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2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28화(2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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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너진 모래성
“이,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사람이?!”
압둘라가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것을 목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소개는 우선 저 덩치부터 어떻게 처리하고 해 드리죠.”
모래 폭풍의 정체는 거대한 골렘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였다.
추정 길이는 대략 수십 미터. 그 무게는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산맥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는 드래곤이라 해도 저 정도 위압감을 뿜어내지는 못했다.
쿠구구궁-!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골렘이 노리는 것은 명백하게 케인첼이었다. 조이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골렘이라면 던전이나 보물을 지키는 돌 거인 아니야? 저건 손가락 하나 잘못 움직였다가는 전부 박살 날 것 같은데?”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케인첼의 사타구니에서 크고 아름다운 촉수가 튀어나왔다.
― 기어이 완성했군.
‘왜 그런 데서 나오는 거야 비숍?! 아벨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잖아!’
― 아직 내 몸에는 헥토르의 잔존 사념이 남아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억의 혼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그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파트너의 머리에서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었을 뿐이다.
‘아, 그러셔. 하여간 저 카리스마 대빵 큰 골렘은 뭐야?’
등장과 동시에 정신 가속이 발동한 것인지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생겼다.
비숍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 돌 인형의 조이드. 아스톨포와는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술사다.
‘그러니까, 인형을 만드는 연금술사라고?’
― 그렇다. 그들의 비원은 가장 완전한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내린 해답은 완전히 달랐다.
아스톨포는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형이야말로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자동인형 아수라와 나찰이었다.
그렇지만 조이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 그가 만들고자 한 것은 무엇과 싸워도 지지 않는 최강의 인형이었다. 결국 힘세고 강한 인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지. 파트너의 눈앞에 있는 것이 바로 그 결과 탄생한 ‘초대형 골렘 타이탄’인 것 같군.
‘……확실히 골렘도 인형의 한 부류긴 하네. 그런데 완성했으면 그것으로 끝내면 되는 거 아니야?’
― 최강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지 않은가. 아마도 조이드는 다른 인형들과 싸워 타이탄이 최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수라와 함께 있는 파트너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보였겠지.
‘쳇,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는 소리군.’
타이탄은 그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재해에 가까운 파괴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사막인데도 이 정도다. 만약 도시나 항구였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아스톨포가 숨어 있는 브리타니아는 물론 전 대륙이 위험했다.
‘그런데 저런 거체가 움직이는 것은 둘째 치고, 이길 수는 있는 거야? 7대 미덕 전원이 합체라도 하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은데.’
― 이쪽도 나름대로 타이탄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음, 슬슬 정신 가속의 지속 시간이 끝나 가는군. 얼마 전에 무리해서인지 이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건투를 빌어 주마, 파트너.
그러자 주위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압둘라는 비숍의 갑작스런 등장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저런 괴물이 비잔티움을 습격했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오. 여기서 막아야 하오. 괜찮다면 선공은 본인에게 맡겨 주시겠소?”
움직이는 성채 같은 거대 타이탄에게 일반적인 참격이 먹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지만 압둘라의 말투에는 묘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케인첼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압둘라의 몸이 허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발판이라도 밟은 것처럼 압둘라는 순식간에 타이탄의 머리 부근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클레이모어를 꺼내 들었다.
칼날이 달려 있는데도 마치 둔기처럼 보일 정도의 크기였다.
날이 굽은 샴쉬르를 주로 사용하는 다른 예니체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네? 뭔가 사연이 있나?’
압둘라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들고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대검을 한 손으로 들고 외쳤다.
“극락의 디저트까지 얻어먹었으니, 지금부터 제대로 몸 좀 풀어 보겠소이다!”
아무리 커다란 클레이모어라 해도 타이탄과 비교하면 바늘 수준이다. 그것으로 아무리 세게 찌른다 해도 치명상을 입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때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압둘라가 클레이모어를 앞세우고 엄청난 속도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본인의 오러 블레이드 ‘술탄의 뜻이 마치 하늘과 같도다’를 사용해 눈앞에 있는 적을 도륙하리다!”
압둘라의 검은 마치 공간 그 자체를 찢어발기기라도 할 기세로 타이탄의 머리를 강타했다.
쿠구구구궁――!!!
일격으로 태산과도 같은 타이탄의 몸체가 3할가량 사라졌다.
마치 9서클의 궁극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보는 것 같은 위력이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충격파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케인첼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반사적으로 오러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날아가 버렸으리라.
파괴력만을 놓고 보면 광익이나 혈검폭발보다 몇 배는 강했다.
‘술탄……. 너무 기니까 대충 술탄 마늘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하여간 방금 전의 공격으로 압둘라의 정체를 알아냈어. 설마 중력을 조종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존재할 줄이야…….’
압둘라의 오러 블레이드 술탄 마늘.
그 정체는 초중력(Supergravity)을 이용해 물체의 중량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이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에 허공을 박차고 날아오른 것도 설명이 된다.
자신의 체중을 0에 가깝게 줄이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도약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돌진 시에는 검에 걸리는 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알고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원리였다.
그렇지만 그 위력만큼이나 공격의 반동 또한 컸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땅에 착지한 압둘라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혼신을 다한 랜스……. 아니, 클레이모어 차징이었다.
“쿠, 쿨럭……. 아, 아무리 커다란 골렘이라 해도, 이 정도 공격을 맞고 버틸 수는…….”
압둘라는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다 그대로 굳었다.
분명 타이탄의 거체가 박살 나는 감각이 손끝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주변에 있는 모래를 흡수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서, 설마 모래로 이루어진 골렘?! 마, 말도 안 돼!”
보통 일정 크기 이상의 골렘은 대부분 강철이나 돌로 만든다.
진흙 같은 부정형 재료를 사용할 경우, 형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거대 골렘은 진흙도 아니고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아라비아 사막에 무한하게 존재하는 그것을 이용해 손상된 육체를 수복하기까지 했다.
결국 물리력을 이용한 파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저 괴물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거야?!’
멀린이 억겁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궁극의 키메라 카오스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
타이탄의 재생을 막기 위해서는 모래가 없는 사막 밖으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허나,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도시가 파괴될까.
‘이래서 연금술사 놈들은……!’
― 불렀나, 파트너.
‘너 말고!’
비숍은 압둘라와 아벨에게도 목소리가 들리도록, 촉수를 꿈틀거려 입을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묘하게 침울했다. 아무래도 케인첼에게 삐친 것 같았다.
“흥. 값비싼 마도구를 몇 개나 사용해서 약점을 알아 왔더니,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군. 하여간 타이탄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저만한 크기의 부정형 몸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드래곤의 마나가 담긴 코어 때문인 것 같다.”
“저걸 드래곤이 만들었다고?”
“정확한 것은 조이드에게 물어봐야겠지. 하여간 타이탄에 마나를 공급해 주고 있는 코어는 총 5개. 각각 진리(Emeth)라는 단어가 나뉘어서 적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E자가 적힌 부분을 파괴해라. 그러면 죽음(Meth)이 되어 작동이 정지한다.”
만약 잘못해서 다른 코어를 파괴한다면 조금 출력이 낮아질 뿐, 방금 전처럼 순식간에 재생한다고 한다.
“코어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데.”
“음. 대충 감자 정도 되지 않을까 싶군.”
케인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커다란 타이탄의 몸체에서 감자만한 코어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 어찌 찾아낸단 말인가.
기껏 타이탄을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설마 백사장에 떨어트린 바늘을 찾는 난이도였다니.
그때,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아벨이 말했다.
“케인첼. 내게 비책이 있다.”
“……설마 코어를 찾을 방법이 있는 거야?”
아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간단하게 그것을 설명했다.
술탄 마늘에 직격당한 순간, 타이탄이 어딘가를 가리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 덩치에게도 자기 보호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압둘라 공의 공격에 적중당한 순간, 반사적으로 그 부분을 막았겠지.”
“그걸 전부 보고 있었던 거야? 그 위급한 상황에?”
“바람의 정령 덕분에 제법 시야가 넓어졌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
“역시 아벨은 대단해. 나 혼자였으면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으, 으음…….”
아벨은 케인첼의 칭찬이 부끄러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신의 공격이 헛되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압둘라 역시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환약을 꺼내 우물거린 후, 입을 열었다.
“조금 무리한다면 ‘술탄의 뜻이 마치 하늘과 같도다’를 두 번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거요. 케인첼 공과 힘을 합쳐 반드시 저놈의 약점을 알아내겠소.”
아무리 생각해도 기술명 치고는 너무 길다.
케인첼은 이번 일이 끝나면 술탄 마늘이라는 칭호를 정식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해 볼 생각이었다.
양손에 듀렌달을 쥐고, 허리에 차고 있는 프라가라흐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고유 스킬 이기어검이 발동했다.
검마 바싸고마저 잠시나마 압도했던 기술. 그렇지만 무기물로 이루어진 골렘을 상대로는 본래의 위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검을 다루는 케인첼 본신의 능력치가 매우 중요한 결전이었다.
케인첼은 얼마 전에 레벨이 하나 더 오른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떠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반투명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케인첼 반 지스타드 – Lv99]– 체력(101), 민첩성(99), 근력(99), 손재주(99), 지력(103), 마력(98), 신성력(98)
– 오러(26,861/27,461)
이미 인간의 한계에 가깝게 오른 레벨과 스테이터스.
게다가 더블 부스터를 이용하면 일시적으로 힘과 속도를 2배 가까이 올릴 수 있다.
물리력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강적이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약점을 노출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케인첼이 신호를 주자, 압둘라가 진각을 밟았다.
* * *
“셔벗-!”
극한의 냉기가 타이탄의 한쪽 발을 얼렸다.
메마른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움직임을 완전히 묶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녀석은 명백하게 느려졌다. 케인첼은 젤리를 갈고리처럼 이용해 타이탄의 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작전은 간단했다.
케인첼이 주의를 끄는 사이, 압둘라가 술탄 마늘을 이용해 타이탄의 약점을 노출시킨다.
최후의 일격을 맡은 것은 아벨이었다. 바람의 정령으로 만든 화살을 세계수로 만든 활로 발사한다.
그 위력은 술탄 마늘보다 약하지만 훨씬 정확하게 약점을 노릴 수 있으리라.
케인첼은 모래 언덕 위에서 바람의 정령을 불러들이고 있는 아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제라도 폭풍을 휘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처럼 주먹을 들어 올렸다.
‘황색 기사단 시절에 만들었던 수화잖아. 나도 똑같이 해 줘야겠군.’
그 의미는 아주 간단했다.
― 건투를 빌어 주지, 캡틴.
콰콰콰콰콱-!
일곱 자루의 프라가라흐가 엄청난 속도로 타이탄의 다리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찾아야 하는 약점은 코어 5개 중에 단 하나.
타이탄은 케인첼의 연격이 거슬리는지 손을 뻗어 케인첼을 향해 휘둘렀다.
일격에 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초대형 골렘과 두 명의 소드 마스터.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던 정령의 화살을 사용하는 정령 궁수.
사막 한가운데서 새로운 전설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