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56화(24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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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찰기가 생긴 반죽은 밀가루를 살짝 뿌린 후, 온몸에 힘을 실어서 눌러 줘야 한다.
그래야 공기층이 없어져서 탱탱한 면발을 맛볼 수 있다.
케인첼이 반죽하는 모습을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던 고든이 눈을 빛냈다.
“이상하군.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견습답게 어설퍼 보이는 몸놀림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면이 맛있어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마치 몇 년 동안 파스타만 반죽한 장인을 보는 것 같다.”
제면 스킬은 시련의 탑으로 들어오면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 정수는 어느새 녹아들어 케인첼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설마 그것을 한 눈에 찾아낼 줄이야. 과연 고든다운 눈썰미였다.
10분가량 인고의 시간을 거치자 반죽은 동글거리면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이것을 밀대로 밀어서 더 쫀득거리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것을 압축기에 넣고 모양을 내 주거나, 칼로 얇게 잘라 주면 파스타가 완성된다.
“파스타는 크게 길이에 따라 롱 파스타와 숏 파스타로 나뉘지. 그럼 가볍게 링귀네를 만들어 보도록 할까.”
링귀네는 스파게티처럼 길고 가느다란 면을 납작하게 눌러놓은 형태의 파스타다.
압축기가 없을 때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고, 진한 소스와 잘 어울린다.
케인첼은 적운 밑에서 언젠가 한 번 만들어 보았던 ‘칼국수’를 떠올리며 본격적으로 칼질을 시작했다.
“흐음.”
13성에 달하는 초급 검술 덕분에 링귀네는 마치 압축기로 찍어 낸 것처럼 균일하고 세련되며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고든의 한쪽 입술이 올라갔다.
몹시 괴팍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자기 딴에는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손으로 썰어 낸 것과 소형 파스타 기계에 넣고 찍어 낸 것의 차이를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의미가 없겠군. 케인첼은 오늘부터 조프리를 도와서 생 파스타 반죽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셰프.”
‘이거 어째 시련이라기보다는 스킬 숙련도 올리기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렇지만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 * *
파스타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흔히 면 하면 떠오르는 얇고 가느다란 형태부터. 튜브나 나비넥타이를 닮은 것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서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의 수만 해도 서른 종류가 넘었다.
고든의 레스토랑에서는 주로 구리 틀을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었다.
구리 틀은 값이 비싸고 금방 못 쓰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복잡한 모양과 거친 표면을 가진 파스타를 찍어 낼 수 있다.
그러면 소스를 잘 붙잡아 둬서 진한 맛을 가지게 된다.
조프리는 반죽만 하기에는 지루한지 끊임없이 파스타에 대해 떠들어 댔다.
“보통 파스타 하면 면 위에 소스를 얹어 먹는 것을 떠올리기 쉽수. 그런데, 이게 웬걸! 마르파시노에 가면 쇠고기나 치즈, 달걀 등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 같은 것도 있수다.”
‘……마르파시노식 만두인가. 기회가 되면 직접 먹으러 가 봐야겠네.’
그뿐만이 아니라, 넓은 종이 같은 형태의 라자냐라는 이름의 파스타도 있었다.
그것은 겹겹이 각종 고기와 채소, 치즈, 토마토소스를 쌓아서 먹는 음식이었다.
타코와 비슷한 파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케인첼은 지난 한 달간 만들었던 수백 종류가 넘는 파스타의 모양과 형태를 떠올려 보았다.
‘그래……. 오러를 단순히 길고 가늘게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들어서 거기에 넣고 찍어 내면 훨씬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마치 이 파스타처럼 말이야.’
그러자 케인첼의 눈앞에 새로운 요리 스킬의 등장을 알리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파스타를 만드는 기술이 매우 뛰어납니다.] [‘제면製麺’ 스킬에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었습니다.]‘새로운 형태의 추가라고……?!’
스킬창을 열어 보니 분명 사라졌어야 할 제면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그것을 어루만지자 지금까지 만들었던 수많은 파스타 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분명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리라.
바퀴 모양의 로텔레와 원통형의 리가토니를 조합한다. 그러면 괴력을 지닌 그란 카락이라 해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케인첼의 몸이 흥분으로 부르르 떨렸다. 어서 파스타가 추가된 제면 스킬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레스토랑의 웨이터 멀린이 당황한 얼굴로 주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키히히히! 고든 셰프여……! 손님께서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했도다!”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는 오일 소스를 사용한 가장 기본적인 메뉴였다.
이름만큼이나 심플한 요리로, 마늘을 편으로 썰어 올리브 오일로 익혀 파스타에 곁들인다.
“알리오 올리오라면 메뉴에는 없지만 손님이 원한다면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 무엇이 문제지?”
“그게 말이야, 신참이 만든 알리오 올리오가 먹고 싶다고 하더군. 아무리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주는 것이 원칙이라 해도 신참의 요리라면 말이 다르지 않은가……!”
파스타 면을 만들고 있던 케인첼은 웨이터 멀린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저 남자를 또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고 고개를 돌려 홀에 있다는 손님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무표정한 남기사와 병약해 보이는 귀족 영애가 앉아 있었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하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나한테 직접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지?’
이곳은 케인첼의 기억을 바탕으로 시련의 탑이 재구성한 세계.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고든 램볼튼이 턱을 어루만지며 케인첼에게 다가왔다.
“알리오 올리오라면 무엇보다 파스타의 맛이 중요한 요리지. 한번 만들어 보겠나, 케인첼. 네가 만든 면이라면 분명 손님도 만족할 것이다.”
그러자 옆에서 일하고 있던 셰프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들어온 지 석 달 된 신참에게 요리를 맡긴다고?
아무리 면을 잘 만든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고, 고든 셰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불만인가 조프리? 네가 직접 만들어야 할 파스타를 몇 번이나 케인첼에게 시킨 것을 알고 있다. 충분히 먹을 만하게 만들었더군.”
“그, 그건 일손이…….”
“뭐? 그래서 지금 불만이라도 있다는 건가, 조프리?”
“……아닙니다.”
결국 손님이 원하는 대로 케인첼이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주게 되었다.
조리대 앞에 선 케인첼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제대로 된 스킬 없이 요리를 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만들 한 그릇은 의미가 크다.
케인첼은 다시 한 번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한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조잘거리고 있는 귀족 영애와, 그것을 묵묵히 듣고 있는 청년 기사.
그의 눈빛에 담겨 있는 진한 애정이 귀족 영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여전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요리를 주문해 준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럼 먼저 충분히 큰 냄비에 물을 잔뜩 끓이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
파스타는 미리 잔뜩 만들어서 살짝 숙성시켜 둔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상태를 확인해 보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것이 지금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파스타 면이다.
케인첼은 물을 끓이면서 소금으로 간을 했다. 맛을 보았을 때 약간 짭짤할 정도로 넣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많이 들어갔다 싶어도 어차피 물을 버릴 때 전부 빠져나간다.
‘면을 끓는 물에 넣을 때는 살짝 비틀어 줘야 눌어붙지 않지. 음, 정말 완벽하게 멋지군.’
파스타가 들어가면 물 온도는 당연히 내려간다.
그래서 뚜껑을 덮어 물이 다시 끓게 해 줘야 한다. 그것은 폴른 스타를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보글보글-
파스타가 어느 정도 익으면 면을 끓인 물을 조금 덜어서 챙겨 둔다. 그것을 면과 소스를 섞을 때 넣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두 가지 재료의 맛이 하나로 합쳐진다. 파스타가 아주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맛있게 변한다.
면이 끓는 동안 마늘을 썰기 시작했다. 보통 1인분에 4톨을 사용한다.
‘조금 도톰하게 썰어 주는 것이 마늘이 잘 타지 않고 식감도 좋지.’
그러자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조프리가 감탄했다.
“크, 크흠! 생각보다 잘하는구려.”
“감사합니다.”
케인첼은 이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4티스푼 정도 넣어 주고, 방금 전에 썬 마늘을 넣고 볶아 준다.
약한 불로 마늘향이 기름 전체에 배어들도록 볶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향이 잘 배어들자, 케인첼은 매콤한 맛을 더해 주기 위해 페페론치노를 부셔서 넣어 주었다.
그리고 팬을 잘 흔들어서 섞어 주는 것이다.
‘마늘이 아주 멋진 황갈색으로 변하고 있군. 이제 곧 더 강하고 맛있는 마늘향이 올라올 거야.’
그리고 순식간에 레스토랑 전체에 진한 마늘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이렇게 진한 마늘향이 나는 거죠? 도대체 지금 주방에서 만들고 있는 요리가 뭔가요?”
“알리오 올리오라고 합니다, 손님.”
“그런 메뉴는 없었잖아요……?! 설마 숨겨 둔 비장의 메뉴 그런 건가요?”
“……그게, 그러니까 흔히 먹는 기름 파스탑니다.”
“예? 기름 파스타에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요?! 여보! 나도 알리오 올리오 한 그릇 시켜 줘요.”
“알았소. 여기 알리오 올리오 두 그릇만 가져다주게나.”
“알겠습니다. 일단 주방에 문의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서빙을 하고 있던 웨이터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주문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저 기본 중의 기본인 기름 파스타일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손님을 매혹시키다니.
‘이게 고든 램볼튼에게 배운 파스타의 대단함인가. 너무 끝내주는데?!’
이번 일은 케인첼에게 다시 한 번 맛있는 요리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7성으로 오른 미식 스킬과 여전히 6성에 머물고 있는 요리 스킬.
그 차이는 분명…….
‘……하여간 만들던 요리나 완성해야겠군.’
이제 잘 삶아진 파스타를 오일 안에 넣어 줄 차례였다. 그 전에 잊지 않고 약간 덜어 두었던 면수를 뿌려 준다.
‘음. 마늘 향이 정말 향긋하면서 강렬하군. 이제 불을 끄고 오일과 잘 섞어 주면 최고의 알리오 올리오가 된다……!’
마지막으로 후추, 파마산 치즈, 파슬리를 뿌리면 완성이었다.
케인첼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눈앞에 놓여 있는 요리를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를 정도로 맛있어 보인다. 제대로 된 요리 스킬 없이 여기까지 만들 수 있을 줄이야.
‘그런데 도대체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알리오 올리오를 이런 고급 레스토랑까지 와서 주문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요리를 시킨 기사만이 알고 있으리라.
케인첼은 주방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멀린을 불렀다.
“멀린, 여기 알리오 올리오 두 접시 나왔습니다!”
그러자 웨이터 멀린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게 말이다. 손님께서 요리를 만든 셰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저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요?”
“그래. 고든 셰프도 허락했다. 직접 서빙을 해 주고 와라, 케인첼.”
케인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빙용 쟁반에 파스타 두 접시를 담았다.
그리고 홀로 나가자, 그들이 여전히 10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뚝뚝한 얼굴의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사의 예를 갖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자네가 한 요리를 먹어 볼 수 있겠군. 케인첼 반 지스타드.”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그제야 케인첼은 눈앞에 있는 사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어,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