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1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16화(3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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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우선 타르타로스의 움직임을 묶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인간과 여러 짐승을 섞어 놓은 모습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으나, 황산이라도 맞은 것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져 피고름이 흘러나왔다.
저건 이미 키메라라고 부르기도 힘든 괴물이었다.
“멀린 자식……. 도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인지 발이 얼어붙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수라 또한 긴장한 표정으로 회전하는 칼날을 꺼냈다.
케인첼이 시간이 날 때마다 초급 검술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일까.
그의 움직임은 상당히 매끄럽게 변해 있었다.
타르타로스 상대로는 제법 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것은 가난하고 불쌍한 나. 당신과 함께 투쟁!”
“물론이지! 그럼 가 볼까!”
공간이 좁았기에 프라가라흐의 사용은 제한된다. 그렇지만 움직이기 힘든 것은 상대 또한 마찬가지.
끼기기긱-!
톱니바퀴가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아수라가 타르타로스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연금술의 정수가 녹아든 신체가 주먹을 내뻗을 때마다 괴물의 머리통이 박살 났다.
말 그대로 철권(鐵券).
아수라의 팔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지나간 자리엔 걸레짝처럼 찢긴 타르타로스의 몸뚱이가 널브러졌다.
순식간에 열 마리에 가까운 타르타로스가 육편으로 변했다.
케인첼은 생각 이상으로 아수라가 잘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아수라가 강해진 것도 있지만, 상대가 너무 약해진 것도 같은데?”
전신이 갈기갈기 찢긴 괴물의 사체를 만져 본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많은 몬스터의 장점만을 모은 키메라, 타르타로스의 살가죽은 강철보다 질기고 단단하다.
오러 소드가 아니면 그것을 베기는 어렵다.
게다가 힘들게 타르타로스의 몸에 피해를 준다고 해도 순식간에 재생해 버린다.
결국 한 방에 일정 범위를 일소시킬 수 있는 대군(對軍) 스킬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것은 에레보스는커녕, 타르타로스만도 못한 괴물이었다.
그저 외모만 더욱 흉측하게 변했을 뿐.
“잠깐만.”
케인첼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폴른 스타를 발동시켰다.
오러 블레이드 시그니처를 얻은 후, 폴른 스타의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리고 수백에 달하는 적의가 근처를 배회하듯 돌아다니는 것을 감지했다.
이곳만 유독 키메라 밀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면 어비스 전체에 얼마나 많은 수의 타르타로스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적의 두 개가 부딪치더니 하나가 사라졌어……. 설마 잡아먹은 건가?!’
케인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멀린이 어비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대충 확인해 본 결과 이 근처의 구조는 미로에 가까웠다.
마녀 중에는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는 이가 두 명이나 된다. 타르타로스가 그들을 해치기 전에 찾아야 했다.
“아, 그걸 이용하면 모르가나는 쉽게 찾을 수 있겠네. 아벨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던 거지만 어쩔 수 없군.”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꼭꼭 숨겨 두었던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마치 절대로 풀어서는 안 될 것을 품고 있는 것처럼 밀랍으로 봉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코를 찌르는 듯한 엄청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조심스럽게 플람베의 불꽃으로 겉을 감싸고 있는 밀랍을 녹이자, 고깃덩어리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렌트 다벤느(Boulette d’Avesnes). 역시 듣던 대로 엄청난 위용이군.”
갈리아의 특산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염소젖을 발효시켜 만든 치즈다. 그중에서 블렌트 다벤느는 악마의 좌약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고약한 냄새를 자랑한다.
허브 가루를 묻힌 치즈를 2~3달가량 숙성시켜 만드는데.
그 향기는 치즈를 즐기는 갈리아인들조차 역겨워할 정도로 강렬하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코를 막은 채 효과 증폭을 발동시켰다.
블렌트 다벤느의 향기는 수백 미터까지도 퍼진다고 한다.
그것이 몇 배로 강해진 것이다.
이제 이 근처는 말 그대로 악취의 도가니다.
“윽, 입으로 숨을 쉬는데도 역겹네. 이거 진짜 무기로 써도 되겠는데?”
마치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타르타로스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모르가나의 후각은 인간보다는 개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나다.
그녀가 이런 강렬한 흔적을 놓칠 리 없다.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호! 내 코호가아! 써, 썩어어어어어어!”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천장이 박살 나며 작은 몸집의 여자가 뛰어내렸다.
“바로 위에 계셨군요. 생각보다 일찍 찾았네요.”
“케, 케인첼 당신! 절 쇼크로 죽이고 싶은 건가요! 그 엄청난 악취는 도대체……!”
억지로 숨을 참고 있는 것인지,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변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효과 증폭은 쓰지 말걸 그랬나. 뭐, 찾았으면 된 거지.’
“이거 말이죠. 비스트 후작이 아껴 먹으라고 특별히 나누어 준 블렌트 다벤느라는 치즈입니다. 냄새가 조금 강렬하죠?”
결국 숨을 참지 못한 모르가나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코앞에서 블렌트 다벤느의 향기에 직격을 당하고는 입을 가리고 헛구역질을 해 댔다.
“우욱……. 이게 조금 강렬한 거라고요?! 많이 강렬했으면 쇼크로 죽었을 거예요……!”
농담같이 들리지만, 진심이었다.
“냄새는 좀 역해도 맛은 정말 좋습니다. 한 입 드실래요?”
“케인첼, 당신이나 많이 드세요!”
모르가나가 박살 낸 천장을 타고 괴테가 비척거리며 내려왔다.
그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치즈를 보며 눈을 빛냈다.
“우와. 그거 블렌트 다벤느 아니야? 모양, 감촉, 냄새까지 정말 완벽한데! 이 귀한 것을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다시 봉인하기도 힘들 것 같으니 여기서 먹어 버리죠.”
“좋지! 이 치즈는 냄새만큼이나 맛도 강렬하거든. 그래서 맛이 진한 호밀빵이 정말 잘 어울린단 말이야. 혹시 가진 것 있어?”
“물론이죠.”
케인첼은 가방에서 거칠게 간 호밀로 만든 품퍼니켈 빵을 꺼냈다.
호밀만으로 만들어 찰기가 아예 없고, 식감이 거칠지만 묘한 단맛이 나는 빵이었다.
“오, 이건 정말 완벽하게 멋지군. 이 치즈는 말이야. 곰팡이 핀 부분은 적당히 잘라서 버리고, 속의 말랑한 부분만을 먹는 거야.”
괴테는 설명을 하며 반으로 자른 품퍼니켈 빵 위에 치즈를 얹었다.
“냄새가 부담스러우면 이렇게 빵으로 덮어서 먹으면 돼. 자, 그럼 먹어 보실까.”
한입 가득 품퍼니켈 빵을 베어 물자 찰기 하나 없이 푸석푸석한 식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씹을수록 입안이 달다.
건조해진 입속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치즈를 먹기 시작했다.
표면에서 느껴지는 아주 약간의 고소함과 묵직하면서 꾸덕꾸덕한 식감.
“크윽, 치즈가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리면서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는데. 이게 까끌까끌한 호밀빵과 정말 잘 어울린단 말이지. 너무 맛있다.”
은은한 신맛을 지닌 치즈의 풍미와 호밀의 거칠면서 달달한 맛.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음식이 연주하는 것은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묘한 중독성을 지닌 선율이었다.
괴테는 겨우 세 입 만에 커다란 빵을 뚝딱 먹어 치웠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천국이로다.”
모르가나는 어떻게 저런 음식을 먹을 수 있냐며 눈을 흘겨 뜨며 괴테를 노려보았다.
케인첼은 어쩔 수 없이 모르가나를 위해 버터 감자를 구워야 했다.
“이거는 드실 수 있죠?”
“……네. 정말 맛있네요.”
블렌트 다벤느의 위엄 덕분에 근처에 있던 타르타로스가 물러나 즐길 수 있었던 잠시 동안의 휴식이었다.
* * *
케인첼은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을 모르가나와 괴테에게 전했다.
그러자 괴테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턱을 괴며 말했다.
“시간과 공간이 제멋대로 섞여 있는 어비스라……. 그 안에 수많은 키메라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거지?”
“예. 그런데 놈들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더군요. 마치 엄청나게 열화된 것 같았어요.”
“흐음. 멀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 혹시 고독(蠱毒)이라는 말 알아?”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모르가나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옆으로 획 하고 돌린 것이다.
“오. 모르가나 공은 짚이는 바가 있나 봐. 역시 허세로 미덕을 맡고 있는 것이…….”
모르가나는 원망이 담긴 눈으로 괴테를 노려보며 외쳤다.
“제발 그 입을 좀 가리고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정말 토할 거 같단 말이에요.”
“……아. 몇 번이나 양치질을 했는데도 아직 입에서 썩은 치즈 냄새가 나고 있나 보네.”
“우웁…….”
모르가나의 초감각은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그런데 이런 약점이 있었을 줄이야.
케인첼은 우연히 브릴리언트 로드를 통해 본 어떤 레시피를 떠올렸다.
삭힌 홍어라는 요리로 그 냄새는 블렌트 다벤느보다 더 강렬하다고 한다.
‘다음에 한번 만들어 봐야겠군. 도대체 무슨 맛일지 궁금한걸. 그런데 숙성용 볏짚은 어디서 구하지?’
새로운 요리를 만들 생각에 정신이 없는 케인첼을 뒤로한 채.
괴테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고독은 동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주의 일종인데, 무고(巫蠱)라고도 부르지. 뱀이나 지네, 그리마, 두꺼비같이 독을 가진 동물을 잔뜩 모아서 커다란 상자 안에 집어넣는 거야. 물론 먹이는 전혀 주지 않고. 그렇게 방치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본능에 따라 서로를 잡아먹겠죠.”
“맞아. 그렇게 상자 안에서 약육강식을 반복한 끝에 가장 강한 개체만 살아남아. 그렇지만 그동안 농축된 독이 너무나 강해서 그놈도 머지않아 죽지. 거기서 채취한 독이 고독이야. 염매(厭魅)와 함께 최악의 저주로 꼽히지.”
염매가 무엇인지 묻자, 괴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들어 봐야 기분이 나빠질 뿐이니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멀린은 최강의 생물을 만드는 것을 비원으로 삼은 생명의 연금술사.
“게다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것만이 아닌 것 같아. 키메라의 상태가 상당히 열화되었다고 했지?”
“기형으로 보일 정도로 몸이 뒤틀린 것도 있었어요.”
“그거 근친상간과 이종 교배를 반복하면 나타나는 증상이야. 수가 엄청나게 불어난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비숍의 말을 참고하면 이곳의 시간은 바깥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느리다고 한다.
멀린이 모습을 감춘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그사이 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수백……. 아니 수만 년이 지났을지도 모르겠군.’
케인첼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오한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키메라의 수명은 짧다.
그만큼 생의 사이클이 빠르다는 것이다. 도대체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어떤 참극이 반복된 것일까.
‘분명 키메라 중에는 인간성이 남아 있는 개체도 있었어. 그렇지만 여기에 있는 것은…….’
만약 이들이 밖으로 풀려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멀린, 그놈도 참 불쌍하군요. 최강의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비원의 끝에 도달한 결과 남은 것이 그런 괴물이 되다만 잔챙이뿐이라니.”
“그렇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교배를 반복하다 보면, 진짜 괴물이 태어날 때도 있어. 그리고 무한한 시간이 있다면 제로에 가까운 가능성도 백이 되지.”
그때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괴물의 포효 소리가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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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흉성(凶聲)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엄청난 불길함을 담고 있었다.
괴테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타르타로스에 에레보스라고 했으면 남은 것은 카오스뿐인가. 어비스의 주민으로는 정말 딱 어울리는 이름이구만.”
무한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타르타로스를 잡아먹고 생존해 있다면.
분명 최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키메라가 되어 있겠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멀린은 카오스의 먹이로 삼기 위해 케인첼을 이곳에 가둔 것이리라.
“아무래도 카오스가 접근하기 전에 남은 마녀를 찾아야 할 것 같군요.”
“그런데 바토리와 칼리오페는 저처럼 코가 좋지 않은데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미리 만들어 둔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모르가나에게 내밀었다.
“이걸 이용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