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2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29화(2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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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육중한 몸에 달려 있는 팔만 하더라도 수십 미터에 달한다.
인간 따위는 그 앞에선 한 마리 날파리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만약 여기가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 아니라면, 거목이 뿌리째 뽑히고 건물이 박살 나지 않았을까.
케인첼은 선택할 수 있는 공격 수단에서 플람베와 타다끼를 제외했다.
전신이 모래로 이루어진 초대형 골렘의 몸을 녹이려면 그 정도 화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못해도 불 정령 정도는 데리고 와야 할 것이다.
오히려 넓은 범위를 얼릴 수 있는 셔벗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움직임을 묶어 두는 편이 나았다.
“어이쿠. 마치 거대한 해일이 덮치는 것 같구려. 설마 사막에서 폭풍우에 휘말린 배에 탄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소이다.”
“직격당하면 오러 블레이드고 뭐고 썩은 토마토처럼 터져 나갈 겁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이 들려오자 압둘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 거리에서 모래 폭풍의 굉음을 뚫고 목소리가 전해지다니…….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오?”
압둘라와 케인첼은 100m 가까이 떨어져 있다.
그런데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마법이라……. 비슷한 거라고 해 두죠.”
케인첼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아벨과 압둘라의 몸에 작게 만든 젤리를 붙여 두었다.
몸에서 떨어진 젤리는 오러를 공급 받지 못하면 금세 소멸한다.
지금까지는 적을 놀라게 하거나 기습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미리 오러를 주입해 두면 최대 하루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젤리를 텔레파시 마법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케인첼은 젤리를 이용한 대화를 앙트레(Entree)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것은 메인 요리 사이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하는 가볍고 담백한 음식을 말하는 단어였다.
‘정신 가속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비숍에게 부담이 많이 가니까.’
타이탄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세 사람의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앙트레의 대단함을 알아차린 압둘라가 탄성을 터트렸다.
“술탄에게 브리타니아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적대하지 말라고 간청해야겠구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군단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오.”
능선 너머에서 이파리를 어루만지고 있던 아벨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신기하군.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진작 말해 주지 그랬나. 그러면 그런 낯 뜨거운 수화를 할 필요가…….”
“왜. 오랜만에 양성소 시절이 생각나서 좋았는데.”
“……사실 나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여간 적의 코어를 찾아낸다면 즉시 신호를 보내 주었으면 한다. 반드시 꿰뚫어 보일 테니.”
아벨은 살짝 숨을 몰아쉬고는 이파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분명 문자 그대로의 선풍(旋風)이 쏘아지리라.
각오를 다진 것은 압둘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술탄이 기거하고 있는 비잔티움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저만한 거체라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도착하겠지.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초대형 골렘인 타이탄은 실로 까다로운 상대였다.
수백 톤의 힘이 실린 주먹은 스치기만 해도 즉사. 게다가 근처에 있는 모래를 이용한 재생 능력은 불사신에 가깝다.
거기에 지금 막 또 하나의 공격 방식이 추가되었다.
* * *
타이탄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 봐야 케인첼과 압둘라를 맞히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래로 이루어진 눈동자가 지면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저래서는 공격 범위만 줄어들 텐데. 참으로 이상하구려.”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불길하다. 케인첼은 본능적으로 브릴리언트 로드를 발동시켰다.
그런데 단 한줄기의 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순간, 등골에 오싹한 기운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뭐?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거야?! 설마……. 압둘라 공! 지금 당장 타이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세요! 큰 게 옵니다!”
압둘라는 반사적으로 허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체중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서인지 그의 이동 속도는 엄청났다.
마치 사라졌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되겠소?”
“지금 이 자리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시고 더 멀리요!”
압둘라의 눈동자에 경악이 떠올랐다. 그제야 타이탄의 노림수를 깨달은 것이다.
엄청난 질량과 파워를 가진 초대형 골렘의 주먹은 운석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땅을 강타한다면 분명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동시에 골렘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고온의 기체가 되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말 그대로 메테오 펀치.
물론 돌이 아닌 모래이기에 궁극 마법 ‘메테오 폴’에 비하면 충격파의 범위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화염 저항력이 높다 해도 천 도가 넘는 고열에 직격당하면 위험하다.
케인첼은 전신의 오러를 양다리와 허리에 우겨 넣었다.
그리고 한계를 넘은 근육이 파열하려는 순간, 더블 부스터를 발동시켰다.
사선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압둘라와는 달리 케인첼은 땅을 밟고 달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방어에 전념하기로 했다.
양파 검술을 이용해 순식간에 7개의 머랭을 만들어 몸에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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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무음의 세계가 케인첼에게 찾아왔다.
기화된 모래가 폭발하며 주위의 공기를 불태워 버린 것이다.
메테오 펀치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크레이터를 만들어 냈다.
한순간에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바위가 녹아 마그마로 변했을 정도였다.
5서클의 마법 익스플로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
그 여파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압둘라에게까지 닿았다.
진물이 나올 정도로 심한 화상과 함께 그가 걸치고 있는 모든 것이 반쯤 타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만약 피하는 것이 1초만 늦었어도 반쯤 탄 숯 덩어리가 되었으리라.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압둘라보다 폭심지에 훨씬 가까이 있던 케인첼은 7개의 머랭이 전소한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모래로도 이 정도인데 돌로 만든 골렘이었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압둘라 공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 있소이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공격을 할 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낸 거요?”
“운이 좋았죠.”
압둘라의 몸은 이미 잘 익은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같은 상태였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감염증에 걸려 절명하고 말리라.
케인첼은 초대형 골렘이 있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녀석에게 두 번째 메테오 펀치를 사용할 여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헉?!”
초대형 골렘은 지면을 때린 오른팔을 중심으로 몸의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거의 자폭에 가까운 공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 가능했던 거군.’
스스스스슥-!
그런데 남아 있는 하반신을 중심으로 모래가 모이고 있었다.
저 정도 속도라면 앞으로 10분도 되지 않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잠깐만.’
케인첼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반파된 초대형 골렘의 몸 사이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모래로 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동력원, 코어다.
전부 다 해서 네 개였다.
‘정확히 하나만 빼고 전부 있군.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몸을 돌보지 않는 자폭 공격이라 해도 골렘은 본능적으로 E자가 적힌 코어를 지키려고 한다.
그것이 파괴된다면 불사에 가까운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육신을 유지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왼쪽 다리뿐이네. 이거 너무 해답이 뻔하잖아.”
“흐으윽……. 죄, 죄송하오, 몸이 말을…….”
아무래도 압둘라의 부상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것 같았다.
케인첼은 반사적으로 입술을 핥았다. 이렇게 된 이상 혼자 하는 수밖에 없었다.
손을 들어 올리자 그에 맞춰 프라가라흐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초대형 골렘은 다리 하나의 크기만 해도 커다란 저택 정도다. 검 한 자루를 쑤셔 넣어 봐야 파문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프라가라흐와 듀렌달.
두 자루의 검에 동시에 양파 검술을 적용시킬 수만 있다면, 열네 개로 늘어난 칼날로 엄청난 공격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그중 절반은 손을 대지 않아도 움직인다.
케인첼은 그 기술의 이름이자, 브리타니아를 대표하는 음식을 입에 담았다.
“피쉬 앤드 칩스(Fish and Chips)!”
생선과 감자.
바다와 육지를 대표하는 두 식재료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는 것으로 한 그릇의 요리가 되었듯.
극한의 검 듀렌달과 악을 멸하는 검 프라가라흐.
전혀 다른 두 자루의 검이 케인첼의 손 위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총 열네 개의 칼날을 다루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피쉬 앤드 칩스의 이미지가 워낙 깊숙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일까.
어느새 케인첼의 눈앞에는 14개에 달하는 칼날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양파 검술을 한 자루에만 사용할 때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오러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효율은 조금 나쁜 모양이다.
‘그래도 이거라면 초거대 골렘에게 아주 아픈 한 방을 먹여 줄 수 있겠어!’
케인첼은 밤새 수많은 식재료를 손질해야 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쿠쿠쿠쿠쿵-!
검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굉음이 울려 퍼지며, 타이탄의 왼쪽 다리가 폭발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반짝이는 구슬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 바로 E자가 새겨진 코어.
초대형 골렘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약점이었다.
케인첼은 메테오 펀치의 여파에서 간신히 벗어난 아벨에게 외쳤다.
“쏴, 아벨! 코어는 여기에 있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500m 가까이 떨어진 장소에서 작은 감자만한 크기의 코어를 꿰뚫어야 하는 것이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겠지.
후우우우우우……!
한줄기 선풍으로 변한 빛이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며 날아왔다.
그때, 초대형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몸을 재생하는 데 사용하고 있던 모래를 이용해 커다란 벽을 만들어 냈다.
코어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인 것 같았다.
벽을 관통하지 않고서는 코어에 도달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렇지만 아벨이 쏜 바람의 화살은 그것을 단숨에 박살 내버렸다.
그오오오-!
초대형 골렘이 엄청난 포효를 내지르며 스스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바람의 화살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벨이 쏜 것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다.
초대형 골렘이 움직이자, 궤도를 바꿔 마치 빨려 들어가듯 코어를 꿰뚫었다.
바람의 정령으로 만든 화살이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빠각-!
마치 유리구슬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태산과도 같아 보였던 초대형 골렘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 거리에서 저런 위력이라니……. 말 그대로 화살 한 발로 성벽을 박살 낼 수도 있겠는데?”
게다가 자유롭게 궤도까지 바꿀 수 있다.
어째서 엘프가 세계수의 가지로 정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숨겼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그것이 알려진다면 세계수는 정령의 힘을 노리는 이들의 표적이 되었으리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니뮤에가 사용하던 오러도 사실 정령의 힘이었던 거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바람 정령의 힘을 이용하면 오러로 신체를 강화시킨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스랄로 만든 검에 세계수의 가지를 태운 재를 뿌리면 정령이 머물기 좋은 집이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장미 다발의 비밀까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케인첼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어찌 되었던 일국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괴물을 쓰러트린 것이다.
아벨과의 거리는 실루엣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멀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분명 그녀가 웃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조리법이 알려지지 않아 최악의 식재료 취급을 받았던 랍스타.
그것으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미소 짓던 아벨의 얼굴이 떠올랐다.
“기억하고 있냐, 아벨. 내가 분명 제대로 된 레시피만 있으면 맛있어질 거라고 했지?”
“…….”
분명 귓가에 닿았을 텐데. 어째서인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 *
케인첼은 온몸에서 물러 터진 진물이 흘러나오는 압둘라를 바라보며 미간을 모았다.
타고 온 낙타는 한참 전에 모래 폭풍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잔티움까지 걸어서 간다면 꼬박 삼 일은 걸린다.
“케인첼. 낙타가 없으면 나를 타고 가면 되지 않은가.”
“응? 무슨 소리야?”
아벨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다란 엘프 귀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의 대화가 그녀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온 모양이다.
“……내가 업고 가면 된다는 뜻이었다. 걱정 마라. 그 정도 체력은 되니까.”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지금부터 화상에 좋은 약선 요리를 만들 거니까, 그걸 먹고 조금 쉬면 저녁부터는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요리에 그런 효과까지 있는 줄은 몰랐군.”
“우선 차갑게 식힌 감자를 얇게 잘라 줄 테니까, 그걸 압둘라 공의 몸에 발라 줘. 그게 피부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막아 줄 거야. 그런데 남자의 알몸을 봐야 하는데, 괜찮겠어?”
“걱정 마라. 그 정도는 익숙하다.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 달고 있었던 물건이지 않은가.”
“크, 크흠.”
무안해진 케인첼의 입에서 헛기침이 새어 나왔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 아벨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소녀로만 보였다.
미미르의 샘물을 이용해 손상된 신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이었던 부분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벨은 변함없이 친구로 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그것이 반쯤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여간 토마토와 고기를 듬뿍 사용한 요리를 만들 거야. 토마토가 피부의 손상을 막아 주고, 고기가 재생을 촉진시키거든.”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차원 주머니 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간이 주방을 꺼냈다.
그런데 요리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