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1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13화(3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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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이 무슨 요리를 만들지 들은 모르가나가 낮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소고기 스테이크……? 너무 평범한 요리 아닌가요?”
그녀에게는 영혼의 행방이 걸린 문제였다. 그런 만큼 필사적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보통 소고기 스테이크라면 그러겠죠. 하지만 제가 만들 요리는 진화하는 소고기 스테이크입니다.”
그러자 모르가나는 물론 비스트 후작까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물론 케인첼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 그릇의 요리로 야수화의 저주마저 풀어냈다.
분명 이번에도 기적을 요리해 내겠지.
“케인첼 공. 괴테는 대문호이자,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미식가지 않소. 그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니 기왕이면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겠소?”
“맞아요. 사실 브리타니아는 물론 갈리아에서도 소고기는 그렇게 고급 식재료가 아니죠.”
소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맛이 없다.
물론 부위에 따라 육질이 달라지는 만큼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비상식으로 사용하는 소고기 육포를 꺼내 우물거렸다.
질기고 맛없다.
그렇지만 오랜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식량이다.
“소고기가 맛이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초에 먹으려고 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는 돼지나 거위와는 다르다. 식용이라기보다는 노동 수단에 가깝다.
제대로 일하기 힘들 정도로 늙고 병든 후에야 도축해서 고기와 가죽을 얻는다.
당연히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른 가축을 기를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고기였다.
그런 만큼 친숙하다.
케인첼 또한 고기 하면 소고기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럼 왜 소고기를 선택하셨나요? 갈리아라면 역시 거위 요리 아니겠어요. 특히 푸아그라 소테는 소스를 듬뿍 찍어 입에 넣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농후한 맛이 나요. 분명 마르세이유 근처에도 거위 농장이 있을 거예요. 차라리 후작에게 부탁해 보시는 것은…….”
“확실히 푸아그라는 고급 식재료죠. 제대로 요리한다면 소고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절망의 진미는 이번에 쓸 수 없어요.”
“절망의 진미라고요?”
케인첼은 살찐 거위 간 요리가 어째서 푸아그라라고 불리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입에 깔대를 물린 거위에게 억지로 기름진 곡물을 먹인다.
그러면 간에 지방이 쌓여 크기가 열 배 가까이 커진다고 한다.
설명을 듣는 모르가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러면 거위가 병들어서 죽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보통 삼 주 정도만 살을 찌운 후에 잡아먹죠.”
“저, 저는 푸아그라가 그렇게 잔인한 음식인 줄 몰랐어요…….”
야생 거위는 따뜻한 장소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오스만 제국의 북부까지 날아간다.
그때 장거리 여행을 대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무화과를 먹었는데, 그것이 푸아그라의 기원이었다.
“푸아그라 외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노력은 끊이질 않았죠. 그리고 갈리아에는 얼마 전부터 먹기 위한 소를 키우는 농장이 부쩍 늘어났다고 해요.”
모르가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이, 이 악마들……. 설마 소에게도 푸아그라 같은 짓을 하는 건가요……?”
만약 푸아그라 농장 주인이 눈앞에 있었다면 지금 당장 칼이라도 뽑아 들 기세였다.
케인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의 간에는 그렇게까지 지방이 축적되지 않아요. 대신 다른 식으로 고기를 맛있게 만들죠. 분명 농장이 여기서 멀지 않은 장소에 있었을 겁니다.”
미식의 나라 갈리아에는 여러 가축을 기르는 농장이 많이 있다.
대부분 양이나 닭 같은 고기 외에도 달걀이나 털을 얻을 수 있는 것을 키운다.
그런데 소만을 기르는 농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케인첼과 모르가나는 물론, 바토리와 비스트 후작까지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 * *
농장주는 갑자기 쳐들어온 대귀족을 보고 몸을 벌벌 떨었다.
그나마도 소드 마스터가 세 명이나 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랬다간 그는 지금 서 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허허허. 귀족 분들께서 소고기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껏 둘러보십시오.”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으면 직접 도축해서 가지고 가고 싶은데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런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그 자리에서 도축해서 먹는다고 더 맛있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도축하는 것도 생각 이상으로 까다로운 일이고요. 차라리 저희 농장과 직접 계약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
아무래도 농장주는 케인첼을 독특한 여흥에 목마른 귀족가의 도련님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옆에 있던 바토리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무례한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이 모든 것이 소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숙성 때문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해야 소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소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하는 방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을 듣고 있던 농장주의 눈동자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소가죽에서 젤라틴을 뽑아내 젤리를 만든다는 부분에서는 감탄마저 터트렸다.
결국 농장주는 눈앞에 있는 젊은 청년이 고기에 대한 막대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가 큰 무례를 저질렀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전부 소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하하하…….”
마치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 같은 반응에 농장주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농장주의 안내에 따라 무사히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르가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귀여운 송아지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 억지로 사료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래도 푸아그라의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러자 농장주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농장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지요.”
농장 안으로 들어가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드넓은 초원 위에 소를 풀어놓고 기르고 있는 것은 다른 목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가 뛰어놀다 지친 녀석의 다리를 열심히 마시지해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려 술까지 마시고 있다.
“소, 소가 맥주를?!”
농장주는 경악한 모르가나에게 빙긋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이곳에서 기르는 소는 곡물과 맥주를 먹고 자랍니다.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해 마사지를 해 주고, 종종 악사를 불러 음악을 들려주지요. 그래서 적당히 운동을 시키는데도, 고기 전체에 지방질이 풍부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는 살코기 속에 지방이 잘게 들어간 형태를 마블링이라 부른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마블링이 풍부한 고기일수록 감칠맛이 뛰어나고 육질이 부드럽습니다. 여기서 기르는 소는 노동력의 제공이 아닌, 순수하게 식용으로만 기르는 아이들입니다.”
게다가 일일이 이름까지 붙인다고 한다.
소는 지능이 높아 이름을 말하면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고 다가온다고 한다.
케인첼은 농장주가 소를 단순히 가축이 아닌, 자신의 아이처럼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농장주는 미리 도축해서 숙성 중인 소고기를 한 덩어리 가지고 왔다.
그것을 본 케인첼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치 고기 위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촘촘한 지방질이 끼어 있으며, 은은한 단내가 풍긴다.
충분히 잘 숙성된 고기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육질의 탄력은 물론, 지방의 광택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거로 스테이크를 구우면 끝내주겠는데요. 분명 박혀 있는 마블링이 살 속으로 녹아들며 감칠맛 덩어리로 변하겠죠. 이 정도로 맛있는 고기면 따로 소스도 필요 없을 거예요.”
어느새 모르가나의 입이 흘러나온 침으로 흥건했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분명 점심을 먹고 왔는데, 또 배가 고파졌어요…….”
케인첼은 자랑스럽게 농장을 소개하고 있는 농장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농장이 적자라고 들었습니다만.”
“하하…….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마리당 단가가 높아서 그런지 좀처럼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비싸기에 그러죠?”
“다른 농장의 소보다 열 배……. 아니, 스무 배 가까이 비쌉니다.”
이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고기였다.
그렇지만 은화를 몇 개나 내고 소고기를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같은 값으로 훨씬 고급스런 다른 요리를 먹겠지.
케인첼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적게 잡아도 오백 골드는 되어 보이는 액수였다.
“이 농장이 엄청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투자를 조금 할 수 있을까요.”
“투, 투자라니요!?”
“이렇게 뛰어난 고기는 처음 보거든요.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 같으니 지분을 조금 만들어 두게요.”
“오오, 데우스시여…….”
농장주의 표정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것 같은 정도였다. 그는 자신을 살로만이라고 다시 소개했다.
이제는 단순한 손님이 아닌, 농장주와 투자자 관계가 되었다.
케인첼은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소 중에서 도축 시기가 된 것을 열 마리 정도 구입했다.
정성스럽게 기른 만큼 털에서 윤기가 났고, 눈동자에 생기가 넘쳤다.
그새 소와 친해진 것인지 모르가나가 울먹거렸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한동안 고기는 못 먹을 것 같아요.”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걸요. 지금까지 먹어 온 고기도 전부 같은 방법으로 얻었잖아요. 그게 싫으면 엘프처럼 채식만 해야죠. 하여간 조금이라도 맛있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요리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아프지 않게 죽여주세요.”
“물론이죠.”
케인첼은 퍼시발에게 배운 것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열 마리의 소를 도축했다.
그리고 가장 육질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지방이 근육질에 미세하게 파고 들어가 선홍색과 백색이 선명한 놈을 골라냈다.
“보통 소의 살코기는 지방이 없고 다소 질긴데 반해, 이건 꽃무늬처럼 마블링이 아름답죠? 그럼 가볍게 구워 보겠습니다.”
“……꼴깍.”
모르가나는 언제 소가 불쌍하다고 울먹거렸냐는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그만큼 맛있어 보이는 고기였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항상 챙겨 다니는 커다란 철판을 꺼냈다.
이건 고기의 맛이 너무 농후해, 살짝 익혀서는 그것을 전부 느낄 수 없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지방이 전부 녹을 때까지 구워 주어야 한다.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단하게 간을 한 고기를 철판에 올리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이익-!
잘 익은 고기가 뿜어내는 향기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농장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마저 몰려들 정도였다.
순수한 고기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양파나 버터 같은 재료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믿어지지 않는 풍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모르가나는 철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고기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 이게 정말 소고기인가요. 말이 안 돼요. 어떻게 소고기가 이런…….”
“그럼 일단 드셔 보시죠.”
케인첼은 지방이 살짝 녹을 정도로 익은 소고기를 프라가라흐를 이용해 모르가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순간, 그녀의 머리에 번개가 쳤다.
“씨, 씹을수록 말도 안 되는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는데, 이건 도대체……. 너, 너무 맛있어서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요…….”
“이거로 스테이크를 만들면 아무리 입맛이 까다로운 괴테 선생이라 해도 홀딱 반하겠죠?”
“……괴테는 몰라도 아무래도 저는 홀딱 반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스테이크를 구워 주세요.”
“그건 잠시 미루도록 하죠. 여기서 전부 먹어 버리면 괴테 선생에게 구워 줄 고기가 없어질 테니까요.”
“저, 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까지 많이 먹지 않는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정도 고기에 케인첼의 실력이 더해지면 분명 엄청난 요리가 탄생하리라. 그걸 전부 먹어 치우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정답은 NO였다.
케인첼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모르가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직 더 필요한 재료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항구 도시로 가죠.”
“이 고기만으로 부족하다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요리를…….”
“괴테는 셰익스피어가 쓴 것처럼 명작으로 불리는 소설을 쓰고 싶어 했잖아요. 그래서…….”
잠시 뜸을 들인 후, 다하지 못한 말을 토해 냈다.
“요리에도 명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