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4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42화(228/318)
================================
5. 마그누스 바실레이아
케인첼은 설명을 요구하는 세헤라자드에게 우선 치킨을 내밀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니 이거라도 드시면서 할까요.”
“그,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치킨이 등장한단 말인가.
무언가 한 마디 따지려던 세헤라자드는 결국 공복에 굴복하고야 말았다.
갓 튀겨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프라이드치킨이 눈앞에 놓여 있는데 어찌 먹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하아, 사실 저도 먹고 싶긴 했어요.”
세헤라자드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포크를 쥐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 담겨 있는 것은 노릇노릇하게 튀겨 낸 프라이드치킨과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양념 치킨이었다.
그녀는 먼저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닭고기를 튀겨 만든 프라이드치킨을 포크로 찍었다.
여러 향신료로 맛을 낸 바삭한 튀김옷을 베어 물자, 그 안에서 진한 육즙이 흘러넘친다.
“……!”
살코기에 붙어 있는 껍질의 기름기와 부드러운 속살의 맛이 합쳐지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풍미가 느껴진다.
“……어떻게 닭고기에서 이런 맛이…….”
어째서 치킨이 그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는 맛이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먹기에는 입 안에 남아 있는 기름기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자 케인첼이 빙긋 웃으며 작은 접시에 무 피클을 몇 개 담아 주었다.
“그럴 때는 이걸 함께 드셔 보시죠.”
“이게 반반 무 많이 할 때 그거인가 봐요. 흐응……. 무를 식초에 절였을 뿐인 음식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그런데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아삭하게 씹히며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무 피클의 진면목은 입안에 남아 있는 느끼함을 깔끔하게 씻어 주는 데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치킨을 즐길 수 있으리라.
너무 맛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나 집어 먹을 정도였다.
결국 세헤라자드는 텅 빈 접시를 보고 국물이라도 마셔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정말 맛있어요.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이면 부족할 것 같은데요?”
“……네. 많이 주세요.”
‘반반 무 많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를 실감한 세헤라자드였다.
* * *
치킨을 전부 먹어 치운 세헤라자드는 케인첼을 바라보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소망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혹시 그거 아세요? 우리들 우인은 대부분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요.”
그만큼 아메후라시를 사용하는 것이 신체에 엄청난 부담이 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이어지듯 새로운 우인이 태어난다.
세헤라자드는 소중히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서책을 꺼냈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겉표지가 노랗게 변해 있었다.
“이건 우인에게 전해 내려오는 일기장이에요. 한번 읽어 보시겠어요?”
“……그래도 됩니까?”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어요. 그저 어른이 될 수 없었던 아이들이 남긴 치기 어린 소망일뿐이니까요.”
케인첼은 마른침을 삼키며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세헤라자드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배가 터질 때까지 과자 먹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눈물 날 때까지 울기.
구구단 10단까지 외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직접 만든 손수건을 선물하기.
그런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도대체…….”
“그건 일종의 소망 목록이에요.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둔 것이랍니다. 보통은 최대한 쉽고 간단한 것을 적어 둬요. 그래야 수명이 다했을 때 미련이 남지 않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짧은 수명이나마 무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케인첼은 일기장을 보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세헤라자드를 비롯한 수많은 우인이 살아온 목표였으며, 살아가는 이유였고,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다.
“보통은 거기 적은 것의 8할 정도를 해 보고 죽는다고 해요. 그렇지만 저는 욕심이 아주 많아서요. 마지막 페이지를 보시면 제가 적은 소망 목록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적혀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 먹기와 대문호 괴테에게 사인 받기. 걸어서 대륙 일주하기.
그 외에도 다른 우인이 적은 소망 목록보다 훨씬 어려운 것들뿐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줄에 있는 것은…….
― 모두가 만족할 만큼 많은 비 내리기.
그것은 목숨이 다하기 전에 해내고 싶었지만,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세헤라자드는 먹고 남은 치킨 뼈를 우물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가장 윗줄에 적혀 있는 소망 목록 옆에 V자를 그려 넣었다.
“그래도 죽기 전에 하나는 이루었네요. 기왕이면 괴테 선생님도 만나 보고 싶긴 했지만, 그분이 여기까지 와 주실 리는 없잖아요.”
익숙한 이름에 케인첼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괴테 선생이라……. 아 참, 치킨 값은 1골드입니다.”
“예? 설마 돈을 받으시는 건가요?”
“당연하죠. 파는 음식인데요.”
세헤라자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를 풀었다.
“이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라면 제법 값이 나갈 거예요. 거스름돈은 안 주셔도 돼요. 그럴 가치가 있는 음식이었으니까요.”
다이아몬드는 보석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 그래서 불멸성을 상징한다.
그것으로 만든 목걸이를 벗어 준다는 것은 세헤라자드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 저 정도 크기라면 적어도 십 골드는 나가겠군. 거기에 바람 정령의 가호가 걸려 있어 화살 정도는 가볍게 막아 내는 물건이다.
‘……그래?’
안 그래도 귀한 방어용 마도구 중에서도 최고급품이었다. 팔 수만 있으면 성 한두 개쯤은 웃으면서 살 수 있으리라.
“바가지를 씌울 생각은 없었는데, 주신다니 감사히 받도록 하죠. 그런데 이런 귀한 물건을 받았으면 서비스를 조금 해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음……. 대충 소망 목록을 두 개 정도 이루어 드리는 것 정도면 어떨까요.”
“두, 두개나 말인가요?”
“개인적으로 괴테 선생하고 아는 사이거든요.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조만간 이곳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세헤라자드 님 같은 미인이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올 겁니다.”
그러자 세헤라자드의 얼굴이 화악 하고 붉어졌다. 아무래도 괴테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잔뜩 흥분한 것 같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럼 두 번째는 설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치킨은 어떠셨나요?”
“……정말 최고로 맛있었어요. 껍질은 바삭한데, 속살은 부드러우면서 촉촉하고……. 게다가 육즙도 풍부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튀기면 그런 맛이 나는 건가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맛의 비결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결은 튀기기 전에 비잔티움 지하의 열기를 이용해 아주 천천히 익혀 주는 겁니다. 그러면 맛과 형태와 육즙이 그대로 보존된 고기를 먹을 수 있죠.”
“세상에……. 사막에 내리쬐는 햇빛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땅속에서 고기를 익힐 수 있을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아뇨. 비잔티움 지하가 뜨거운 것은 태양열 때문이 아닙니다. 지열, 정확히는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에요.”
60도의 온도와 머랭을 이용한 진공이 합쳐지면 최고로 맛있는 치킨이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그 열기가 근처에 있는 화산이나 태양열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그것의 주인은…….
“혹시 화이트 드래곤이 어째서 설원에 둥지를 트는지 아십니까?”
“흐응……. 자신의 속성과 일치하는 기후에서 마나를 더욱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죠. 그렇지만 수천 년을 살아온 에인션트 드래곤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마나를 흡수하는 것만으로 주위의 환경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거든요.”
니뮤에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브리타니아 북부에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러자 눈을 뚫고 새파란 초목이 자라기 시작했다.
에인션트 드래곤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수천 년간 살아온 화이트 드래곤이 있다면, 그곳은 한여름에도 눈이 내릴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에인션트 드래곤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설마 드래곤 로드가 여기에 있다는 건가요?”
“예. 그리고 그는 대가뭄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
신화시대부터 살아온 유일한 생명체이자 무한에 가까운 힘을 지닌 절대자.
그것이 바로 드래곤 로드였다.
화이트 드래곤인 칼리오페조차 그 이름은 물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데 설마 이런 곳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센트럴 지하철로를 뜨겁게 달구는 열기의 정체는 산토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은 산토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뜨거웠으니까. 그저 최근 들어 조금 더 뜨거워졌다고만 생각했다.
케인첼은 지하철로의 열기를 이용해 매일 천 마리가 넘는 치킨을 구웠다.
그리고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금씩 맛을 보았다.
미식 스킬은 혀에 익숙한 재료일수록 자세한 정보를 알려 준다.
그리고 2만 마리가 넘는 닭고기를 구웠을 때. 마침내 미식 스킬이 지금까지 보여 주지 않았던 정보를 알려 주었다.
[진공에서 저온으로 구워 낸 닭고기]* ‘마그누스 바실레이아’가 뿜어내는 열기를 이용해 구워 내서, 맛, 형태, 육즙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 프라이드치킨을 튀기기에 이상적인 상태다.
“마그누스 바실레이아. 그것이 아라비아 사막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레드 드래곤의 이름입니다.”
“레, 레드 드래곤이요!?”
케인첼은 앞으로 천년 동안 잠들어 있을 칼리오페의 얼굴을 떠올렸다.
칠죄신교 같은 자들이 그녀를 깨우지 못하도록 그 근처는 엄중히 관리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드래곤 로드 또한 백색 산맥에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드래곤 로드가 하는 일은 그저 마나의 공급뿐이다.
그 본체는 대륙의 반대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라비아 사막에 있었다.
‘12년 전부터 오스만 제국에 길고 긴 대가뭄이 시작되었지. 그리고 몇 달 전부터는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있어.’
전부 마계의 문을 닫기 위해 드래곤 로드가 힘을 보태 주었던 시기와 일치했다.
“에인션트 드래곤은 마나를 흡수하는 것으로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아무래도 칼리오페를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마나가 필요했던 것 같군요.”
그러자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압둘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럼 대가뭄이 칠죄종 전쟁 때문에 일어났다는 말인가!?”
“네. 제 식칼과 치맥을 걸고 확신합니다.”
“……이상하게 신뢰가 가는 말이구먼.”
오스만 제국은 칠죄종 전쟁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그 죗값을 치르고 있었을 줄이야.
압둘라는 허망한 눈빛으로 세헤라자드를 바라보았다. 만약 자신이 브리타니아를 도와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더라면 무언가 다른 결과가 찾아왔을까?
세헤라자드는 떨리는 팔로 압둘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압둘라. 드래곤 로드는 당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 아니잖아요.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을 뿐이에요. 그저 운이 없었다고밖에…….”
결국 오스만 제국 전체에 칠죄종의 저주가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케인첼은 참혹한 현실 앞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세헤라자드 님의 마음은 잘 받았습니다. 이것으로 대가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결국 대가뭄이 찾아온 것은 드래곤 로드가 과도하게 많은 마나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리오페가 그랬듯 드래곤 또한 케인첼의 요리를 통해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드래곤 로드에게 당신의 마음이 담긴 요리를 먹일 수만 있으면 다시 비가 내릴 겁니다.”
세헤라자드와 압둘라의 눈이 커졌다.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케인첼은 오스만 제국 전체를 구한 영웅이 된다.
“그런데 드래곤 로드는 아라비아 사막 깊은 곳에 둥지를 짓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땅속에 사는 드워프조차 그 위치를 모르는데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그러자 마치 세헤라자드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암……. 누가 내 진명을 입에 담은 거야……. 한 백 년쯤 푹 잘 생각이었는데, 너무 일찍 깼잖아.”
뜨거운 열기가 후욱 하고 불어오나 싶더니 불타는 것처럼 새빨간 머리를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곤 로드 마그누스 바실레이아의 갑작스런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