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1화(2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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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먹어 보는 와사비는 압둘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혀에 닿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배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스만에서는 더위를 잊기 위해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다.
압둘라 역시 자극적인 향신료나 매운 맛에는 익숙했다.
그런데 와사비의 매운 맛은 지금까지 먹어 본 그 어떤 음식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압둘라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태양 빛이 선명하게 온몸을 훑고 지나간 것 같구려.”
“당연히 와사비 마요만 먹으니까 맵죠. 또띠아에 발라서 양배추절임과 스테이크를 싸서 드셔야 됩니다.”
압둘라가 와사비 마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줄 알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와사비 마요를 다시 한 번 손가락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설마 방금 그게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나?’
압둘라는 한동안 와사비가 주는 찡하고 알싸한 감각을 즐겼다.
“크흐! 바로 이 맛이오! 확실히 케인첼 공이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하구려. 그런데 소스의 존재감이 이토록 강렬해서야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크 타코의 맛이 묻히지 않겠소?”
“와사비는 확실히 맛과 향이 강렬한 향신료죠. 그렇지만 먹어 보면 왜 마요네즈를 사용했는지 알 겁니다.”
“알았소이다. 그럼 어디 먹어 보겠소.”
표면이 살짝 타서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또띠아는 그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스테이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육즙과 양념장이 뒤엉켜 말도 안 될 정도로 진한 풍미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평생 한 번도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압둘라조차 절로 군침이 돌 정도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는구려. 그럼 어디…….”
이미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두었기에 또띠아 채로 먹으면 된다.
압둘라는 스테이크 타코를 단숨에 베어 물었다.
잘 구워진 또띠아는 입에 넣은 순간 바삭- 하는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야채와 고기의 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압둘라는 무심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맛있다. 지금까지 먹어 본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도 맛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새콤달콤하게 입안에 퍼져 나가는 양배추의 아삭함이었다.
고르곤 스테이크의 맛은 또 어떤가.
잘 익은 고기의 표면을 물어뜯자, 달게 느껴지는 기름이 육즙과 함께 흘러넘친다.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녹이듯 구워 그 맛이 전부 고기에 배어든 덕분에 가능한 맛이었다.
“……고기를 재워 둔 양념장의 맛도 각별하구려. 달짝지근하면서 묘하게 시큼한 것이 고기와 양배추의 조합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고 있소.”
압둘라는 이번에는 와사비 마요가 듬뿍 발린 부분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방금 전에 완벽하다는 말을 입에 담았지만, 실수였다.
와사비 특유의 향이 고기의 느끼함을 완전히 없애 주고, 감칠맛을 몇 배로 늘려 주고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스테이크에 미치도록 환상적인 풍미가 더해진 것이다.
말 그대로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에 하늘이 있다는 말은 바로 이 와사비 마요를 두고 하는 것이리라.
“게다가 코 안쪽까지 알싸하게 만드는 향은 정말 매력적이구려. 와사비 마요……. 이거에 한 번 중독되면 다른 조미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 같소.”
결국 압둘라는 쓰고 있던 터번마저 벗어 버린 채, 스테이크 타코를 먹기 시작했다.
바삭한 또띠아. 새콤한 양배추. 진한 풍미의 스테이크.
따로 먹어도 맛있을 재료들이 와사비 마요의 힘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압둘라는 텅 빈 접시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접시에 묻어 있는 와사비 마요를 핥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무래도 부족하신 것 같군요. 고르곤 고기도 의외로 먹을 만하죠?”
“크, 크흠!”
아무리 고르곤이 소가 아니라 해도, 외형은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게 먹어 댔으니 무안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 그릇 더 드시겠어요?”
“……물론이오! 잘 먹겠소!”
케인첼의 물음에 압둘라가 눈을 빛내며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타코가 진짜 소고기로 만든 요리였어도 먹을 기세였다.
압둘라는 결국 네 그릇이나 되는 스테이크 타코를 먹어 치웠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터질 듯한 배를 문지르는 그의 몸에는 어느새 화상 자국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압둘라는 우묵한 눈으로 케인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토록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남자라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고기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 * *
케인첼은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결국 생 와사비를 구할 수 없어 가루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했다.
선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와사비는 갓 딴 것을 상어 가죽으로 만든 강판에 갈아야 맛과 향이 가장 좋다고 한다.
가루를 물에 갠 와사비만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만약 산지에서 먹는다면 어떤 맛일까?
장거리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어렵지 않게 다른 대륙의 향신료나 식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신선도 회복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산지에서 구하는 식재료보다는 못하다.
결국 지금까지 케인첼이 만들었던 이국의 요리는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와사비를 먹어 보러 가야겠군.’
8성급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요리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필요하다.
분명 언젠가 또다시 8성급 요리가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많은 마음을 모아 두고 싶었다.
케인첼은 확신했다.
‘사라진 우인과 계속되는 대가뭄……. 그 원인을 밝히다 보면 분명 또 하나의 7성급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거야.’
물론 베일에 싸인 오스만 제국의 식문화가 궁금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압둘라는 메테오 펀치 덕분에 생겨난 마그마를 보며 혀를 찼다.
“초대형 골렘을 쓰러트린 것은 엄청난 성과요. 그렇지만 그것을 만든 자를 잡지 못하면 이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겠소?”
그것은 케인첼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미쳐 버린 연금술사 한 명 덕분에 브리타니아가 멸망할 뻔하지 않았던가.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 음, 조이드를 찾는 일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군. 이차원 주머니를 뒤져 보면 팔찌 형태의 마도구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꺼내 내 몸에 달아 주겠나.
비숍의 말대로 주머니 안에는 처음 보는 마도구가 잔뜩 있었다.
‘도대체 이런 걸 언제 넣어 둔 거야?! 어쩐지 분명 넉넉히 넣어 뒀던 장작이 부족하더라니.’
― 내 전용으로 만들어 둔 감각 증폭의 고리다. 그것을 장착하고 정신을 집중하면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대략 2km까지 늘어나지. 그 안에 연금술사의 공방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도록 하마. 대신 그동안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못하니, 주의하도록.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범위였다.
오스만 제국의 면적은 1,000km²에 달한다. 비잔티움으로 가는 동안 조이드의 공방을 발견할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렇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지.’
케인첼에게 비숍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압둘라의 표정이 환해졌다.
“초대형 골렘의 제작자가 있는 곳을 찾기만 한다면, 모든 예니체리가 케인첼 공을 도울 것이오.”
비숍은 비잔티움으로 향하는 3일 동안 연금술사의 공방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운이 좋게도 조이드가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헥헥……. 이거 정말 지친단 말이지. 그래도 정말 운이 좋았다. 파트너의 2km 전방에 조이드의 공방이 있다!
‘바로 이 앞이란 말이지.’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숍이 알려 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넓은 사막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
오스만 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이었다.
압둘라는 경악한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 설마 술탄이 계시는 이 신성한 도시에 초대형 골렘의 제작자가 숨어 있단 말이오?”
“오래된 격언 중에 횃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죠. 딱 그 꼴이네요. 엄청난 크기의 골렘을 만들었으니 아마 정확한 위치는 땅속에 있을 겁니다. 모래성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연금술사를 어떻게 밖으로 끌어낼지가 문제군요.”
케인첼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비잔티움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곳에서 초대형 골렘과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설령 이긴다 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했다.
“아무래도 우선 술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겠군요.”
케인첼은 수여식 때 본 술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자였다.
“……그전에 내 말을 들어주겠소? 사실 이 몸이 케인첼 경에게 한 가지 숨긴 것이 있소.”
“숨긴 것이요? 그게 뭐죠?”
“그게 말이오…….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이 설명이 빠를 것 같구려. 잠시만 기다리시오. 비밀 연락망을 통해 술탄과 접선을 하고 오리다.”
잠시 후, 케인첼은 압둘라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 * *
“짐이 바로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스타파 3세인 것이다!”
케인첼은 당당한 자세로, 가슴을 내밀고 양손을 허리에 얹은 무스타파 3세를 내려다보았다.
압둘라의 설명에 따르면 유일무이한 존재인 술탄에게 이름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저 선대 술탄에게 물려받은 성이나 술탄이라는 칭호로만 불린다.
무스타파 3세의 앞에는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압둘라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케인첼은 가볍게 기사의 예를 취한 후 말했다.
“브리타니아를 대표해서 새로운 술탄의 즉위를 축하드립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스타파 3세는 갈색 피부에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소년이었다.
아무리 많이 쳐 줘야 10살이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 보이는 얼굴.
일국의 지배자가 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할 나이였다.
술탄은 코를 킁킁거리더니 케인첼이 허리에 차고 있는 주머니에 달려들었다.
“어째서 이렇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이냐?”
그것은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비상식으로 만들어 둔 머랭 쿠키였다.
케인첼이 주머니째로 과자를 내밀자 입구를 열어 본 술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정말 먹어도 되는 것이냐? 짐은 과자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일국의 왕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무스타파 3세는 비슷한 나이의 평민보다도 훨씬 어리게 느껴졌다.
술탄은 압둘라에게 머랭 쿠키를 내밀어 보였다. 먹어도 괜찮은지 허락을 받으려는 모양이다.
압둘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술탄은 환하게 웃으며 머랭 쿠키를 입에 넣었다.
그러자 마치 솜사탕처럼 사르륵 녹아 사라지는 달콤한 맛이 그의 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술탄은 순식간에 케인첼의 포로가 되었다.
“짐은 케인첼이 만든 과자가 좋다. 지금부터 신밧드라고 불러도 괜찮은 것이다!”
신밧드는 술탄이 되기 전에 쓰던 이름이라고 한다.
압둘라는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몇 개월 전에 오스만을 덮친 비극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선대 술탄께서는 세헤라자드 님 한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오스만 제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 결국 대가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셨지. 그분은 항상 이런 말을 했소이다. 원인이 없는 현상은 없다고 말이오.”
그렇지만 케인첼이 알고 있는 대로 그 성과는 전무했다.
결국 오스만 제국은 날이 갈수록 점점 메말라 갔고, 세헤라자드의 부담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때, 오스만 제국이 모시는 신 알라의 신탁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