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59화(2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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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확신한 이유는 하이랜더 용병단의 단장이자, 창왕이라 불린 한 명의 남자 때문이었다.
‘파르지팔……. 아니, 퍼시발 영감은 항상 자신의 무능 때문에 수많은 동료들이 죽었다고 괴로워했지.’
게다가 용병들의 목숨을 구해 주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호감은 높아져 갔다.
이제는 딸의 초상화를 내보이면서 예쁘냐고 물어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 ……응시자, 무언가 해답을 찾아내셨나 봐요.
케인첼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 경험이라면 차고 넘칠 정도로 쌓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헥토르에게 알리오 올리오를 전수받은 것처럼 이번에는 퍼시발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케인첼의 눈동자에 떠오른 강한 의지를 읽은 아이리스는 결국 설득을 포기했다.
―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강한 의지라 해도 언젠가 풍화되는 법이에요. 비록 몸에 상처가 남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두세 번 정도가 한계예요.
“그 정도면 충분해.”
확실히 언제부터인가 이상할 정도로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잠은 충분히 잤을 터인데, 정신 자체가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이다.
케인첼은 고작 이 주 남짓한 기간 동안 천 번이 넘는 죽음을 겪었다.
그러고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식칼을 쥔 이후 만났던 수많은 이들의 마음 덕분이 아닐까?
그것이 전부 마모되어 사라지기 전에 시련을 완수해야 한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뜨자, 어느새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 * *
케인첼은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데드 군단이 근처에 없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제법 여유 시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용병 대장 퍼시발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정확히 두 시간만 버티면 된다! 그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사수해라!”
‘그렇다는 것은 여유 시간이 대충 한 시간 정도는 된다는 건가. 이거 운이 좋은걸.’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 도구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번 시련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혼자 살아남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생존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케인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움직였다.
이번에 한 시간의 여유를 줬다고 해서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최후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케인첼이 다가가자 용병 대장 퍼시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신참. 음……. 분명 지스타드 영지에서 차출된 민병대였던가?”
지난 천 번의 도전 중에 이 남자와 한 마디라도 말을 나눈 횟수는 대략 절반 정도였다.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퍼시발을 설득해야 한다.
“돌려 말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대로 언데드 군단과 싸우면 하이랜더 용병단은 전멸합니다.”
그러자 근처에 앉아 있던 용병들의 눈이 커졌다.
미리 호감을 사 두지 않았으면 칼부림까지 일어날 말을 한 것이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대장님은 선두에 보병과 기사를, 그리고 후열에 궁병을 배치하실 생각이시지 않습니까?”
“……어떻게 알았나. 아직 브리핑도 하지 않았는데.”
“분명 스켈레톤 나이트나 구울 상대로는 아주 효율적인 진영입니다. 그런데 적중에 상급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가 서른 기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골마를 타고 있는 데스 나이트는 후방에 위치한 궁병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퍼시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신참의 말이라도 허투로 듣지 않고 경청할 정도로 신중한 남자였다.
“그게 정말인가?”
그러자 얼굴의 흉터가 인상적인 남자, 스티그마가 끼어들었다.
“대장. 그건 나도 봤어. 내가 이곳에 합류하기 전까지 중부 전선에서 보초를 섰는데, 행군하는 언데드 사이에 해골마를 탄 놈들이 제법 많이 섞여 있더라고.”
그러자 얼굴이 빨갛게 변한 퍼시발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건가! 스티그마!”
“젠장,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지!”
퍼시발은 뒤통수가 아픈지 머리에 손을 올리며,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제대로 된 지휘 보고 체계가 없는 용병단의 문제점이었다.
“알았다 신참. 네 말을 믿어 주도록 하지. 확실히 해골마의 기동성은 엄청나다. 하마터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군.”
“그래서 궁병 하나와 보병 둘. 아니면 기병 하나와 보병 둘을 묶은 삼인일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흐음. 삼인일조라면 소규모 접전에서 효율적인 조합 아닌가. 난전에서 제대로 된 진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아야 하지. 그래서 보통은 사용하지 않는 조합이다.”
확실히 삼인일조에서는 개개인의 역량과 상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퍼시발이 알고 있는 것은 원래 하이랜더 용병단이었던 절반뿐.
특히 궁병 부대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사냥꾼들은 합류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간단하게나마 어떻게 삼인일조를 구성해야 하는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퍼시발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설마 용병 대장인 자신도 모르는 구성원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도저히 농담을 말하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들어 봐서 나쁠 것은 없겠군. 자네의 말대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우선 한 팀만 말해 봐라. 그 이유까지 말이다.”
“일단 사냥꾼 출신 불화살 조쉬와 마틴, 그리고 베이커를 한 팀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상하군. 분명 마틴도 사냥꾼이지 않은가. 그래서 궁병대에 배치시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한 조에 두 명의 궁병이 있는 셈이지. 그래서야 제대로 된 연계를 기대하기 힘들지 않나.”
“마틴은 지금은 사냥꾼 일을 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용병이었습니다. 그래서 활보다는 덫과 검을 더 잘 다룹니다. 그래서 여차하다 싶으면 조쉬를 보조할 수 있죠. 검과 활. 양쪽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포함되는 것으로 팀의 밸런스가 좋아집니다.”
퍼시발은 마틴을 불러 그게 사실인지 물었다. 마틴은 땀을 뻘뻘 흘렸다. 명백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가 용병단 출신인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도대체 어떻게……. 설마 ‘그 일’까지 알고 있는 것은…….”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틴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틴은 무려 오러까지 다룰 수 있는 금급 용병 출신이다.
그런데 민가를 약탈하고, 어린아이를 납치하려는 동료를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검을 빼 들었다.
‘마치 딸 같아서 그랬다고 했지?’
그 후로 용병단을 떠난 마틴은 북부에서 맹수를 잡으며 숨어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 칠죄종 전쟁이 터지고, 사냥꾼의 신분으로 자원입대를 한 것이다.
케인첼은 이번에는 불화살 조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쉬는 당황하면 가끔 활시위에 불을 붙이긴 하지만 실력만은 일품이죠. 더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아니, 됐네. 한 팀만 더 해 볼 수 있겠나.”
목숨이 달린 일인 만큼 퍼시발은 매우 꼼꼼했다. 결국 총 세 팀을 완벽하게 편성하고서야 퍼시발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총 320팀의 편성을 마치는 데 40분가량이 소모되었다.
설마 했는데 이렇게 빨리 끝낼 줄이야. 퍼시발은 내심 절반만 끝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 321번째 팀은 나와 스티그마, 그리고 신참…….”
“케인첼입니다.”
“후, 이름도 기억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다들 신참이라고 부르다 보니 그 호칭에 익숙해져서 말이다. 하여간 잘 부탁한다, 케인첼.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많은 이들이 살아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군.”
그때 정찰을 나갔던 수색대원이 돌아왔다.
“어이, 대장! 백색 산맥에서 진군하고 있는 언데드 군단을 발견했소! 속도로 봐서는 앞으로 20분 내에 여기에 도착할 거요.”
“수고했다. 본대로 복귀하도록.”
퍼시발은 올 것이 왔다는 얼굴로 전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사이 케인첼은 최대한 많은 양의 음식을 모았다.
용병들은 불을 피우기 힘든 장소에서도 먹을 수 있게 조리가 필요 없고 보존성이 좋은 음식을 가지고 다닌다.
보통 육포나 소금에 절인 고기, 견과류나 말린 과일 같은 것이었다.
딱딱한 건빵이나 쉽비스킷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이도 있었다.
여유로울 때에는 스튜를 끓여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돌처럼 딱딱한 보존식으로 굶주린 배를 채운다.
천 번이나 함께 싸우며 케인첼과 용병들 사이에는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나 있었다.
케인첼이 음식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들은 선뜻 아껴 둔 전투 식량을 넘겨주었다.
“자, 여기 남은 건빵.”
“감사합니다.”
다른 용병이 바지 속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검고 커다란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이쪽은 양고기 육포도 있다고.”
“와, 잘 먹을게요.”
“하여간 신참. 살아남으면 내가 아주 끝내주는 오트밀 죽을 끓여 주도록 하지. 그러니까 죽지 마라.”
“오트밀 죽을 먹기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 되겠네요.”
전부 모으니 양이 제법 많았다. 케인첼은 작은 배낭을 하나 구해서 그 안에 전투 식량을 욱여넣었다.
‘이거라면 싸우면서도 오러를 보충할 수 있겠어. 그런데 이차원 주머니가 없으니 진짜 불편하네. 역시 마도구는 비싼 값을 한다니까.’
음식은 케인첼에게 있어 오러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만 있으면 1시간 동안은 충분히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으리라.
케인첼은 딱딱한 비스킷에 얼어붙은 양젖 버터를 발라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돌덩이를 씹는 것처럼 단단했지만 고블린이 만든 요리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다.
어느새 지면을 통해 진동이 전해질 정도로 언데드 군단이 가까이 와 있었다.
천 번의 죽음을 넘어.
모두를 살리기 위한 전투의 막이 올랐다.
* * *
최선두에 선 퍼시발의 미늘창에서 새하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오러가 일렁거리는 창날은 어렵지 않게 스켈레톤 나이트의 갑옷을 뚫고 치명상을 입혔다.
“궁수들은 불화살을 쏴라! 눈두덩을 맞추면 언데드라 해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자 보병들 틈에 섞여 있던 사냥꾼들이 장궁에 화살을 장전했다.
맹수 사냥으로 단련된 활 솜씨는 난전에서도 정확히 상대의 급소만을 노렸다.
불화살에 사용하는 것은 데우스 교에서 만든 성유(聖油)였다.
그것은 주로 종교적 예식에 사용하는 기름이지만, 거기에 불을 붙이면 언데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케인첼은 흐릿한 오러가 서린 검을 이용해 미친 듯이 언데드를 토막 내고 있었다.
오러를 다루는 솜씨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다. 바로 옆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던 퍼시발이 신음을 흘렸다.
“후우, 설마 이렇게 강할 줄은……. 자네 혹시 어디 무가의 후계자라도 되나?”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자네가 함께라는 사실을 데우스 신에게 감사해야겠어.”
퍼시발은 진심으로 케인첼이 아군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렇다 할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기본기가 엄청났다. 마치 초급 검술만으로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다는 멜리오트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인첼은 전신의 오러를 긁어모아 부스터를 발동시켰다. 그리고 단숨에 진각을 밟으며 외쳤다.
“스티그마! 어깨 좀 빌리겠습니다!”
“오우!”
케인첼은 그대로 스티그마의 몸을 밟고 하늘로 도약했다.
오러로 강화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케인첼을 단숨에 적진 중앙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그리고 케인첼의 검이 데스 나이트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콰직-!
케인첼의 몸에서 터져 나온 오러의 폭발력과 낙하의 충격이 더해진 일격.
그것에 맞은 데스 나이트는 쓰고 있는 투구 채로 두개골이 박살 났다.
아무리 언데드라고 해도 머리를 잃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완전히 소멸시킬 필요도 없다. 그저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슬슬 한 입 먹어 보실까.’
줄어든 오러는 배낭 안에 들어 있는 육포를 꺼내 씹자 순식간에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케인첼의 시선이 정면에 있는 스켈레톤 나이트를 향했다. 한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전신의 힘이 폭발할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스킬도, 스테이터스도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싸움은 그것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의 배합과 몸을 움직이는 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진을 읽는 센스.
그것들이 천 번의 죽음을 넘어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케인첼의 검이 스치고 지나가자 스켈레톤 나이트가 입고 있는 단단한 갑옷이 단숨에 두 동강이 났다.
초급 검술만으로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전과.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용병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오오오!”
“신참이 만든 틈을 놓치지 마라, 전군 돌진하라!”
케인첼을 중심으로 절대 뚫리지 않는 방어선이 구축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적의 수는 많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난번과 그다지 차이 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잘 싸웠지만 결국 1/10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한 번에 무수히 많은 적을 일소시킬 수 있는 대군(対軍) 마법과도 같은 스킬.
‘이래서야 끝이 없겠어. 역시 그걸 사용하는 수밖에 없나.’
케인첼은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