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8화(30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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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요리를 시작한다는 말에 비스트 후작의 눈이 커졌다.
그렇지만 케인첼의 눈에 떠올라 있는 강한 확신이 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케인첼 공의 요리라면 꼭 먹어 보고 싶구려. 그래서 무엇을 만드실 생각이오?”
“디저트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온몸이 그대로 녹아 사라질 정도로 아주 달콤한 녀석을 말이죠.”
모든 맛은 나름대로 인간의 마음을 매혹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고통을 잊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느껴지는 쓴맛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음식은 또 어떤가. 그것을 먹으면 어떤 고난이라도 잊을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짠맛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맛없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어떤 맛도 마음을 위로해 주는 달콤함의 치유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비스트 후작은 턱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사랑도, 행복도, 기쁨도 전부 달콤하다고 표현하네. 어쩌면 디저트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최고의 영약일지도 모르겠소.”
“혹시 갈리아에서 디저트가 발전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그거야 귀한 것일수록 귀족들이 좋아하기 때문 아니오?”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단맛을 찾지 않게 되어 여러 디저트가 생겨났다고 봐야 합니다.”
몇 백 년 전만 해도 달콤함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귀족 문화가 발달한 갈리아에서 그 정도가 심했다. 오죽하면 메인 요리에까지 설탕과 벌꿀을 듬뿍 넣어 먹었을까.
와인을 그냥 마시는 것은 천민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다 대륙 간 무역이 활발해지며 상황이 바뀐다. 설탕과 후추 같은 향신료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것이다.
“그러자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맛이 진한 향신료 대신, 월계수 잎이나 타임 등으로 풍미를 더해 주는 방식이 생겨난 겁니다. 버터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소스의 개념도 다양하게 바뀌었죠.”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오히려 달콤함에 특화된, 설탕만으로 원 없이 달게 만든 요리가 따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디저트의 시작이란 말이구려.”
“그렇게 메인은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고, 디저트는 완전히 독립된 갈리아 요리의 기본 체계가 완성됩니다. 결국 달콤함은 부의 과시가 아닌, 인간의 영혼이 원하는 맛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거죠.”
비스트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그렇지만 야수화의 저주와 디저트를 먹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거기에 대해 묻자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시종에게 몇 가지 재료의 구입을 부탁했다.
“달콤한 디저트는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 줍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요리야말로 칠죄종의 저주를 푸는 유일한 열쇠……. 저는 어쩌면 지금까지 가장 쉬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케인첼은 비스트 후작의 안내로 무사히 저택의 주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요리의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 만들 요리에는 제가 만든 특제 초콜릿을 사용할 겁니다. 카카오콩과 카카오버터, 바닐라, 그리고 설탕과 달걀노른자를 사용해서 만든 겁니다. 한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작게 자른 초콜릿을 내밀자 비스트 후작이 그것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하지만, 입안에서 녹아들면서 씁쓸한 맛이 나는구려. 하지만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은 견과류의 향이 나면서 깔끔하오.”
분명 이것으로 만들 디저트는 환상적인 맛일 것이다. 비스트 후작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첼 공! 농장에서 아주 신선한 달걀을 사 왔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습니까?”
시종은 얼마나 급하게 달려갔다 왔는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어디 보자……. 아주 좋네요.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갈리아에서 아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초콜릿, 달걀, 밀가루, 설탕, 버터만으로 만든다.
재료가 심플한 만큼 재료의 품질이 맛에 많은 영향을 준다.
‘니콜라스 후작에게 선물로 받은 최고급 밀가루. 괴테 선생도 극찬했던 초콜릿. 게다가 이 달걀만 있으면 아주 끝내주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케인첼은 수플레 같은 것을 만들 때 사용하는 라메킨에 정성스럽게 녹인 버터를 발라 주었다. 그래야 다 구워진 케이크가 눌어붙지 않고 잘 떨어진다.
‘그리고 표면에 설탕을 뿌려 주면 완성된 후에 바삭바삭한 캐러멜 껍질로 변하지. 이게 정말 완벽하게 멋지다니까.’
중탕시킨 보울에 버터와 초콜릿을 넣어 녹여 준 후, 달걀 두 개와 노른자 세 개, 그리고 설탕을 넣고 휘핑을 시작한다.
크림의 거품을 얼마나 잘 내주는가에 따라 케이크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케인첼은 젤리를 이용해 거품기를 만들었다.
그것을 면으로 프라가라흐의 앞부분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이제 건드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거품을 내 줄 것이다.
― 어째 본인을 부려 먹기만 하는 것 같군. 그래도 맛있어 보이니 참기로 하지.
자동 거품기 프라가라흐의 활약 덕분에 순식간에 뽀얗고 걸쭉한 크림이 완성되었다.
초콜릿과 버터가 녹으면 잘 저어서 섞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달걀 크림을 여러 번에 걸쳐서 조금씩 넣어 주는 것이다.
“이래야 더욱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거든요.”
“확실히 서로 섞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을 정도구려. 제대로 구워진다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소.”
반죽이 살 섞인 것을 확인한 케인첼은 마지막으로 밀가루를 살살 풀어 넣어 주었다. 이제 이것을 오븐에 넣고 제대로 굽지 ‘못’해야 완성이다.
‘때로는 실패에서 탄생하는 기적도 있는 법이지. 분명 이 라바 초콜릿 케이크가 평생 자책하며 살아온 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줄 거야.’
라바 케이크는 제대로 익지 않아 속 부분이 용암처럼 흘러내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그 밸런스가 중요하다. 너무 설익으면 틀에서 뺄 때 반죽이 완전히 무너진다.
그렇다고 충분히 익히다간 평범한 초콜릿 케이크가 된다.
케인첼은 오븐에 넣은 라바 케이크의 상태를 확인하며 이상적인 형태로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 정도 크기라면 12분. 아니, 13분 정도가 적당한가.’
그리고 오븐 안에서 온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달콤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후, 요즘 작황이 안 좋아서 큰일이군. 이러다 올해 겨울도 굶어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
“자네. 혹시 그 소문 들었나? 영주님께서 시장에 아주 저렴하게 감자를 푼다고 하더군. 그거라도 좀 사서 비축해 두는 것이 어떤가.”
“그 마녀가 말이야?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는걸……. 얼마 전에는 병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를 열더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어? 그런데 어디서 엄청 달콤한 냄새 안 나나?”
“그러게 말일세. 마치 영혼까지 녹아내릴 것 같은…….”
“크흑.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시장에 감자가 싸다고 했지? 그거나 사러 가세나. 오늘 저녁은 감자와 베이컨을 듬뿍 넣고 수프나 끓여 먹읍세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아 참, 혹시 내전이 끝난 이후로 다른 영지는 치안이 엄청 나빠졌다는 말 들어 봤나? 강도가 너무 많아서 마을 밖을 나가기도 힘들다고 하던데. 역시 마르세이유가 참 살기 좋은 영지라니까.”
“원래부터 살기 좋은 영지는 없는 법이네. 어쩌면 바토리 백작이…….”
그러자 지금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바토리의 노력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보게들! 혹시 영주님을 모함한 진짜 마녀가 잡혔다는 소식 들었나!”
“무슨 소리인가? 모함이라니?”
“그게 말일세…….”
초콜릿 케이크를 굽는 달콤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마치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처럼 마르세이유에 미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바토리와 비스트 후작은 거기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10분째 초콜릿 케이크가 구워지는 냄새를 맡고 있으니 온몸이 녹아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작해야 디저트를 만드는데 어떻게 이런 냄새가…….”
“모, 못 참겠습니다. 케, 케이크를……. 초콜릿 케이크를 먹게 해 주세요…….”
“곧 다 구워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으윽.”
케이크가 부풀면서 윗부분이 갈라지기 시작해야 완성이다.
원래라면 5분 이상 더 구워야 하지만 라바 케이크는 지금이 가장 먹기 좋을 때다.
케인첼은 폴른 스타로 내부의 상태를 확인해 본 후, 오븐을 열었다.
후와악-!
그러자 더욱 강해진 달콤함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덮쳤다. 침착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모르가나까지 몸을 배배 꼴 정도였다.
“어째서 엘자가 항상 당신을 따라다니는지 알겠어요. 매일 이런 것을 먹었다가는 다른 음식은 입에 대지 못하는 몸이 될 거예요.”
케인첼은 라바 케이크 위에 설탕을 잘게 갈아 뿌렸다. 다크 초콜릿을 듬뿍 넣어 만든 검은 산 위에 새하얀 눈이 쌓였다.
“하아…….”
바토리는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포크를 든 손을 흔들었다. 순순히 케이크를 넘기지 않으면 그대로 물어 버릴 기세였다.
케인첼은 완성된 디저트를 몇 개의 그릇에 나누어 담은 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밀었다.
“초콜릿 라바 케이크입니다. 식기 전에 드시길.”
용암? 도대체 어디가 용암이라는 것일까?
접시를 받아 든 바토리는 포크로 케이크를 반으로 갈라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치 뜨거운 용암처럼 검은 초콜릿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이건…….”
덜 익은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케인첼에게 도저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예. 덜 익은 것이 맞습니다. 사실 그 케이크는 완전히 실패한 디저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분명 이 케이크는 제대로 구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입에 넣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일단 드셔 보세요. 그럼 제가 왜 그런 요리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겁니다.”
바토리는 먼저 케이크의 겉 부분을 작게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틀에 뿌려 둔 설탕이 녹아 바삭한 캐러멜처럼 변해 있었다. 그것이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 사라진다.
초콜릿의 달곰쌉쌀한 맛과 함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마, 마히써요…….”
이미 혀가 녹아 사라졌는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라바 케이크의 달콤함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바토리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이번에는 녹아내린 초콜릿을 듬뿍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
도대체 어떻게 이토록 진한 맛을 만들어 낸 것일까. 농후한 초콜릿을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륵 녹아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마치 꿈같이 느껴지는 달콤함의 향연.
케인첼은 손수 끓인 홍차를 내밀었다.
라바 케이크는 혀끝이 마비될 정도로 달다. 이렇게 약간 떫은 차를 같이 마시면 맛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바토리는 홍차로 입안에 남은 단맛을 씻어 내며 케이크를 먹어 보았다.
“후……. 이러니까 초콜릿 크림의 부드러움이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자몽과 같이 먹어도 맛있어요. 그럴 때는 오히려 덜 익은 편이 좋죠. 새콤한 맛이 라바 케이크의 단맛을 더 잘 느껴지게 해 주니까요.”
라바 케이크를 입에 넣을 때마다 바토리는 황홀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러 댔다.
실패작이 이렇게 달콤하면서 맛있을 수 있다니. 모든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어느새 텅 비어 버린 접시를 보며 바토리가 아쉬운 듯 포크를 핥아 댔다. 여백작의 품위는 어느새 저 멀리 던져 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럼.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잘 꾸셨습니까.”
“······예.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불안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요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거기에 담긴 마음까지 전해 주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바토리 백작. 야수가 된 후작을 구하려는 당신의 노력은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실패했기에 완성되는 기적도 있는 법이죠.”
케인첼은 목에 걸고 있는 조마경을 그대로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이 라바 초콜릿 케이크에는 바토리의 마음이 담겨 있다.
[7성급 요리 ‘마음까지 녹아내리는 라바 케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케인첼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바토리에게 손짓을 했다.
“마침 비스트 후작도 케이크를 전부 먹은 것 같군요.”
“아. 죄송합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만…….”
그만큼 맛있는 케이크였다. 너무나 달콤해서 마음까지 전부 녹아내릴 정도였다.
바토리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비스트 후작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