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4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44화(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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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처음 보는 방식으로 만든다는 요리는 언제 완성되는 거지?”
잔뜩 긴장한 세헤라자드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모습만 봐서는 상상도 가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에인션트 드래곤이었다.
게다가 무려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레드 일족.
조금이라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일어난다면 오스만 제국 전체가 불바다가 될지 모른다.
세헤라자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신선한 재료가 필요해서 지금 투스카나 연합국까지 구하러 갔어요. 곧 돌아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흐아암……. 지금 잠들면 앞으로 백 년은 일어나지 못할 것 같고. 이렇게 힘들게 기다렸는데 기대 이하기만 해 봐라.”
“…….”
대가뭄의 원인이 밝혀졌을 때, 세헤라자드는 솔직히 기뻐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에인션트 드래곤 때문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래서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고양이 앞의 쥐라도 된 것처럼 벌벌 떨고 있는 세헤라자드를 보며 마그누스가 씨익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 잡아먹거나 그러지 않으니까. 본룡이 늙어서 요즘 입맛이 없거든.”
“그, 그럼 입맛이 돌아오시면…….”
세헤라자드의 얼굴이 마치 북부의 설원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마그누스는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약간이나마 신격을 지니고 있는 세헤라자드가 아니라면 누가 마그누스를 상대한단 말인가.
“애초에 본룡이 일만 년이나 살 수 있었던 것은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무사태평한 성격 때문이라고. 아, 본룡이 한창 혈기왕성할 때 있었던 일인데. 세상을 떠받들고 있다는 거인족의 왕과 싸운 적이 있거든. 시간이나 때울 겸 그때 이야기나 해 줄까?”
“……네. 꼭 듣고 싶어요.”
마그누스는 뛸 듯이 기뻐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무래도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달을 삼킨 마수 펜리르는 그 이름 그대로 정말 엄청나게 강한 놈이었지. 결국 본룡은 어쩔 수 없이 본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어. 음? 아가씨, 지금 졸고 있는 거야?”
“……음냐. 앗……?! 저 안 졸았어요! 정말이에요! 믿어 주세요!”
“역시 이 부분이 조금 지루한가 보네. 아 맞다. 조금 건너뛰어서 본룡이 아스가르드에 쳐들어갔을 때의 이야기를…….”
세헤라자드는 다른 의미로 하얗게 질려 버렸다.
알고 보니 마그누스는 어마어마한 수다쟁이였다. 게다가 그는 무려 일만 년 분량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전부 들으려면 환생을 적어도 서너 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덜컹-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세헤라자드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아아! 마그누스 님! 드디어 기다리시던 케인첼 공이 왔어요!”
“이제 슬슬 재밌는 부분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아쉽겠다. 아, 걱정하지 마. 음식 대충 먹고 마저 이야기해 줄 테니까.”
“…….”
세헤라자드는 간절한 눈빛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아야 했다.
오스만 제국과 그녀의 미래가 지금부터 케인첼이 만들 요리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만들려는 것이기에 삼 일이나 자리를 비운 것일까.
그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케인첼은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커다란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지금부터 이것을 사용해 요리를 만들 겁니다.”
그러자 세헤라자드의 입에서 묘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거 종이잖아요?! 설마 태워서 음식을 만드는 건 아니겠죠?”
마그누스 역시 흥미로운지 눈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뇨. 이건 냄비로 사용할 겁니다.”
“……종이를 냄비로 사용한다고요?!”
두꺼운 양피지라면 몰라도 케인첼이 가져온 것은 얇은 양지(洋紙)였다.
나무로 만든 종이답게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까맣게 타서 재로 변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냄비로 사용한단 말인가.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종이를 접어 작은 냄비로 만들었다.
그리고 물을 부어 불 위에 올리자, 보글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세헤라자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종이로 만든 냄비가 불 위에서 타지 않고 있어……!”
“오, 확실히 이런 것은 처음 보네. 설마 오러를 사용한 것은 아니겠지?”
“만져 보시면 알겠지만 물이 새지 않도록 기름칠을 했을 뿐, 순수한 종이입니다.”
“정말이네.”
케인첼은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무언가가 타기 위해서는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계속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레드 드래곤이신 마그누스 님이라면 아주 잘 알고 계시겠죠?”
“흐음. 확실히 나무라면 섭씨 400도였지?”
“예. 그리고 물의 끓는점은 100도잖아요. 냄비를 가열하면 종이가 먼저 뜨거워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이 다시 열을 뺏어 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타지 않고 내용물을 끓일 수 있죠.”
마그누스는 한 방 먹었다는 얼굴로 신음을 내뱉었다.
“열의 전도를 이용한 건가. 쳇, 본룡도 알고 있던 거지만 설마 그걸 요리에 접목시킬 줄이야. 언제 인간의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거지? 알았어. 내기는 네 승리야. 그쪽이 만든 요리를 먹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세헤라자드 역시 얼굴을 붉히며 기뻐했다.
“정말 대단해요, 케인첼 공! 그 어려운 조건을 만족시키다니!”
아무래도 마그누스의 끝없는 수다를 들어주느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마그누스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일단 먹어 보기만 한다는 뜻이야. 내가 미각을 잃었다는 사실은 알지? 맛이 없으면 그대로 뱉을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케인첼은 팔팔 끓고 있는 종이 냄비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만들 것은 우선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을 수 있는 약선 요리여야 한다.
게다가 맛도 좋아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의 신선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케인첼은 오스만 제국의 운명이 걸린 요리를 시작했다.
* * *
종이 냄비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탕 요리로 제한된다. 구이나 튀김 등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도장(佛跳牆)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것은 죽순, 해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인삼, 말린 조개 등 30가지가 넘는 재료를 넣고 끓여 만드는 명나라 최고의 탕 요리였다.
승려가 담을 넘는다는 이름 그대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멀리 명나라에서 나는 재료가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케인첼은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노선을 변경했다.
케인첼은 먼저 종이 냄비 밑에 숙주나물을 가득 깔아 주었다.
녹두에 물만 주면 기를 수 있어, 투스카나 연합국에서 정말 흔히 먹는 식재료였다.
게다가 아삭한 식감 또한 일품이다.
“밀푀유라는 디저트는 알고 계시죠?”
“네.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분명 여러 겹의 파이를 포개어 쌓고, 그 사이에 크림과 과일 등을 겹겹이 쌓아 올린 디저트 아닌가요?”
“지금부터 만들 것은 밀푀유 나베라고 해서, 그것과 비슷한 요리입니다. 다만 쌓는 것이 파이와 크림이 아니라 야채와 고기지만요.”
“그걸 육수에 넣고 끓이는 건가요? 후우……. 정말 맛있겠어요.”
케인첼은 보기만 해도 신선한 알배추와 청경채 잎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배춧잎을 아이기스 위에 놓고 그 위에 얇게 자른 소고기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청경채를 얹으면 끝이었다.
“그런데 그 고기 혹시 소 혀 아닌가요?”
“눈썰미가 상당하시군요. 맞습니다. 자이메 셰프에게 한 덩어리 얻어 왔죠. 이것과 청경채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게 해 줄 겁니다.”
나이가 들면 미각 세포의 수가 감소되어 맛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침 분비도 줄어들어 모든 음식이 쓰게 느껴진다.
그래서 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고 팔팔 끓인 탕 요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케인첼은 삼등분한 식재료를 냄비에 차곡차곡 쌓아 갔다. 그러자 배추와 고기, 청경채가 겹겹이 층을 이룬다.
“그래서 밀푀유 나베라는 이름이 붙은 거군요.”
“이제 국물에 진한 맛을 더해 줄 표고버섯을 넣어 줄 겁니다. 칼집을 살짝 내서 장식하듯이 냄비 중앙에 올려 주는 거죠.”
육수로는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인 것을 사용했다. 간 역시 소금과 간장만으로 깔끔하게 했다.
그러자 자극적인 향신료에 익숙해져 있던 세헤라자드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벌써 끝난 건가요?”
“예. 이제 식재료의 맛이 우러나도록 천천히 끓여 주면 완성입니다.”
‘갈리아 요리’하면 생각나는 버터와 생크림은커녕 제대로 된 향신료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담백하다 못해 밍밍해 보이기까지 하는 요리였다.
정말 이것이 맛있을까?
까맣게 타들어 가는 세헤라자드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케인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곧 마법이 시작될 겁니다.”
케인첼은 모든 준비를 마친 종이 냄비를 다시 불 위에 올렸다.
그러자 밀푀유 나베가 끓기 시작했다.
거기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물론, 식재료의 맛이 전부 우러나도록.
아주 천천히.
* * *
마그누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종이를 냄비로 사용한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만드는 요리가 저렇게 소박해서야.
그나마도 소고기가 몇 점 들어갔을 뿐 대부분이 야채였다.
게다가 값비싼 향신료는커녕 소금과 명나라산 간장을 약간 뿌렸을 뿐이다.
보글보글-
“흥……! 본룡은 지난 일만 년 동안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 왔다고. 그런데 이런 소박한 음식으로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어째서일까?
밀푀유 나베가 끓는 소리가 묘하게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그누스의 입술 사이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아. 이거, 뭔가…….”
야채와 고기에서 배어 나온 국물이 다시마 육수에 더해질수록 냄새가 좋아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마그누스의 입가는 흘러내린 침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크, 크흠. 아무래도 잠이 덜 깼나. 설마 본룡이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야채에서 우러나온 국물을 프라가라흐로 듬뿍 떠서 위에 끼얹었다.
그러자 입가가 절로 꿈틀거릴 정도로 기분 좋은 냄새가 풍겼다.
“마그누스 님의 혀는 평생 온갖 자극적인 맛에 시달려 왔을 겁니다. 당연하죠. 무려 일만 년 동안 수많은 산해진미를 드셨을 테니까요. 미각을 잃어버린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일부러 최대한 담백한 밀푀유 나베를 고른 겁니다. 적당히 끓은 것 같은데 한번 맛을 보시겠습니까?”
케인첼은 프라가라흐 가득 국물을 떠서 마그누스에게 내밀었다.
마그누스는 어째서 성검 앞에 나무로 된 국자가 달려 있는지조차 묻지 못했다.
그저 그것을 받아 들고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뭐, 맛은 본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그럼 어디 한번 먹어 보실까.”
혀를 살짝 내밀어 국물에 적신다. 그러자 천년 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짜릿함이 그의 전신을 내달렸다.
“뭐, 뭐야, 맛이, 느껴지잖아!?”
은은한 짠맛이 느껴지는 국물에서는 야채와 고기에서 배어 나온 맛이 전부 담겨 있었다.
소금은 채 한 줌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짭짤하다.
그의 몸이 아주 오랫동안 소금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추와 청경채에서 배어 나온 국물에 소고기의 감칠맛이 더해졌다.
천년 동안 느껴 보지 못한 맛의 폭풍이 그의 몸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그누스의 미각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케인첼이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푹 끓인 야채와 고기, 버섯이 듬뿍 담겨 있었다.
“취향에 맞게 폰즈나 칠리소스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
마그누스는 대답할 여유도 없다는 듯 게걸스럽게 밀푀유 나베를 먹기 시작했다.
쌉쌀한 청경채와 국물을 듬뿍 머금은 배추. 게다가 숙주나물은 푹 끓였는데도 여전히 아삭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식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속까지 잘 익은 상태였다.
마그누스는 야채보다는 고기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다면 한동안은 엘프로 변해서 풀만 먹고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씹을 때마다 아삭한 식감과 함께 짭짤한 야채 육수의 맛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소고기에 상큼한 유자향이 느껴지는 폰즈 소스를 듬뿍 찍어 먹어 보았다.
“하아……. 쫄깃하면서 탄력 있는 고기 맛이 장난 아닌데. 특히 겉보기와는 달리 기름이 많은 부위야. 그게 짭짤한 국물에 녹아들어서 너무 맛있다.”
“따로 간을 세게 하지 않은 이유를 아시겠죠?”
그러자 항상 몽롱한 표정으로 반쯤 감겨 있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맞아. 그랬다가는 분명 식재료 본연의 맛이 전부 죽었겠지. 그런데 단순히 맛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은 뭐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구하고 싶은데 구할 수 없어……. 그런 모순에서 오는 애틋함……. 이것은 도대체…….”
케인첼은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7성급 요리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밀푀유 나베’가 완성되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또다시 새로운 7성급 요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냄비 안에 녹아들어 있는 것은 세헤라자드와 이름 모를 수많은 우인의 마음.
그들은 평생을 바쳐 이루고 싶었던 작은 소망마저 포기한 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하고자 계속해서 비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태어난 이유이자, 살아가는 목표였으니까.
결국 마그누스의 불타 버린 심장을 움직인 것은 그들의 마음이었다.
마그누스는 붉어진 눈시울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세헤라자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본룡이 너무 내 할 말만 한 것 같아. 그럼 이번엔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할까.”
세헤라자드는 정말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