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6화(22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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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광산 근처는 드워프가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높은 온도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는 미지근한 데다가 김이 빠져 밍밍한 것뿐.
그것은 다른 술도 똑같았다.
아무리 고급 와인이라 해도 일주일이면 맛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확실히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면 혹할 녀석이 제법 되겠군. 그렇지만 그건 투스카나 연합국에만 가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여흥이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네. ……그, 뭐냐 우선 치맥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겠나.”
케인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이미 절반 이상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치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센트럴 지하철로가 필요합니다.”
산토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닭고기 요리를 하는 데 오븐이나 가마가 아니라 철로가 있어야 한다고?!”
눈앞에 있는 남자는 도대체 무슨 요리를 만들 셈이란 말인가.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짜릿하게 시원한 맥주까지 맛볼 수 있지요. 어떻습니까. 반나절 정도만 철로를 이용하게 해 주시면 됩니다.”
“크, 크흠!”
잠시 지하철로의 사용을 허락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결국 산토스는 케인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이렇게까지 기대하게 해 놓고 평범한 닭 요리를 내놓지는 않겠지. 알겠네. 한번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보게나.”
케인첼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분명 지금까지 먹어 본 적 없는 아주 끝내주는 치킨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 * *
케인첼은 끝없이 이어져 있는 지하철로를 앞에 두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자 산토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대체 주방을 놔두고 이곳에서 요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만이라도 먼저 설명해 줄 수 없겠나.”
“그건 말입니다. 센트럴 지하철로 내부는 여기보다 더 뜨겁다고 알고 있어요. 대충 그 온도가 60도 정도 되죠?”
“……잘 알고 있구만.”
“고기는 익으면 익을수록 점점 단단해지고, 질겨집니다. 그건 고기가 높은 온도 때문에 수축하기 때문인데요. 스테이크는 많이 드셔 보셨죠?”
“흠. 확실히 속까지 바짝 익힐수록 퍽퍽하니 맛이 없더군.”
“그래서 겉을 바싹 익혀서 내부의 육즙을 유지시켜 주는 시어링을 해 줍니다. 그렇지만 닭고기는 그것이 힘들어요. 결국 닭 가슴살 같은 경우는 아무리 잘 구워도 퍽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닭고기를 요리하는 데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부드럽고 연한 닭다리나, 날개를 선호한다.
“설마 그 한계를 뛰어넘은 요리가 있단 말인가?”
“정답입니다.”
“……!”
“먼저 미리 향신료를 발라 둔 닭고기를 공기에 닿지 않게 완전히 밀봉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조리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아주 천천히 익히면 맛과 향, 수분, 질감, 영양소를 보존한 상태로 요리를 할 수 있죠. 그럼 보통은 퍽퍽하기만 한 닭 가슴살조차 아주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설마 그것에 필요한 온도가…….”
“예. 닭고기의 경우는 61도 정확히 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센트럴 지하철로의 온도와 거의 똑같죠? 이와 같은 조리법이 가능한 것은 대륙에서 여기뿐입니다.”
블루마운틴은 술만 마시면 센트럴 광산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아닌 척해도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다.
지하철로라는 특수한 환경 또한 그때 들은 것이었다.
그것을 요리에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것이 바로 지금부터 만들 치맥이었다.
산토스는 척추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짜릿한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평생 동안 광산에서 철과 미스랄을 캐고, 그것으로 수많은 무구를 만들어 왔다.
이건 분명 명품(名品)이 될 것이다.
종종 완성되기도 전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적중률은 100%에 가까웠다.
“……지금부터 자네가 만들 요리는 분명 명품이 될 거야. 어째서인지 그런 예감이 들어.”
산토스는 더 이상 자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광산과 대장간이 그의 무대이듯.
이곳의 주인공은 케인첼이었다.
지금부터 만들 것은 브리타니아식 오븐 요리에 오스만 제국의 강렬한 매콤함이 합쳐진 닭고기 요리.
거기에 진공 저온 숙성을 더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주 작은 온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케인첼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수많은 요리의 경험이 더해진 폴른 스타를 발동시켰다.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고추와 마늘을 잘게 갈아 토마토 퓨레와 섞어 줍니다. 냄새가 정말 좋죠?”
거기에 매운맛을 한층 더해 주어야 한다.
오스만 제국에서 주로 먹는 매콤한 향신료를 꺼내자 산토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리엔다에 쿠민, 울금을 섞고, 거기에 가람 마살라까지 넣어 주는 겐가?! 이거 장난 아니게 매콤하겠구만.”
그의 말대로 양념에서는 코가 아릴 정도의 매콤함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염소젖으로 만든 천연 요거트를 수북하게 넣어 준다.
이것이 여러 향신료의 맛을 하나로 합쳐 줄 것이다.
“단순히 매콤하기만 해서는 무언가 부족하죠. 새콤함을 더해 줄 레몬 즙을 넣을 겁니다.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주면…….”
“오! 확실히 향이 부드러워졌구먼!”
케인첼은 닭고기의 다리 부분에 마구 칼집을 냈다.
다리 살은 가슴살보다 천천히 익는다. 그 차이를 동일하게 맞춰 주기 위해 이렇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환상적인 양념을 닭고기에 마구 문질러 발라 준다.
“이렇게 하면 향신료의 풍미가 고기에 잘 배어들게 됩니다. 어때요, 아주 맛있어 보이죠?”
“제발 어서 빨리 닭고기 요리를 완성해 주지 않겠나……. 침이 고여서 대답하기도 힘들 정도네.”
이제 양념이 끝난 닭고기를 완벽하게 공기와 닿지 않은 진공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오러로 된 거품인 머랭이었다.
“원래 양념이 완전히 배어들게 하려면 이렇게 반나절 이상 놓아두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센트럴 지하철로에서 저온 숙성을 하면 3시간이면 충분하죠.”
그러자 산토스가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가?”
“기다림 또한 요리의 맛을 높여 주는 조미료입니다. 걱정 마세요. 분명 지금까지 먹어 본 적 없는 최고의 치킨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크흑…….”
케인첼은 지하철로 위에 대기시켜 둔 광산차에 양념을 마친 닭고기를 실었다.
이제 이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오면 초벌구이가 끝난다.
그렇게 산토스에게 있어 지옥과도 같은 3시간이 지나고, 떠났던 광산차가 돌아왔다.
케인첼은 그 안에서 부드럽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닭고기를 꺼냈다.
겉을 감싸고 있는 머랭을 벗기자, 적당히 익은 치킨의 냄새가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 구역에서 일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몰려왔다.
“어디서 매콤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데…….”
“젠장! 이렇게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풍기는데 어떻게 일을 하란 말이야?!”
“당장 이 몸에게 고기를 대령하도록 해! 안 그러면 콱 파업해 버릴 거야!”
산토스는 흥분한 드워프들을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치맥의 완성까지는 이제 마지막 단계만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치킨의 겉을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화로에서 한 번 더 구워 주면 완성입니다.”
“서, 설명은 괜찮네! 어서, 빨리!”
화로에 넣기 전, 이곳저곳을 찔러 즙이 잘 흘러나오도록 만든 레몬을 닭 안에 집어넣었다.
이러면 새콤한 맛이 치킨의 풍미를 더욱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화로의 온도가 정확히 200도인 것을 확인한 후, 30분가량 치킨을 굽는다.
그러면 껍질이 바삭하게 변해 먹는 즐거움을 최고로 끌어올려 준다.
“여기에 요거트를 섞은 새콤한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일 겁니다. 그러면 육즙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치킨의 맛을 즐길 수 있죠. 그럼 최대한 신선한 맥주를 가져다주세요. 바로 차갑게 식혀 드리죠.”
“후……. 이제야 겨우, 그 치맥이라는 것을 먹을 수 있겠군. 치킨이라면 몰라도 맥주는 여기 있는 전원에게 돌려야겠어. 안 그러면 진짜 파업할 기세야.”
산토스는 창고로 달려가 커다란 맥주 통을 들고 왔다. 그의 몸보다 몇 배나 큰 녀석이었다.
“그럼 셔벗을 이용해서 차갑게 식힐 테니 잠시 떨어져 주세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 누구도 센트럴 광산에서 시원한 맥주를 먹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지근하게 식었던 맥주가 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갑게 변했다.
“이제 이 얄미운 녀석을 썰어 보도록 하죠. 어떻습니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말 그대로 이상적인 치킨입니다.”
치킨을 써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구경하고 있던 드워프들의 눈이 홀라당 뒤집어졌다.
“어째서 산토스 혼자만 저 맛있는 치킨을 먹는 거야?! 나도……! 나도 먹을 거야!”
“내가 일족의 비티스트 아닌가! 그저 가장 먼저 두들길 뿐이네! 먹어 보고 진짜 맛있으면 자네들 것도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니, 우선 맥주라도 마시면서 참아 주게나.”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결국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산토스의 치맥 시식이 시작되었다.
산토스는 먼저 치킨에서 풍기는 매콤하면서 고소한 냄새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오렌지 껍질을 넣어 조제한 술에서는 상큼한 과일의 향이 풍겼다.
꿀꺽 꿀꺽-!
그것을 단숨에 들이켜자 살짝 쌉쌀하면서도 산뜻하고 은은한 신맛이 느껴진다.
혀를 톡 쏘는 탄산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맥주였다.
처음에는 입술이나 축일 생각이었는데, 어느샌가 나무 잔이 절반가량 비어 있었다.
“크으……! 진짜 뼛속까지 얼얼할 정도로 시원하구만! 어제 마셨을 때만 해도 마치 말 오줌 같았는데……. 역시 맥주는 시원하게 먹어야 제맛이라니까!”
광산의 열기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졌다.
바로 지금이 치킨을 먹어야 하는 순간이다.
산토스는 양념이 잘 배어든 닭다리를 집어 들고는 단숨에 입속에 우겨 넣었다.
그것을 우적 하고 베어 물자.
여러 향신료로 맛을 낸 껍질이 부서지며 진한 육즙이 흘러넘친다.
지금까지 먹어 온 닭고기와 같은 음식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야들야들한 살코기는 또 어떤가.
그것이 바삭하게 익은 껍질과 합쳐져 엄청난 풍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아……! 아아아……!”
산토스의 입에서 끊임없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너무 맛있어서 그대로 기절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맥주로 차갑게 식은 입속을 치킨이 달군다.
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제야 산토스는 이 요리를 맥주도, 치킨도 아닌 치맥이라 부른 이유를 깨달았다.
진공 상태에서 저온으로 익혀 뜨끈뜨끈한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부드러운 속살.
매콤한 향신료의 향이 입맛을 돋우며, 입에 넣는 순간 바삭하게 찢어지는 껍질 또한 각별하다.
거기에 쌉쌀한 맥주의 맛이 어우러진다. 산토스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고기를 안주로 술을 마셔 왔다. 그런데 이토록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주는 조합은 처음이었다.
매콤한 치킨을 먹어서 뜨거워진 입을 시원한 맥주로 식힌다. 그러면 또다시 치킨이 먹고 싶어진다.
산토스는 순식간에 치킨 한 마리를 전부 먹어 치우고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지하철로를 이용해 이토록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 줄은…….”
모든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케인첼은 산토스 주위에 몰려든 드워프들을 바라보았다.
전원이 치킨을 먹고 싶어 죽겠다는 얼굴로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계획대로군. 이 정도면 반절이 아니라 전부 도와 달라고 해도 들어줄 기세인데?’
“혹시 고기 전쟁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다. 요즘 그것 때문에 난리더군.”
“현재 오스만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로 나뉘어져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제 3의 세력인 닭고기가 추가되면 어떨까요? 만약 치킨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다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고기 전쟁이 끝나게 됩니다. 게다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뜨거운 열기를 버틸 수 있는 드워프와 이곳 센트럴 광산이 필요하죠. 분명 제국 내에서 드워프의 발언권이 상당히 커질 겁니다.”
그러자 치맥의 여운을 즐기고 있던 산토스의 눈이 빛났다.
이 정도 맛이라면 오스만 제국민들을 홀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센트럴은 풍부한 철광석은 물론, 드물지만 미스랄까지 캘 수 있는 최상급 광산 중 하나다.
대가뭄이 본격화되기 전만 해도 이곳의 채굴권을 노리고 여러 번의 분쟁이 있었을 정도다.
“크, 크흠.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확실히 치맥만 있으면 드워프의 입지를 더욱 높일 수 있겠군. 그런데 자네는 인간 아닌가. 어째서 우리 종족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 주는 건지 궁금하군.”
케인첼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블루마운틴은 훌륭한 대장장이이자, 지스타드 영지를 발전시켜 준 일등 공신입니다. 그분의 형제를 돕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요.”
그러자 산토스가 감동한 얼굴로 케인첼의 손을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대를 오해한 것 같네. 역시 형님의 은인이야. 아니, 지금부터는 우리 일족의 은인으로 불러야겠군.”
케인첼은 산토스에게 들키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씨익 웃었다.
‘좋았어! 이 정도면 덤으로 새로운 요리 도구 몇 개 정도는 얻을 수 있겠는데?’
역시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는 장인 종족답게 사고방식이 단순했다.
산토스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물었다.
“그런데 일족 전부가 나누어 먹으려면 닭고기가 적어도 오백……. 아니, 천 마리는 있어야 하네. 게다가 오스만 제국 전체에 치맥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 수십 배는 필요하겠지. 어디서 그 많은 닭을 구할 셈인가?”
케인첼은 이미 거기에 대한 답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건 지하철로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