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1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11화(310/318)
================================
케인첼은 괴테가 이곳에 있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마계와의 연결 고리를 가진 이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낀다고 한다.
마녀의 연회인 ‘사바스’나 추종자들의 축제 ‘발푸르기스의 밤’이 매년 벌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기분 전환을 위한 여행에 어째서인지 책의 원본을 들고 왔어. 평소의 괴테라면 원고 따위는 거들떠보기도 싫다며 그대로 자택에 던져 놓고 왔을 거야.’
어쩌면 괴테 또한 파우스트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우선은 문을 닫기 위해 괴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야겠군.’
그런데 괴테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는 들고 있던 자루를 내밀며 씨익 웃었다.
모르가나에게 끌려오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은 물건이었다.
“케인첼 공. 근면의 칭호를 받았다면서? 아 참, 이건 축하 선물. 맛있게 요리해서 같이 먹자구. 잔뜩 샀으니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먹어도 충분할 거야.”
“그전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부터 들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에이, 내 성격 알잖아. 난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해.”
방랑벽이 있는 괴테의 성격 때문에 제법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칼리오페의 마나를 조금 더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럼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자루에 들어 있는 것은 대충 봐도 신선한 키조개였다. 이것을 재료로 사용한다면 정말 맛있는 관자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으리라.
옆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던 모르가나가 동의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몇 번 끄덕거렸다.
관자를 먹어 본 적이 없는 칼리오페가 물었다.
“그거 맛있어?”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괴테가 목소리를 높였다.
“와하하! 담백하면서 단맛이 나는 관자는 어떻게 요리해 먹어도 맛있는 부위지. 그래서 조개 속 작은 보물이라고 불릴 정도야. 신선도가 중요해서 이렇게 해안가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슬플 뿐이지.”
특히 키조개의 관자는 안심 스테이크를 연상시킬 만큼 두툼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스테이크로 요리하면, 관자 살을 썰어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괴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설명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지 않은가. 역시 대문호다운 표현력이었다.
* * *
케인첼은 먼저 재료로 사용할 메추리알과 콜리플라워, 그리고 송로 버섯과 잘 숙성시킨 판체타를 준비했다.
이것들을 이용해 환상적인 관자 스테이크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케인첼 공이 만든 관자 스테이크라니……! 으윽,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데!”
재료들은 아주 간단하지만 그것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테크닉이 필요하다.
케인첼은 먼저 조개를 양쪽으로 벌린 후, 미스랄 식칼을 넣어 껍질 윗부분을 긁어냈다.
도톰하고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관자는 조갯살과 조개껍데기를 연결하는 부위다.
다른 조개와는 달리, 운동량이 적은 키조개 관자는 부드러워 훨씬 식감이 좋다.
식재료를 보는 괴테의 안목은 상당했다.
그가 고른 키조개는 부야베스에 넣었던 것보다 훨씬 싱싱했다.
“관자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껍질에서 꺼낼 때부터 주의해야 해요. 이렇게 스푼을 이용해 조갯살을 전부 꺼낸 후에, 엄지를 이용해 관자 덩어리를 분리해 주는 거죠.”
이때 힘이 너무 들어가면 관자가 수축되어 맛이 떨어진다.
케인첼은 루루티아와 싸울 때보다 몇 배는 더 신중하게 조갯살을 손질했다.
이렇게 분리한 관자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전체적으로 고루 배어들게 하기 위해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모습에 괴테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키야, 기가 막히는구만! 어떻게 볼 때마다 요리 실력이 늘 수가 있지. 소스는 뭐로 할 거야? 역시 갈리아식 라따뚜이인가?”
“그건 너무 자극적인 것 같아요.”
“확실히 그렇긴 하네. 그럼 콩 퓌레?”
“아뇨. 콜리플라워 퓌레를 사용해 볼까 합니다.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관자와 정말 잘 어울리죠.”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을 만들 뿐인데, 마치 요리 대결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시티즌에 있을 오라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케인첼 대신 베루스를 맡아 주었다.
그녀가 만드는 보석 아이스크림은 등급이 하나 떨어졌다.
그래도 일 년 가까이 케인첼의 요리를 먹어 온 프렐리아의 저주를 억누르기에는 충분했다.
프렐리아는 하루 종일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니는 바람에 스노우 화이트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케인첼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화로에 불을 붙였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요리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뜨거운 팬에 올리브유를 달군 후 버터를 녹여 준다. 그러자 고소한 향이 풍기기 시작했다.
거기에 잘게 자른 콜리플라워를 넣고 굽는 것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서 버터가 타지 않게 3~4분 정도 볶아 주자, 겉면이 연한 갈색으로 변했다.
그것을 우유에 넣고 갈아 주면 콜리플라워 퓌레가 완성된다.
마늘과 양파를 넣어 주면 달짝지근하면서 자극적인 향이 더해진다.
그렇지만 오늘은 최대한 관자 본연의 맛을 살려 볼 생각이었다.
그만큼 훌륭한 재료였다.
“관자에는 메추리알 프라이와 판체타를 올릴 겁니다.”
“그거 좋은데? 그런데 세 개의 팬을 사용해 동시에 요리하려는 건가? 팔이 세 개쯤 되지 않고서는 힘들 텐데.”
“재미있는 기술을 하나 배웠거든요.”
케인첼은 피식 웃으며 젤리를 발동시켰다.
왼쪽 어깨에서 튀어나온 촉수를 또 하나의 팔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감자조차 제대로 굽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웬만한 작업은 이 촉수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거 왠지 요리용 기술은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때. 맛만 좋으면 됐지.”
올리브유에 버터를 녹여 놓은 세 개의 팬 위에 판체타와, 메추리알, 관자를 올리고 굽기 시작했다.
그것을 구경하고 있던 괴테가 감탄했다.
“호오, 모든 팬의 상태가 전부 다르잖아. 확실히 관자를 구울 때는 센 불에 올린 후 점차 중불로 줄여야 타지 않지. 그런 식으로 구워야 촉촉한 육즙과 탱탱한 식감이 유지되거든. 판체타를 굽는 솜씨도 장난 아닌데?”
판체타는 돼지 뱃살로 만든 베이컨의 일종이다. 그것이 익어 가자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말려서 만들기에 훈연 향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래 숙성한 지방에서 나는 감칠맛은 베이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판체타는 바삭한 느낌이 나도록 바짝 구워 준다.
반면에 메추리알은 버터 향이 배어들도록 살짝 가열하는 정도로만 익힌다.
조금만 세게 건드려도 모양이 흐트러지는 작은 메추리알을 완벽하게 반숙으로 익혀 낸 솜씨는 놀라울 정도였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확실히 손이 세 개니까 요리의 속도가 엄청난데? 게다가 오븐에서 빵까지 굽고 있잖아? 도대체 몇 가지를 동시에 만드는 거야!?”
치이익-!
버터로 코팅된 관자에서 하얀 물이 흘러나왔다. 이것으로 완전히 익은 것이다. 더 이상 불에 노출되었다가는 딱딱한 돌덩이처럼 변한다.
케인첼은 재빨리 그것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요리를 시작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이제는 플레이팅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접시 위에 콜리플라워 퓌레를 뿌린 후, 그것을 누르듯 관자 스테이크를 놓아 준다.
메추리알은 노른자가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관자 위에 올려 주었다.
사이사이 판체타와 살짝 볶은 풋콩을 놓아 주고, 색과 향을 더해 줄 콩 줄기로 장식을 한다.
케인첼은 마지막으로 송로 버섯을 아주 얇게 슬라이스를 해서 접시 위에 뿌렸다.
잘게 자를수록 송로 버섯 특유의 향이 강해진다. 완성된 관자 스테이크가 든 접시를 내밀자 괴테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름답다 못해 섹시할 정도군. 이렇게 입에 넣기 아까운 음식은 정말 오랜만이야. 새하얀 접시 위에 관자 스테이크와 여러 장식들이 마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아.”
괴테는 극찬을 늘어놓으며 포크를 들어 올렸다.
“아 참, 남은 조갯살로는 튀김을 만들어 봤어요. 갈리아식으로 만든 바게트도 있으니 버터를 발라서 드시면 됩니다.”
“이거 참을 수 없구만!”
잘 구워진 바게트는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웠다.
약간 시큼하면서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은 갈리아에서 사용하는 르벵을 이용해 발효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요구르트를 먹는 것 같은 맛에 괴테가 비명을 질렀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 지금 당장 갈리아에서 빵집을 차려도 되겠다. 식전 빵부터 이러는 건 반칙이라구.”
순식간에 바게트를 네 개나 먹어 치운 바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마히허여…….”
“당신은 먹으면서 말하는 습관 좀 버리세요. 정숙한 귀부인 아니었나요?”
“제, 제송…… 꿀꺽. 합니다.”
괴테는 메인인 관자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한입에 털어 넣고 우걱우걱 씹어 먹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키조개 관자는 탄력이 있으면서도 질기지 않아 부드럽게 잘렸다.
괴테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관자 스테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고소한 버터 향과 함께 곁들인 판체타의 농후한 맛이 느껴졌다.
판체타만으로도 하나의 요리로서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놀라움은 관자를 씹자 시작되었다.
“뭐야!? 도대체 관자를 어떻게 구웠기에 이렇게 육즙이 흘러나와?!”
“강한 불에서 빠르게 시어링을 해 주어서 그래요. 관자가 가진 풍미가 전부 그 안에 들어 있죠?”
“크흑. 게다가 송로 버섯의 향기가 너무 좋아……. 이거 너무 맛있어…….”
강렬한 버섯의 향기 속에 몽환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아로마 향이 섞여 있다.
그것이 담백한 관자의 향을 보충해 주고 있었다.
관자를 써는 속도가 빨라졌다. 결국 참지 못하고 통째로 집어 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렸다.
괴테는 이번엔 조개 튀김을 먹어 보려는 것인지 포크를 움직였다.
튀김에 부드럽게 포크를 꼽아 넣자,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소한 향기가 풍겼다.
“크흠. 이건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냄새군. 따로 소스는 없이 살짝 소금만 뿌린 것 같은데…….”
튀김을 입에 넣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삭한 튀김옷에서 침샘을 자극하는 기름의 풍미가 느껴진다. 가볍게 입을 움직이자, 파사삭 하며 그대로 바스러졌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조갯살의 맛은 깜짝 놀랄 정도로 농후했다.
씹을 때마다 독특한 감칠맛을 가진 조갯살이 입안에서 녹아 사라진다.
튀김은 대부분 맛있다. 가죽 구두를 튀겨도 먹을 만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이, 이게 남은 재료로 만든 튀김이라고?!”
쫄깃한 관자 스테이크와 바삭한 튀김.
거기에 잘 구운 바게트까지 먹자 순식간에 배가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도저히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괴테는 관자 스테이크를 두 접시나 더 먹어 치우고서야 만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후, 정말 잘 먹었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어.”
“아쉬운 거라니요.”
“내가 사실 콜리플라워보다 콩을 더 좋아하거든. 콩 퓌레였으면 100점 만점인데, 그게 아쉬워서 98점 주도록 하지.”
“코, 콩!?”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모르가나와 바토리와는 달리 괴테가 평가한 등급은 5성이었다.
‘쳇, 잘 먹어 놓고 너무 점수가 박하잖아. 하여간 콩을 좋아한다 이거지? 다음에는 소스를 만들 때 콩을 까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
괴테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배를 두들기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그런데 아까 하려던 이야기가 뭐였더라.”
“분명 먹으면서 하자고 했던 것 같은데요.”
“아,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다 보니 전부 먹어 버렸네.”
“그래 놓고 2점이나 깎으신 겁니까!”
괴테는 역시 맞춰 주기 힘든 미식가다.
그렇지만 그가 없었으면 양념 치킨도,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케인첼이 모를 뿐, 괴테가 90점 이상을 준 요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만점은 없었다.
* * *
케인첼은 식사를 마친 괴테에게 마계의 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것을 전부 들은 괴테의 입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흠.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 너무 끝내줘서 악마로 변했다는 건가?”
“그런 셈이죠. 정확히는 ‘파우스트’라는 소설 자체가 마계와의 연결 고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걸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기분이 썩 나쁘진 않군. 으하하!”
괴테는 이미 이와 같은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베르테스의 슬픔’은 압도적일 정도로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그것을 읽은 청년들이 주인공인 베르테스처럼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아서 볼프강 폰 괴테.
아슬란조차 항상 그의 책을 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열광적인 독자였다고 한다.
괴테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내가 협력하지 않으면 두 영애의 영혼은 물론 브리타니아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것까지는 이해했어. 그런데 정확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거야?”
“그건…….”
케인첼 또한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모르가나와 바토리의 경우는 연결 고리와 함께 마녀의 각인이 사라진다.
말 그대로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설 그 자체가 매개체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는 칼리오페가 설명하기로 했다.
“아마 연결 고리인 소설의 내용이 사라질 거야.”
“그래? 뭐 그 정도쯤이야. 어차피 초판본이라고 해도 사본은 잔뜩 만들어 두었거든. 나중에 팔아서 술이라도 사 마실까 했는데, 괴테 님은 관대하니까! 므하핫!”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괴테. 당신이 쓴 소설의 내용 자체의 인과가 뒤집혀 결국 없었던 일이 돼. 분명 당신의 기억에서도 사라질 거야.”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괴테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잠깐만. 그럼 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모티브는? 그 기억까지 사라지는 거야?”
“그건 남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파우스트를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이 쓴 파우스트는 사라져. 그리고 당신의 손에 두 마녀의 영혼이 달려 있어. 그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네.”
괴테는 빙긋 웃으며 자신이 내린 결론을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