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57화(24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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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식칼을 쥔 순간, 기연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정체는 케인첼이 처음으로 만났던 소드 마스터이자, 단신으로 악마 대공 바싸고의 진격을 막아 낸 장본인.
헥토르 반 스벤이었다.
젊은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무뚝뚝한 목소리만은 여전했다.
귀족 영애는 케인첼이 만든 알리오 올리오를 바라보며 묘하게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기억하고 계세요, 헥토르? 제가 열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있으면 당신은 직접 만든 알리오 올리오를 가져다주곤 했지요.”
“어떻게 잊겠소, 로제.”
로제라는 이름에 케인첼의 눈에 엄청난 동요가 떠올랐다.
그것은 분명 헥토르가 그의 부인 로즈마리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그녀가 만들었던 코코뱅을 재현하는 것으로 ‘오러 소드’를 얻지 않았던가.
“마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조금 맵긴 했지만, 맛있었어요. 정말 그립네요.”
“그건 실수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않소. 마늘은 몸에 열을 내게 해 줘서 병을 이겨 낼 수 있게 해 주거든. 하여간 분명 이것도 맛있을 거요. 케인첼 공, 미안하지만 로제가 몹시 배가 고픈 것 같아서 말이다. 먼저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싶은데.”
케인첼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헥토르는 시련의 탑 안에서 만난 그 누구와도 달랐다.
“여기 주문하신 알리오 올리오입니다. 매콤한 맛이 좋으시다면 페페론치노를 조금 더 넣어 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로즈마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무래도 정말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와아, 진짜 맛있겠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미소가 떠오를 정도로 순수하게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헥토르. 어째서 당신이 로즈마리 영애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했는지 알겠어요.’
* * *
로즈마리는 포크를 움켜쥐고 눈앞에 놓여 있는 접시를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면에 고소하면서 알싸한 냄새가 나는 양질의 기름이 듬뿍 묻어 있다.
그 위에 뿌려져 있는 것은 파마산 치즈와 매콤한 맛을 내 주는 마른 페페론치노 가루였다.
그것은 따로 작은 병에 담겨 있어, 취향에 따라 더 뿌려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로즈마리는 무심코 접시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거렸다.
“하아, 진한 마늘 냄새가……. 전 이게 정말 좋더라고요. 그럼 어서 먹어요, 헥토르.”
헥토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올리브 오일은 그 자체의 향취도 좋지만, 마늘이나 향신료의 맛과 향을 기름에 우러나게 할 수 있다.
그것을 활용한 대표적인 요리가 알리오 올리오였다.
로즈마리는 마늘의 알싸함과 고추의 칼칼함이 묻어 있는 면발을 포크로 말아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냠…….”
얼핏 보기에는 마른 고추를 약간 넣었을 뿐인데, 입안이 화끈해질 정도로 매콤하다.
그렇지만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알리오 올리오는 노릇하게 그을린 향긋한 마늘과 함께 입안에서 부드럽게 바스라졌다.
게다가 위에 뿌린 파슬리는 진하진 않아도 명확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잘게 자른 치즈가 올리브 오일의 고소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조금 거칠지만 부드러운 맛이 나요.”
그녀의 말대로 다양한 맛을 하나로 묶어 주고 있는 것이 양질의 올리브 오일이다.
기름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신선하다.
그래서 개성이 강한 향신료의 맛을 골고루 녹여내, 하나로 합칠 수 있었다.
알싸한 마늘과 매콤하면서 칼칼한 페페론치노 고추. 그리고 향긋한 파슬리에 고소한 치즈까지.
그 모든 맛을 품은 기름을 듬뿍 묻힌 면발은 수수해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끝내주게 맛있다.
로즈마리는 순식간에 텅 빈 접시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이러다 접시에 묻은 기름까지 핥아 먹을 것 같아요……. 기다리는 다른 손님에게는 죄송하지만, 한 그릇만 더 먹어도 될까요?”
“그러실 것 같아서 듬뿍 만들어 놨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로즈마리 영애.”
로즈마리는 추가로 나온 알리오 올리오마저 순식간에 먹어 치우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우웁……. 아무래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요, 헥토르…….”
헥토르는 피식 웃으며 로즈마리의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 주었다.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것은 헥토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가 만든 요리는 만족스러우셨습니까.”
“확실히 듣던 대로 맛있군. 하여간 조금 늦었지만, 로제를 대신해 코코뱅을 만들어 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덕분에 빈센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지. 역시 마음을 전하는 데는 직접 만든 요리가 최고 아니겠나.”
“저야말로 당신이 준 갑옷 덕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가. 잘 쓴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다. 혹시 바싸고와 싸울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보여 주셨던 오러 필드는 정말 최강의 방패였어요.”
“그때는 시간이 없어 과거의 일만을 이야기했지. 그래서 앞으로의 일을 부탁하고 싶다.”
헥토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케인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부디 아슬란 폐하와 브리타니아를 지켜다오. 악마는 비열한 술수로 인간들을 유혹해 그 영혼을 대가로 엄청난 힘을 내린다.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그대가 가진 프라가라흐뿐이다.”
악을 멸하는 성검 프라가라흐.
비록 지금은 국자 대용으로 쓰는 일이 더 많긴 해도 그것은 악마를 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나는 아슬란 폐하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숨겨야 했던 때도 있었고, 소중한 것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한 그릇의 요리로 해결한 자네의 활약에 찬사를 보내고 싶구나.”
“…….”
“그렇기에 케인첼 반 지스타드. 수호 의지를 이어 달라는 뜻에서 이것을 맡기고 싶다. 브리타니아를, 아슬란 폐하를, 잘 부탁한다.”
헥토르의 손에서 밝게 빛나는 광구가 뿜어져 나와 케인첼의 몸에 깃들었다.
그 순간, 목에 차고 있던 조마경이 엄청난 기세로 진동했다.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오러 블레이드 시그니처를 얻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오러 필드’의 정수를 습득했습니다.]“이, 이건!?”
“그것이 바로 내가 가진 수호 의지가 오러에 의해 형상화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스킬의 전승이라고 할 수 있지.”
스킬의 전승!
역사가 오래된 무가 중에는 가문의 비전을 특수한 방식으로 후손에게 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대가가 너무나 무겁기에 친족 사이에도 쉽게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설마 그것을 직접 체험해 보게 될 줄이야.
“거기에 녹아 있는 내 마음을 전부 받아들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지만 그것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자네는 최강의 방패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아, 그렇지.”
헥토르는 이제는 텅 비어 버린 접시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라면 오러 필드가 아닌 조금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맞겠지. 스킬의 전 주인으로서 그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겠나.”
새롭게 얻을 스킬의 이름을 자신이 지어 주고 싶다는 말이었다. 케인첼이 고개를 끄덕이자, 헥토르의 입술이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렸다.
케인첼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저것이 바로 헥토르 나름의 호의라는 것을.
“그래, 오러 필드는 기본적으로 파스타 면을 감싼 기름과도 같은 기술이다. 그러니 알리오 올리오는 어떤가.”
그러자 케인첼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러 버블’ 스킬에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었습니다.]오러 버블은 머랭을 만들다가 배운 요리 스킬로, 오러를 거품처럼 뿜어낼 수 있게 해 준다.
피해를 경감시키거나, 안에 불길을 담아 두는 등. 지금까지 케인첼이 애용하던 스킬이었다.
그렇지만 거품답게 방어력이 약해서 일격에 수십 장의 머랭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거기에 새로운 형태 알리오 올리오가 추가된 것이다.
케인첼은 감동한 얼굴로 로즈마리를 바라보았다. 설마 코코뱅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런 기연으로 돌아올 줄이야.
모든 것이 그녀가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신의 의지는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자네의 시련이 끝났으니 곧 사라지겠지. 이것으로 정말 작별이다. 그런 표정은 하지 마라. 나는 자네에게 힘을 전해 주는 것만을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헥토르는 손을 뻗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로즈마리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로즈마리는 헥토르의 체온을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비록 소울 스트림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공간이지만, 한때나마 로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저도요. 케인첼 경. 당신이 만들어 준 알리오 올리오는 정말 맛있었어요. 아 참, 빈센트를 만나면 엄마는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케인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한 그릇 더 먹어 봐야겠군. 말하면서도 입에 침이 고여서 아주 곤란했어.”
“그럼 저는 와인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릴게요, 저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요.”
헥토르는 마지막 순간에 보여 주었던 것과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케인첼을 향해 어마어마한 어둠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원래 있던 새하얀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련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는 17층입니다.]그러자 우렁찬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케인첼을 반겨 주었다.
― 어머, 어머, 어머머!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응시자! 한 번의 시련으로 마스터 셰프와 마스터 디펜더의 기술을 획득했어요! 이건 소울 스트림이 생긴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에요!
헥토르의 입에서도 들었던 단어였다. 그것에 대해 묻자 아이리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으극, 설마 제가 소울 스트림이라고 했나요? 죄, 죄송합니다, 응시자. 그것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해 주실 수 없을까요? 필멸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정보다 보니…….
“뭐, 그러지.”
이렇게까지 곤란해하는데 더 이상 거기에 대해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케인첼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후,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검의 시련 차례겠네. 대충 고든의 레스토랑에서 일한 지 석 달 정도 지났으니……. 얼마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지는 몰라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시련의 탑 밖에는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남은 시련을 진행하고 싶었다.
― 제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이곳의 시간 축은 바깥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요. 응시자가 시련을 시작한 지 이제 반나절 지났어요.
“그거 듣던 중 다행이네.”
― 안 놀라세요?
“비슷한 일을 이미 겪어 봤거든. 그때는 3년에 30분이었는데 시련의 탑이라는 것도 별 거 아니네.”
― 끄응……. 하여간 가능하면 연속 시련은 피하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어요.
“그건 왜 그러는데?”
― 방금 제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셨을 거예요. 1층과 똑같지만 여기는 사실 17층이랍니다. 당연히 주어지는 시련도 훨씬 혹독할 거고, 자칫 잘못하다간 정신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어요.
시련의 탑은 총 20층까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 번의 시련으로 거의 최상층까지 올라온 셈이다.
― 게다가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새로운 스킬을 두 개나 얻었지만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지금 나가면 반년 후에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태세를 정비하고 오시는 것을 추천 드려요.
“설마 걱정해 준 거야?”
― 서, 서, 설마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은 응시자를 안전하게……!
케인첼은 빙긋 웃었다. 아이리스가 시련을 받는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종종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호감을 보이는 것이리라.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고 싶어. 시련을 통해 잊고 있었던 마음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라고. 걱정해 준 것은 고맙지만, 한 번 더 간다.”
케인첼의 눈동자에 떠올라 있는 강한 의지를 알아차린 아이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 에휴……. 알았어요. 그럼 바로 다음 시련으로 넘어갈 거예요. 이번에는 저번처럼 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건투를 빌어 드릴게요. 그럼 열려라 시련의 무우우운……!
* * *
어느새 케인첼은 자신이 왠지 낯익은 장소에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거대한 산맥. 그런데 그 밑에는 까맣게 보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무언가가 모여 있다.
‘설마 여기는 백색 산맥……!?’
케인첼은 오른손에 쥐고 있는 낡고 닳아 빠진 장검을 바라보았다. 이것으로는 썩은 나무 하나 베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앞을 달리고 있던 지휘관이 외쳤다.
“곧 아슬란 폐하과 함께 브리타니아의 수호신 7대 미덕이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버텨라! 아니, 살아남아라!”
그제야 케인첼은 설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검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수천에 달하는 언데드 대군이었다.
‘저 정도 되는 언데드를 부릴 수 있는 것은 마계까지 합쳐서 하나뿐인데……. 그렇다는 것은 저기에 탐식의 왕 바알제붑이 있다고?!’
칠죄종 전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최악, 최흉의 적.
그리고 케인첼은 용병을 이끌고 있는 지휘관의 모습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여기서 또 만날 줄은 몰랐군요, 퍼시발.’
케인첼은 검을 움켜쥐었다.
설원에서 펼쳐진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지금 이 순간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