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6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64화(250/318)
================================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 앞에 시아나의 눈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케인첼을 습격한 것은 생포해서 고트프리트에게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역으로 제압당할 줄이야.
독약? 흉기? 아니면 마법?
수많은 가능성이 시아나의 뇌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입안에 느껴지는 감촉은 그 무엇과도 다르다.
“……히, 히언.”
그것은 갓 구워 낸 것인지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는 빵이었다.
“뜨거우니 혀 안 데게 조심하시길.”
마치 레스토랑에 방문한 손님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상대에게서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시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들어온 빵을 우적 베어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그냥 빵이 아니다. 사이에 잘 구운 소시지와 머스터드와 칠리소스가 듬뿍 들어 있었던 것이다.
엘 아카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인 핫도그였다.
“훼에 핫호흐를……!”
어째서 잘 싸우다 말고 갑자기 상대에게 핫도그를 먹인단 말인가.
입에 빵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시아나는 일단 입안에 든 것을 삼키기로 하고 우걱우걱 씹었다.
“……!”
그런데 그 맛이 심상치 않았다.
가장 처음에 느껴진 것은 잘 구워진 빵의 풍미였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어 바삭하고 고소하다.
그런데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속살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이건 핫도그가 아니라 빵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수준이다.
빵의 맛에 경악하는 것도 잠시. 그 안에 들어 있는 소시지의 맛이 터져 나왔다.
석쇠에 잘 구워 낸 껍질이 뽀득하고 으깨지며 풍성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도대체 이 소시지는 뭐지. 엄청나게 맛있지 않은가.”
어느새 시아나의 양팔을 묶고 있던 오러가 사라져 있었다.
그렇지만 핫도그의 맛에 푹 빠져 있어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양손으로 핫도그를 쥐고는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핫도그 맛의 진가는 알싸하면서 매콤한 칠리소스와 절묘하게 양념된 소시지의 조화에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먹고 있는 핫도그는 그동안 먹어 온 것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특히 소시지 밑에 숨겨 놓아 겉으로는 보이지 않은 다진 양파의 맛이 정말 각별하군. 특유의 톡 쏘는 듯하면서도 매콤한 향이 더욱 강해져 있어. 그래서 기름진 훈제 고기와 잘 어울린다. 게다가 이 새콤한 맛은 도대체…….”
“그건 찬물에 담가서 매운 맛을 뺀 양파에 와인 식초와 오레가노를 살짝 뿌려 무친 겁니다. 마케도니아에서 주로 먹는 방식인데 의외로 핫도그랑 잘 어울리죠?”
“…….”
시아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손가락 끝에 묻어 있는 칠리소스가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슐라이허 경. 제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케인첼의 물음에 시아나의 눈동자가 애처로울 정도로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네놈은 고트프리트 폐하의 명령에 따라 산 채로 생포……. 아니, 잠깐만, 내가 충성을 맹세한 것은 프히들리 폐하인데……. 으, 으으윽…….”
시아나는 한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갑자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들더니 스스로 허벅지를 찔렀다.
그러자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짙은 안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끅……. 이제야 머릿속이 좀 맑아지네요. 죄송합니다, 케인첼 공. 아무래도 본인이 잠시 미쳤던 것 같아요.”
케인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6성급 핫도그를 먹이니 세뇌가 풀린다. 분명 칠죄종의 저주와 비슷한 힘이 작용한 것이리라.
“그럼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본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게 핫도그를 먹어서 그런 것 같은데, 맞나요?”
“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
시아나는 손가락으로 호라이즌이 만들어 낸 덩굴에 묶여 있는 창공 기사 단원들을 가리켰다.
“습격한 주제에 이런 부탁까지 드리기엔 염치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제 부하들에게도 핫도그를 나누어 주실 수 없을까요? 부탁드릴게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6성급 핫도그를 잔뜩 만들어 챙겨 왔다. 스무 명 정도 되는 기사 전원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살짝 얼어붙어 있는 핫도그를 꺼내 플람베의 불꽃으로 해동한다.
한 번 더 가열하는 것을 고려해서 살짝 덜 익히는 것이 요령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도그는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인다.
‘이제 냉동 요리는 완전히 익숙해졌는걸.’
“호라이즌, 기사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것 좀 도와주시죠.”
“흥! 내가 무슨 보모인 줄 아나. ……뭐 그렇게까지 고개 숙여 부탁한다면야 한 번 정도는 해 주도록 하지.”
물론 실제로 고개 숙여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저렇게 툴툴대면서 해 주는 것이 호라이즌의 매력이다.
“나무의 정령들이여……!”
호라이즌이 손짓을 하자 기사들의 몸을 휘감고 있던 덩굴이 스르륵하고 풀렸다.
그의 몸에는 고대종 드라이어드의 피가 흐르고 있다.
원하는 대로 식물을 움직이거나 일시적으로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핫도그를 기사들의 입에 억지로 집어넣어야 했지만, 맛을 본 이후엔 알아서 들고 먹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뭐야, 이 핫도그……! 엄청 맛있잖아!?”
“맞아! 탱글탱글한 소시지가 정말 최고라니까!”
“……어? 지금까지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으아악! 내 다리가 부러져 있잖아!?”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케인첼은 겨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 *
시아나 폰 슐라이허는 탈주한 고트프리트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고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남자의 행방은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마치 자신을 잡아 달라는 것처럼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트프리트는 이상할 정도로 여유 만만했다.
아무리 창공 기사단이 호위를 맡고 있다 해도 그들은 소드 마스터의 일격조차 버티지 못한다.
그때, 고트프리트가 시아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의 이름으로 명한다. 내 혈족이 되어라.
“……그때부터 저는 고트프리트가 자결하라면 스스로 심장을 찌를 정도로 충실한 종이 되었습니다.”
“흐음…….”
상대의 의식을 없애고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사술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만 그건 간단한 명령 정도나 겨우 수행할 수 있는 인형으로 만드는 정도다. 원래 가진 힘의 1/10도 내지 못한다.
그런데 고트프리트는 전력을 유지한 채로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명령하는 것만으로 노예로 만든다……. 분명 그의 고유 능력 ‘혈족’은 다른 방식으로 발동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게 말입니다…….”
시아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해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일이라곤 해도, 프히들리의 은인에게 씻을 수 없는 무례를 저지른 것이다.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이번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도록 하죠. 저는 오늘 습격받은 일이 없는 겁니다.”
“……와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시아나는 분명 40대 후반이라고 들었는데, 나이에 비해 굉장히 동안이었다.
많이 봐줘야 케인첼과 동년배로 보인다.
게다가 풍림화산이라는 엄청난 범용성을 지닌 오러 블레이드의 존재까지.
어쩌면 그녀 또한 신족이나 무언가 고대종의 피를 이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시아나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고트프리트……. 그 반역자의 몸에는 드래곤의 피가 흐릅니다. 엘 아카드 왕가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힘이지요.”
케인첼은 이 년 전, 프히들리에게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분명 지금은 죽은 아돌프는 드래곤 하트의 파편을, 고트프리트는 피를 물려받았다고 했지?’
참고로 프히들리의 몫이었던 드래곤 고기는 케인첼이 전부 먹어 치웠다.
언젠가 요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누어 먹기로 약속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조금 양심에 찔리네. 드래곤 대신 와이번 통구이라도 해 주든가 해야겠군.’
드래곤의 피로 인해 고유 능력 ‘혈족’을 가지게 된 남자 고트프리트.
“그렇지만 혈족 능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우선 기본적으로 주종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합니다. 왕과 신하, 주인과 노예같이 말이에요.”
게다가 피를 나누어 마시는 의식까지 치러야 한다. 엄청난 능력인 만큼 그에 따른 제약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혈족 능력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맞아요. 눈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의 명령에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몸이 되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벌써 수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트프리트의 노예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대로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대륙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교차로의 악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예. 오스만 제국에 그 계약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그리고 케인첼 공께서 해결했다는 것도요.”
“역시 엘 아카드가 자랑하는 정보부답군요.”
“와하하……. 그런데 악마가 교차로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가 그곳이 두 세계의 연결점이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반역자는 엘 아카드 시골에 유폐되어 있었어요. 도대체 어디에서 악마를 만난 걸까요?”
거기에 대해서라면 한 가지 짚이는 점이 있었다.
“어쩌면 엘 아카드 전체가 하나의 교차로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과 엘프라는 완전히 다른 두 종족이 교차해서 만들어진 나라니까요.”
시아나는 동의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네요. 애초에 교차로라는 것은 단순하게 길이 아니라 개념의 문제니까요. 그렇다면 문제는 반역자가 계약한 악마가 무엇인가네요. 그건 따로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악마 전문가를 한 명 알고 있는데, 지금 바로 연락을 해 보도록 하죠.”
“악마 전문가라고요? 설마 이단 심문관을 말하는 건가요?”
“그쪽 분들보다 훨씬 박식한 사람입니다.”
시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부의 지휘관인 자신도 모르는 사람을 알고 있다니. 프히들리가 은인으로 모시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과연 지금부터 그를 만나러 갈 시간이 될는지 모르겠네요.”
“아뇨, 만나러 갈 필요 없습니다. 연락할 수단이 있거든요.”
“마도구 같은 건가요?”
“비슷합니다.”
케인첼은 근처 나무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박쥐를 향해 손짓을 했다.
“……야, 르망! 내가 잠시 대기하라고 했지 자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꺄악, 바, 박쥐잖아요!?”
리차드 본 프레르망은 파닥거리면서 날아오더니 연기에 휩싸였다.
그것이 걷힌 장소에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안 졸았슴다, 주군!”
그러자 시아나가 눈을 빛냈다.
“혹시 뱀파이어 프레르망 님 아니세요? 꼭 한 번 뵙고 싶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엘 아카드로 귀화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제 권한으로 적어도 백작위 정도는 내어 드릴 수 있는데…….”
뱀파이어는 몸을 박쥐와 안개로 바꿀 수 있다. 게다가 마안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거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정보를 다루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능력.
그렇지만 르망은 단호했다.
“안 됨다! 제 몸은 주군의 것임다!”
“…….”
어째서인지 시아나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케인첼은 부끄러워하는 시아나를 가볍게 무시한 채, 르망에게 다른 분신과의 연락을 부탁했다.
“오키도키! 괴테 선생과 연결 됐슴다! 하시고 싶은 말을 하면 됨다!”
“괴, 괴테 선생님이라면 설마 젊은 베르테스의 슬픔을 쓰신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다른 괴테도 있습니까.”
“어, 어머……. 어머머……. 역시 악마 따위에나 푹 빠져 있으니 그딴 어린애 낙서 같은 문장이나 쓰는 거예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베르테스 따위는 그저 운이 좋아서 조금 잘 팔린 거라고요. 역시 대륙에 진정한 대문호는 실러 선생님뿐이에요.”
“……나중에 그렇게 전해 드리도록 하죠. 다른 의미로 좋아하실 것 같군요.”
항상 괴테의 팬만 만나다 보니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케인첼은 르망을 통해 수백 km 떨어져 있는 괴테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그에게 전달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다리던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