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2화(2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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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왕국에 가기 위해서는, 브리타니아에서 국경을 두 개나 넘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위치가 엘 아카드 남쪽이라는 것이다.
그곳의 군주들은 케인첼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 따로 허가를 받지 않고도 왕래 할 수 있는 장소였다.
브리튼의 게이트 관리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이틀 전에 일어난 파란의 주인공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요리······. 아니, 근면의 소드 마스터 케인첼 공.”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럼 인원과 목적지를 적어 주시면 바로 이용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미덕의 칭호를 얻고 부터 브리타니아 내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졌다.
순번을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할 때마다 게이트를 이용 할 수 있다.
괜히 엘리자베스가 지스타드 영지를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케인첼이 내민 신청서를 받아본 관리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드 마스터에······. 뱀파이어에, 거기에 자동인형까지······, 게다가 이분은 드, 드래곤!?”
게이트 이용을 위해서는 신원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 마법적인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곳을 관리하는 이들은 알게 된 것들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다.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하, 하하하. 제가 여기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지만, 이런 엄청난 분들을 한 번에 모시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그럼 이용 인원은 다섯 분으로 괜찮겠습니까?”
“아직 한명이······. 아, 저기 오는군요.”
회담실의 문이 열리고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발라 올백으로 넘긴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상쾌한 표정으로 웃으며 케인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우!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형님! 어? 르망 형님은 어째 젊어지다 못해 어려지신 것 같은데요.”
“어려진 게 아니라 분신이라 그렇슴다!”
탐정 지크의 등장에 모르가나의 눈가에 잔주름이 생겨났다.
“케인첼. 어째서 이 남자가 여기에 있는 건가요?”
“아무래도 바토리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말입니다. 성격은 저래도 조사 능력과 추리력만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모르가나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무래도 지크와 구면인 것 같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지만, 제 영혼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니 참도록 할게요. 그럼 잠시 쉬고 있을 테니 준비가 끝나면 불러 주세요.”
그런 말을 하며 몸을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잃어버린 피는 보충했지만 그만큼 체력의 소모가 큰 모양이다.
“일단 어제 하루 동안 바토리 에르베제트 여백작에 대해 간단히 조사를 해 봤어요. 의외로 유명한 분이던데요.”
“벌써 조사를 시작한 거야? 역시 지크 씨는 빨라서 좋다니까.”
“그 전에 이제부터는 조력자가 아니라 정식으로 고용주와 용병 사이잖아요. 받을 건 받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케인첼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액수를 확인해 본 지크의 눈이 커졌다.
받기로 약속된 것보다 3할 가량 많이 담겨 있었다.
“계약금에 활동비까지 해서 두둑하게 넣었어.”
“크윽! 역시 형님! 통 하나는 정말 크다니까요! 아참, 새로운 미덕이 되신 것 축하드려요. 저는 언젠가 형님이 크게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이것으로 앞으로 3년 간 지크는 케인첼의 직속 부하가 된다. 지크는 본격적으로 바토리 백작에 대한 보고를 시작했다.
그녀는 프로방스 지방 마르세이유의 영주로 원래는 왕족이었다고 한다.
‘프로방스라면 지중해에 인접해 있어 각종 해산물이 유명한 곳이잖아?’
케인첼은 그곳 출신 브루노가 만들어준 부야베스를 먹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었다.
프로방스 지방은 생선 요리는 물론 토마토, 가지, 호박, 양파, 에살로트, 파프리카 등 신선한 야채의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설마 바토리가 그곳의 귀족이었을 줄이야.
지크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바토리 백작은 선혈의 마녀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요. 갈리아에는 아직 노예 제도가 남아 있는 거 아시나요?”
“······노예라고?”
“백년 가까이 끌어온 내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결국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고, 어쩔 수 없이 노예들을 대량으로 수입했다고 해요.”
“설마 미식으로 유명한 갈리아에 그런 이면이 숨겨져 있었다니······.”
바토리 백작이 선혈의 마녀로 불리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녀가 40대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여전히 눈이 부실 정도로 젊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실제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마녀의 특징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누님이 여기 없어서 다행이군.’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토리 백작이 매년 수십 명의 여자 노예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노예를 그렇게 많이 산다고?”
“예. 게다가 백작은 그렇게 구입한 여자 노예를 강가에 있는 창고로 끌고 간다고 해요. 그런데 거기서 밤마다 소름 끼질 청도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나 봐요.”
“······.”
“그것뿐이 아니에요.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간혹 강물이 피로 물든 것처럼 새빨갛게 변한 모습을 목격했다고 해요. 그래서 얻은 별명이······.”
“선혈의 마녀구나.”
“정답이에요, 형님. 게다가 영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남편 페렌츠 백작을 죽였다는 말도 있어요. 너무 마녀 같은 여자라 실제로 악마와 계약했다는 것을 들어도 별로 놀랍지 않네요.”
“그 정도면 지금 당장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직계는 아니지만 일단 왕족이라 소드 마스터 비스트 후작을 후견인으로 두고 있나 봐요.”
비스트 후작이라면 케인첼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저주에 걸려 웨어 울프가 되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남자였다.
결국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소드 마스터를 등에 업고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악녀.
그것이 케인첼이 내린 결론이었다.
만약 지크가 평범한 정보원이었다면 이 정도에서 끝났으리라.
그렇지만 그는 탐정을 자칭할 정도로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형님. 바토리 백작이 실제로 마녀라면, 이상한 점이 있어요.”
“맞아. 자기 입으로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기꾼은 없고, 도둑의 낙인이 찍힌 채 남의 주머니를 털지는 않지.”
너무나 마녀다운 행적이라 오히려 의심이 간다.
바토리는 마녀다. 그렇다면 정체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훨씬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무래도 브리타니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한계예요. 자세한 것은 직접 마르세이유에 가서 조사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게이트의 준비가 끝나 있었다.
“그럼 부탁할게. 이번에도 잘 부탁해.”
“물론이죠, 형님. 제가 언제 실망시켜 드린 적 있던가요?”
그렇게 지크가 합류해서 6명으로 늘어난 일행은 바토리 에르제베트 여백작이 다스리는 마르세이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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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이유에 도착하자 지크가 호들갑을 떨었다.
“우와하하하핫! 미식의 나라 갈리아! 이 몸이 왔도다!”
그러다 근처 노점과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둘러보고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갈리아 인이라면 매일 식사 때마다 달팽이나 거위간, 스테이크 같은 것을 먹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세요. 야채수프나 딱딱한 빵 같은 것을 먹고 있잖아요. 설마 게이트가 고장 나서 엉뚱한 장소에 떨어진 것은 아닐까요?”
확실히 프렌치 요리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 그들이 먹는 음식은 평범했다.
“물론 그런 것도 먹지. 미식에 대한 갈리아 인들의 집착은 무서울 정도니까. 그렇지만 그건 대부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어. 평소에는 간단한 테린이나 파테, 생햄 조각을 넣은 샐러드에 빵과 와인을 곁들어 먹어.”
“윽! 이상하게 형님이 말하는 것만 들으면 미칠 듯이 배가 고파진다니까요.”
“그럼 우선 간단하게 뭐라도 먹을까?”
지금부터 바토리 여백작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지만, 먹는 것 또한 중요했다.
특히 칼리오페는 케인첼이 만든 요리를 최대한 많이 먹어 마나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도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저기 노점상에서 파는 것은 마치 도자기 같네요. 아니, 도자기잖아!?”
지크가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테린이었다.
그것은 원래 오븐에 넣는 길쭉하고 두꺼운 도자기를 말한다. 파운드케이크 틀처럼 길게 만든 뚝배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기나 생선, 가금류 등을 여러 부재료와 함께 다져 넣고, 오븐에 구워 먹는 것을 테린이라고 부른다.
제조용 도자기의 이름을 딴 요리였다.
“내용물은 각 지역마다 많이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보통은 그대로 꺼내서 먹는데, 젤리를 바른 용기에 넣어서 굳히기도 해. 그러면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아주 맛있어.”
“으으. 지금 침 흐르는 거 보이시죠? 그럼 오늘 점심은 테린을 먹도록 해요.”
“테린이라······. 그럼 오랜만에 만들어 볼까.”
“호우! 형님이 직접 만들어 주시는 건가요?”
“그럼 돈을 줄 테니까 와인을 몇 병 사다 줘. 향이 좋은 레드 와인으로.”
테린 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시 프로방스 지방에 왔으면 부야베스를 먹어야지 않겠는가.
케인첼은 모르가나와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했다.
“윽, 냄새가 정말 고약해요. 코를 막아도 입으로 들어오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네요.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있을 수 있나요?”
“그건 모르가나 님의 후각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겁니다.”
“······흥. 당신 코가 둔한 거예요.”
그녀는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케인첼의 뒤를 얌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7성급 송아지 간 요리 하나로 완전히 케인첼의 포로가 된 것 같았다.
필요한 재료를 전부 구입한 케인첼은 손님이 없는 노점을 빌렸다. 그곳에서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부야베스라면 분명 여러 해산물을 넣고 끓인 탕 요리였지요? 저는 그거 너무 비린내가 심해서 못 먹어요.”
“그건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끓여서 그럽니다. 이렇게 갓 잡은 해산물로 끓이면 풍미가 아주 끝내주죠. 게다가 오늘은 랍스타가 아주 물이 좋아요. 게다가 제대로 된 조개 관자 드셔 본 적 없으시죠? 쫄깃하면서 감칠맛이 아주 그냥······.”
모르가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항복 선언을 했다.
“······죄송해요. 제가 주제넘게 나섰어요. 그냥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더 이상 들었다가는 익지 않은 조갯살을 생으로 먹을지도 몰랐다.
케인첼은 먼저 포를 뜨고 남은 생선뼈와 랍스타 머리, 그리고 꽃게 등껍질을 이용해 해물 육수를 내기로 했다.
먼저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샐러리, 마늘을 넣고 볶기 시작한다.
‘음. 양파와 마늘 향이 훌륭한걸. 역시 요리는 그 나라 식재료로 만들어야 제 맛이지.’
지금부터 만들 것은 결코 브리타니아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요리다.
양파와 마늘 향이 어느 정도 우러나면 월계수 잎을 몇 개 따서 넣어준다.
그리고 타임 약간과 함께 랍스타 머리와 꽃게 등껍질을 볶아야 한다.
먼저 한번 볶아 주어야 엑기스가 잘 우러나는 법이다.
재료들이 잘 볶아지면 냄비가 가득 찰 정도로 물을 부어주고, 생선뼈와 함께 뭉근하게 육수를 우려내면 된다.
‘비린내를 없애주고 풍미를 더해줄 화이트 화인을 조금 넣어 줄까. 그리고 나머지는 프라가라흐에게 맡기면 되겠군.’
이기어검을 발동 시키자 국자를 앞에 단 프라가라흐가 냄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럴듯한 솜씨로 위에 올라온 거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모르가나가 앉아 있던 의자채 뒤로 자빠졌다.
“서, 설마, 저게, 육수 낼 때 사용하는 기술······. 제가 도대체 무엇과 싸운······.”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육수가 끓는 동안 곁들여 먹을 크루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방문자가 찾아왔다.
“설마 노점에서 이렇게 맛있는 생선 육수를 끓이고 있을 줄은 몰랐구려. 실례가 되지 않으면 본인도 한 접시 얻어먹을 수 있겠소?”
케인첼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갑옷을 입고 있는 늑대가 빙긋 웃었다.
“웨, 웨어 울프!?”
늑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본인을 모르는 것으로 보아 외지인인가 보구려. 아, 소개가 늦었소. 본인은 비스트 후작이라고 하오. 육수를 내고 있는 국자에서 범상치 않은 오러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소드 마스터로 보이는구려.”
아무래도 케인첼이 끓이고 있는 부야베스가 마르세이유의 늑대를 불러들인 모양이다.
마녀들의 연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