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2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27화(2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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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라니?”
“잠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 내가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니. 같이 가고 싶다.”
아벨은 이미 한참 전부터 검술로는 케인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노 영지의 던전에서 같이 싸울 때만 해도 이 정도 격차는 아니었다.
케인첼 보다는 조금 늦긴 했지만, 하프엘프의 몸으로 소드 나이트까지 될 수 있었다.
오러를 다루지 못하는 엘프의 피를 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성과였다.
분명 앞으로도 케인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싸울 수 있겠지.
친구이자 동료로 남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그 이후로도 말이 안 될 정도로 강해져, 겨우 일 년 만에 7대 미덕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초라한가.
타르타로스와의 싸움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지 않은가.
칠죄종이나 악마는 생각하는 것조차 끔찍했다.
결국 언제부터인가 전면에 나서는 일이 사라지고, 영지 경영이나 콜라의 판매 같은 것만을 맡게 되었다.
물론 그것 역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아벨은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라도 케인첼의 곁에 함께 하고 싶었다.
그것은 이미 우정을 넘어 동경이나 사랑의 영역에 도달한 감정이었다.
분명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고마워, 아벨. 역시 콜라병이 신경 쓰였던 거지? 확실히 아벨은 예전부터 책임감이 엄청났다니까.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오스만의 대가뭄에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면 분명 아벨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
“……따라가도 된다는 건가?”
“물론이지.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그러니까, 아벨. 나와 함께 오스만 제국까지 동행해 줄래?”
“……!”
이것으로 오스만 제국으로 향하는 케인첼과 한동안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케인첼의 태도가 묘하게 핀트에 어긋나 있었지만, 우선은 기뻐하기로 했다.
“……뭐, 이래야 케인첼답지. 하여간 잠시 따라와 주겠나.”
아벨은 케인첼을 데리고 그랜드 크로스의 기사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헥토르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로엔그린이다. 그래서인지 훈련장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브리타니아 최강의 기사단이라 불리는 그랜드 크로스.
그렇지만 타르타로스와의 싸움에서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절반에 가까운 전력을 잃었다.
그것이 강해지고자 하는 열의에 불을 붙인 것이다.
“단장님께서 자리를 비우고 계신다! 그렇다고 해서 게으름을 피우겠는가!”
“아닙니다!”
“또다시 키메라 따위에게 패배하고 싶은가!”
“아닙니다!”
“그러면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검을 휘둘러라!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라!”
그러자 동시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벨은 기사들의 모습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북부에 정착하지 않았으면, 분명 저런 식으로 훈련을 받고 있었겠지.
“케인첼. 오스만 제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것을 봐 주었으면 한다.”
그녀의 등에는 애용하던 세검 대신 나무를 깎아 만든 활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풍기는 기운이 묘하게 익숙했다.
“그 활, 설마 세계수 이그드라실로 만든 거야?”
“정답.”
엘프는 세계수에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본능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가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세계수가 자라는 데 필요할 때뿐이다.
세계수 또한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자라나는 나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스타드 영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그드라실은 쓸모없는 가지를 잔뜩 가지고 있었다.
여왕 니뮤에는 그것을 이용해 일족을 무장시켰다.
“엘프는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나무나 풀이 지닌 자연의 힘. 즉 정령을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세계수는 그 어떤 나무보다도 많은 정령을 품고 있지.”
훈련장의 구석에는 궁술을 연습하기 위한 표적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아벨은 그것을 향해 활을 겨냥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활줄이 연한 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새 허리까지 덮을 정도로 길게 자라난 아벨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었다.
보통 활줄은 동물의 힘줄을 이용해 만든다. 그렇지만 엘프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머리를 실처럼 꼬아 사용한다.
그래야 화살에 정령의 힘을 담기가 수월해진다고 한다.
“……머리를 계속 기른다 했더니, 활을 만들기 위해서였구나. 그런데 화살은?”
“필요 없다.”
아벨은 천천히 활줄을 당겼다. 그러자 그곳에 바람의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바람의 정령이잖아?!”
선명한 초록빛으로 이루어진 바람의 화살.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오러 블레이드와 닮아 있었다.
아벨은 의지를 담아 시동어를 외쳤다.
“가라, 스톰 윈드!”
쿠쿠쿠쿠쿵-!
손을 놓자, 바람의 화살이 충격파를 뿜어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표적을 관통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산산조각을 내 버렸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대지에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들어 냈다.
화살 한 발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아벨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떤가, 케인첼. 이 정도 위력이면 제법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대박인데?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엄청난 기술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아벨은 마치 정령을 오러 블레이드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니뮤에 님에게 이파리를 받은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음. 확실히 내가 그때부터 좀 바쁘긴 했지.”
아무래도 이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든 활의 이름이 이파리인 것 같았다.
아벨은 간단하게 방금 전에 사용한 기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인간과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다. 오러와 정령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
그 대신 어느 쪽이든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것을 해결해 준 것이 이파리였다.
“이파리의 도움이 있으면 하급 정령까지는 무리 없이 다룰 수 있다. 거기에 날 때부터 배운 마나 연공법이 더해지니 이런 일이 가능하더군. 스톰 윈드를 처음 발동시켰을 때는 스승님조차 경악했을 정도였지.”
“엘리자베스 님이 말이야?”
“그렇다. 뭐, 연적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엘프족 역사상 최초의 정령궁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스톰 윈드의 대단함은 그 폭발력뿐만이 아니었다.
정령의 화살 또한, 칼날 취급을 받는 것인지 에나토스 크시포스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곡사까지 가능해, 장애물 뒤에 숨어 있는 적을 노릴 수 있다.
말 그대로 무한한 응용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아벨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진심을 토해 냈다.
“지금은 세 발뿐이지만 연습하면 조금 더 늘릴 수 있겠지. 어떤가, 케인첼. 이 정도면 오스만에서 자네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케인첼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아벨의 손을 움켜쥐었다.
“역시 아벨은 대단해.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무, 무, 무슨 짓인가 케인첼……!”
아벨은 귀까지 빨갛게 물든 것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한동안 케인첼과 함께할 수 있다.
검사로서의 한계를 깨닫고, 정령궁수로의 전직을 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 *
오스만 제국은 대륙의 남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강대국이다.
끊임없이 영토전이 벌어지고 있는 북부와는 달리, 오스만 제국의 국경선은 수백 년째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오스만 제국의 영토 대부분은 아라비아 사막으로 불리는 황폐한 대지다.
물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죽음의 사막까지는 아니지만, 타국에서는 피를 흘려 가며 쟁취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오스만은 타국의 침략을 걱정할 필요 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압둘라는 오스만의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는 케인첼과 아벨을 보며 감탄했다.
“두 분은 덥지 않으시오? 아무리 아라비아 사막의 초입이라곤 해도, 타국의 인간이 이 열기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화염 저항력이 높아서 괜찮습니다.”
불 정령이 날뛰는 용광로 바로 앞에서도 약간 뜨거울 뿐이었다.
이 정도 열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벨 또한 이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바람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만한 것 같았다.
“그래도 아벨린 양은 이것이 필요할 거요.”
압둘라는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태양을 가릴 수 있는 옷을 꺼내 내밀었다.
마치 담요처럼 보일 정도로 두꺼운 망토였다.
온몸의 피부가 드러난 옷으로는 자칫 잘못하다간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사막의 밤은 지면의 열이 식어 매우 춥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것이오. 사막의 남자들은 거칠다오. 아벨린 양 같은 아름다운 하프엘프를 보았다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오.”
압둘라의 말대로였다.
머리를 길게 기른 아벨에게서는 어느새 중성적인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누가 봐도 사랑스럽다고 느낄 소녀가 되어 있었다.
평생을 술탄만을 모시고 살아온 압둘라조차 가끔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오스만 제국에는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걷거나 낙타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크, 크흠!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움에 가기 위해서는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해야 하오. 가까운 마을로 가서 낙타를 구해 오겠소. 마침 양젖도 떨어졌으니 그것도 사오리다.”
압둘라는 1시간도 되지 않아 커다란 낙타 3마리와 함께 돌아왔다.
눈망울이 참으로 순박해 보이는 낙타였다.
동물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아벨은 물론 케인첼 역시 어렵지 않게 낙타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럼 출발하겠소. 본인이 앞장서리다.”
본격적으로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하자, 한 사람과 엘프는 이곳의 혹독함을 깨달았다.
습기 하나 없이 건조한 사막에서 부는 바람에는 엄청난 양의 모래가 포함되어 있다.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에서 맞았다가는 온몸은 물론, 입안까지 모래로 가득 차게 된다.
옷 속으로 들어온 모래가 간지러운지 아벨이 연신 몸을 움찔거렸다.
“으으, 역시 엘프에게 사막은 어울리지 않는군.”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워서 케인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하니까 곤란해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이 정도로 하자. 다음 마을까지 가려면 적어도 이틀은 낙타를 타고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스킬 수련이나 해 볼까.’
다도 스킬을 이용하면 더러운 물을 차를 끓이기에 적당한 상태로 바꿀 수 있다.
이것만 있으면 바다 위에서도 담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소금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드는 수준이지만, 비잔티움에 도착하기 전에는 최대한 익숙해지도록 해야겠어.’
케인첼은 흙탕물이 가득 들어 있는 콜라병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지만 좀처럼 물이 맑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압둘라가 감탄했다.
“호오……, 데우스 교의 성직자는 신성력을 이용해서 물을 정화해 성수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구려.”
“제대로 써먹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화 스킬은 케인첼이 지니고 있는 신성력 때문에 생긴 모양이다.
‘그렇다면 신선도 회복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요령으로……. 오오, 된다……!’
어느새 콜라병 안에 들어 있는 흙탕물이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뚜껑을 열고 들이켜자, 아무런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맛이 느껴졌다.
요령을 깨닫자 순식간이었다. 시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독이 든 물도 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스킬 올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케인첼의 앞에 갑자기 거대한 모래 폭풍이 나타났다.
아무리 사막의 날씨가 변덕스럽다고는 해도 납득이 안 갈 정도의 규모였다.
압둘라가 외쳤다.
“고, 고렘이외다! 폭풍의 중심에 거대한 고렘이!”
쿠쿠쿠쿠쿵-!
바람을 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톨포……! 감히 인형 따위나 만지작거리는 놈이 조이드 님의 영역에 침입하는가!”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이런 곳에서 또 다른 연금술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와 동시에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아수라의 팔이 튀어나왔다.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