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4화(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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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스킬이 7성이 되자, 예민해진 것은 혀만이 아니었다.
맛을 느끼는 데는 미각뿐 아니라 후각 역시 중요하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단순한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등만 약간 느껴질 뿐. 음식 고유의 향과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
“오스만 왕가에서는 소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스민 양의 몸에서 잘 구워진 소고기 스테이크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
자스민은 경악한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은 수석 시녀답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소고기라는 말 자체가 알라에 대한 모욕입니다. 삼가 주십시오.”
아무래도 끝까지 시치미를 떼려는 모양이다. 케인첼은 자스민의 몸에 코를 가져다 대고는 과장되게 킁킁거렸다.
“사실 제가 코가 조금 예민한 편이거든요. 압둘라 공도 맡아 보세요.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꽃향기가 나죠?”
“……정말이구려.”
“거의 원액에 가까운 향수를 온몸에 발라서 그래요. 이 향기는 자스민이네요.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향수라, 로맨틱하군요.”
모르가나의 초감각 정도는 아니지만, 음식과 향신료에 관해서는 전보다 몇 배 이상 예민해져 있었다.
날씨가 더운 오스만에서는 체취를 지우기 위해 향수나 기름을 애용한다.
문제는 사용한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특별한 예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일하는 도중에 값비싼 향수를 잔뜩 뿌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입에 댄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겠죠.”
그러자 압둘라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프엘프인 아벨마저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사실대로 말해라, 자스민……! 그러면 그동안 왕가를 위해 일한 공로를 봐서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마!”
어느새 그의 손에는 커다란 클레이모어가 들려 있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그대로 목을 베어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자스민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분노한 압둘라의 손에서 엄청난 검기가 뿜어져 나오려는 찰나였다.
“압둘라. 그만하세요.”
어디선가 귀가 녹아내릴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을 듣는 순간, 마치 시간이라도 정지한 것처럼 압둘라의 몸이 굳었다. 그는 가까스로 입을 벌려 비명 섞인 외침을 토해 냈다.
“세, 세헤라자드 님?!”
마치 그것에 화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헤라자드가 주문을 외웠다.
“열려라 참깨.”
드르륵-!
그러자 방의 한쪽 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책장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걸어 나온 것은 청순가련(淸純可憐)이라는 칭호가 어울릴,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피부의 여자였다.
깨끗하고 순수한.
그리고 덧없으리만큼 애틋한.
뜨겁게 내리쬐는 오스만의 태양빛 아래에서 순식간에 녹아 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케인첼은 순간적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윽?!”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맑은 강물을 형상화한 것처럼 푸르게 찰랑이는 머리카락. 세상의 지혜를 전부 담고 있는 반짝이는 눈동자.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많이 만나 보았지만, 경이감마저 느껴지는 외모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앞에 자스민이 무릎을 꿇었다.
모셔야 할 유일한 주인이자, 수십만 오스만 제국민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우인.
세헤라자드의 등장이었다.
* * *
케인첼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동안 심호흡을 해야 했다.
‘신성력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어. 우인에게는 신의 힘이 깃들어 있다더니, 정말이었구나.’
세헤라자드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사라진다면 전속 시녀인 자스민은 엄청나게 문책을 받을 거예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내보냈는데, 그게 도리어 발목을 잡았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더 완벽하게 연기를 했다면…….”
“당신을 책망하는 것이 아니에요. 언제가 되었든 들킬 일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자스민이 ‘공범’이라는 것을 밝혀낼 줄은 몰랐네요. 적어도 한 달은 더 걸릴 줄 알았거든요. 그러니까 압둘라. 자스민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저 제 말에 따랐을 뿐이니까요.”
요동치는 신성력을 겨우 진정시킨 케인첼이 물었다.
“그럼 소고기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것도 제가 부탁한 거예요. 그런데 정말 당신을 데리고 올 줄이야……. 역시 압둘라의 행동력은 대단하다니까요.”
압둘라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세헤라자드를 바라보았다.
결국 모든 것이 그녀가 꾸민 자작극이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잠시 앉으시겠어요? 아 참, 제가 보낸 편지는 읽어 보셨나요? 그건 전부 사실이에요. 제게 족쇄가 달려 있지 않았다면 몇 달이 걸려서라도 당신이 만든 요리를 먹으러 갔을 거예요.”
세헤라자드는 쓸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기분을 나타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위에 먹구름이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세헤라자드 님……! 말해 보시오! 어째서 이런 짓을 하신 겁니까?!”
무릎을 꿇고 있던 자스민이 고개를 들어 압둘라를 바라보았다.
“압둘라 공. 그것은 제가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세헤라자드가 스스로 사라져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케인첼 공이 밝혀낸 것은 대부분 정답입니다. 세헤라자드 님이 제게 납치된 것이 아니라, 비밀 통로를 이용해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방금 그게 비밀 통로였군요.”
“예, 그렇습니다. 여기 후궁에는 술탄도 모르는 비밀 문이 몇 개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위해 만들어 둔 겁니다.”
십 년이 넘게 계속된 대가뭄으로 인해 오스만 제국은 서서히 말라 죽어 가고 있었다.
아메후라시를 사용하면 마른하늘에도 먹구름을 불러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세헤라자드 님은 하루도 쉬지 않고 아메후라시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도 필요한 양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러와 마찬가지로 사용하면 고갈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라 죽어 가고 있는 것은 세헤라자드 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혹사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술탄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압둘라조차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 앞으로 한 달도 버티지 못한다고?! 어째서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겁니까!”
“말한다고 무언가 바뀌는 것이 있습니까?”
“크흑…….”
“결국 세헤라자드 님은 모든 죄를 자신이 짊어지기로 결심하신 겁니다. 전대 술탄, 무스타파 2세께서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스만 전체에 계속해서 아메후라시를 사용하면 앞으로 한 달 후 한계가 찾아온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를 내리는 양을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케인첼은 자스민의 이야기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조금 번잡해지겠지만, 비가 내리는 곳에 모두가 모여 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압둘라와 자스민이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스만 제국은 믿고 있는 신에 따라 소를 먹지 않는 사람과 돼지를 먹지 않는 놈들로 나뉘어져 있소. 그들이 섞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요. 고집을 잠시 접어 두고 같이 살 수는 없는 겁니까?”
“신성한 소를 잡아먹는 야만인들과 같이 사느니, 차라리 말라 죽는 것이 낫소이다.”
어째서 오스만 제국이 그토록 폐쇄적으로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브리타니아만 해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전부 먹지 않는가.
무언가 설명을 더 하려는 자스민을 향해 세헤라자드가 손을 뻗었다.
“여기부터는 제가 말할게요. 오스만은 소고기 지지 파와 돼지고기 지지 파로 나뉘어져 있어요. 수로 따지면 후자가 조금 더 많지만, 큰 차이는 아닐 거예요. 맞아요. 저는 앞으로 그 둘 중 한쪽에만 비를 내릴 생각이에요.”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면 수백 년 동안 분열되었던 오스만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비록 수는 절반으로 줄겠지만, 앞으로는 타국과의 무역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겠지.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필요했다.
그것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어느 한쪽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압둘라는 자스민이 세헤라자드를 위해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웠다는 것을 떠올렸다.
“서, 설마 세헤라자드 님은 소고기 지지파십니까?!”
그러면 소고기를 먹지 않는 비잔티움의 백성들은 전부 말라 죽게 된다.
그중에는 압둘라는 물론, 신밧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세헤라자드는 한숨을 내쉬며 수십 년 동안 숨겨 온 진실을 고백했다.
“사실 저는 둘 다 좋아해요. 소고기 스테이크에, 베이컨 샌드위치……. 왜 그렇게 맛있는 걸 먹으면 안 되는 건가요?”
“그, 그건…….”
“맞아요. 한동안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했어요. 과연 소고기와 돼지고기. 어느 쪽을 먹는 것이 옳은지 말이에요. 결국 하나의 대답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목숨이 달린 문제니, 직접 정하도록 하자고요. 어느 쪽이 우월한지 정해지면 거기에만 비를 내리도록 할 거예요. 아주 공평하지 않나요?”
케인첼은 세헤라자드가 자작극까지 벌여 가며 모습을 감춘 이유를 깨달았다.
만약 이것이 미리 알려졌다면 오스만 제국 전체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으리라.
세헤라자드는 몇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삼 주.
소고기 파와 돼지고기 파는 각자 지지하는 요리를 만들어 상대를 감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제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인원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쪽의 승리.
물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한다.
“허나 그러면 우인의 존재가 제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소?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그건 적당히 기우제에 사용할 음식을 정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정도면 충분히 경쟁심을 자극할 수 있을 거예요.”
“확실히 그런 내용이면 우인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도 진행이 가능하겠구려.”
압둘라는 케인첼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케인첼 공. 일이 이렇게 되어 미안하지만 부탁할 것이 있소. 돼지고기 파에 들어와 줄 수 없겠소? 그대가 만든 돼지고기 요리라면 순식간에 천 명 정도는 지지 인원을 늘릴 수 있을 거요.”
그는 이미 돼지고기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지켜야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술탄인 신밧드니까.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설마 소고기를 지지할 생각이오?”
압둘라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움은 돼지고기를 지지한다. 게다가 술탄 역시 돼지고기 파다.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시작하기도 전에 정해진 셈이다.
그런데 케인첼이 소고기 파에 붙는다면, 엄청난 요리 실력을 지닌 적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력을 쓸 수도 없으니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 갈 뿐이었다.
“아뇨.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지지하지 않을 겁니다.”
“후우……. 잠시 잊고 있었구려. 케인첼 공은 브리타니아인이었지. 중립으로 남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오. 하여간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조이드를 상대하는 것은 삼 주 뒤로 미루도록 해야겠구려.”
그자가 비잔티움 지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최강의 골렘을 만드는 것이지, 오스만의 멸망이 아니다.
쥐구멍을 들쑤시지만 않으면 기어 나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비숍에게 감시를 부탁해야겠군.’
“그런데 세헤라자드 님. 삼 주 후에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고기가 승자가 되는 거죠?”
“예. 맞습니다. 혹시 당신도 참가할 생각인가요?”
“글쎄요.”
이제부터 삼 주간, 압둘라와는 적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할지 알려 줄 수 없지 않겠는가.
케인첼에게는 아무도 희생되지 않고 전쟁을 끝낼 비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