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2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26화(2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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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雨人).
그것은 동방의 신화에 등장하는 바람과 비와 구름을 다루는 능력자를 말한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하늘의 뜻으로, 그것을 기원하는 기우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열리곤 했다.
“우인은 비를 내리는 데 필요한 세 가지 능력을 지닌 사람을 말하오. 동방의 소국에서는 아메후라시비토(アメフラシ人), 또는 우사(雨師)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우인은 그 두 단어를 합쳐서 만든 용어인 것 같았다.
“그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가 있소. 들으면 우인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압둘라는 텅 빈 도자기가 아쉬운지 몇 번이나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십 년 동안 길고 긴 가뭄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전 국토가 말라비틀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그때 거지꼴을 한 노인이 나타나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차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고 다녔다고 하오. 그렇지만 쉽지 않았소이다. 자신들이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인데 쉽사리 차를 대접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소?”
노인은 결국 탈진해서 길바닥에 쓰러진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일해도 물 한 잔 사 먹기도 힘든 사람은 물론, 충분히 도울 여유가 있는 부자들조차 노인을 무시했다.
어설프게 자비를 베풀었다가 물을 달라고 몰려올 사람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인은 말라 죽어 갔다.
그에게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꾀죄죄한 옷을 입은 아이였다.
아이는 노인에게 소중하게 품고 있던 물병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더러운 흙탕물이 아주 조금 담겨 있었다. 아이는 이런 것밖에 없어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그렇지만 말라 가고 있던 노인에게 그 흙탕물은 생명수나 마찬가지였다.
단숨에 흙탕물을 전부 마신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아이야. 네가 나를 구했구나. 보답으로 작은 선물을 주도록 하마.
노인이 손을 들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증오스러울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모든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먹구름이었다.
우르릉 콰앙!
천둥이 치는가 싶더니, 쏴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메말라 버렸다고 생각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것은 모든 이들이 무시했던 노인이 일으킨 기적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거지꼴을 한 노인이 아니라,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사내였다.
“……노인의 정체는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신이 보낸 사자였소. 결국 마음씨 착한 아이의 선행이 모두를 구한 것이오.”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를 내려 가뭄을 해소한 사내는 그 후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아이에게 그 힘이 옮겨 간 것이다.
“그분이 바로 인간의 그릇으로 신의 힘 ‘아메후라시’를 사용했던 가장 오래된 우인, 수요 님이외다.”
“수요라…….”
물의 요정(水妖)이라는 뜻이었다.
그 후로도 아메후라시의 힘은 가뭄이 심할 때면 인간의 몸에 깃들어 비를 내리게 한다고 한다.
“……설마 오스만 제국에서 1년에 3개월 동안은 반드시 비가 내리는 이유가 그 힘 때문이라는 겁니까?”
“그렇소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오스만 제국에는 술탄을 신성시하는 풍토가 있다. 만약 아메후라시에 대해 알려진다면 술탄과 우인이라는 두 방파로 갈라져 정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술탄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우인의 존재를 숨긴 것이겠지.
“모든 문제는 12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대가뭄으로부터 시작되었소.”
대가뭄 전까지만 해도 아메후라시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비가 내리곤 했다.
우인이 해야 할 일이라곤 감수량이 적은 지방에 약간의 비를 보태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대가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메후라시 없이는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게 되었소. 단 한 사람의 어깨에 오스만 제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들의 목숨이 달린 것이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겠소?”
결국 오스만 제국은 12년 동안 단 한 명의 우인에 의해 버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12년 전이라면 바로 칠죄종 전쟁이 시작된 때가 아니던가.
“브리타니아에도 비슷한 일이 었었습니다. 칠죄종 전쟁의 여파로 한동안 땅이 메말랐죠.”
만약 오스만 제국의 대가뭄이 칠죄종 전쟁 때문이라면, 이제는 다시 비가 내려야 한다.
칼리오페의 희생으로 앞으로 천 년 동안은 악마가 이 땅을 밟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드래곤 로드가 전력을 다해 칼리오페의 잠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압둘라가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스만을 덮친 대가뭄이 칠죄종 때문이 아닌가 싶어, 바로 얼마 전에도 아슬란 폐하와 논의를 한 적이 있소. 결론은 보시다시피 여전히 대가뭄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소. 아무래도 마족과 칠죄종은 대가뭄의 원인이 아닌 것 같구려.”
‘수여식 때 술탄이 방문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대가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소. 그렇지만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요.”
“설마 제게 그것을 맡기려는 겁니까?”
“아니오. 대가뭄은 이미 오스만 전체가 맞서 싸워야 할 재앙이외다. 잠시 이것을 봐 주시겠소?”
압둘라는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유리병을 꺼냈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왜 콜라병이 거기서 나와!?”
압둘라는 피식 웃으며 그것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현 우인인 세헤라자드 님께서는 우연히 콜라를 접하시곤 매일 이것을 달고 사셨소.”
최근 들어 콜라의 생산량이 50% 정도 늘어, 해외에까지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액수가 생각보다 엄청나서 지스타드 영지의 쏠쏠한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런데 콜라병 안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들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가 적혀 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얼핏 보이는 서두에 확실하게 ‘케인첼’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읽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라고 가져온 것이오.”
삐뚤삐뚤한 대륙 공용어로 적힌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 우연히 케인첼 님이 만드신 콜라를 먹게 되었습니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져서 쌓였던 근심과 걱정이 전부 날아가 버리는 맛이었어요. 일하다 힘들면 콜라를 마시며 다시 힘을 냅니다. 구하기 힘들어 하루에 한 병뿐이지만, 지금은 제 목숨처럼 소중한 시간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케인첼 님이 만드신 다른 요리도 먹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남기고 우인께서 사라지셨소.”
“설마 제가 만든 요리를 먹으러…….”
어쩌면 지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우인 세헤라자드가 자신의 요리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닐까.
“그건 아닐 것이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세헤라자드 님께서 어찌 대륙의 끝과 끝을 일주하겠소. 분명 우인의 힘을 노리는 누군가에게 납치되었을 거요.”
그렇지만 사라진 세헤라자드가 남긴 단서는 이 편지가 유일하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는 명백하게 케인첼을 만나고 싶어 했다.
“원래대로라면 벌써 한 달 전에 우기가 시작되었어야 했소. 그렇지만 세헤라자드 님이 안 계신 지금……. 오스만 제국에는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있소이다. 케인첼 공께서는 몇 번이나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했다고 들었소. 분명 공이라면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오스만 제국을 구해 주시오.”
설마 콜라가 일으킨 폭풍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케인첼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압둘라를 돕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브리타니아의 중추라 할 수 있는 7대 미덕이자, 지스타드 영지의 군주였다.
게이트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국내라면 몰라도 오스만 제국에 가기 위해서는 몇 개월 이상 자리를 비워야 한다.
케인첼은 혹시나 싶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벨을 찾아갔다.
콜라의 판매는 어디까지나 그녀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확실히 오스만 제국과는 작년부터 꾸준히 거래를 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해 주는데다가, 어음이 아닌 금화로 값을 치러서 믿을 만한 거래 상대였지.”
아벨은 고민하는 케인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케인첼,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나.”
“돕고 싶어. 분명 그것으로 내 요리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케인첼의 앞에는 갱신된 스킬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손님이 당신이 끓인 차에 매우 만족해합니다.] [차에 대한 지식이 뛰어납니다.] [다도 레벨이 올랐습니다.]한동안 멈춰 있던 다도 스킬이 드디어 6성에 도달했다.
그러자 식재료의 상태를 분석하는 미식 스킬처럼 부가 기능이 개방되었다.
[다도: ★★★★★★]* 더러운 물에 손을 대면, 차를 끓이기에 적합한 상태로 만든다.
* 가까운 곳에 있는 수맥을 감지할 수 있다.
전부 물에 관련된 능력이었다.
좋은 차를 끓이기 위해서 그만큼 물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두 가지 부가 기능 모두 숙련도가 매우 낮았다.
정화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소금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정도.
수맥을 감지할 수 있는 범위 역시 채 10m도 되지 않았다.
분명 숙련도를 높이면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게 되겠지.
케인첼은 입술을 핥았다.
이번 일로 인해 다도 스킬에 물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인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화와 식수 감지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맡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지의 일이라면 지금도 대부분 니뮤에 영주 대행이 처리하고 있고, 미덕이라면 스승님께서 어떻게든 해 주시겠지. 모두 자네에게 은혜를 입지 않았나. 이 정도 부탁쯤은 기꺼이 들어주시겠지.”
“고마워 아벨.”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던 아벨의 얼굴이 귀까지 붉어졌다.
“무, 무, 무슨 소린가! 친구 사이에 이 정도쯤은……!”
이제 남은 것은 브리타니아의 황제 아슬란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케인첼은 여전히 그 남자와 만나는 것이 거북했다.
그 이유는…….
* * *
오스만 제국의 사정을 들은 아슬란은 껄껄 웃으며 비어 있는 양피지를 한 장 꺼냈다.
“파견을 허락하겠네. 국정은 짐과 로엔그린에게 맡기고 마음 편하게 다녀와도 되네. 서류만 알아서 작성해 두게나.”
여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칠죄종을 봉인하고 있었던 성왕 아슬란.
그는 행복을 부르는 비프스튜를 먹고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바뀌었다.
아슬란이 묘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그런데 케인첼. 전에 부탁했던 마들렌 굽는 법은 언제 가르쳐 줄 생각인가. 우후후. 하루라도 빨리 캐롤라인과 직접 만든 과자로 티타임을 즐기고 싶구나.”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딸 바보가 되었을 줄이야.
얼마 전에는 왕명이랍시고 캐롤라인에게 무엇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지 물었을 때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우선은 밀가루를 반죽하는 연습부터 하시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러자 무엇이 그리도 무안한 것인지, 아슬란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게 말일세. 아무리 힘을 줘서 주물러도 도통 반죽이 부풀지 않는다네! 그것만 조금 도와줄 수 없겠나.”
“반죽부터 하셔야 직접 만든 과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베이킹파우더는 넣으셨습니까.”
“아.”
“그러니 당연히 반죽이 부풀지 않죠. 마들렌 특유의 폭신폭신한 식감을 얻으려면 그것을 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말고, 조금만 도와주게나. 베이킹파우더라면 마탑에서 100kg 정도 구입해 놓은 것이 있을 거야.”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고요. 100g이면 앞으로 1년은 먹을 겁니다. 하여간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열심히 반죽하는 법이나 연습해 두십시오.”
“허허허, 알겠네.”
생각보다 쉽게 허락을 받아 낸 케인첼은 아슬란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앞으로 황성에서 일하는 이들은 매일 밤늦게까지 딸에게 주기 위한 마들렌 반죽을 만드는 아슬란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
밖으로 나오자 여행 채비를 마친 아벨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벨?”
“다행히 폐하의 허락을 받은 것 같군. 오스만 제국으로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다, 케인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