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1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15화(3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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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비원의 끝
괴테는 결국 담당 편집자 아크와 감동적인 재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크는 괴테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 번개 같은 빠르기로 몸을 날렸다.
마치 오러 사용자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리고 마치 통나무로 보일 정도의 굵은 팔로 괴테의 목에 헤드록을 걸었다.
“크헉?!”
“괴테, 이 자식! 노는 건 좋다 이거야! 그래도 어디를 가는지는 말해 주고 다니라고 했지!”
“주, 죽어! 죽는다고! 당신이 전력으로 조이면 목뼈가 뽀각 하고 박살 난다고!”
“……후.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으니 봐주도록 하지. 그렇지만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묶어 놓고 글을 쓰게 할 거다.”
“살려 주십쇼…….”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던 바토리가 장밋빛 한숨을 토해 냈다.
“괴테 선생님……. 아크 씨……. 두 분 다 정말 멋지십니다…….”
괴테는 아크에게 한동안 케인첼과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마계와의 연결 고리는 어디까지나 ‘소설 파우스트’지만 괴테만이 그것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매개체로 사용 후에는 소설을 썼던 사실 자체가 사라진다.
“아무래도 파우스트를 다시 써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도 될까?”
항상 제멋대로인 괴테답지 않은 저자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파우스트는 괴테 혼자서 쓴 작품이 아니었다.
물론 소설을 쓰는 것 자체는 괴테의 몫이다. 그렇지만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편집자의 일이었다.
아크가 없었으면 분명 여기까지 올 수 없었으리라.
“우리 괴테 님께서 갑자기 왜 이러시나. 평소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마음에 안 들어서 엎는다고 하면 되잖아.”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러지.”
아크는 빙긋 웃으며 괴테의 등짝을 퍽퍽 소리 나도록 때렸다. 자기 딴에는 살짝 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걱정 마라. 네놈이 죽기 전에는 절대 안 죽을 테니까. 평생이 걸려도 좋으니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 써 주었으면 한다.”
“아크……. 멋진 말이 하고 싶은 건 이해하겠는데. 농담 아니라 이거 진짜 아프다고…….”
“하하! 살짝 건드렸는데, 어디서 엄살이야? 물론 농땡이 치다 걸리면 묶어 놓고 글을 쓰게 할 거니까 각오하고.”
어째서인지 잔뜩 흥분한 바토리가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붕붕 휘둘렀다.
아크는 케인첼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케인첼 공. 할 줄 아는 거라곤 글을 쓰는 것밖에 없는 못난 놈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엔 괴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다.
“고기랑 술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어야 한다. 너도 이제 거의 마흔이라고. 건강도 생각해야지.”
“알았어.”
“식사 후엔 꼭 소금을 써서 이빨 닦고.”
“당연하지.”
“아 참, 이놈이 잘 때 코를 엄청 곱니다. 그럴 때면 머리를 한 대 갈겨 주면 조용해지니 기억해 두십쇼.”
“……그건 기절한 것이 아닐까요.”
마치 담당 편집자가 아니라 보호자를 보는 기분이었다.
괴테에게 신신당부를 한 아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토리가 뒤를 따라갔다.
“아크레오드 씨. 괴테 선생님의 애독자로서 그를 위해 힘쓰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당신을 후원하고 싶습니다.”
“오오, 바토리 백작님께서 말입니까?! 이거 엄청난 영광이군요.”
아무래도 아크와 괴테에게 새로운 후원자가 생길 모양이다.
케인첼은 허니버터 샌드위치와 콜라를 먹고 있는 칼리오페를 바라보았다.
냠냠거리는 소리를 내며 샌드위치를 먹고 콜라를 마신다.
그녀는 잃어버린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그 성과가 나올 때였다.
“칼리오페. 드래곤으로 변하려면 아직 마나가 더 필요한 거야?”
칼리오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올렸다.
“응?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두 개 더 만들어 달라고?”
“……그런 뜻 아니야.”
“그럼?”
“현재 잃어버린 마나의 대부분을 회복했어. 마음만 먹으면 본체로 돌아갈 수 있어. 케인첼의 요리. 울트라 퍼펙트.”
아무래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것이었던 모양이다.
감정 표현이 희박한 칼리오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뀐 모습이었다.
“그래? 그럼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인가.”
케인첼은 세 명의 마녀들에게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게이트를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브리타니아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허가는 비스트 후작께서 맡아 주신다고 했으니, 늦어도 오늘 오후 중으로는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대충 일주일 정도 여유가 있는 셈인가요.”
“예. 그렇지만 문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할 일을 마친 지크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그는 형과 함께 느긋하게 브리타니아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에서 아수라를 꺼내 괴테의 호위를 부탁했다.
“흐음. 이게 자동인형인가. 관절의 연결 부위만 빼면 사람하고 그리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특히 살결이 진짜 보들보들해. 배설 기관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도움!”
어째서인지 아수라의 목소리가 매우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소드 마스터가 무려 두 명이나 끼어 있는 일행이다.
게다가 일정의 대부분이 게이트를 통한 이동인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걱정은 없었다.
“게이트 덕분에 이동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킬 수 있어 다행이군요.”
“그러게요. 원래라면 한 달 가까이 걸렸을 거예요.”
게이트는 한 번에 수백 km를 이동할 수 있는 획기적인 마도구였다.
그 편리성 때문에 일정 이상 크기의 도시에는 대부분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다만 게이트를 이용해 국경을 넘을 수는 없기에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그래도 걷거나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물론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마정석이 소모되기에 이용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콜라가 엄청난 양의 금화를 벌어다 주고 있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요 일 년 사이 평생 한 번도 이용하기 힘들다는 게이트를 엄청나게 타고 다녔구나.”
“뭐, 그것도 이제 마지막일 거예요. 이번 일이 끝나면 앞으로 천 년간은 마계의 문이 열릴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봉인된 칠죄종의 아바타를 처리하면 길었던 전쟁이 끝나겠군요.”
“……그건 당신에게 맡길게요.”
8성급 요리의 실마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손에 쥐었다.
그렇지만 우선은 악마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견고히 하는 것이 먼저였다.
비스트 후작이 마르세이유에 있는 게이트의 사용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렸다.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별이구려. 케인첼 공의 활약 덕분에 바토리의 오명을 씻을 수 있었소. 언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거든 연락하시오. 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가리다.”
소드 마스터의 아낌없는 조력이라면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에 오게 되면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세요. 역시 검술 실력을 키우는 데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최고죠.”
“허허. 어째,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소만. 하여간 레스토랑이라면 내 자이메라고 아주 훌륭한 셰프를 한 명 알고 있소. 분명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거요.”
“자이메라면 브리타니아에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는 셰프 아닙니까! 기회가 된다면 그 사람의 요리가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케인첼은 비스트 후작의 도움 덕분에 지체 없이 마르세이유의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를 통과한 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엄습해 왔다.
‘마치 치킨을 시켰는데 비둘기 튀김이 온 것 같은…….’
눈을 뜨자 그곳은 차원과 차원의 틈이었다.
* * *
‘여긴…….’
케인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통 검은빛으로 물든 무저갱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뜨거운 열기와 엄청난 악취에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다행히 맹독 저항력과 화염 저항력이 몸을 보호해 주고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군.’
발을 내딛자 물컹거리는 것이 밟혔다. 마치 무언가의 내장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스무 번 가까이 게이트를 이용해 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플람베-!”
요리 스킬을 발동시키자 케인첼의 왼손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짙은 어둠을 저 멀리까지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제야 케인첼은 자신이 밟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점이었다. 누군가가 먹다 뱉어 낸 것인지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케인첼은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게이트를 통과한 순간, 검은빛이 자신을 덮쳤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상한 곳에 갇혀 있다.
게다가 모르가나와 괴테는 물론, 손을 잡고 있던 칼리오페의 모습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어? 아수라잖아?”
한쪽 구석에 한쪽 팔이 기괴한 형태로 뒤틀린 자동인형이 쓰러져 있다.
케인첼이 달려가자 아수라가 삐걱거리며 얼굴을 들었다.
“왜 혼자 있는 거야?! 괴테는?”
아수라는 절망적인 얼굴로 고개를 떨어트리며 대답했다.
“저는 손님을 저장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셰프…….”
“……아수라. 네 잘못이 아니야. 나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잖아.”
게이트가 고장 났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처음 개발된 이후 수천, 수만 번 작동했지만 목적지와 다른 곳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 분명 게이트의 제작자인 비숍이라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
케인첼은 잠들어 있는 비숍을 불렀다. 그렇지만 그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비숍의 본체는 시티즌에 있는 마탑에 있다. 케인첼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것은 그 분신일 뿐이다.
아무래도 지금 있는 장소는 그 연결마저 흐릿해진 장소인 것 같았다.
“여긴 도대체…….”
그 순간, 겨우 연결이 된 것인지 케인첼의 어깨에서 크고 아름다운 촉수가 튀어나왔다.
― 아무래도 길게 말하지 못할 것 같군. 지금 파트너가 있는 장소는 차원과 차원의 틈바구니. 우리들이 어비스Abyss라고 부르는 장소다.
‘어비스?!’
― 물질계와 마계가 반쯤 섞여 있는 공간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하여간 그곳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제멋대로다. 그곳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나.
‘대충 십 분 정도는 된 것 같아.’
― 밖에서는 0.003초가 지났을 뿐이다. 사고 가속을 써도 의식을 맞추기 힘들군.
게이트를 만든 것은 연금의 연금술사 비숍이다.
아스트랄 차원을 이용해 일정 규모의 공간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그 원리였다.
― 그렇지만 그 방식에는 큰 단점이 있다. 나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연금술사라면 게이트의 오작동을 유도할 수 있지. 젠장……! 키메라에만 관심 있는 줄 알았더니 언제 연금의 지식까지 쌓은 거지!
그제야 케인첼은 게이트를 해킹해서 어비스로 이동시킨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멀린이!?’
― 그래. 아무래도 그 미친 자식이 마계의 문을 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젠장……. 정신 가속의 지속 시간이 끝나 간다! 우선 급한 대로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도록 하마! 마계와의 연결 고리를 가진 이들을 되찾아라. 그것만이…….
본체와의 연결이 끝난 것인지 촉수가 힘을 잃고 추욱 늘어졌다. 케인첼은 묘하게 아쉬운 기분이 들어 입술을 핥았다.
‘어비스에 떨어진 세 마녀를 찾아야 하는 건가. 그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우선은…….’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처박아 두었던 듀렌달을 꺼냈다.
어느새 그의 주변에는 십여 마리의 타르타로스가 몰려들어 있었다.
“다들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구나. 오랜만에 만나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네.”
그오오오-!
그리고 듀렌달에서 어마어마한 냉기의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