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1화(2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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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장 마녀들의 연회
케인첼은 힘 자체보단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패배 선언을 받아내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모르가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지금부터 한 그릇의 요리로 그녀의 영혼을 움직여 보이겠어.’
케인첼은 요리를 하고 남은 송아지 간을 모르가나에게 내밀었다.
“우선 이것을 봐 주시겠습니까.”
매끄럽게 잘린 단면은 요리에 문외한인 모르가나조차 감탄할 정도였다.
“확실히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는 잘 알겠어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식칼질을 해야 그런 절단면이 나오나요?”
케인첼은 허리에 차고 있던 미스랄 식칼을 꺼냈다.
기사는 항상 몸에서 검을 떼어놓지 않는다. 케인첼 역시 목욕을 할 때를 제외하면 식칼을 가지고 다녔다.
칼날에 오러를 불어넣자 지금 당장 악마를 때려잡으러 가도 될 정도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미, 미스랄 식칼······. 확실히 그거라면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그게 간 요리의 비밀이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적어도 신화급 무구를 요리 도구로 사용하는 정도는 되어야지 않겠어요.”
‘음. 분명 도구로 사용한 아이기스가 신화급 무구였지? 오감뿐만 아니라 육감까지 발달한 거 아니야?’
요리에 조금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케인첼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사실은 이게 송아지는 송아지인데. 고르곤 송아집니다.”
“고, 고르곤이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먹은 것이 고르곤 간으로 만든 요리?”
겨우 발그스름하게 핏기가 오르고 있던 모르가나의 얼굴이 또다시 하얗게 변했다.
고르곤은 금속 비늘로 뒤덮인 황소처럼 생긴 괴물이다.
조금이라도 닿으면 석화되는 브레스를 뿜어대기에 혼자서는 상대 할 수 없는 몬스터라고 할 수 있다.
모르가나는 급히 입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점막을 만져 보았다.
만약 석화가 시작된다면 요리가 처음 닿은 부분부터 진행되리라.
“······다행히 석화에는 걸리지 않았네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상한 음식을 먹인 건가요!”
“독과 석화 브레스는 전부 없앴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방금 드신 요리의 농후한 풍미는 고르곤의 간이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송아지 간은 냄새가 덜하지만 그만큼 맛이 떨어지죠. 게다가 순식간에 피가 회복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케인첼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모르가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요리 중에는 다소 혐오스러운 식품도 있습니다. 부화되기 직전의 달걀을 삶아 만든 곤계란. 전갈이나 메뚜기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서 과자처럼 먹기도 하죠. 블렌트 다벤느나 키비악 같은 것은 악취가 너무 심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은 먹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최고의 진미로 여기는 사람도 있어요. 맛있거든요.”
“······요리는 맛있어야 한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말인가요?”
“물론 먹어서 해로운 것은 넣으면 안 되죠. 그건 음식이 아니라 독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만든 요리가 어떻습니까.”
“정말 맛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먹고 싶을 정도로요.”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
모르가나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째서 자신에게 요리의 정체를 숨기고 먹게 한 것인지 이해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모르가나의 입에서 긍정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비록 악마와 계약해 얻은 힘이라 해도, 힘은 힘일 뿐.
결국 그녀는 케인첼의 말에 동의했다. 평생 부정해왔던 자신의 선택을 받아 들였다.
[7성급 요리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송아지 간 스테이크’가 완성 되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7성급······!’
요리에 마음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모르가나는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평생을 악마와 계약한 것을 후회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한 그릇의 요리가 그녀의 영혼을 움직인 것이다.
“······설마 새파랗게 어린 신참에게 이런 식으로 위로를 받을 줄 몰랐네요. 그렇지만 당신이 만든 요리는 분명 맛있었어요. 맞아요. 멀쩡한 재료를 사용해서 맛없게 만드느니, 몬스터 고기를 사용해서라도 맛있게 만드는 편이 낫죠. 그럼 이번에는 제 차례인가요.”
“차례라니요?”
“설마 당신 혼자만 떠들다가 끝내실 생각은 아니겠지요?”
결국 케인첼은 반쯤 강제적으로 모르가나가 악마와 계약하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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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가나는 대대로 많은 소드 마스터를 배출한 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재능이 없었어요. 마치 일 년 먼저 태어난 모건에게 전부 빼앗긴 것 같았지요.”
거기까지 들은 케인첼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모르가나의 풀 네임은 모건 르 페이. 그런데 자신의 재능을 모건에게 빼앗긴 것 같다는 말은 이상하다.
그것에 대해 묻자, 모르가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아까 전에 했던 말은 속임수였네요.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요. 저는 모건 르 페이가 아니에요. 그저 작고 힘없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아이였을 뿐이랍니다.”
모건은 엄청난 검의 재능을 타고났다. 그는 겨우 11살의 나이에 소드 나이트가 되었다고 한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최연소의 나이로 소드 마스터가 될 재목이었다.
“11살······.”
헥토르의 아들 빈센트조차 모건의 재능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비극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모건은 경험을 쌓는다면서 기사 수행을 떠났어요.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지요.”
그는 산적의 아지트를 소탕하려다가 눈먼 화살에 맞았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질 정도로 허무한 최후였다.
‘확실히 갓 소드 나이트가 된 아이가 오러를 방어에까지 돌릴 여유는 없었겠지. 일 년 정도만 기다렸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거야.’
“가주님. 그러니까 제게는 낳아주신 어머님 되세요. 그녀는 마음이 약했어요. 남편과 사별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모건밖에 없었으니까요. 저요? 말했잖아요. 잘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못난이였다고요.”
결국 가주는 삼일 밤낮을 슬퍼하다 미쳐버렸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딸을 모건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저는 그때부터 모건 르 페이로 살아가게 되었어요. 우습게도 처음에는 기뻤답니다. 죽어라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가주님께서 기뻐해 주었으니까요.”
모르가나는 가주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매일같이 피를 토해가며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끔찍할 정도로 검의 재능이 없었다.
“이름조차 버리고 모건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때 제 눈앞에 악마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제게 마녀의 각인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오감이 생겨 있었어요. 보시겠어요?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원한다면 보여 드리지요.”
“······괜찮습니다.”
초감각을 이용하자 마나 연공법의 효율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모르가나는 단숨에 소드 나이트가 되었다.
검을 쥔지 10년 만에 비로소 그녀는 모건과 같은 출발선에 선 것이다.
“어때요. 참 바보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잠깐만요. 무언가 이상한데요.”
케인첼은 잠들어 있는 비숍을 불렀다.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비숍. 보통 악마가 주는 힘은 칠죄종에 근원을 둔 네크로멘싱이나, 저주, 사술 같은 거 아니야?’
― 흠. 잘 알고 있군. 맞다. 악마가 인간의 오감을 강화시키는 초감각을 준다는 것은 전대미문이다.
‘역시······.’
케인첼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온 결과를 말해 주었다.
“어쩌면 모르가나 님은 사기를 당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사기라니요?”
“악마는 아주 영악해서 절대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하죠. 아, 이건 악마학의 달인인 괴테 선생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괴테는 몇 년 째 악마와 계약한 시원찮은 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것을 쓰기 위해 조사한 자료는 문외한인 케인첼이 보기에도 엄청났다.
괴테의 악마에 대한 지식은 아카데미의 석학들과 논쟁해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말씀은······.”
“어쩌면 초감각은 모르가나 님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었을까요. 그럼 악마는 마침 개화를 한 능력을 자신이 준 것처럼 속인 것이 되는군요.”
그저 모르가나의 재능은 피어 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 아니었을까?
꽃은 늦게 피어난 것일수록 아름답고 색이 진하다고 한다.
“아하, 아하하! 만약 그게 사실이면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로 한심한 결말이네요.”
“게다가 영혼을 팔아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다면, 브리타니아에 고작 일곱 명 밖에 되지 않을 리 없잖습니까.”
그것이 결정타였을까.
모르가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평생을 악마와 계약한 사실을 후회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있어 이보다 가혹한 일은 없으리라.
케인첼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모르가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만약 모든 것이 악마의 속임수라면 역습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말했다시피 봉인석을 다시 박아 넣기 위해서는 마계에 종속되어 있는 마녀의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영혼을 악마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쉽게 말하면, 그딴 불공정 계약은 이쪽에서 엎어버리자는 겁니다. 따지러 올 수 있으면 와 보라고 하죠. 물론 올 수 있으면 말입니다.”
“······!”
봉인석이 다시 마계와의 문을 막으면 그전처럼 악마가 쉽게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가나와 계약한 악마는 하급이다. 상위권이었다면 자기 자랑을 몇 시간이고 늘어놓았을 테니까.
결국 모르가나는 기쁜 마음으로 마계의 문을 닫는 일에 협력하기로 했다.
엘리자베스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댔다.
“쳇, 마녀가 아니게 되면 이제 뭐로 놀리나······.”
그때, 케인첼이 걸치고 있던 망토가 불룩해지더니 대기하고 있던 르망이 튀어 나왔다.
“큰일났슴다, 주군!”
르망은 몸을 여러 마리의 박쥐로 바꾸는 능력을 이용해 여러모로 케인첼을 보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분신 하나가 마계의 문을 감시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문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어?”
“역시 주군임다. 정확함다. 문이 아주 살짝 열렸다 닫혔는데 그 안에서 대빵 큰 팔이 튀어 나왔슴다!”
아무래도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리며 수많은 악마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모르가나는 르망이 귀여운지 양손으로 날개를 붙잡고는 볼을 비벼댔다.
“이거 저 주면 안 돼요?”
“안 됨다! 르망은 주군의 것임다!”
모르가나와 르망이 사이가 좋아 보여 다행이었다.
“이거 르망에게만 보초를 맡기면 안 되겠는데요. 자칫 잘못하다간 악마가 억지로 문을 열수도 있습니다.”
“그러게. 아무래도 일행을 둘로 나누어야겠어.”
칼리오페는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하기에 떨어 질 수 없다.
그리고 다른 마녀를 찾기 위해서는 모르가나 또한 함께 해야 한다.
결국 가웨인과 엘리자베스는 마계의 문이 있는 북부로.
케인첼과 칼리오페, 모르가나는 다른 마녀의 수색을 담당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참에 귀여운 제자나 가지고 놀아야겠다.”
“스, 스승님?!”
아벨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도대체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케인첼은 한동안 함께하게 된 모르가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비록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는 해도, 반나절 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이였다.
거북하다.
그것도 많이.
케인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가나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제가 알고 있는 마녀는 한명 뿐이에요. 사교성이 좋지 않아 사바스(Sabbath)에는 참석하지 않거든요.”
“사바스라······.”
그것은 비밀스런 마녀의 연회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 날에는 전 세계의 마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한다.
“그럼 목적지는 갈리아 왕국이네요. 거기에 선혈의 마녀가 살고 있거든요.”
“선혈의 마녀?!”
“예, 바토리 에르제베트. 수많은 처녀를 죽여 그들의 피로 목욕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여자예요. 저랑은 다르게 그녀를 굴복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마녀들의 연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