하도록 함세.”
“감사합니다. 웰라이드 백작님.”
웰라이드 백작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어릿광대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나는 귀족이기 이전에 상인이네. 돈을 받고 제공받은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뒷감당은 오롯이 자네의 몫이 될 거야.”
“걱정 마십시오. 아주 끝내주는 공연이 될 테니까요.”
그렇게 케인첼은 무려 4골드라는 엄청난 돈을 받고 샌드위치 두 개를 팔기로 했다.
아니지, 출장 공연을 해 주기로 했다고 해야지?
도대체 후울이 누구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