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0화(21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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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콜라를 팔아 번 돈으로 최상급 이차원 주머니를 구입했다.
내부의 용량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동일하지만 그 안정성은 대폭 높인 제품이었다.
이차원 주머니 내부는 커다란 방 하나 정도의 크기다.
아스트랄 차원과 연결되어 있어 넣어 둔 식재료가 상하는 일 없이 최장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케인첼은 거기에 요리에 필요한 여러 식재료들을 챙겨 갖고 다녔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요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작이었다.
수프를 끓일 때도, 고기를 구울 때도, 면을 삶을 때도 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중요한 장작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몬스터 요리의 재료를 잔뜩 챙겨 온 것이 그 이유였다.
이곳이 다른 장소였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다.
조금만 돌아다니면 마른 장작 정도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케인첼이 있는 곳은 모래밖에 없는 사막이었다.
‘플람베를 이용해 불을 만든다고 해도 남아 있는 오러가 얼마 없어. 고기를 굽기에는 엄청나게 부족해.’
설마 초대형 골렘과의 전투가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이야.
“아벨. 혹시 불 정령도 다룰 수 있어?”
“불 정령 말인가? 미안하지만 불은 세계수와 상극이다. 그래서 엘프가 다룰 수 있는 정령은 물과 바람뿐이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아벨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잘 생각해 보면 장작을 대체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케인첼의 눈에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마그마가 보였다.
어쩌면 저것을 이용해 고기를 구울 수 있지 않을까?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케인첼은 폴른 스타를 이용해 마그마의 온도를 확인해 보았다.
‘대충 600도 정도인가. 장작불보다 낮긴 해도 이 정도면 충분히 고기를 구울 수 있겠는데?’
케인첼이 마그마 옆에 조리대를 설치하자 아벨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설마 마그마로 요리를 할 생각인가?”
“장작이 얼마 안 남았거든. 뭐, 어디에 굽던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니겠어.”
“그런데 무슨 마그마를 진흙처럼 만지는군.”
“아, 이거 말이야? 불의 세례를 거친 셰프에게 이 정도는 기본이지.”
“미안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하는 것은 그만두지 않겠나. 자꾸 그러니까 셰프라는 단어가 괴물과 동의어처럼 들리지 않은가.”
마그마 위에 팬을 올리자 김이 올라온다. 부족한 화력은 플람베를 이용해 보충해 주기로 했다.
지금부터 만들 요리는 조금 특별한 소스를 사용한 스테이크 타코였다.
타코는 샌드위치, 부리토와 함께 라오스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넓적하게 구워 낸 또띠아에 소스를 바른 생선이나 고기를 야채와 함께 싸서 먹는 것이다.
우선은 고기부터 구워야 한다.
케인첼은 조리대 위에 커다란 소고기 등심을 올렸다. 그러자 압둘라가 아픈 몸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그거 소고기요? 미안하네만 종교상의 이유로 소고기는 먹을 수 없소이다.”
“오스만에서 금기시하는 고기는 돼지고기 아니었어요?”
“그건 믿고 있는 신에 따라 다르다오. 하여간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겠소.”
폐쇄적인 사막 국가답게 오스만 제국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비잔티움에 도착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해 자세히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케인첼은 소고기 등심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며 말했다.
“소고기만 아니면 괜찮은 거죠?”
“……그렇소.”
“그럼 아무 문제없겠네요. 이거 소고기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아무리 봐도 그 고기는…….”
“고르곤. 정확히는 어린 고르곤의 등심입니다. 고르곤 고기는 겉보기에는 소고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풍미가 훨씬 농후하죠. 먹어 보면 다른 고기는 못 드실 겁니다.”
모르가나에게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송아지 간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고 남은 부위였다.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잘 숙성되어 그런지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진한 육향이 풍긴다.
“허허……. 확실히 몬스터인 고르곤이라면 아무 문제없겠구려. 허나 고르곤 고기에는 석화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 않소이까.”
“그건 미리 해독해 둬서 괜찮습니다.”
압둘라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고르곤 고기를 먹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여간 풍미를 위해 비계는 일부러 제거하지 않았어요. 이걸 같이 구울 겁니다.”
마그마 위에서 올리브유를 두른 팬이 뜨겁게 달궈졌다.
케인첼은 만족스런 얼굴로 그 위에 조심스럽게 등심을 올렸다.
치이익-!
그러자 고기가 익어 가는 소리와 함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농후한 육향이 풍기기 시작했다.
압둘라의 몸에 감자를 붙이고 있던 아벨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역시 케인첼의 고기 굽는 실력은 정말 엄청나군. 괜찮으면 나도 한 조각 얻어먹을 수 있겠나.”
“당연하지.”
압둘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면 맛있게 고기를 먹는 엘프를 보게 될 것이다.
하프엘프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기 힘든 광경이었다.
팬 위에서 스테이크가 구워지는 동안, 케인첼은 엄청난 속도로 고기를 재워 둘 양념장을 만들었다.
피부의 손상을 막아 주는 토마토로 만든 페이스트에 설탕 한 스푼과 청주 두 스푼을 넣어 준다.
청주가 톡 쏘는 맛을 더해 줄 것이다.
마무리로 올리브유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해 주면 향이 아주 풍부하고 달콤한 양념장이 만들어진다.
케인첼은 군침을 흘리고 있는 압둘라와 아벨에게 고르곤 스테이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스테이크가 익어 가기 시작하면 배어 나온 기름을 계속해서 고기에 뿌려 줘야 합니다. 그래야 고기에 담긴 육즙과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 스테이크가 만들어지죠.”
그리고 스테이크를 집게로 잡고 불에 지지듯이 옆면에 달라붙어 있는 비계를 구워 주었다.
그렇게 해서 지방을 녹이는 것이다.
그러면 그 풍미가 그대로 고기에 배어들게 된다.
“믿어지지 않는구려. 겨우 고기를 구울 뿐인데, 이런 미칠 것 같은 냄새가 난다니…….”
아벨 역시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대단한 스테이크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군.”
고기가 다 익으면 불을 끄고 팬에서 꺼낸다.
식감을 해치는 지방 덩어리는 미스랄 식칼을 이용해 전부 제거해 주었다.
이걸 방금 전에 만든 양념장에 재워 두는 것이다.
“그럼 스테이크 타코에 넣어 줄 새콤한 양배추절임을 만들 겁니다. 타코에는 최대한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야 제맛이죠.”
“확실히 양배추가 신선하구려. 이참에 이차원 주머니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소.”
양배추를 잘게 잘라서 매콤한 칠리 가루로 간을 한다.
거기에 새콤한 맛을 내 줄 식초와 신선한 레몬즙을 넣고 잘 섞어 주면 끝이다.
“간단하죠? 이제 강렬한 맛을 내 줄 와사비 마요네즈 소스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와사비 마요네즈? 그런 소스가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 없소만. 보통 타코에는 칠리 콘 카르네나 미트 소스를 넣지 않소?”
“고기의 맛을 더해 주는 아주 맛있는 소습니다.”
케인첼은 지난 3개월 동안 브릴리언트 로드가 보여 준 레시피에 나오는 여러 요리들을 만들며 지냈다.
그중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소스가 있었다.
그것이 마요네즈였다.
달걀노른자와 콩기름, 거기에 식초를 넣고 거품기로 빠르게 저어 주면 새하얀 거품이 일어나며 크림처럼 변한다.
그러면 고소하면서도 묘한 풍미를 지닌 소스가 만들어진다.
마요네즈의 특징은 다른 소스와 섞으면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겨자와 꿀을 섞어 주면 달콤한 허니 머스터드가 되고, 마늘을 넣어 먹어도 맛있다.
분명 앞으로 마요네즈 하나로 수많은 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
마요네즈에 와사비(わさび)를 섞은 와사비 마요는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인 소스였다.
스테이크 타코에 곁들여 주면 분명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줄 것이다.
와사비는 동방에서도 아주 끝자락에 있는 작은 소국에서만 나는 식재료였다.
케인첼은 브리타니아 전체는 물론 항구 도시인 에든버러까지 뒤져서 겨우 와사비를 구할 수 있었다.
넓은 대양을 건너야 했기에 가루 형태로 정제한 물건이었다. 그것을 물에 개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와사비를 살짝 찍어 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코끝이 찡해지며 혀가 얼얼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은 매운맛이었다.
고추가 온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맵다면, 와사비는 코끝이 찡해지며 입속이 차갑게 얼얼해진다.
‘바로 이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 주면서 풍미를 더해 줄 거야.’
마요네즈와 와사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미료의 등장에 압둘라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어떤 음식이든 만드는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연한 녹색 빛의 소스는 그 맛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콩기름과 계란을 섞어 만든 새하얀 크림에, 물에 갠 녹색 가루를 섞었다.
도대체 어떤 맛의 소스일까.
압도적 궁금증이 몰려왔다.
압둘라는 애가 타는 것을 느끼고 몸을 배배 꼬아야 했다.
무례를 각오하고 지금 당장 조리대로 달려가서 찍어 먹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가만히 계십시오. 움직이시니까, 자꾸 덜렁거리지 않습니까.”
“크, 크흠. 이거 정말 미안하구려…….”
압둘라는 불혹을 넘긴 나이답지 않게 어린 소년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제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엘프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며 케인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느새 스테이크 타코는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케인첼이 화덕에서 바삭하게 잘 구워진 또띠아를 떼어 내자 압둘라의 입이 쩌억 하고 벌어졌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동그랗게 구워 낸 또띠아에 여러 야채와 소스, 그리고 고기를 얹은 요리가 타코다.
당연히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저 많은 또띠아를 구웠단 말인가. 분명 반죽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설마 소중한 무언가를 제물로 또띠아를 연성한…….”
“아, 이건 제 세 번째랑 네 번째 팔로 반죽한 겁니다. 거기서는 잘 안 보이시죠?”
그러자 조리대 밑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초대형 골렘과 싸울 때 본 촉수를 이용해 반죽을 한 모양이다.
그것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떠올린 압둘라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저건 내 몸을 치료하기 위한 음식이다……. 내 몸을…….”
케인첼은 바삭하게 잘 익은 또띠아를 프라가라흐 자루에 감싼 후, 살짝 구워 원통 모양으로 만들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움직이는 도구가 많아지니 정말 편하다니까.”
“…….”
결국 압둘라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푹 하고 숙여야 했다.
양배추절임은 즙을 짜서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아 준다.
그리고 잘 익은 고르곤 스테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겉은 아주 훌륭하게 시어링 되었고, 속은 멋진 핑크빛이 돌고 있다.
진짜 끝내주는 스테이크였다.
이것들을 바삭바삭한 타코 위에 얹은 후, 와사비 마요 소스를 발라 준다.
와사비의 알싸한 향기가 코를 찌르자, 압둘라의 입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저 처음 보는 소스를 먹을 때가 되었구나!
“와사비 마요를 곁들인 스테이크 타코입니다. 속 재료를 따로 담은 것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드시면 됩니다.”
압둘라의 손이 떨렸다.
눈앞에 있는 고기의 정체가 고르곤이라는 사실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 버린 후였다.
중요한 것은 저 소스…….
와사비 마요네즈가 도대체 어떤 맛일지 미친 듯이 궁금했다.
압둘라는 먼저 와사비 마요가 가득 담겨 있는 접시에 손을 뻗었다. 그것을 손가락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