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4화(204/318)
62. 미녀와 야수
비스트 후작이 말해 준 장소는 마르세이유에서 말을 타고 이틀 정도 걸리는 곳이다.
프로방스 지방은 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마음 같아서는 마차라도 빌려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언제 마계의 문이 열릴지 모를 상황에서,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차라리 마차보다는 오러로 신체를 강화시킨 후, 달려가는 편이 빠를 것 같은데요.”
모르가나의 오러 블레이드는 초감각을 바탕으로 한 신체 강화.
그 효율은 더블 부스터를 사용하는 케인첼 이상이었다.
케인첼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계산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낫겠군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쥐로 변한 르망이 케인첼의 망토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역시 주군의 품속이 제일 따뜻하고 포근함다!”
그러자 모르가나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그거 그냥 지나갈 수 없겠는걸요.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그러니까 말임다…….”
케인첼은 쓰게 웃으며 망토를 강하게 조였다. 그러자 꽥 하는 소리와 함께 르망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칼리오페는 어쩌죠? 떼어 놓고 갈 수도 없고 목말이라도 태워서 데리고 가야 할까요.”
“제가 업고 갈게요. 칼리오페 님, 제 등에 업히세요.”
모르가나는 무릎을 꿇고 작은 등을 내밀었다.
칼리오페의 겉모습은 작은 어린아이지만, 그 실체는 위대한 종족 드래곤.
게다가 마계의 문을 닫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가나는 항상 칼리오페의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고마워 모르가나.”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우실까! 그럼 갈게요……!”
모르가나는 칼리오페를 업은 채 그대로 전신의 오러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케인첼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소드 마스터의 각력은 수백 미터의 거리를 한걸음에 주파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을 이용하자 세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인첼은 아수라에게 칼리오페를 지키게 했다.
이제부터 언데드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한 장소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아수라.”
“예, 셰프.”
“손님을 지키는 것도 견습 셰프의 임무야. 그럼 잘 부탁할게.”
“압도적 도움!”
아수라의 팔에는 케인첼이 빌려준 도마가 달려 있었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아이기스의 수호력은 절대적이다.
설령 칠죄종이 나타난다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케인첼은 능선을 넘어 오를레앙 남쪽에 있는 해안가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언데드 군단이라고?!”
대충 눈에 들어온 숫자만 해도 오백 가까이 되는 대군이었다. 그것도 마치 잘 훈련된 군대를 보는 것처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엄청난 탁기예요. 저것들은 자연 발생한 언데드가 아니에요.”
“저절로 생겨나는 언데드도 있습니까?”
모르가나는 몸을 더욱 낮춘 채 설명을 해 주었다. 언데드는 전염병이나 마찬가지다.
시체가 많이 모여 있는 곳에 탁기가 쌓이고, 그것이 언데드를 낳는다.
그렇게 태어나는 개체는 대부분 좀비나 구울 같은 하급.
그렇지만 눈앞에 모여 있는 것은 명백하게 전부 중급 이상이었다.
“……스켈레톤 나이트에 듀라한, 게다가 몇 마리 안 되지만 데스 나이트까지 있어요.”
저렇게 많은 언데드가 모여 있는데 시체 썩는 냄새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전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놈들이라는 뜻이다.
“저 정도 수의 언데드를 보는 것은 탐식의 왕 바알제붑과 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그것도 대부분 칼과 방패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뼈만 남아 있는 놈들의 성별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노예 여자를 매개체로 만들어진 언데드는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네크로맨서라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무인의 시체를 구한 것일까?
그 해답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분명 오를레앙이 갈리아 내전 최대 격전지였죠?”
“예, 맞아요. 계산해 보니 대충 숫자도 엇비슷하네요.”
이것으로 바토리가 사들인 여자 노예와 언데드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렇지만 그녀가 완전히 결백해진 것은 아니다.
“보통 내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전투가 치러진 장소 근처의 영주가 수습을 맡아요. 그때 얻은 시체를 이용해서 언데드를 만든 것일지도 몰라요.”
결국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케인첼은 문득 아주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언데드는 보통 살아 있는 자에 대한 증오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얌전하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모아 뒀다는 뜻이죠.”
“마치 언데드와 싸워 본 것처럼 말하시네요.”
“싸워 봤습니다. 하급 언데드인 구울이지만요.”
그러자 모르가나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칠죄종 전쟁이 끝나고 언데드와의 전투를 겪어 본 기사는 드물다.
도대체 케인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겪었는지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서 적당히 난리를 치고 있으면 주인이 깜짝 놀라서 달려오지 않을까요?”
“……저라도 그러겠어요. 말 그대로 빈집 털이를 당한 거니까요.”
중급 언데드인 듀라한과 스켈레톤 나이트는 같은 수의 소드 나이트라 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그런 놈들이 수백 마리나 모여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케인첼에게는 언데드의 천적인 프라가라흐가 있었다.
그리고 모르가나는 칠죄종 전쟁 당시 천이 넘는 언데드를 일소시킨 대활약의 당사자.
네크로맨서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 저녁을 먹기 전에 네크로맨서가 누구인지 그 낯짝이나 구경해 보도록 하죠.”
“정말 마음에 드는 의견이네요.”
케인첼은 듀렌달을 뽑아 들었다. 셔벗을 이용한 광범위 빙결이라면 다수의 발을 묶어 둘 수 있다.
“그럼, 먼저 갑니다! 셔벗!”
“……신체 가속 풀 버스터!”
모든 것을 얼리는 극한의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모르가나의 몸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 * *
빡! 빠각! 푸훅! 퍼억!
일곱 개로 늘어난 프라가라흐가 스켈레톤 나이트의 몸을 꿰뚫었다.
스켈레톤 나이트는 소드 나이트라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강적.
탁기에 물든 뼈는 오러 소드마저 튕겨 내고, 들고 있는 검에 베이면 순식간에 상처가 썩어 들어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뼈가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언데드가 처참한 꼴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모르가나가 감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무슨 검이기에 언데드가 맥을 못 추나요.”
“동방에서 만들어진 마를 멸하는 검 프라가라흐입니다. 엘 아카드의 국보라고 하더군요.”
“……도이칠랜드의 너구리 영감이 설마 그런 좋은 물건을 숨기고 있었을 줄 몰랐네요. 빌려줬으면 바알제붑을 상대하는 데 그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뭐, 이미 죽은 사람을 욕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모르가나는 푸념을 하면서도 동시에 두 마리의 듀라한을 상대하고 있었다.
푸확!
힘껏 밟아 듀라한이 타고 있는 해골마의 머리통을 으깨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듀라한은 뒤늦게 검을 들어 올렸지만 모르가나의 일격을 막아 내지 못했다.
엘리자베스의 검술이 세련되었다면, 모르가나는 우아하다.
마치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거기에 담긴 힘은 엄청났다.
그녀의 특기인 신체 강화를 사용하면 동시에 세 마리의 오우거와 팔씨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을 얻는다.
한 자루의 검으로 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괴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 정도 근력 수치라면 적어도 이백……. 아니, 이백 오십은 되겠어.’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드라큘라의 피를 마시고 제대로 싸워 보고 싶었다.
분명 아주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칠죄종 전쟁의 백전노장인 모르가나는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맞춘 것처럼 케인첼을 보조했다.
일대다에 능한 케인첼이 다수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상대하는 사이.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듀라한을 박살 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순식간에 백이 넘는 언데드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 인간, 네놈, 들은 48시간 후에, 죽는다. 그리고, 전, 군에 알린다. 로드의 명에 따라, 후퇴, 하라.
도저히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흉악하게 일그러진 목소리였다.
마치 마계의 무저갱에서나 들려올 것 같은 굉음!
군단의 후방에 있던 데스 나이트가 다른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오오오오-!
그러자 마치 잘 훈련된 기사단처럼 일사불란하게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는 저주가 담긴 목소리로 상대에게 죽음의 선언을 내린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저주를 내린 당사자를 찾아 쓰러트리거나 고위 성직자에게 축복을 받아야 한다.
아마도 후퇴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겠지.
그렇지만 대주교급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케인첼에게는 모기에 물린 것만도 못하다.
그것은 모르가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악마와 직접 계약한 마녀. 언데드의 저주 따위는 코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딜 도망가!”
“생각해 보니 기분 나쁘네요. 감히 마녀에게 저주를 걸었다고요? 지금 당장 내 밑으로 해서 네 위까지 전부 불러오도록 하세요!”
케인첼은 도망치는 언데드 군단을 향해 이기어검을 쏘았다. 일곱 자루의 프라가라흐는 어둠으로 물든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십이 넘는 언데드를 도륙했다.
모르가나는 한 놈만 패겠다는 것처럼 데스 나이트를 노렸다.
그녀의 허리춤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튀어나왔다. 데스 나이트는 방패를 들어 막으려 했지만 모르가나의 검은 상대의 어깨까지 베어 냈다.
― 인간, 강, 강하다, 인간, 이길 수 없다.
나름대로 상급 언데드에 속하는 데스 나이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농락당하고 있었다.
“주인에게 전하도록 하세요. 살다 보면 이렇게 운수 더러운 날도 있는 법이라고요.”
그리고 데스 나이트는 결국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대인전의 최강자 모르가나의 진짜 실력.
그렇게 케인첼과 모르가나는 후퇴하는 언데드 군단의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전부 쓰러트리지 못해 아쉬울 뿐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언데드가 물러가자 그동안 어디 숨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한 무리의 기사단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몸의 굴곡이 여실히 드러난 갑옷을 입은 여기사가 있었다.
케인첼 앞에 도착한 여기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그 많은 언데드를 두 분이서 쓰러트린 겁니까?”
모르가나는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구경만 하고 계시던 사람이 묻기에는 조금 예의 없는 질문 아닌가요.”
여기사는 말에서 내린 후,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은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기사의 예를 갖추고 인사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는 오를레앙의 영주 루루티아라고 합니다. 영지 근처에 다수의 언데드가 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루루티아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얼마 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네크로맨서에 의해 이곳에 언데드 군단이 집결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케인첼 또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중급 언데드 오백이면 오를레앙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왕실에 증원을 요청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이토록 강하신 분들께서 나타나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루루티아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호소하듯 말했다.
“어느 나라의 소드 마스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저희를 도와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현재 운이 좋아 네크로맨서의 정체를 밝혀낸 상태입니다. 그녀를 쓰러트리는 것을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었다.
루루티아는 갑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숨기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여기사가 이토록 간절히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로 된 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들어주지 않을까?
그렇지만 모르가나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아니, 경멸마저 담겨 있었다.
“케인첼. 당신의 말이 맞았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루루티아가 당황한 얼굴로 양손을 휘저었다.
“서, 설마 제가 여인의 몸으로 영주를 자처하고 있어 신용이 가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현재 갈리아에서는 오랜 내전으로 많은 가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여성의 몸으로 영주가 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를레앙의 이름을 걸고 결코 이 은혜는…….”
“루루티아 양.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브리타니아의 케인첼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요.”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설마 말씀하시는 네크로맨서가 바토리 에르제베트 여백작은 아니겠지요?”
“어, 어떻게 그것을…….”
“그렇다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군요. 어디서 약을 팔려고 하십니까, 루루티아 오를레앙.”
케인첼의 품속에서는 어느새 잠에서 깬 르망이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지크가 조사한 바토리의 정체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