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2화(21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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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놀랍다는 말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잔티움의 지하에는 선대 술탄들을 모신 왕묘가 있소. 육신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더라도, 그분들의 혼이 남아 영원히 오스만을 수호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오.”
왕묘의 입구에는 알라의 모습을 본뜬 동상이 서 있다.
술탄이라는 칭호 자체가 ‘알라에서 유래된 권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라의 동상이 직접 움직여 전대 술탄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신탁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오. 술탄……. 그러니까, 지금은 돌아가신 무스타파 2세가 직접 식음을 전폐하고 알라에 대한 예를 보이라는 것이었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내용이었죠?”
“오스만에서는 가뭄이 심해지면 술탄이 직접 일만 번 절을 올리는 전통이 있소.”
일만 배(一萬拜).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하는 의식은 매우 다양하다.
그 내용은 대부분 분노한 신을 달래 주는 것이었다.
왕족과 강의 신 아누케트가 혼례를 치르거나, 산 제물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간과 신이라…….”
아벨은 그들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맺어지는지 궁금해졌다.
그것에 대해 묻자 압둘라가 껄껄 웃으며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의식에 참가하는 왕족은 젊고 건장한 청년 중에서 선발된다오. 그분은 몸에 신성한 올리브기름을 듬뿍 바른 후, 여신 아누케트가 깃들어 있다는 강으로 가게 된다오. 그리고 바지를 벗고…….”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아벨은 안타까움이 섞인 한숨을 토해 내며 조그만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인간과 신이 맺어진 이야기를 들으면 참고가 될까 싶었는데, 설마 저런 방식일 줄이야.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일만 배 정도는 굉장히 정상적인 의식인 것 같군요.”
“그런데 이번에 나타나신 알라께서는 평소와 똑같은 횟수로는 그 성의가 하늘에 닿지 않을 것이라고 했소. 그리고 선대 술탄에게 총 66,666번이라는 절을 요구했지.”
“……거의 7만 번이군요.”
말 그대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숫자였다. 일만 번만 해도 잠시도 쉬지 않고 할 때 꼬박 하루가 걸린다.
게다가 의식 중에는 식음을 전폐해야 한다.
“허나 술탄께서는 그것을 받아들였소. 대가뭄에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맨발로 지옥 불을 걷는 것이라 해도 두렵지 않다고 하셨지. 게다가 설마 알라께서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시키겠소?”
무스타파 2세는 평소에도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라면 의지력으로 어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갑자기 케인첼의 사타구니에서 비숍이 튀어나왔다.
― 미쳤군. 완전 미친 짓이다. 인간은 삼 일만 물을 마시지 않아도 죽는다.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영양분과는 달리, 수분은 금방 고갈되지.
‘……전대 술탄은 열흘 가까이 물을 마시지 않고 버틴 적도 있다던데? 그럼 그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물만 마시지 않았을 뿐, 약간이지만 다른 음식을 먹었다지 않은가. 분명 거기에 들어 있는 수분으로 버틴 것이겠지.
오이, 양상추, 토마토.
오스만에서도 흔히 먹는 야채와 과일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오스만 왕가에서 아누케트 신에게 보낸 구애가 짝사랑으로 끝난 것이 아닌 모양이다.
― 신밧드라는 꼬맹이의 몸에서 약하지만 신격이 느껴진다. 분명 먼 선조 중에 신의 축복을 받은 자가 있는 모양이다.
여신 아누케트의 가호.
그것을 받은 사람은 물에 대한 지배력을 얻으며, 어느 정도 날씨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단한 신의 가호를 받았다 해도 인간의 피가 섞이면 흐려진다.
지금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다른 사람보다 약간 오래 더 버티는 정도였다.
그것이 무스타파 2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일주일 정도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땀으로 인해 손실되는 수분을 계산하지 못했다.
“술탄께서는 겨우 닷새 만에 6만 번의 절을 하셨소. 처음에는 비 오듯 땀을 흘리셨지만 어느새 고요한 호수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변하셨지. 그때까지만 해도 본인은 그분께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적을 보여 주실 거라 생각했소.”
언제부터인가 말을 하는 압둘라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착각이었소! 땀이 흐르지 않은 것은 그저 몸 안에 그럴 수분이 없었을 뿐이오! 술탄의 몸은 이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스타파 2세는 대략 6만 6천 번의 절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압둘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 압둘라. 오늘따라 날이 유난히 덥구나. 자네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들을……. 신밧드를 잘 부탁하마.
무스타파 2세는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결국 알라가 제시한 횟수를 대략 700번 정도 남기고, 모든 힘을 다한 것이다.
압둘라는 절망스런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몸은! 이 몸은……! 눈앞에서 술탄의 죽음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소! 술탄을 지키기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고자 맹세했으면서 말이오!”
그 후로 몇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술탄의 마지막 명령. 아니, 부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압둘라는 여전히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신밧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현 술탄께서는 어릴 적부터 몹시 병약하셨소.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지금에 와서야 술탄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지.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오.”
10년이 넘도록 계속된 대가뭄과 선대 술탄의 죽음. 게다가 우인 세헤라자드의 실종까지.
어린 소년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게다가 식량이 부족해지자, 각지에서 고기 전쟁이 심화되었소.”
“고기 전쟁이라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오스만은 유일신 데우스를 모시는 북방과는 달리, 여러 신을 모신다오. 강의 여신 아누케트 같이 말이오.”
애초에 오스만 자체가 여러 부족이 모인 연합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마다 교리가 다르다는 것에 있었다.
비잔티움에서는 알라가 타고 다닌다는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 게다가 인구가 증가하고 농경이 점차 확대되면서 쟁기를 끌 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결국 소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그에 비해 돼지를 악마와 닮았다 하여 먹지 않는 이들도 있소. 오스만에서는 그것을 ‘고기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소이다. 비가 내리고 수풀이 무성할 때는 괜찮았소. 각자가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따라 살아가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모든 것이 부족해지자 문제가 생긴 것이오.”
비잔티움에서 소중하게 키우고 있는 소를 최근 반년 만에 수백 마리나 도둑맞았다고 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농담 삼아 부르던 칭호대로 정말 내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오. 그것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어느 쪽을 먹는 것이 옳은지 때문에 말이오.”
대가뭄과 전대 술탄의 죽음.
부족한 식량과 심화되는 종교 갈등.
게다가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돌 인형의 연금술사 조이드까지.
수많은 문제가 한데 모여 휘몰아치는 폭풍이 되었다.
이대로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한 줌씩 모래를 보태 쌓아 올린 성이 무너지게 되리라.
케인첼은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끼며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댔다.
탐정 지크가 있었다면 무언가 기발한 조언을 해 주었을 것이다.
뱀파이어 르망이 있었다면 마안을 이용해 간단하게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케인첼과 아벨 단둘뿐이었다.
‘과연 이 수많은 문제를 여기 있는 사람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브리타니아나 엘 아카드에 지원을 부탁하는 편이…….’
한동안 조용히 압둘라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아벨이 입을 열었다.
“케인첼. 나는 압둘라와 신밧드를 돕고 싶다. 어째서인지 남 같지 않아서 말이다. 여러 부족이 모인 오스만과 여러 종족이 모인 지스타드 영지. 게다가 음식 때문에 다툰 것이라면 이미 한 번 해결해 보지 않았나.”
“……!”
고기는 물론, 달걀조차 입에 대지 못하는 엘프.
술과 고기를 배불리 먹어야 식사를 했다고 할 수 있는 드워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종족의 화합을 이끌어 낸 것이 케인첼의 요리였다.
그와 비슷한 것이 이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요리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마워 아벨. 덕분에 마음을 정할 수 있었어. 그럼 우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음, 역시 이래야 케인첼답지.”
아벨은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활짝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케인첼은 오스만 제국이 처한 문제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눴다.
우선 대가뭄과 세헤라자드의 실종.
그것은 대가뭄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사라진 세헤라자드를 찾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초대형 골렘인가.”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움의 지하 깊은 곳.
설마 바로 이곳에 초대형 골렘의 제작자 조이드의 공방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만약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비잔티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최대한 조이드에게 들키지 않고 그를 사로잡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고기 전쟁.
그것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중에서 어느 쪽을 먹는 것이 옳은지를 정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세헤라자드의 흔적을 찾는 쪽이겠군. 그럼 케인첼. 우선 그녀가 사라진 장소로 가 보는 것이 어떤가.”
우선 세헤라자드를 찾는 것이 가장 급하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분명 전대 술탄의 죽음은 대가뭄과 연관되어 있어. 그렇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케인첼은 반나절 만에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압둘라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분명 알라의 모습을 본뜬 동상이 움직이고, 말까지 했다고 했죠?”
“그렇소이다.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오.”
“그럼 예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까?”
압둘라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소. 이번이 처음이오.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이오? 대가뭄이 알라께서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큰 문제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소만.”
“우선 그곳으로 가 보죠. 분명 무언가 남아 있을 겁니다.”
“흐음……. 미안한 일이네만. 그러기 위해서는 술탄께서 허락을 해 주셔야 하오.”
왕묘는 왕족이나 그들의 호위 역인 예니체리만 출입할 수 있었다.
그러자 아벨의 품에 안겨 과자를 먹고 있던 신밧드가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토록 맛있는 것이냐! 또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면 왕묘에 들어가도 괜찮은 것이다!”
“그럼 이번엔 몽블랑을 만들어 드리죠.”
“……몽블랑이 무엇이냐?”
“밤으로 만든 마롱 크림과 머랭, 그리고 생크림에 설탕을 듬뿍 넣은 샹띠이 크림을 재료로 만드는 과자입니다. 짙은 갈색의 마롱 크림을 눈 덮인 산처럼 쌓아서 만드는데 달콤하면서 정말 맛있죠.”
신밧드는 몽블랑의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케인첼은 과자 하나로 간단히 술탄의 허락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왕묘 입구에 도착한 케인첼은 신탁을 내렸다는 동상을 찾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압둘라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알라께서는 동상을 빌려 신탁을 내리시곤, 모래로 돌아가셨소.”
“모래로 말이죠? 그럼 그 모래는 남아 있습니까?”
“그건 말이오. 신이 깃들었던 성스러운 모래라서 따로 보관해 두었소. 시종을 시켜 가져오게 하리다.”
알라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석상이 말하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그것을 신탁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입에서 나온 것은 인간의 몸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과제.
어쩌면 그 정체는…….
“케인첼 공! 여기 가져왔습니다!”
모래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가지고 온 것은 아찔한 옷을 입은 갈색 피부의 미녀였다.
케인첼은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하고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겉보기에는 정말로 모래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맛을 보면 그 정체를 알 수 있으리라.
‘그럼 어디…….’
할짝-
모래에 혀를 가져다 대자, 미식 스킬이 거기에 담긴 비밀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