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6화(3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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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티아는 일곱 자루의 프라가라흐를 노려보며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본 아머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저것에 직격당하면 위험하다.
결국 부네를 소환하는 것은 포기한 것인지, 그녀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키히히! 허나 이 몸에게는 아직 이백이 넘는 언데드가 남아 있도다! 네크로맨서의 진정한 무서움을 보여 주도록 하마! 오너라 나의 종복들이여!”
루루티아는 옆에 있는 데스 나이트의 등뼈를 뽑아내 날카로운 칼로 바꿨다.
그리고 신호를 보내자 어딘가로 사라졌던 언데드 군단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리 땅속에 묻어 두었던 스켈레톤 나이트가 루루티아의 주위에서 튀어나왔다.
“뼈와 살이 분리되어 내 갑주가 될 지어다! 풀 아머 소환!”
그러자 루루티아를 중심으로 서른이 넘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정수가 모여들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커다란 본 골렘으로 변했다.
적이 힘을 갖추기를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던 케인첼은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이기어검……!’
퍽! 빠각! 뿌득!
숨을 한 번 들이마실 시간에 수십에 달하는 연격이 루루티아의 몸을 후려 갈겼다.
그때마다 본 골렘을 이루고 있던 뼈가 부서진다. 그렇지만 이내 다른 스켈레톤 나이트가 그것을 메꾸고 있었다.
만약 본대가 합류한다면 이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지리라.
“본 스피어!”
루루티아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뼈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지축을 울릴 정도의 굉음을 뿜어내며 케인첼의 심장을 노렸다.
‘스켈레톤 나이트 하나가 보유하고 있는 뼈는 약 이백 개. 총 서른 마리로 이루어진 골렘이니 소멸 전까지 육천 번의 공격이 가능한 셈인가.’
케인첼은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시켰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검로를 알려 주는 스킬은 이미 미래 시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시야의 사각에서 쏘아진 본 스피어를 가볍게 튕겨 내자, 루루티아가 경악했다.
“큭. 어떻게 허초를 섞은 내 공격을 전부 간파할 수 있지!? 그렇지만 아직 탄환은 많이 남아 있다!”
“역시 정면의 공격은 장거리 저격을 숨기기 위한 블러프였군.”
그녀의 뒤에는 어느새 이백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이 합류해 있었다.
모르가나는 땅에서 솟아오른 언데드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역시 상위 악마의 추종자라 그런지 본신의 능력도 상당하네요.”
네크로맨서는 부릴 수 있는 종복이 늘어나면 끔찍할 정도로 강해진다.
탐식의 왕 바알제붑이 칠죄종 전쟁 최악의 난적이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수천의 언데드를 거느린 바알제붑의 아바타는 걸어 다니는 재앙이자, 일인 군단의 정점이었다.
“케인첼 당신.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는 데 왜 소수 정예가 중요한지 아시나요.”
“그거야 놈들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이 다시 적이 되기 때문 아닙니까.”
“……맞아요. 방금 전까지 같이 등을 맞대고 싸우던 동료가 좀비가 되어 다가올 때 느껴지는 좌절감. 한 번이라도 그것을 맛본다면 절대 네크로맨서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모르가나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혈검 폭발로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리고 싶은 것 같았다.
“루루티아는 저에게 맡기고 그의 수하들을 상대해 주십시오. 더 이상 피를 소모했다가는 정말 위험합니다.”
“……알았어요. 걱정을 끼쳐서 죄송해요. 하여간 죽지 마세요. 저는 더 이상 동료가 언데드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동료라고 불러 주시는군요.”
케인첼의 능청스러운 말에 모르가나가 피식 웃었다.
“그럼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기왕이면 친구라고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나.”
케인첼은 그대로 몸을 돌려 이차원 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던 콜라병을 꺼냈다.
거기에는 드라큘라의 피가 절반가량 차 있었다. 앞으로 두세 모금 정도 마시면 없어질 양이었다.
‘가능하면 아끼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군.’
어느새 주변이 어둑해지며 짙은 석양이 내리깔리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언데드의 힘이 강해지는 한밤중이 된다.
그렇지만 밤에 강해지는 것은 언데드만이 아니다.
꿀꺽-
[뱀파이어 화化가 발동했습니다.]새빨간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순간, 말도 안 될 정도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이 상태에서는 성향이 악으로 바뀌기에 프라가라흐를 다룰 수 없다.
그렇지만 루루티아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뱀파이어 화로 상승한 스테이터스가 필요하다.
케인첼이 쥐고 있던 듀렌달이 루루티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서걱-!
그리고 제대로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쏘아진 참격이 루루티아의 한쪽 팔을 베어 냈다.
“으아아아악!”
루루티아는 당황했다. 얼마나 힘이 강하면 본 골렘으로 보호받고 있는 본체에까지 피해를 준단 말인가.
이격은 중단 베기에서 이어진 상단 찌르기였다.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그러면서 거기에 담긴 힘은 태산마저 부술 정도였다.
단 두 번의 공격 만에 본 골렘이 완파되며 한쪽 팔이 잘린 루루티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큭. 이렇게 된 이상 그것을……!”
루루티아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을 움직여 시체 폭발을 발동시켰다.
쿠구구구궁……!
주위에 있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육체가 산산조각 나며 그 파편이 케인첼을 덮쳤다.
그렇지만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아무리 강한 폭발이라 해도 신체를 안개로 바꿀 수 있는 뱀파이어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
“……설마 이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네놈! 단순히 소드 마스터가 아니구나!”
“미녀라면 몰라도 야수의 피를 빠는 취미는 없는 뱀파이어라고 해 두지.”
“배, 뱀파이어?!”
경악한 루루티아를 향해 케인첼이 젤리를 발사했다. 의지를 가진 슬라임형 촉수가 하나 남은 루루티아의 팔을 감쌌다.
“이 끈적거리는 건 또 뭐야!”
아무리 수많은 언데드를 부리는 네크로맨서라 해도 그 육체는 평범한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다.
루루티아는 데스 나이트에게 촉수를 자르라고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대량의 점액질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웁, 우우우웁!”
용공 부네는 현란한 말로 인간을 속이는 달변가. 그렇기에 명령을 내릴 목소리가 없으면 언데드를 부릴 수 없다.
뿌각!
루루티아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젤리가 그녀의 뼈를 조각내고 관절을 뽑아냈다.
이것으로 케인첼은 네크로맨서 루루티아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상대를 제압한 케인첼은 그대로 몸을 돌려 모르가나에게 합류했다.
“벌써 끝낸 거예요? 역시 한밤중의 뱀파이어는 대단하네요.”
“해가 완전히 지려면 조금 시간이 남긴 했지만요. 후딱 끝내고 감자라도 먹으러 가죠.”
그오오오-!
주인을 잃은 언데드들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의 일사불란했던 모습은 전부 루루티아의 짓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뱀파이어 화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케인첼의 몸이 포탄처럼 언데드 사이로 쏘아졌다.
공기가 터져 나가면서 충격파가 퍼지고, 땅에 박아 넣은 발을 중심으로 대지가 폭발한다.
안 그래도 엄청난 케인첼의 스테이터스가 뱀파이어로 변하며 더욱 증가된 결과였다.
그의 몸에 스치기만 해도 커다란 바위가 박살 날 정도였다.
모르가나는 케인첼의 돌진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러다 대인전의 최강자라는 칭호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드라큘라의 피를 마셔 일시적으로 얻은 힘이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엄청났다.
검광이 쏟아진다. 연격이 이어질 때마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박살 나며 데스 나이트의 목이 떨어졌다.
3분.
이백이 넘는 언데드의 대군을 전부 없애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 * *
비스트 후작은 고개가 땅에 닿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설마 놈들이 네크로맨서의 종복일 줄은 몰랐소. 만약 계속해서 수가 불어났다면 갈리아 왕국이 멸망했을지도 모르오.”
조금의 과장도 섞이지 않은 말이었다. 만약 루루티아가 몇 달만 더 힘을 모았다면 갈리아는 지도에서 사라졌으리라.
“바토리 여백작에게 이상한 누명을 씌운 것도 루루티아의 짓입니다. 분명 마녀로 몰아 눈속임용으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겠죠.”
“……후우. 갈리아를 위기에서 구해 준 데다가 딸아이의 누명까지 풀어 주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갈리아는 브리타니아의 우방 아닙니까.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국가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자 케인첼은 자리를 모르가나에게 양보했다.
“크흠.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구려. 아, 딸아이가 케인첼 공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더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비스트 후작과 바토리 백작은 정확히 무슨 관계입니까? 단순한 후견인 관계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괜찮겠소이까?”
“물론이죠.”
“우선 딸아이를 들라 하겠소이다.”
비스트 후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티 포트를 들고 있는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의 수수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귀함이 느껴진다. 마치 목련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녀인, 바토리입니다.”
그러자 모르가나가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두통이라도 몰려온 모양이다.
“겨우 누명을 벗었는데, 그런 말을 하고 다니시면 안돼요!”
바토리는 이번엔 모르가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숨기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두 분에게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건 동방에서 건너온 용연차(龍煙茶)인데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한 줌에 수십 골드나 한다는 고급차 아니에요? 잘 마실게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케인첼은 바토리가 따라 준 용연차를 마셔 보았다.
약간의 떫은맛과 함께 깊고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용연차가 가진 맛과 향을 전부 담아냈다는 뜻이었다.
향이 너무 좋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동방의 차를 마셔 다도에 대한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도(茶道) 레벨이 올랐습니다.]‘……오랜만에 다도 레벨이 올랐네. 이제 4성인가?’
한동안 차를 끓이지 않아 성장이 멈춰 있었던 스킬이었다. 케인첼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나중에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케인첼은 먼저 이곳에 찾아오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브리타니아 북부에 마계의 문이 있고. 그것을 드래곤이 몸으로 막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비스트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럼 이 작고 여린 소녀가 화이트 드래곤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이름은 칼리오페라고 합니다.”
“맙소사……. 그럼, 그때 그 화이트 드래곤이?”
“그때라니요?”
“아,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바람에 설명이 늦었구려. 칠죄종 전쟁 당시 본인도 같이 싸웠소이다. 갈리아 대표로서 말이오.”
그러자 깜짝 놀란 모르가나가 물었다.
“비스트 공이 그때 계셨다는 말씀이세요? 분명 갈리아 대표는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훤칠한 남자였는데…….”
“그게 본인이오.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오.”
비스트 후작은 무안한 것인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런 장소에서 전우를 만날 줄 몰랐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갈리아의 도움이 없었으면 중부 전선을 유지하지 못했을 거예요.”
“모르가나 공의 활약이 거기까지 들려오더이다. 설마 이번에 네크로맨서를 쓰러트린 것이 그때의 혈검을 사용한 것이오?”
“저는 옆에서 거들기만 했어요. 전부 케인첼의 활약이랍니다.”
“허허허!”
결국 이야기는 마계의 문을 닫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진행되었다.
케인첼은 비스트와 바토리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바토리 백작이 어째서 악마와 계약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일이 성공한다면 악마에게 빼앗긴 영혼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마녀가 되면서 얻은 것은 포기해야겠지만요.”
바토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말해야 하는데, 입이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비스트 후작이 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토리.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무나. 나는 이제 괜찮다. 원래 십이 년 전에 죽었어야 하는 몸. 그동안 살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네 덕분 아니더냐.”
“아버님…….”
비스트 후작은 케인첼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소이다. 이 아이를 데려가 주십시오. 제발 이 못난 아비를 위해 마녀가 된 딸아이의 영혼을 구해 주십시오.”
도대체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 명은 야수가. 한 명은 마녀가 된 것일까.
모든 것은 12년 전.
칠죄종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