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3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39화(2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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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에게 ‘폴른 스타’가 있는 이상 기습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간을 초월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던 바싸고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무턱 대고 공격해도 될까?
‘뭐, 적의를 가지고 달려드는데 사정을 봐줄 필요 없지. 일단 잡아서 족쳐 보면 되려나.’
간단하게 결론에 도달한 케인첼은 우선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최악의 경우 예니체리나, 부족장의 수하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케인첼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수단은 프라가라흐를 이용한 이기어검이다.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게다가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야. 최대한 인적이 드문 장소가 필요해.’
마침 습격자의 이동 경로에 반쯤 허물어져 가는 폐가가 있었다.
그곳을 전장으로 택한 케인첼은 건물 그림자에 숨어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온다……!’
접근한 것은 온통 새까만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내였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푹 눌러쓴 후드 안쪽에 있는 것은 시커먼 암흑뿐이었다.
오싹.
마치 까맣게 탄 감자를 본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진다.
언데드나 네크로맨서 같이 부정한 힘을 사용하는 자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프라가라흐지!’
케인첼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검은 후드를 향해 진각을 밟았다.
순식간에 수십 걸음 가까이 떨어져 있던 거리가 0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프라가라흐의 찬란한 빛이 일곱 가닥으로 갈라졌다.
얼마 전부터 전력을 다하면 하나의 칼날을 추가로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몇 번이나 7성급 요리를 만들어 엄청난 경험치를 얻은 덕분이었다.
양파 검술은 수가 늘어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그렇지만 8번째 칼날을 다루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기껏해야 식재료를 다듬는 데나 쓸 수 있을까.
아마 카터스 가의 비전 검술답게 반복 사용만으로는 대성(大成)에 이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질주하는 검은 후드의 움직임을 막는 데는 7개면 충분했다.
“끄아아악!”
갑자기 튀어나온 칼날이 몸을 난도질하자 검은 후드가 비명을 질렀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지, 마치 허공을 벤 것처럼 그대로 통과하는데?’
그러자 케인첼의 사타구니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 조심해라 파트너. 아무래도 신체를 자유롭게 영체(靈體)로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영체라고?’
― 아스트랄 바디……. 유령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군.
언데드 중에는 구울이나 데스 나이트와 달리 형체가 없는 타입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일격으로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
‘역시 부정한 것을 멸하는 검답군. 정말 쓸수록 좋은 요리 도구라니까.’
검은 후드……. 몸을 아스트랄 바디로 바꾼 무하마드는 잔뜩 당황해서 외쳤다.
“그분께 받은 내 무적의 육체가아아아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방금 전 같은 공격을 한 번이라도 더 허용했다가는 신에게 받은 몸이라 해도 소멸한다.
그리고 재생에 소모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무하마드는 엄청난 속도로 몸을 날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로로 도망쳤다.
그의 모습을 본 누군가가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무슨 그림자가 갑.”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현실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사람이 죽은 거야……?”
“꺄아아악……!”
무하마드는 닥치는 대로 주위에서 영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흐릿해졌던 그의 육체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세크메트 부족민에게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무, 무하마드 부족장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무하마드가 씨익 웃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핫산 씨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하. 아무래도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깼나 봅니다. 부족장님이 이런 일을 하실 리 없는데 말입니다.”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요?”
“아무것도 아닙.”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남자의 머리가 사라지자, 무하마드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정체를 들킨 이상 더욱 더 살려 둘 수 없지요.”
한발 늦게 도착한 케인첼은 눈앞에 펼쳐진 참극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젠장. 이래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려고 한 건데……. 그런데 분명 부족장이라고 했지?”
케인첼의 뇌리에 무하마드 알라우딘이라는 이름이 스치듯 지나갔다.
이곳이 반 술탄 파의 자금줄이라고 해서 첫 번째 목표로 삼았을 뿐이다.
‘설마 저런 괴물이 숨어 있는지 누가 알았겠어. 이거 오스만, 완전 마굴이잖아!?’
어디서 저토록 사악한 힘을 손에 넣은 것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1초라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비숍이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는지 케인첼의 정신을 가속시키며 말을 걸었다.
― 싸우기 전에 잠시만 들어 봐라 파트너. 처음에는 리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저건 명백하게 악마의 힘 그 자체다.
‘악마라고?! 뭐야, 그렇게 힘들게 마계의 문을 닫았잖아. 그런데 놈들이 왜 또 튀어나와?’
― 분명 밖으로 나오는 것은 완전히 차단되었지. 허나 계약을 통해 인간에게 힘을 주는 것은 여전히 가능한 것 같다. 혹시 교차로의 악마라는 말을 알고 있나.
‘음……. 악마 전문가 괴테 선생에게 들어 본 것 같아.’
교차로는 세계와 세계가 겹치는 곳으로, 악마가 자주 나타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 그곳에서 만나는 악마는 보통 영혼을 대가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 놓고, 교활한 언변으로 계약자를 속인다. 모르가나나 바토리가 당한 것과 비슷한 수법이지.
‘그런데 저건 아무리 봐도 단순한 힘은 아닌 것 같은데?’
― 아무래도 문이 닫히자 악마들도 조급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힘을 나눠 줘서라도 영혼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게다가 계약 내용을 아주 잘 이행하고 있는 것 같고.
상위 십 마였던 바싸고는 소드 마스터 두 명이 덤비고도 쓰러트리지 못했다.
만약 그들의 힘을 얻은 계약자들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무하마드가 힘의 사용이 미숙한 것 같아 다행이네. 어쨌든 악마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면 불에도 피해를 입긴 하겠지. 일단 정신 가속을 풀어 줘. 타다끼를 사용해서 시간을 벌어 볼 테니까.’
― 알았다!
거의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 시그니처로 만든 타다끼가 무하마드의 발치에 작렬했다.
퍼퍼퍼펑-!
놈의 몸이 일순간 흐려졌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괴물이 갑자기 불탄다! 이 틈에 도망쳐!”
“큭! 어딜 도망가려고 하십니까!”
무하마드는 사람들을 향해 검은 암흑을 뿜어내려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이어지는 케인첼의 공격에 막혔다.
“그쪽이야말로 어디서 한눈을 파실까.”
“흐흐흐. 방금 전에 이상한 공격을 한 사람이군요. 그런데 킁킁, 이건…….”
무하마드의 눈이 커졌다. 젊은 기사의 몸에서 그분의 가호를 없앤 치킨 냄새가 나고 있었다.
“카카칵! 역시 제게는 신의 가호가 내려 있습니다! 설마 노리고 있던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올 줄은 몰랐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방금 전에는 갑작스런 기습에 놀라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내가 그쪽이랑 아주 똑같은 짓을 한 사람을 알고 있거든. 알게디 백작이라고 하는데, 마지막에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하지 않아?”
대답 대신 무하마드의 양 손아귀가 검게 물들었다.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나도 말해 줄 생각 없었어.”
어느새 케인첼의 등 뒤에 떠오른 프라가라흐가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짧은 탐색전에 이어진 2차전의 시작이었다.
* * *
먼저 공격한 것은 무하마드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안개는 문자 그대로 공간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전부 그분에게 받은 능력이었다.
무하마드는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교차로에서 신과 만나 계약을 맺었다.
영혼을 대가로 총 3개의 능력을 받은 것이다.
처음으로 빈 소원은 불사의 몸이었다. 그러자 신성한 빛이 몸을 감싸고 있을 때에는 목이 베여도 죽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는 절대 복종의 능력이었다.
상대가 금기를 범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그것만 해결한다면 영혼마저 자신의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빈 것은 절대적인 힘이었다. 그러자 신께서 이것을 내려 주었다.
케인첼은 무하마드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 심연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봤을 때는 펜타그램의 일원이었던 발터와 동일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초 근거리에서 마주하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거 벌레네?’
무하마드는 몸을 무수히 많은 작은 벌레로 바꿔 그것을 공격에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자 비숍이 몹시 무안한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 크, 크흠. 살다 보면 틀릴 수도 있지.
‘하여간 적어도 수십만 마리는 되어 보여. 이렇게 수가 많으니 그토록 엄청난 적의가 뿜어져 나온 거구나.’
케인첼의 눈이 빛났다.
이 공간 전체가 무하마드의 몸이라면 대충 휘두른 공격도 전부 적중한다는 뜻이다.
“제법 검술에 자신이 있는 것 같지만 제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죽은 목숨입니다. 이 신성한 빛은 상대의 생명력은 물론 영혼까지 빨아들이지요. 자, 그분에게 받은 힘이여. 저 발칙한 기사에게 죽음을 내려 주소서!”
그러자 마치 검은 심연으로 보이는 벌레의 무리가 순식간에 케인첼의 몸을 뒤덮었다.
무하마드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크카카카칵! 전신을 오러로 감싼 소드 마스터라 해도 호흡을 위해서는 틈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것이 아무리 미세하다고 해도 신성한 빛은 그곳을 비집고 들어가 당신의 생명을 빼앗을 것입니다!”
“셔벗!”
케인첼이 스킬을 발동시키자, 쥐고 있는 듀렌달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대가 영체가 아니라 벌레라면 얼리는 것으로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다.
얼어붙은 벌레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중심에 있는 케인첼은 벌레의 공격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하마드가 가진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전신을 머랭으로 감쌌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무하마드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외쳤다.
“억지로 숨구멍을 막고 버텨도 소용없습니다! 인간이 숨을 참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길어야 5분이지요! 결국 살기 위해 들이마신 숨이 당신에게 죽음을 내릴 것입니다!”
사실 그가 신……. 아니, 악마에게 받은 힘은 몸을 수십만 마리의 벌레로 바꾸는 것 단 하나였다.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말은 애초부터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무하마드는 젊은 기사가 마계의 벌레를 일소시킬 수 있는 성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체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놔둔 채 몸의 일부만을 보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숨을 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조금만 버티면 젊은 기사는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수십만 마리의 마충(魔蟲)으로 변하는 그의 능력은 상대가 소드 마스터라 해도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렇지만 무하마드는 몰랐다.
케인첼이 진공 상태로 저온 숙성시킨 치킨을 만들어 벌레를 이용한 세뇌를 풀어냈으며.
무려 21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마 여기서 진공 저항력을 써먹을 줄은 몰랐네. 죽어라 요리를 한 보람이 느껴지는구나.’
무하마드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천적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