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0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09화(30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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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악마가 거기서 왜 나와
처음에는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륜이 느껴지는 빛바랜 갈색 머리 밑으로 부릅뜬 눈이 보인다.
아무래도 무언가에 깜짝 놀란 모양이다.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으로 보아 검을 다루는 직업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얼굴이 형편없을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홀쭉한 볼과 그것을 억지로 밀어내고 있는 광대뼈가 마치 한 달은 굶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제대로 깎지 않은 수염과 거칠어진 피부. 얼굴만 놓고 보면 부랑자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인자한 눈빛만은 바토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아버님……?”
“……허허. 이게 도대체 무슨.”
비스트 후작은 입가에 묻은 초콜릿 크림을 닦아 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한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두꺼운 털로 덮여 있는 짐승의 가죽 대신 부드러운 피부가 있었다.
무심결에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툭 튀어나온 늑대의 입은 사라지고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이 만져졌다.
“나는 그저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을 뿐 아닌가…….”
“정말 아버님이십니까? 정말?”
“얘야, 미안하구나. 내가 조금 경황이 없어서 그런데 거울을 가져다주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원래는 문 옆에 대기하고 있는 시종이 해야 할 일. 그러나 그들은 전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야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비스트 후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간으로 돌아왔구나.”
야수화의 저주가 풀리면 기뻐서 비명이라도 지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초콜릿 라바 케이크를 먹었을 때의 놀라움이 더 컸을 정도다.
인간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버님……! 어째서 이렇게 야위신 겁니까!”
마치 한 달은 굶은 것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으면 얼굴이 이렇게 변한단 말인가.
“허허. 네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아는데, 나라고 편히 지낼 수 있었겠느냐. 너무 걱정하지 마라. 곧 건강해질 거다.”
바토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비스트에게 걸린 야수화의 저주가 풀린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설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도 풀 수 없었던 저주가 이런 식으로 풀릴 줄은 몰랐습니다.”
“얘야…….”
비스트 후작은 바토리에게 무언가 말을 해 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야수화의 저주는 풀렸지만 죽은 페렌츠 백작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에 대한 속죄는 앞으로도 비스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이었다.
그런데 무슨 염치로 바토리를 위로하겠는가.
그저 순수하게 기적이 일어난 사실을 기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또 하나의 7성급 요리를 완성한 케인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두 사람에게 해 주지 못한 말이 남아 있었다.
“바토리 여백작. 당신이 한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녀가 되지 않았다면 제가 이곳에 방문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비스트 후작의 저주를 풀기 위해 해 온 일들이 없었으면 이 초콜릿 케이크는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만들 수 있는 것은 6성급까지다.
영혼을 위로하고, 눈물을 담고,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었다.
셰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해 요리를 만드는 것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손님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얼어붙은 바토리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아직 전해야 할 것이 남아 있어.’
케인첼은 그것을 입에 담았다.
“결국 지금까지 당신이 해 온 일들이 있기에 비스트 후작의 저주가 풀린 겁니다. 저는 그저 마음을 요리에 담았을 뿐이에요.”
“아, 아아……. 아아…….”
결국 억지로 눌러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바토리는 한동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울었다.
비스트 후작은 바토리를 꼬옥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두들겼다. 입에서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케인첼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모르가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부터는 두 부녀만의 시간이다.
* * *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다음 마녀를 찾으러 가고 싶었다. 남은 시간은 약 이 주.
생각보다 갈리아에서 소모한 시간이 많았다. 물론 7성급 요리의 완성이라는 소득이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서둘러 움직여야 하리라.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루루티아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구려. 마녀를 생포한 것은 놀라운 성과지만, 네크로맨서라는 것이 문제요. 차라리 죽이지 그러셨소.”
“그랬다간 귀족 살해니 뭐니 하면서 조사한다고 한동안 발이 묶였을 겁니다.”
물론 루루티아가 네크로맨서라는 증거는 잔뜩 남아 있다.
혹시라도 누명을 쓸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악마의 힘을 상쇄시키는 데는 신성력만한 것이 없는 법.
케인첼은 갈리아에도 데우스의 교회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주교급 신관 네 명 정도면 충분히 마녀의 힘을 억누를 수 있을 겁니다. 대주교나 추기경이라면 한 명이면 충분하겠지만요.”
한 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대주교는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위치다.
결국 케인첼의 의견이 가장 타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비스트 후작은 멋쩍은 표정으로 턱을 어루만지려 했다. 그리고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부끄럽네만. 지금 귀족원과 프로방스 교회가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소. 서로 자기들 덕분에 네크로맨서를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오. 후우!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전부 물어뜯어……. 이런, 이제 야수가 아니었지.”
일순간 케인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먹기 힘든 닭의 갈빗살이라 넘겼더니만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네.’
고생해서 맛있는 스튜를 끓여 놓았더니 스푼만 들고 와서는 내놓으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조용히 떠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조금 욕심을 부려 봐야겠습니다.”
케인첼은 ‘데우스의 검’임을 증명하는 징표를 후작에게 보여 주었다.
“데, 데우스의 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일국의 소드 마스터인 것도 모자라, 교회가 인정할 정도로 큰 공까지 세우다니……. 도대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것이오?”
“당연히 요리죠.”
“…….”
데우스의 검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명예직이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누가 교황청까지 루루티아를 호송할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는 거죠?”
“그렇소이다. 후, 그놈의 공이 무어라고…….”
“그 사람들이 네크로맨서와 싸우는 데 무슨 도움을 주었다는 거죠?”
“그게 말이오. 변경백은 자신이 케인첼 공에게 입국 허가를 내 준 공을 내세우고 있고, 프로방스 교회에서는 데우스의 가호가 내린 생선 요리를 먹고 싸웠다고 주장하고 있소.”
“……염치가 없다기보다는 뻔뻔하군요.”
“후……! 내가 대신 사과드리리다.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구려.”
“후작님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뭐, 그런 이유로 공을 주장한다면 여기 더 좋은 것이 있죠.”
케인첼은 르망을 통해 지스타드 영지에 있는 캐롤라인을 불렀다.
그녀는 앞으로 일주일 후면 프로방스에 도착한다고 한다.
“캐롤라인 대주교가 루루티아를 교황청까지 호송해 줄 겁니다.”
그러면 네크로맨서를 잡은 공은 전부 캐롤라인의 몫이 된다.
안 그래도 그녀는 교황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국가급 재앙인 네크로맨서 퇴치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브리타니아의 다음 추기경으로 정해질지도 모른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그녀가 공을 독차지한다면 분명 큰 반발이 일어날 것이오. 그건 어찌하시겠소?”
“캐롤라인이 네크로맨서를 쓰러트리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고 하면 문제없지 않습니까.”
“그건 거짓말 아니오?”
“대충 석 달쯤 전에 동상에 걸리지 말라고 축복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게 언데드가 뿜어내는 한기를 막아 내는 데 어찌나 좋던지.”
“크하하! 확실히 다른 놈들이 해 준 것보다는 훨씬 큰 도움이구려.”
비스트 후작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서로 자기 공이라고 싸우고 있는 귀족원과 교회에 크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무려 데우스의 검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누가 반발하겠는가.
‘이것으로 지스타드 교회가 더욱 발전하겠군.’
캐롤라인 입장에서는 낮잠을 자다가 나무에서 감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럼 캐롤라인이 도착할 때까지 루루티아는 프로방스 교회에서 맡아 주면 되겠네요. 아, 혹시 모르니 감시를 맡아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일주일 동안 아주 즐겁겠구려.”
* * *
케인첼과 비스트 후작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이.
바토리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가방 하나에 전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간소한 짐이었다.
모르가나는 검은 망토를 머리끝까지 눌러 쓴 바토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속삭이듯 물었다.
“바토리. 당신이 저주를 풀기 위해 몇 번이나 사바스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예, 맞습니다. 다른 마녀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마녀의 정체를 알게 되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렇지만 모르가나 또한 마녀. 서로간의 대화에서는 그 규칙에서 자유롭다.
“그 마녀는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요?”
바토리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루루티아 오를레앙. 갈리아에 남은 마녀는 그녀뿐입니다.”
“그, 그래요?”
모르가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였다.
“……무언가 잘못된 겁니까? 설마 루루티아로는 조건이 안 되는 겁니까?”
“그녀의 영혼은 이미 악마의 손에 넘어갔어요. 더 이상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렇습니까. 그녀는 이미…….”
바토리는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는 해도 그녀는 자신을 모함한 상대. 그렇지만 조금도 통쾌한 것 같지 않았다.
마녀의 계약을 한 이상 언제 영혼이 악마의 손에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죽은 이후에 영혼을 받아 간다는 계약이지만, 그것을 준수한다면 악마라 불리지 않으리라.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칼리오페가 케인첼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마녀가 두 명뿐이라도 봉인 의식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불완전해.”
“……어떤 식으로 불완전하다는 거야?”
“악마의 힘을 전부 막을 수 없어. 말하자면 임시방편.”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마녀를 찾지 못하면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때, 바토리가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케인첼 님. 얼마 전에 저와 계약한 악마가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악마가 찾아왔다고요?”
“아마도 고통받는 제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했던 말이 갑자기 기억이 났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위악마(僞惡魔)의 계약자가 탄생한 것 같다고 말입니다.”
“위악마?”
그것에 대한 설명은 비숍이 대신 해 주었다.
― 위악마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그것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악마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 인간의 악의가 담긴 물건이 악마가 된다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가. 그렇게 만들어진 악마가 위악마다. 거울 속에 사는 악마나 저주받은 인형도 전부 같은 부류지.
마계의 문이 만들어지기 전.
인간이 흔히 만날 수 있는 악마는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생겨난 위악마였다.
어쨌든 그들도 악마.
만약 그 계약자가 존재한다면 분명 마계와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케인첼은 긴장한 표정으로 바토리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위악마의 이름은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계약자는 파우스트라고 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