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0)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50화(23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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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경악하다 못해 그대로 기절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얼굴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으악! 아파! 설마……. 젠장! 도대체 아르곤의 야만인들이 무슨 수를 썼기에 드래곤까지……!”
“지금 당장 경비 대장님, 아니 시장님 불러 와!”
“드래곤의 습격이라니! 젠장! 우린 다 죽었어!”
소식을 전해 들은 윌슨 시장은 굴러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 속도로 성벽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한가롭게 하늘을 선회하고 있는 드래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 지, 진짜, 진짜 드, 드, 드래곤이……!”
한발 먼저 도착해 있던 경비 대장이 미늘창을 움켜쥐며 물었다.
“시장님, 어떻게 합니까. 궁수들이라도 대기시킬까요?”
“자네 제정신인가? 와이번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으면서 드래곤과 싸우려고?! 브레스 한 방이면 방어고 뭐고 시티즌 전체가 그대로 잿더미가 될 걸세!”
“……그, 그러면.”
“그나마 적의는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군. 드래곤이 부유한 도시를 털어서 재보를 강탈해 간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내 살아생전 직접 당하게 되다니…….”
윌슨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넋을 잃고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던 경비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 정도 거리라면 시티즌은 충분히 드래곤의 사정권 안입니다. 그래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겠지요.”
“……다행히 유서는 준비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 순간 드래곤이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내릴 장소를 찾고 있던 모양이었다.
화아아악-!
마치 화산을 마주한 것 같은 엄청난 열풍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시야를 가리고 있던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윌슨 시장도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그누스 님. 마법으로 모습을 가리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기 몰려 있는 사람들은 뭐죠?”
“아하하, 그랬던가? 너무 급하게 온다고 깜빡했지 뭐야.”
“이, 이거 케, 케인첼 공 아니십니까……! 설마 지금 드래곤을 타고 오신 겁니까?!”
케인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뒤처리를 하려면 제법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윌슨 시장님. 갑작스런 방문이라 죄송합니다. 미리 서신이라도 띄우고 왔어야 하는데 많이 놀라셨겠네요.”
10년이 넘게 상업 도시의 시장을 맡은 사람답게 윌슨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아, 아닙니다. 소문으로는 오스만 제국으로 파견을 나가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돌아오신 겁니까?”
“예. 브리튼에 가기 전에 우선 이곳에서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윌슨은 케인첼의 뒤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적발의 사내를 곁눈질했다.
시원찮은 풍채의 남자였지만 정황상 레드 드래곤이 틀림없었다.
“소개가 늦었군요. 오스만에서 알게 된 비상 식……. 아니, 레드 드래곤 마그누스 님입니다.”
“그, 그러시군요. 하하…….”
케인첼이 드래곤을 타고 나타났다는 소문은 아마도 순식간에 브리타니아 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리라.
“그럼 우선 브리튼에 제가 귀환했다고 서신을 하나 띄워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서기관!”
그러자 마치 조각상처럼 보일 정도로 뻣뻣하게 굳어 있던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예, 예!”
말 그대로 맹수를 앞에 둔 초식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한 마그누스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돼지. 본룡은 아무리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맛있을 것 같이 보여도 아무나 물거나 해치지 않으니까.”
“예, 예!”
그렇지만 별로 나아진 것 같지는 않았다.
케인첼은 급히 시청으로 달려가는 서기관의 뒷모습을 보며 윌슨에게 물었다.
“그런데 시장님. 도대체 시티즌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벽이 다 무너져 있는 겁니까?”
마그누스를 타고 도시 상공을 한동안 날아다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마치 공성전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도시 이곳저곳이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윌슨 시장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게 며칠 전에 적습이 있었습니다.”
“적습이라고요?”
“예. 아직은 국지전 수준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아마도 전면전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쟁이라니……. 분명 브리타니아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징후는 없었는데?’
게다가 브리타니아는 케인첼의 활약 덕분에 엘 아카드라는 든든한 동맹국을 손에 넣었다.
반쯤 미치지 않고서야 북부 최강의 강대국에 어느 누가 전쟁을 건단 말인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쨔잔, 절대라는 건 없더군요. 그것도 저 넓은 대양 너머에서 그럴 줄이야…….”
“설마 신대륙에 있는 합중국 아르곤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녹색 피부의 와이번 라이더 수십이 커다란 바위를 떨어트리며 공격을 하더군요. 다행히 마침 의뢰를 마치고 돌아온 충의의 소드 마스터 트리스탄 님의 활약으로 놈들을 물러나게 할 수는 있었습니다만…….”
높은 상공에서 떨어트린 바위라면 공성전에 사용하는 투석기보다 몇 배는 강한 화력을 지녔으리라.
시티즌이 자랑하는 크고 튼튼한 성벽이 반파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나마 시티즌이 해안에서 멀어서 이 정도로 끝났지, 항구 도시 리버풀은 거의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신대륙.
그곳은 천 년 전, 탐험가 크리스토퍼에 의해 발견된 제3의 대륙이다.
수많은 이종족과 몬스터가 공존하고 있는 오지 중의 오지.
그렇지만 신천지를 찾아 떠난 사람들에 의해 독자적인 문화가 발달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신대륙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넓은 대양을 건너야 한다.
때문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상인을 제외하면 왕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합중국 아르곤의 전사가 어째서 브리타니아를 습격한단 말인가.
‘녹색 피부의 전사라…….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 쓰이는데. 설마 고블린이 하늘의 무법자 와이번을 길들였을 리는 없고, 도대체 뭐지?’
대답은 전혀 기대도 하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녹색 피부의 전사라면 오크겠네.”
“오크요?”
“우르크라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오크가 친숙하지. 하여간 그들은 엄청나게 호전적인 전투 종족이야. 태어나서 십 년이 지나면 강력한 전사가 되거든. 게다가 특수한 약물을 사용한 주술로 신체를 강화시키는데, 제대로 전투태세를 갖춘 전사 한 마리면 인간 기사 서넛은 손도 쓰지 못하고 찢겨 죽을걸.”
“…….”
“아마 악신 다이몬이 소멸하지만 않았어도 신대륙의 패자가 되지 않았을까? 뭐, 본룡에게는 한 끼 식사 거리지만 말이야.”
게다가 와이번을 타고 하늘에서 공격해 대니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한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다.
“윌슨 시장님. 그럼 놈들은 완전히 물러난 겁니까?”
“그건 저도 잘…….”
원래는 마탑에 파라오의 방부제를 맡기고 바로 브리튼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케인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신없이 성벽을 보수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모든 작업을 끝내려면 앞으로 족히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시티즌에는 마탑은 물론 고든 램볼튼까지 머물고 있어. 이곳은 절대 함락되어서는 안 되는 장소야.’
윌슨 시장은 마그누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불이 나도록 손바닥을 비벼 대고 있었다.
“마그누스 님. 혹시 금은보화 필요하시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보기보다 제법 부유한 편인데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수호룡 계약이라면 이미 선약이 있어.”
“그, 그렇습니까? 도대체 어디랑…….”
“브리타니아 북부 지스타드 영지 근방. 그러니까 본룡이 시티즌을 지켜 줄 이유는 없지.”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게다가 그럴 힘도 없다. 마그누스는 앞으로 한동안 본체로 돌아가지 못한다.
물론 그는 약점을 입 밖에 내놓고 다닐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윌슨 시장님. 잠시 중앙 광장을 빌리고 싶은데요.”
“예? 아, 설마…….”
“직접 성벽을 고쳐 드리지는 못해도 인부들의 스테미너를 늘려 줄 요리는 만들 수 있거든요.”
게다가 겸사겸사 방부제의 테스트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 *
“세상에나……. 케인첼 공이 중앙 광장에서 요리를 해서 성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하더군.”
“그게 정말인가? 이거 놓칠 수 없겠는데? 지금 당장 보러 가세나.”
“소드 마스터가 만든 요리라니……! 젠장 나도 먹고 싶다! 아, 그렇지! 오후부터 성벽 보수 작업을 하는 인부에 지원해 볼까? 그러면……. 으헤헤!”
케인첼이 인부를 위한 요리를 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시티즌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혈기와 식욕으로 무장한 남자들이 보수 작업에 합류했다.
윌슨 시장으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쾌거인 셈이다.
“시장님. 그럼 재료의 수급을 부탁드리죠. 스테미너라면 역시 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비프스튜가 좋을 것 같네요. 대략 천 명 정도가 먹어야 하니까 필요한 양이…….”
“죄송하지만 와이번 라이더의 습격 때문에 요 며칠간 물류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상회를 뒤지면 잡고기는 찾을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 여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날이 무덥다.
생고기는 쉽게 상해 대부분 훈연시켜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어 유통한다.
“그러면……. 아, 렌틸 콩은 있죠?”
“물론입니다! 창고에 아주 그득하게 쌓여 있을 겁니다!”
케인첼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대량의 베이컨과 감자, 양파, 당근, 소시지, 양배추 등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짜로 케인첼 공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데, 바람처럼 다녀옵지요.”
“공짜로 해 드린다고는 안 했는데요? 나중에 시청에 청구할 겁니다.”
“아…….”
윌슨은 묘한 한탄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식재료를 모아 왔다.
애초에 인부들의 식사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을 가져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흔히 먹는 식재료로 정말 스테미너에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그게 셰프의 대단한 점 아니겠어요.”
“역시 케인첼 공의 요리 실력은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아, 물론 검술 실력도 말이지요!”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자 시청 소속 셰프가 식칼을 쥐고 나타났다.
“케인첼 공. 식재료 손질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부담 없이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괜찮아요. 이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예? 자, 잘 못 들었습니다? 이 엄청나게 많은 식재료를 혼자 손질하신다고요?!”
요리를 하는 과정은 전부 케인첼의 경험치가 된다. 그것을 남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그럼, 양파 검술……!”
스킬이 발동하자 미스랄 식칼이 7개로 늘어났다.
그것이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자 감자의 껍질이 벗겨지며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시청에서 지원 나온 셰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거 실화냐?! 어떻게 저런 속도로 식재료를 손질할 수 있지……!”
“이 정도면 앞으로 두 시간……. 아니, 한 시간이면 끝날 것 같은데?”
그런데도 케인첼은 무엇이 그리도 부족한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역시 일곱 자루로는 너무 느려. 조금 무리하면 한 자루 정도는 더 뽑을 수 있긴 한데, 그건 오러의 소모가 너무 크고……. 역시 양파 검술을 극성까지 익혀야 해.’
그렇지만 지금은 요리에 집중할 때였다.
케인첼은 먼저 대량의 물에 콩을 넣어 불순물을 제거했다. 그리고 콩을 불리는 동안, 다른 식재료의 손질을 끝마쳤다.
지금부터 만들 요리는 렌틸 콩 요리인 에릅센 아인토프.
렌틸 콩과 베이컨, 돼지비계, 소시지, 감자 등을 넣고 찌개처럼 뭉근히 끓여 낸 건강 보양식이다.
이제는 엘 아카드가 된 도이칠랜드에서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인부들이 즐겨 먹는 음식.
‘그럼 콩에다 효과 증폭을 걸어 보실까.’
렌틸 콩을 먹으면 근육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고강도 신체 활동 후의 회복 속도 또한 빨라진다.
말 그대로 최고의 스테미너 음식!
케인첼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오러가 뿜어져 나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식재료를 감쌌다.
‘음, 아주 완벽하게 멋지군.’
이제는 고르곤 지방으로 만든 라드가 출동할 시간이었다.
그것을 커다란 냄비에 넣고 살짝 녹여 준 후, 거기에 베이컨을 볶기 시작했다.
베이컨에는 두 가지 향이 배여 있다.
하나는 고기가 가진 본연의 향이고, 다른 하나는 훈연을 시킬 때 사용하는 나무 장작의 것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나무의 재질에 따라 베이컨의 맛이 확실하게 달라진다.
특히 사과나무로 구웠을 때 나는 진한 향취는 맡고만 있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다.
“크흑, 이건 사과나무로 만든 베이컨 아닙니까……! 달달한 나무 향이 정말 끝내줍니다!”
“특히 이 향은 지용성이라 베이컨에 배어 있다가 구울 때 기름과 함께 빠져나오거든요. 그래서 요리에 진한 풍미를 남깁니다. 조금 비싸긴 해도 사과나무를 쓸 가치가 있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이 깊으면서 농후한 풍미가 설명이 안 되는데요?”
“그건 저만의 노하우라고 해 둘게요.”
베이컨의 향이 고르곤 기름에 녹아 강해질 즈음, 당근과 양파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그러면 야채가 기름을 흠뻑 머금고 노곤노곤해지는데, 그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그리고 양파가 투명해지면……!”
이제부터는 속도전이었다.
케인첼은 나머지 재료를 전부 냄비에 넣은 후, 새콤한 사과 식초를 약간 뿌렸다. 이것이 베이컨의 풍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잘 볶아서 시큼함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식재료가 전부 잠기도록 물을 붓고, 말린 야채 가루를 약간 넣어 준다.
‘이제 야채와 베이컨에서 배어 나온 기름이 렌틸 콩에 전부 배어들도록 푹 끓여 주면 완성인가.’
냄비 하나에 50인분. 이걸 스무 번 반복하면 된다.
케인첼은 본격적으로 에릅센 아인토프를 끓이기 전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항아리를 꺼냈다.
‘그럼 이제 파라오의 방부제가 얼마나 맛과 향을 잘 보존해 주는지 시험해 볼까.’
그 내용물을 끓고 있는 콩 위에 약간 뿌려 주자,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