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3화(21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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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적의 치맥
‘역시…….’
케인첼은 아라비아 사막을 건너던 도중, 초대형 골렘 타이탄의 습격을 받았다.
커다란 성채라 해도 일격으로 무너트릴 엄청난 괴물.
그렇지만 신기술 ‘피쉬 앤드 칩스’와 아벨의 활약 덕분에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코어를 파괴하자 초대형 골렘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놈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은 모래가 아니었다.
‘……그건 분명 배양토였어.’
엘프는 타고난 정원사다. 그 실력은 눈으로 뒤덮인 브리타니아 북부에 꽃을 피워 낼 정도였다.
아무리 세계수의 가호가 더해졌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케인첼은 얼마 전부터 니뮤에에게 맛있는 야채를 기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니뮤에가 말했다.
― 야채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태양과 물의 축복뿐 아니라, 흙의 상태도 매우 중요해요.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머금은 흙은 맛부터 다르답니다.
미식 스킬이 6성이 되자, 케인첼의 혀는 절대미각에 가까울 정도로 예민해졌다.
땀의 농도를 통해 상대의 감정 변화마저 읽어 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도 흙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썩은 낙엽과 빗물이 섞인 퀴퀴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아무래도 흙의 맛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엘프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인가 보군…….’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초대형 골렘과 알라의 석상에서 같은 맛이 나는가 뿐이다.
그것은 미식 스킬에 의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맛을 보았지만 나오는 결론은 똑같았다.
‘상태창에는 아무런 정보도 표시되지 않지만, 나는 내 혀를 믿어. 이건 분명 같은 맛이야……. 신탁을 내린 석상의 정체는 조이드가 만든 골렘이 분명해!’
그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띠링-
[흙과 모래, 바람과 강물의 맛을 느끼는 엘프의 미각을 습득했습니다.] [미식 레벨이 올랐습니다.]“……!”
케인첼은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미식 스킬의 숙련도를 표시하는 별의 개수가 7개로 늘어 있었다.
‘뭐야, 정말 미식 스킬이 올랐잖아?!’
엘프는 혀끝으로 흙의 맛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을 따라했더니 미식 스킬이 오른 것이다.
설마 요리보다 미식이 먼저 7성이 될 줄이야.
케인첼은 다시 한 번 알라의 석상이 부서져 생긴 흙을 먹어 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배양토]* 꽃, 채소 작물 등의 원예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적합한 흙을 가공하여 만든 인공 토양. 구성 물질의 입자가 살아 있어 통기성 및 보수력이 좋으며, 어떤 형태의 식물 재배에도 잘 어울린다.
* 유기질과 영양이 풍부하여, 물만 충분히 공급해 준다면 감자, 당근, 밀, 보리 등 대부분의 작물을 기를 수 있다.
‘……이건 대박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엘프의 미각을 가지게 될 줄이야.
멀고 먼 대륙의 최남단까지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초조하게 케인첼의 분석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압둘라가 물었다.
“케인첼 공.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소? 표정을 보아하니 매우 경이로운 것을 얻은 듯하오만.”
“예.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엘프의 미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자 압둘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허허. 설마 엘프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소이다. 괜히 세계수의 수호자라 불리는 것이 아니구려.”
그것은 거의 완전한 엘프가 된 아벨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몸은 엘프로 변했지만, 미각만은 여전히 인간에 가까웠다.
“설마 이런 식으로 케인첼에게 엘프의 능력을 추월당할 줄은 몰랐군.”
각오를 마친 케인첼은 압둘라와 아벨에게 엘프의 미각을 사용해 얻어 낸 정보를 말해 주었다.
그러자 압둘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그럼 알라의 석상이…….”
“아마, 높은 확률로 돌 인형의 연금술사가 만든 골렘일 겁니다. 그런 커다란 것도 만들었는데, 작은 석상 크기라면 훨씬 쉽겠죠.”
콰직-!
분노로 뿜어져 나온 오러에 압둘라가 서 있던 바닥에 금이 갔다.
만약 눈앞에 조이드가 있었다면 산 채로 씹어 먹을 기세였다.
“분명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다고 했지. 내 지금 당장 그 자식을……!”
케인첼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생을 모셔 온 술탄이 한낱 골렘에게 속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압둘라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는 듣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신밧드를 위해서라도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설마 초대형 골렘을 부리는 조이드와 비잔티움에서 싸우실 생각입니까?”
신밧드라는 말에 압둘라의 눈이 커졌다.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전대 술탄의 마지막 부탁이라도 떠올린 것일까.
“……이 몸이 설마 이런 추태를 보일 줄은 몰랐구려. 미안하오. 잠시 머리 좀 식혀야겠소.”
결국 신탁의 정체는 밝혀낼 수 있었지만, 입맛이 썼다.
이제는 세헤라자드의 행방을 찾을 차례였다.
압둘라를 위로하고 있던 아벨이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어째서 골렘을 만드는 데 배양토가 필요한 거지?”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비숍이 튀어나왔다.
아벨의 눈이 반짝거렸다. 처음에는 징그러웠는데, 자꾸 보니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내가 설명해 주지. 크, 크흠! 미안하지만 내 몸을 건드리지 말아 주겠나. 하여간 아무리 드래곤의 마나를 이용했다고는 해도 그런 크기의 골렘을 움직이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드래곤 하트나 현자의 돌이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국 조이드는 신화시대 이후 잊혀진 고대 신의 권능에 손을 댄 것이다.
대지모신(大地母神) 데메테르.
농업, 농경, 곡물, 곡식을 주관하는 신으로 그 정체는 광활한 대지 그 자체라고 한다.
“……그럼 비옥한 흙만 있으면 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조이드가 어떤 식으로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곡식이 잘 자라는 흙이야말로 데메테르의 아바타나 마찬가지다. 분명 무언가 연관이 있겠지.”
비숍은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대지모신의 권능을 손에 넣은 연금술사라.’
케인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기름진 흙은 물론, 충분한 비가 필요하다.
어쩌면 세헤라자드의 실종에 조이드가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
이제 그것을 밝혀낼 시간이었다.
* * *
세헤라자드의 거처는 후궁 깊숙한 곳에 있다.
그곳은 사무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아무런 장식이 없는 장소였다.
그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서적만이 그녀의 취향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케인첼은 아직 마시지 않은 콜라병을 치우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비가 내리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올린 상서문이었다.
아무래도 비가 내려야 하는 장소를 선별하는 일을 세헤라자드가 직접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압둘라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선대 술탄께서 계셨을 적에는 그분이 모든 업을 지고 계셨소. 그런데 그 일을 대신해 주어야 할 현 술탄께서는…….”
과연 상서문을 읽는 세헤라자드의 심정이 어땠을까.
우인의 힘은 한정되어 있다. 모두가 만족할 만큼 많은 비를 내리게 할 수는 없었다.
말라 죽어 가는 사람에게 겨우 입술을 적실 정도의 물만 준다. 그것을 무한정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케인첼의 시야에 무언가에 젖은 것처럼 잉크가 번져 있는 서류가 들어왔다.
분명 맛을 보면 가슴이 아리도록 짠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런데 서류 사이에 잡지가 한 권 섞여 있었다.
어째 표지가 익숙하다 싶더니, 괴테의 평론으로 유명한 젠틀맨스 매거진이었다.
‘세헤라자드도 괴테의 애독자였구나. 역시 대문호답군……. 윽,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관한 평론이 실려 있잖아?!’
게다가 최근에 발매한 젠틀맨스 매거진에는 ‘관자 스테이크’에 대해 무려 5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적혀 있었다.
어찌나 묘사가 실감나는지 잘 구워진 관자의 고소한 향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 페이지에만 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었다.
분명 수십, 아니 수백 번은 족히 읽은 것이리라.
‘이 정도면 내가 만든 요리가 먹고 싶다고 한 것도 빈말이 아니었겠네.’
케인첼은 지크가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질문을 했다.
“세헤라자드 님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여기입니까?”
“그렇소이다. 신원이 노출되면 안 되기에, 하루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소. 시중을 드는 시녀도 최소로 두었을 정도요.”
그녀가 사라진 후, 이곳은 먼지 한 톨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벨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콜라병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흙을 담아서 꽃을 꽂아 두었군. 콜라에 얼마나 빠져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런 콜라병이 스무 개가 넘었다.
세헤라자드가 사라진 것은 정오가 막 지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케인첼에게 보낼 편지를 적고 있던 도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사건 현장이 너무 깨끗했다.
“아무래도 높은 확률로 면식범의 소행인 것 같군요.”
그러자 압둘라가 당황해서는 반박했다.
“그, 그럴 리 없소! 후궁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신원이 확실한 사람뿐이오. 차라리 엄청난 실력을 가진 자객이 숨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그럼 무언가 흔적이 남았을 겁니다.”
“자객 중에 귀빈을 납치하기 위해 마취 침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지 않소이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헤라자드 님을 기절시켜 데리고 간 것이 분명하오.”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건 현장에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남아 있었다.
“책상 위에 흙이 담긴 콜라병이 잔뜩 놓여 있는 것이 보이시죠? 만약 마취 침에 당해서 쓰러졌다면 이것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
분명 책상은 물론, 바닥에 깔려 있는 양탄자까지 흙으로 엉망이 되었으리라.
결국 세헤라자드는 스스로 걸어서 이 방을 나간 것이 된다.
정말로 케인첼의 요리를 먹기 위해 가출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세헤라자드 님을 마지막으로 본 시녀에게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들어 봐야 할 것 같군요.”
압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종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몇 시간 전에 본 적이 있는 갈색 피부의 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을 반투명한 베일로 가리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수석 시녀인 자스민이오. 대대로 왕가를 모셔 온 가문의 여식이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지.”
자스민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케인첼에게 인사를 했다. 베일 사이로 드러난 눈매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왕실의 수석 시녀를 맡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작 영애는 되어야 한다.
그녀들은 단순히 시중만을 드는 것이 아니다. 보좌관이자 수행원이며, 급할 때는 호위까지 맡는다.
말 그대로 문무를 겸비한 인재인 것이다.
케인첼이 멍한 표정으로 자스민을 바라보자, 아벨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한시가 급하다. 빨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질문을 시작하죠. 자스민 양. 세헤라자드 님을 모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분을 본 사람이기도 하고요.”
“예, 그렇습니다. 세헤라자드 님께서는 그날도 평소처럼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하고 계셨습니다. 잠시 서류 작업에 필요한 잉크가 떨어지셨다 하여 그것을 보충하러 간 사이에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케인첼은 그때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자스민은 침착한 표정으로 수상한 사람은 없었으며,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완벽한 대답이군요. 그게 되레 이상할 정도로 말이죠.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혹시 오늘 식사하셨습니까?”
“예? 그건 어째서…….”
케인첼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혹시 식사를 안 하셨으면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요. 요리 실력에 아주 자신이 있거든요.”
자스민은 왕실을 찾은 남성 귀빈에게 자주 구애를 받곤 했다.
대부분 정중하게 거절하곤 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아. 죄송하지만 저희는 밥을 일찍 먹습니다. 그래야 모시는 분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저녁 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그래요? 점심 때 무엇을 먹었죠?”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궁금한 거라고 생각한 자스민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빵과 야채수프를 조금……. 너무 배불리 먹었다가는 일하기 힘드니까요.”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아벨이 어째서인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이상하군요. 제가 보기에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그럼 이번에는 질문이 아니라, 심문을 하도록 하죠. 자스민 양. 왜 거짓말을 하고 계십니까?”
“예? 그게 무슨…….”
“그것도 무려 두 가지나 말이죠. 당신이 가지러 간 것은 잉크가 아닙니다. 세헤라자드 님은 깃털 펜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촉 부분을 한 번 깎아 놓으면 대략 일주일 정도를 쓸 수 있죠. 방 안에 잉크를 말리기 위한 압지용 모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필기구를 사용하지는 않으시겠죠.”
“맞습니다. 관찰력이 대단하십니다.”
“같이 다니는 일행 중에 자칭 탐정이 있거든요. 그 사람에게 많이 배웠죠. 하여간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해 놓는 사람이 서류 작성 도중에 잉크가 떨어져서 보충을 부탁할까요? 그것도 한창 일해야 할 정오 무렵에 말입니다.”
“아무리 신중한 인간이라도 무언가 깜빡할 때가 있는 법이지 않습니까. 세헤라자드 님께서도 분명…….”
케인첼은 피식 웃으며 아직 마시지 않은 콜라병을 꺼내 자스민에게 내밀었다.
“세헤라자드 님은 다 마신 콜라병을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요. 혹시 거기 들어 있는 것이 콜라인지 마셔 보시겠어요?”
자스민은 경악한 표정으로 병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것은 콜라가 아니라, 잉크였다.
“방 안에 이렇게 잉크가 잔뜩 남아 있는데 어째서 보충을 부탁했을까요. 게다가 당신은 한 가지 거짓말을 더 했습니다.”
케인첼은 그것을 자스민이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