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52화(23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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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무의 탑
무의 탑 앞에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십여 명의 기사들이 도열해 있다.
그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자신의 검술이나 가문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다.
여기 모인 기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브리타니아의 미래를 책임질 칠 대 미덕의 일원이 된다.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인 셈이다.
터질 것 같은 근육질의 사내가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금일부터 진행될 훈련을 맡은 이안 교관이라고 한다. 미리 말해 두지만 귀공들의 작위, 나이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훈련병으로 대하도록 하겠다. 아무쪼록 교관의 지시에 잘 따라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본 훈련을 완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여 있던 기사들 중 몇 명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허허. 예전에 기사 양성소에서 훈련받을 때가 떠오르는구려. 그런데 오러 소드조차 다루지 못하는 자가 교관이라니 참, 그렇게 인재가 없나 싶소이다.”
“그러게 말이오, 포와르 자작. 그래도 무언가 배울 점이 있으니 무의 탑에서 교관을 시킨 것 아니겠소?”
그러자 그들의 앞에 서 있던 쿤담이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이안 교관님은 평생을 기초 체력에 몸 바친 성과를 인정받아 특별 교관으로 초청받은 겁니다.”
“아, 쿤담 경! 이거 통성명이 늦었구려. 본인은 포와르 자작이라고 하오. 안 그래도 노력하는 천재 검사라는 소문을 듣고 한 번쯤 만나고 싶었소이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노력하는 천재 검사라는 칭호는 저보다 제 친구에게 더 잘 어울릴 겁니다. 검사라기보다는 다른 것을 더 잘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자 포와르 자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려 소드 마스터의 제자가 자신보다 더 재능 있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니.
도대체 누구일까?
“그런데 지금 와서 기초 체력 단련을 할 필요가 있겠소? 오러 소드를 발동시키면 저절로 신체가 강화되오. 아무리 몸을 단련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지 않소?”
“케인첼은 이안 교관을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설마 근면의 소드 마스터 케인첼 반 지스타드 공을 말하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러자 포와르 자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케인첼 반 지스타드의 스승에게 기초 체력 단련을 받게 되다니.
아무래도 엄청난 기연을 만난 것이 아닐까?
기사들의 의욕이 불타오르는 것을 본 이안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근육이 곧 정의 아니겠는가! 근육이야말로 최강! 흐아아압! 그럼 우선 가볍게 스쿼트 천 번씩을 실시하도록 한다! 다만 절대 오러를 사용하면 안 된다! 오로지 전신의 근육만을 이용해서 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교관님!”
기사들은 평소에도 무거운 갑옷을 입고 움직이기에 오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기초 체력이 엄청나다.
스쿼트 천 번 정도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낼 수 있다.
가장 먼저 끝낸 쿤담이 손을 들었다.
“다 했습니다.”
“잘했다. 그럼 다음으로 가볍게 데드 리프트 오백 번이다! 그것까지 끝내면 맨손으로 암벽 등반을 한다. 그렇게 한 세트를 마치면 잠시 쉬어도 좋다. 참고로 말하지만 앞으로 한 달 안에 적어도 세 세트를 연달아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거기까지 들은 기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 세트로도 전신이 너덜너덜하게 변할 강행군이다.
그런데 그것을 세 번을 하라고?
도저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안은 이가 드러나 보이도록 웃으며 말했다.
“교관도 같이 할 테니 열심히 근육 단련을 할 수 있도록. 음, 처음이니 가볍게 다섯 세트만 해야겠군.”
“다, 다섯 세트라고!?”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포와르 자작은 지금까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건 아무리 봐도 인간의 체력이 아니다.
몸에 곰의 피가 흐른다든가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불곰 그 자체다.
“하앗! 핫! 하아아압! 무엇들 하고 있나! 설마 다섯 세트를 할 교관보다 늦게 끝마칠 셈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렇게 땀과 열기, 그리고 근육이 요동치는 기사들의 체력 단련은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꿋꿋하게 체력 단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누군가가 폭발했다.
이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타오르는 오러를 뿜어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율리우스 콘라드.”
그러자 율리우스는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이안을 노려보았다.
“어딜 감히 오러 소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낙오자 주제에 명령이야!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체력 단련이나 받자고 여기 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소드 마스터가 되어서 나를 무시한 그 자식에게 복수를 해야……! 그러니까 당장 무의 탑에 들여보내 줘!”
“율리우스 경. 자신의 말에 책임질 수 있겠나.”
“다, 당연하지!”
“오러 블레이드란 곧 심상의 구현화. 마음을 단련하지 않고서는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그리고 강한 마음이란 곧 강한 신체에 깃드는 법이다.”
“사, 상관, 상관없어!”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의 탑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훈련은 철저하게 극비리에 진행된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서야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무의 탑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는 것은 이안 교관뿐이다.
그런데 그의 훈련을 거부하다니.
“그렇다면 무의 탑에 들여보내 주도록 하마. 다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본 교관은 책임지지 않는다. 뭐 적어도 죽지는 않으니까.”
“하하! 다들 이 율리우스 님을 무시했겠다! 두고 봐라, 내가 누구보다 먼저 소드 마스터가 되어서 돌아올 테니!”
율리우스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무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리고 정확히 1시간 만에 뛰쳐나왔다.
“으, 으아아악! 사, 살려! 살려 줘! 제발! 내가 잘못했어! 으아아악!”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는 제멋대로 풀어 헤쳤고, 입고 있던 옷은 무언가 뜨거운 불길에 그을렸는지 엉망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것뿐이 아니다. 마치 십 년은 늙은 것처럼 초췌해진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체력 단련을 하고 있던 기사들은 마른침을 삼키고 율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의 탑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폐인이 되어 나온단 말인가.
율리우스는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비명을 질러 댔다.
“당신들 뭐야! 왜 한 달 넘게 지났는데 아직 여기에서 멍 때리고 있어?! 아, 그래. 나를 비웃으려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제에에에엔자아아앙! 내가 한마디만 해 주지! 이 안에 절대 들어가지 마! 이건 완전 미친 짓이라고!”
그런 말을 남기고 율리우스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마 그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은 한동안 힘들지 않을까.
벌써 3천 번 넘게 스쿼트를 하고 있던 이안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도 좋다. 보통 무의 탑을 최상층까지 등반하기 위해서는 사흘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고작 한 시간 만에 저렇게…….”
“게다가 율리우스 경은 분명 한 달이 지났다고 했어.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안은 무의 탑 주위에 쳐져 있는 낡은 천막을 가리켰다.
전부 무의 탑을 오르기 위해 정신력과 검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세워 둔 것이었다.
“저들 중에 가장 오래 머문 사람은 벌써 10년째 이곳에 있다. 그래도 채 하루를 버티지 못했지. 무의 탑이 어떤 곳인지 이제 대충 알았으리라 본다.”
기사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다른 이름은 ‘시련의 탑.’
오르는 것만으로 검술을 한 단계 높여 주는 장소.
이곳에 들어간 사람은 자칫 잘못하다간 율리우스처럼 완전히 폐인이 된다.
그렇지만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기사들은 강한 의지가 담긴 눈동자로 출렁거리는 근육을 뽐내고 있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시련…….”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의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어마어마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Vse dlya strany……! Ubeyte vse eto!”
공용어를 사용하는 북부 대륙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그렇지만 기사들은 거기에 강한 살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이안 교관이 신속하게 외쳤다.
“적습이다! 전원 검을 뽑아 들고 응대하라!”
그리고 이안 또한 강철로 된 건틀릿을 주먹에 차는 것으로 전투 준비를 마쳤다.
어느새 무의 탑 상공에는 십여 마리의 와이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에 타고 있는 것은 이안 교관과 좋은 승부가 될 것처럼 보이는 초록색의 거한들.
선수를 취한 것은 포와르 자작이었다. 그는 무의 탑을 발판 삼아 단숨에 와이번이 있는 장소까지 뛰어올랐다.
어느새 그가 들고 있는 검에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오러 소드가 깃들었다.
그렇지만 근육질의 거한, 오크 전사 또한 순순히 그것에 당하지 않았다.
“크롸쉬!”
오크 전사는 알 수 없는 괴성과 함께 등에 차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다.
와이번에 탄 채로 양발만으로 몸을 지탱하는 괴력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쿠쿠쿠쿵-!
“끄아아악!”
포와르 자작은 경악한 표정으로 수십 미터 상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의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보검이 산산 조각나 있었다.
설마 단 일격으로 오러 소드가 깃든 검을 박살 내다니, 도대체 얼마나 힘이 세단 말인가.
“게르마!”
“게르마!”
“크롸쉬, 게르마!”
피를 보자 오크 전사들이 더욱 난폭해졌다. 뜻을 알 수 없는 고함을 질러 대며 상공에서 돌을 던져 기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안의 몸이 한줄기 섬광으로 변해 앞으로 쏘아졌다.
“폭권……!”
이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을 향해 주먹을 내뻗자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일격에 사람 머리통만한 돌이 가루로 변했다.
오러로 몸을 방어하고 있던 기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인간의 주먹을 오러로 강화시켰다고!?”
“저, 저것이 근육의 진정한 힘인가!”
기사들은 하나같이 이 상황이 정리되면 더욱 열심히 기초 체력 단련에 매진하겠노라 다짐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번 라이더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활이나 석궁을 사용해야 한다.
기사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석궁을 꺼내 볼트를 매겼다.
“준비된 사수부터 발사!”
그들은 수십 미터 앞에 있는 사과라도 간단히 꿰뚫을 정도로 명사수였다.
집채만한 와이번이라면 양쪽 눈을 감고서도 맞출 수 있다.
그 순간 후방에 있는 와이번을 타고 있던 오크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스투셰바차 비티예!”
그것이 번쩍거린다 싶더니 다른 와이번 라이더들의 몸에 얇은 막이 생성되었다.
“뭐야? 서, 석궁을 튕겨 냈다고!?”
“젠장! 이러면 도대체 어떻게 공격하란 말이야!”
발리스타라도 있으면 몰라도, 볼트로는 생채기조차 입히지 못한다.
쿤담은 입술을 깨물며 오러 소드를 이용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바위를 갈랐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점을 철저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크 전사는 포와르 자작의 검을 간단히 막아 냈다.
땅으로 끌어 내린다고 해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끄아아악!”
“쿠, 쿤담 경……. 뒤, 뒤를…….”
결국 브리타니아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기사들이 한 명 두 명 쓰러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이안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쿤담 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채 박살 나지 않은 돌에 맞은 것 같았다. 그는 품속에서 작은 수정 구슬 같은 것을 꺼내 내밀었다.
“……쿤담. 여기는 본 교관이 어떻게든 사수하겠다. 이것을 받아라. 탑주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통신기다.”
“이안 교관님…….”
이곳에서 물러서서 지원군을 불러 달라는 뜻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수십 킬로 떨어진 시티즌에 있다.
지금 당장 지원을 요청한다고 해도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사이에도 두 명의 소드 나이트가 쓰러졌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전력 차이였다. 쿤담은 어째서 성왕 아슬란이 급히 이곳의 전면 개방을 결정했는지 깨달았다.
저들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러 블레이드를 가진 소드 마스터뿐이다.
쿤담은 괴로운 얼굴로 이안이 내민 통신기를 받았다.
“그래, 그러면 된 거다 쿤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너를 믿기 때문에 그것을 맡기는 것이다.”
이안은 쿤담의 어깨를 가볍게 몇 번 두들기고는 양쪽 다리에 한계까지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일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저것이 케인첼의 스승 이안의 진정한 실력.
그렇지만 아무리 커다란 바위를 일격에 박살 내는 폭권이라 해도 하늘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는 없다.
그 순간이었다.
“제면(製麵).”
쿤담에게도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번을 향해 무언가가 날아갔다.
“스투셰바차 비티예!”
또다시 오크 주술사가 동지의 몸을 보호하는 주술을 발동시켰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애초에 케인첼이 노리는 것은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걸렸다……!”
저공비행하는 와이번의 다리를 쫄면으로 감싼 케인첼은 그 반동을 이용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양파 검술!”
그와 동시에 케인첼이 쥐고 있던 검에서 어마어마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꾸에에에엑!”
순식간에 와이번 라이더 한 마리를 처리한 케인첼은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며 말했다.
“미안, 쿤담. 내가 조금 늦었지?”
“케, 케인첼!?”
늑대의 왕 시리우스를 상대로 함께 싸웠던 무서운 신인…….
아니, 이제는 신인이라기에는 너무 높이 올라가 버린 전 동료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