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8화(22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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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VS
고기를 굽는 자이메의 손이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우아하게 움직였다.
그때마다 지글거리며 익어 가는 소고기에서 무척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세크메트 부족의 젊은 군주 무하마드 알라우딘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자이메의 실력은 언제 봐도 대단하군요. 이 정도면 지금 당장 왕실 셰프를 맡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 자리는 제게 아직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같이 남아 있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혹시 가공육이라는 말을 알고 계십니까?”
“가공육이요? 소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기술인가요?”
자이메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소고기를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요즘 갈리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늙거나 젖이 말라 버린 소는 아무래도 고기가 맛이 없지요. 그것을 가공해서 최대한 맛있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먹기 위해 기른 소에서 얻은 고기를 요리하는 것입니다만. 그건 아무래도 많은 제약이 따르니까요.”
“역시 미식의 나라 갈리아답군요.”
“이 부드러운 육질 보이십니까? 텐더라이즈를 해서 그렇습니다. 고기의 원형을 유지한 채로 질긴 힘줄이나 연골 등을 제거해서 먹기 좋게 만드는 과정이지요. 흔히 고기를 칼등으로 두들기곤 하는데, 그것도 텐더라이즈의 일종입니다.”
가공육을 만드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사용된다.
여러 양념에 재워 맛을 더해 주는 텀블링.
각종 조미료나 기름 등을 고기 내부에 주입하는 인젝션.
때로는 작은 고기 조각들을 뭉쳐 하나로 만들기도 한다.
“질 나쁜 소고기라 해도 가공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맛있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무하마드 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가공육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 고기가 정말 잘 구워졌군요. 시식해 보시겠습니까?”
“그래요? 어디 한번 맛 좀 볼까요.”
무하마드는 자이메가 구운 고기를 작게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저급 고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육즙과 함께 진한 맛이 느껴졌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맛있는 스테이크였다.
“이 정도면 손님들이 아주 만족하겠어요. 만약 돼지고기와의 대결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전부 자이메 셰프 덕분이에요.”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주어진 재료로 최선을 다해 요리를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시종들이 다 바쁜 것 같으니 제가 옮겨야겠군요.”
그리고 식당에 도착한 자이메는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끼긱, 끄윽……. 으어억…….”
“……끄극, 끄아아악…….”
그곳에는 눈이 검게 물든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당황한 자이메는 문 밖에 대기하고 있는 호위를 부르려 했다.
“……!”
그런데 그들 역시 똑같은 상태였다. 중요한 회담 장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자이메의 움직임이 멈추자 뒤따라 나오던 무하마드가 재촉했다.
“손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어서 최고의 소고기 스테이크를 대접해 주셔야지요.”
“지금 그럴 상황이…….”
“제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제야 자이메는 눈앞에 펼쳐진 참상의 범인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도대체 저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무하마드는 마치 옷에 묻은 먼지라도 털어 내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먼저 무슨 짓을 한 것은 저들입니다. 거룩한 형제 신을 모시고 따라야 할 입장이면서 술탄의 비호를 바라고 그 밑으로 들어갔거든요. 원래는 처단해야 마땅한 배신자지만, 그분께서 인간의 몸으로 나타나시어 제게 저들을 교화시킬 힘을 주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것도 그것을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
그때, 겨우 제정신을 차린 전사 한 명이 칼을 뽑아 들고 무하마드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 괴, 괴물……! 성스러운 알라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무하마드는 하루살이를 쫒아내듯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검은 팔이 튀어나와 단숨에 전사의 몸을 집어삼켰다.
“어떠십니까, 자이메. 이것 역시 그분이 내려 주신 세 가지 힘 중 하나입니다. 저는 성스러운 손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자이메는 비 오듯 식은땀을 흘렸다.
저것은 아무리 봐도 신에게 받은 능력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사악한 무언가.
어쩌면 무하마드는 악마와 계약을 한 것이…….
검은 손이 튀어나와 도망치려는 자이메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무하마드가 낄낄거렸다.
“어디를 가려고 하십니까. 당신은 저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 주기로 하셨잖아요. 그분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될 금기를 저지르게 해야 합니다. 바로 소고기를 먹는 것 같이 말이지요. 고기 전쟁이라……. 정말 좋은 구실이지요? 흐흐흐.”
자이메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의 몸은 어느새 검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무언가를 기름에 튀기는 냄새가 새어 들어왔다.
도대체 무엇을 튀기기에 이토록 고소하면서 묘한 풍미가 섞여 있는 것일까?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그런 것이 궁금하다니. 자이메 역시 어쩔 수 없는 셰프였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아무래도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이런, 자네가 왜 여기에 있나?”
“어허, 당신은 암무트 부족장 아니오? 이곳은…….”
마치 낮잠이라도 자다 깬 것 같은 모습에 무하마드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도대체 어째서 제정신을 차린 것이란 말인가.
비록 사용에 몇 가지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그분이 내려 주신 힘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깨진 것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무하마드는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붉은 안개가 그들을 감쌌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천천히 알아봐야겠군요.”
아쉽게도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 * *
우기를 앞둔 오스만은 제국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더위로 유명하다.
게다가 그것을 식혀 줄 비조차 내리지 않고 있었다.
드워프라도 되지 않는 이상 한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가 약해지는 오후 늦게나 되어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체력의 손실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집이나 그늘에서 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은 세크메트 부족의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으윽, 오늘따라 배가 너무 많이 고픈데.”
“수프를 끓일 물이 다 떨어졌군. 또 낙타를 타고 밤새 물을 뜨러 가야 하나. 젠장, 이 먹지도 못하는 반짝이는 돌멩이 같으니라고. 이것으로 물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야. 호루스 부족 같은 경우는 근처 강이 전부 말라 버려서 삼 일 밤낮을 가야 된다더라.”
“후…….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나마 투스카나 연합국에서 사 오는 맥주로 어찌 연명은 하고 있는데, 이것도 다 떨어져 가니…….”
“말도 말게나. 우리 집 아들은 아홉 살밖에 안 됐는데 나보다 더 술주정이 심하다네.”
“허허, 그것 참…….”
케인첼은 제면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위치에 붙여 놓은 젤리를 회수했다.
‘오스만 제국 상황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쁜 것 같은데. 이런데도 고기 가지고 전쟁이나 하고 있으니, 세헤라자드가 질린 것도 이해가 가네.’
― 그만큼 종교와 신념이 무섭다는 뜻이기도 하지. 파트너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칠죄신교와 대립했지 않았나.
‘그놈들은 종교 집단이라기보다는 그냥 회까닥 도신 분들이고. 하여간 조이드는 얌전히 잘 있지?’
― 음. 이상할 정도로 조용히 있다. 아마도 타이탄이 쓰러진 것이 제법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럼 보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말해 줘.’
― 그런데 파트너는 어째서 돌 인형에게 신경 쓰는 거지? 압둘라의 부탁은 분명 세헤라자드의 귀환과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아니었나.
‘그건 말이야…….’
케인첼은 놈이 만드는 골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떠올려 보았다.
식물이 잘 자라는 배양토로 이루어져 있으며, 초대형 골렘의 코어에는 드래곤의 힘이 깃들어 있다.
게다가 조이드는 드넓은 아라비아 사막에서 정확히 비잔티움 지하에 공방을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가뭄과 조이드가 무언가 관련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하여간 슬슬 치킨을 튀겨 볼까?’
한결 높아진 비숍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기다리고 있었다, 파트너!
시민들의 대화를 염탐하는 것보다야 요리가 훨씬 즐겁지 않겠는가.
치킨 조각을 우유에 담가 두면 맛이 부드러워지고 촉촉해져 가루 재료가 잘 달라붙는다.
그것을 200도로 달군 솥에 넣고 바삭하게 튀겨 주는 것이다.
미리 저온 숙성을 시켜 두었기에 부위마다 다른 튀김옷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치킨이 서로 붙지 않도록 5초에 하나씩 넣어 주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이 요령만 숙달하면 요리 실력이 시원찮은 드워프라 해도 맛있는 치킨을 만들 수 있다.
본격적으로 닭을 튀기기 시작하자 냄새를 맡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시티즌에서 허니버터 샌드위치 장사를 할 때가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 그때처럼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입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나지 않아?”
“그러게 말입니다. 어디서 튀김이라도 만드는 것 같지 말입니다.”
“뭐지? 무언가를 튀기고 있는데? 도마뱀 같지는 않고, 닭인가?”
“나 저거 알아. 분명 프라이드치킨이라는 요리야. 그런데 어디서 닭고기를 저렇게 많이 구해 온 거지?”
코 위까지 터번을 눌러쓴 사내가 케인첼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거 파는 거요?”
“물론이죠. 다만 이건 치맥이라고 해서, 맥주를 곁들여 먹어야 맛있거든요. 그래서 같이 팔고 있습니다.”
“흐음. 김이 다 빠져서 시금털털한 맥주라면 방금 전에도 한 잔 마시고 왔는데.”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노점 옆에 놓여 있는 맥주 통을 가리켰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어째서인지 새하얀 서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꿀꺽…….
“설마 그거 차갑게 식힌 맥주요?”
“그럼요. 분명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시원할 겁니다.”
“사, 사겠소!”
시원한 맥주라는 말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뭐?! 시원한 맥주? 그게 말이 돼?! 여기 오스만이라고!”
“내가 확인해 볼 테니까 밀지 마! 저, 정말이다! 맥주 통이 무지하게 차가워!”
이곳에서 황금보다 귀한 것이 얼음이다.
“그래서 얼마를 내면 먹을 수 있는 거요?”
케인첼은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였다. 치킨 한 조각에 5실버.
한 끼 식사로 쓰기에는 알부자가 많은 오스만 제국민이라 해도 부담 가는 액수였다.
그렇지만 무려 시원한 맥주다.
지금이 아니라면, 어쩌면 평생 다시 먹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사내는 흔쾌히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오스만은 먹지 못하는 돌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각종 보석이 돌멩이처럼 굴러다닌다. 그것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제국이라는 칭호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비숍이 혀를 찼다.
―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군. 분명 닭 한 마리에 20쿠퍼씩 주고 구입한 것 아닌가? 설마 100배 가까이 남겨 먹다니.
‘무려 성검이라 불리는 듀렌달로 얼린 맥주라고. 그 정도 값어치는 할 것 같은데?’
― 흥, 말은 정말 잘하는군.
냉기를 뿜어내는 마도구의 가격은 수백 골드가 넘는다.
게다가 오스만같이 더운 지역에서는 유지비만으로 그 몇 배가 든다.
왕족이 얼음물에서 목욕을 하는 취미가 있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치킨과 맥주를 받아 든 사내는 한동안 그 냉기를 즐긴 후, 미지근해질 새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먼저 시원한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다. 그러자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의 냉기가 온몸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크흑. 이게 시원한 맥주의 맛이구나…….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아…….”
그리고 차가워진 입안을 데울 생각에 치킨을 단숨에 베어 물었다.
“……!?”
사내는 눈을 부릅뜨고 한동안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남자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시원한 맥주가 죽여주는 것은 알겠는데, 닭튀김은 어때?”
“끝…….”
“끝?”
“끝내줘어어어어! 이거 진짜 엄청 맛있어! 그냥 시원한 맥주를 팔기 위한 덤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장난 아니야! 살짝 매콤하면서 바삭한 껍질도 죽여주는데,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속살이 진짜 장난 아니야. 씹는 순간 부드러운 육즙이 흘러넘치는데 이게 진짜…….”
“으아아악! 가격이 비싸서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맞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시원한 맥주를 마셔 보겠어? 여기도 한 조각 주쇼!”
“나도 한 조각!”
“이쪽도 한 조각!”
거의 동시에 수십 명의 사람이 한 조각을 외쳐 대기 시작했다. 치킨을 튀기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뭐야, 이거? 진짜 끝내주게 맛있잖아?!”
“후와…….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니까, 기름진 고기 맛을 시원한 탄산이 개운하게 씻어 주는군. 젠장, 왜 한 조각씩밖에 안 파는 거야?! 금화를 다 줄 테니 한 마리 통째로 팔아 줘!”
“설마 치맥을 혼자 다 먹을 셈이야?! 내가 먹을 것도 남겨 달라고!”
‘역시 한 조각씩만 팔기로 한 것이 정답이었군.’
한 사람당 치킨 한 조각과 맥주 한 잔.
배불리 먹지 못한 아쉬움이 치맥의 명성을 더욱 높여 줄 것이다.
결국 50마리의 치킨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전부 팔려 나갔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은 물론 치맥을 먹은 손님들이 만족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엄청난 경험치는 덤이었다.
오늘은 케인첼 혼자 팔았지만, 내일부터는 500명의 드워프가 합류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역시 초대받지 않은 손님께서 찾아오셨군.’
폴른 스타가 거대한 적의의 접근을 감지했다.
이제 막 치킨을 팔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었다.
‘적어도 본격적으로 치맥을 팔기 시작한 이후에 습격해 올 줄 알았는데. 이것으로 어느 쪽이 적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겠군. 자, 그래서 돼지냐, 소냐.’
케인첼은 치맥이 다 떨어졌다는 말에 한탄하는 손님들을 뒤로하고, 뒷골목의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