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1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18화(3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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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롸롸악!
큰 상처를 입은 카오스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놈의 목에서 고름이 섞인 핏물이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치명상은 되지 못했다.
“역시 재생하고 있군.”
수많은 키메라의 인자가 모인 괴물답게 순식간에 카오스의 목에 나 있는 상처가 회복되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키메라와는 달리, 바닥에 떨어져 있던 피까지 놈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시간을 뒤로 돌린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생력.
저래서는 블러드 드레인으로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는 전법도 사용하지 못하리라.
‘확실히 불이 약점이긴 한데, 저 재생력을 뚫고 치명상을 주려면 운석이라도 떨어트려야겠는데?’
케인첼은 타다끼에 양파 검술을 접목시켜 동시에 네 개의 화구(火求)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카오스의 양쪽 날개를 노리고 발사했다.
펑, 퍼펑, 퍼퍼펑!
그러자 곳곳에서 엄청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에레보스라 해도 이 정도 공격에 맞으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카오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끼아아아악!
날개에 붙은 불을 엄청난 풍압으로 꺼트린 카오스가 소름 끼치는 괴성과 함께 돌진해 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공격의 우선권은 카오스에게 있었다.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는 소드 마스터라 해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특히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한 쌍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풍압이었다.
단순한 바람이 아닌지, 충격파에 직격당한 바닥이 갈라져 검은 기운이 꾸물거리며 솟아나고 있었다.
방금 전의 일격이 카오스에게도 위협이 된 것일까.
놈은 명백히 케인첼이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때, 평소보다 훨씬 다급하면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심하세요! 진짜는 꼬리예요!”
케인첼은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쿠쿠쿠쿠쿵―!
그리고 공간 자체를 박살 내버릴 기세로 휘두른 꼬리가 케인첼의 발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하는 것이 0.1초만 늦었어도 몸뚱이가 그대로 터져 나가고 말았으리라.
‘쳇, 역시 검 하나로 상대하긴 힘든가.’
케인첼은 최대한 카오스와의 거리를 벌린 후, 이기어검을 발동시켰다.
동시에 양파 검술을 이용해 프라가라흐의 수를 7개로 늘렸다.
‘가라!’
손을 대지 않고 검을 움직일 수 있다 해도 그것을 다루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케인첼이다.
민첩성이 오르면 빨라지는 것은 신체의 움직임만이 아니다. 그에 따른 반응 속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케인첼의 의지에 따라 일곱 자루의 프라가라흐가 일제히 쏘아졌다.
그것은 말 그대로 검의 폭풍……!
한 호흡 만에 수십 번이 넘는 검격이 카오스의 몸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이기어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너덜너덜하게 변해 버린 걸레짝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키메라의 몸이 재생되는 속도조차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지켜보고 있던 모르가나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드래곤의 힘을 지닌 키메라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어……!”
까마득한 후배가 분투하고 있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모르가나는 꼬리만은 확실히 봉쇄하겠다는 기세로 검을 움켜쥐었다.
“……신체 가속 풀 버스터!”
몸에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보이는 오러가 피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진각을 밟았다.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모르가나와는 달리 케인첼은 초조했다.
지금은 카오스를 압도하고 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큘라의 피 덕분이다.
이미 지속 시간의 절반 이상이 지나 있었다.
비록 마법을 쓸 지능은 없다고 해도 드래곤의 몸은 그 자체만으로 결전 병기에 가깝다.
거기에 불사에 가까운 재생 능력이 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강적을 상대해 왔지만, 전율마저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오스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엘리자베스의 광익 같은 대군 스킬이 필요해. 잠깐만…….’
케인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카오스의 꼬리를 상대로 분투하고 있는 모르가나에게 외쳤다.
“이대로 소모전을 계속해 봐야 남는 것은 필패뿐입니다.”
모르가나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카오스의 꼬리에 몇 번 스쳤을 뿐인데 늑골이 네 개나 부러졌다.
만약 직격이라도 당한다면 강철 같은 소드 마스터의 육체로도 버틸 수 없으리라.
승기는 희박하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카오스를 쓰러트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차원과 차원의 틈새 따위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결국 모르가나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케인첼에게 걸어 보기로 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뱀파이어 화의 지속시간은 0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혈검, 만드실 수 있죠?”
모르가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혈검폭발을 적중시킨다면 저 지긋지긋한 괴물을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지만 혈검은 만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전열을 이루고 있는 대군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재빠른 카오스를 상대로 그것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만약 맞추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모르가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지만 해야 했다. 아니, 해내야 한다.
그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내용을 담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전해졌다.
“대련 때 제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시죠.”
“……!”
그것으로 모르가나는 케인첼의 계획을 완전히 이해했다.
뱀파이어에게 주어진 피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
그것을 이용하면 모르가나가 만든 혈검을 케인첼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능하다.
모르가나는 각오를 다진 얼굴로 자신의 어깨에 칼을 박아 넣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새 뱀파이어 화의 지속시간은 채 20초도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으윽……!”
한순간에 대량의 피를 소모한 모르가나는 멀어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잡았다.
이것을 케인첼의 손에 넘길 때까지 절대 기절해서는 안 된다.
“……제 생명을 받아 주세요. 그리고 반드시.”
10초, 9초…….
남은 시간은 끊임없이 줄어들어 갔다. 케인첼은 완성된 혈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오오오오……!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카오스가 포효했다.
그와 동시에 혈검을 넘겨받으려는 케인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혈검이 피로 이루어져 있는 이상, 만들어진 순간부터 케인첼의 지배하에 들어온다.
“――확실히 받았습니다, 모르가나.”
케인첼은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강해지기 위해 영혼마저 포기한 가녀린 마녀의 생명을 움켜쥐었다.
모르가나의 오러가 담긴 혈검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이제 케인첼에게 남은 시간은 단 3초뿐이었다.
혈검에 자신의 마나를 더하는 데 1초가 소모되었다.
2m 남짓한 크기의 검이 순식간에 10배 이상 부풀어 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
스킬의 발동어를 외치고 그것을 이용해 멸할 대상을 사거리 안에 두는 데 또다시 1초가 필요했다.
“……혈검폭발(血劍暴發).”
마지막으로, 그것을 휘두르는 데는 1초면 충분했다.
쿠쿠쿠쿠쿠쿠쿵―――――!
순간, 어비스 내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모르가나가 만들고, 케인첼이 휘두른 피의 검이 폭발하며 생겨난 충격파가 카오스의 몸을 덮쳤다.
수백, 아니 수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키메라를 포식하며 힘을 길러 온 괴물 카오스.
놈은 일말의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한 줌 핏덩이로 변했다.
* * *
너무나 큰 폭발이 근처의 산소를 연소시켜 한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기가 식으면서 돌풍이 몰아쳤다.
그와 동시에 뱀파이어로 변하며 강화되었던 육체가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케인첼은 쓰러지려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양쪽 어깨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모르가나가 있었다.
“……이겼습니다.”
“아하하……. 이제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불러야겠네요.”
“아수라. 지금 바로 체력 회복용 요리를 만들 테니, 그동안 모르가나 님을 부축해 드려.”
그러자 구석에서 몸으로 다른 일행을 보호하고 있던 자동인형이 튀어나왔다.
모르가나는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인형을 안고 자는 것은 아주 예전에 그만 두…….”
“도움!”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몸을 가눌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아수라의 품에 안겨야 했다.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 항상 챙겨 다니는 조리대를 꺼냈다.
그리고 소모된 피를 회복시켜 주는 최고의 식재료인 고르곤 간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칼리오페가 눈을 빛냈다.
“고르곤 간 맛있어. 케인첼, 나도 먹어도 돼?”
“미안하지만 이건 모르가나 님 전용이야. 여기서 나가면 더 맛있는 요리를 해 줄게.”
“……응. 칼리오페 영리해. 케인첼의 말뜻 이해했어.”
케인첼은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고르곤 간 스테이크를 구워 냈다. 그것을 접시 위에 담아 모르가나에게 내밀었다.
“드세요. 움직이려면 우선 소모된 피를 어느 정도 회복해야 합니다.”
“아……. 잘 먹을게요. 언제 봐도 맛있어 보이는 요리네요.”
“예전에 던전에서 고기를 구웠던 적이 있는데, 설마 차원과 차원의 틈새에서 똑같은 일을 할 줄은 몰랐군요.”
모르가나는 순식간에 고르곤 간 스테이크를 다섯 덩어리나 먹어 치웠다.
식욕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괴테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오늘 본 내용을 다른 작가 놈들에게 말했다가는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냐고 놀림받을 거야.”
인간의 몸으로 뱀파이어의 힘을 구사한 것으로도 모자라, 잠시나마 드래곤의 힘을 가진 키메라를 압도했다.
그리고 비록 타인의 기술을 빌리기는 했으나 놈을 일격에 쓰러트렸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경악을 넘어 경이에 가까웠다.
“아직 마계의 문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몇 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케인첼 공에게 또 목숨을 하나 빚졌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아, 혹시 베르테스의 초판 사인본이라도 한 권 줄까? 얼마 전에 창고를 뒤지다가 남는 것을 발견했는데 말이야.”
“……그거 전 세계에 네 권밖에 없어서 일국의 국왕도 구하기 힘들다는 귀중품 아닌가요.”
“음, 그랬던가. 술값 한다고 팔아 버려서 잘 몰라.”
괴테가 양피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쓴 초판본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히 베르테스였다. 소문에는 브리타니아의 황제 아슬란까지도 그것을 탐낸다고 한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혹시 요리 책 같은 것은 없나요. 그게 더…….”
“뭐시여?! 감히 괴테 님이 직접 쓴 초판보다 요리 책이 더 좋다고?! 에라, 모르겠다. 요리 책이라면 찾아보면 한 백 권쯤 나올 거야. 베르테스랑 해서 전부 줄게.”
“오, 백 권이나요?”
대문호답게 괴테가 보유하고 있는 장서의 수는 웬만한 도서관 못지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니 케인첼이 밟고 있는 공간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허니버터 샌드위치를 우물거리고 있던 칼리오페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비스의 존재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카오스가 완전히 소멸했어. 그래서 차원의 파편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어.”
“……여기서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거지?”
“응. 그렇지만 걱정 마. 마녀가 가지고 있는 마계와의 연결 고리를 이용하면 원래 있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마녀의 영혼은 어디에서 죽더라도 계약한 악마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것을 역으로 길잡이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는 거지?”
칼리오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남은 것은 전부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것처럼 보였다.
“맡겨 줘. 기본적인 원리는 게이트 마법을…….”
역시나 마법에 능한 드래곤답게 칼리오페의 지식은 엄청났다.
비숍이라면 몇 달이고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쩌정-!
그 순간, 천장에 달려 있던 수정이 떨어지며 그 충격으로 반으로 갈라졌다.
거기에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매부리코가 떠올랐다.
“가, 감히……! 가암히이……! 이 멀린 님이 만든 최강의 키메라르으으으으으을……!”
설마 이런 식으로 쓰러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케인첼은 피식거리며 도발하는 말투로 말했다.
“아, 아직 네놈이 남아 있었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와서 하지 그래.”
“진화가 되다만 원숭이 주제에……!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그딴 말을 내뱉느냐……!”
“그 원숭이한테 쓰러진 키메라는 누가 만들었더라.”
“흐끄으으으윽……! 지금 당장 네놈을 잡아서 산 채로 가죽을 벗겨 주마! 그리고 새로운 카오스를 키우는 양식으로……!”
“하, 웃기고 앉았군. 그러니까 말로만 그러지 말고 할 수 있으면 직접 나와서 해 보라니까. 물론 그럴 수 있는 몸이 있으면 말이야.”
“……!”
어느새 케인첼의 어깨에는 비숍의 의식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말해 주었다.
지금 케인첼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멀린이 아니라, 그저 썩을 대로 썩어 버린 비원의 찌꺼기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