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6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65화(25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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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다행히 괴테 선생이 그 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슴다. 그럼 지금부터 말을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슴다.”
케인첼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역시 미리 괴테에게 협력을 받기로 해 둔 것이 정답이었다.
르망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괴테의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케인첼 공. 에이전트에게 ‘절대 복종’의 권능을 줄 수 있는 악마는 위대한 귀공자 오로바스(Orobas)뿐이야.”
“에이전트라고요?”
“아, 마녀와는 달리 악마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계약자 말이야. 구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대충 이름을 붙여 봤지.”
확실히 정말 잘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케인첼이 고개를 끄덕이자 괴테는 설명을 계속했다.
“오로바스는 이름보다 기마공자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악마지. 본신의 무력은 형편없지만 지략과 절대 복종의 권능이 엄청나서 악마 대공 중에 서열은 중상위 정도야.”
악마의 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향이 비슷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트프리트는 에이전트가 되기에 최고로 어울리는 제물이었다.
왕위 쟁탈전에서 패배해 유폐된 왕자이자, 기본적으로 혈족을 만드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거기에 절대 복종의 권능이 더해지자 순식간에 수천의 노예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오로바스의 능력이 무서운 점은, 당사자조차 그것에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자신의 의지로 그 사람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겉으로는 전혀 구분을 할 수가 없어.”
역시 괴테가 가지고 있는 악마에 대한 지식은 엄청나다.
그때,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아나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괴테 씨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실을 알아낸 건가요? 아무리 악마에 대해 박식하다고 해도 약간 도를 넘은 것 같은데요?”
“음, 당신이 엘 아카드 정보부의 수장이라고?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는데. 기회가 되면 차라도 한잔 하는 게 어때?”
르망의 능력 덕분에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괴테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도 어린아이의 몸으로 그런 말은 자제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하여간 정보의 출처는 데우스 교의 이단 심문관이 보관하고 있는 극비 문서와 각종 금서들이야. 확실한 내용이니까 믿어도 돼.”
“그거 각국의 수뇌부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들이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본 건가요……!”
“소설 쓰는 데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냥 보여 주던데?”
“…….”
“알고 보니 교황 성하께서 내 팬이더라고. 차기작이 악마에 대한 소설이라고 하니까 참고하라고 막 가져다주던데. 그게 금서인지는 읽고 나서야 알았지. 고마워서 베르테스 초판본에 사인을 해서 드렸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포옹까지 해 주더라고.”
일국의 황제부터 데우스 교의 교황까지.
역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대문호다웠다.
사실 조금 과하긴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괴테의 설명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괴테 선생님. 극비 문서라고는 해도 자료가 남아 있다는 것은 기존에도 오로바스의 계약자가 존재했었다는 뜻이겠군요.”
“음, 역시 날카롭군. 맞아. 대제국 마케도니아가 연이은 내전으로 엄청나게 쇠락했잖아. 거기에 놈이 관여했다는 말이 있어.”
악마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대한 많은 인간의 영혼을 모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최고의 수단이었다.
“그럼 능력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본적으로 목소리를 매개로 발동하는 능력이니 청각을 완전히 차단하면 괜찮을 거야. 다만 귀를 막는 것 정도로는 안 되고, 아예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야 하지.”
그리고 절대 복종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동족에게만 적용된다고 한다.
엘프나 드워프 같은 아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째서 오로바스가 고트프리트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군요.”
그는 인간 우월주의에 물들어 있다.
반역이 성공한다면 엘 아카드에 살고 있는 엘프들에 대한 대학살이 시작될 것이다.
잠자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무언가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종족 전쟁까지 벌어질 거예요. 그 전에 어떻게 해서든 고트프리트를 막아야 해요.”
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엘프의 힘을 빌리면 쉽게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고트프리트의 곁에는 이미 수많은 강자들이 버티고 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천 단위의 엘븐 나이트를 동원해야 하리라.
종족 전쟁을 막기 위해 종족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가 할게요. 저라면 아무리 삼엄한 호위라도 뚫고 놈이 있는 곳에 갈 수 있어요.”
“……가까이 접근했다가는 또다시 절대 복종의 능력에 당해서 노예가 될 겁니다.”
시아나는 묘하게 의연한 얼굴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암기로 사용하는 작은 꼬챙이를 꺼내 들고는 불의 오러를 발동시켰다.
쇠가 달궈져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괜찮아요. 지금부터 제 고막을 파괴할 거니까요. 조금 아프겠지만 오러로 보호하면 죽지는 않을 거예요.”
소드 마스터가 청각을 희생해서라도 쓰러트려야 할 적.
그만큼 교차로의 악마가 내려 주는 힘은 일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시아나 공이 얼마나 엘 아카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잊고 계신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케인첼은 어느새 전원이 제정신으로 돌아온 창공 기사 단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트프리트와 정면 승부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 * *
고트프리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수는 거의 오백에 달했다.
대부분 ‘절대 복종’을 이용해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는 충실한 종으로 만들어 둔 상태였다.
새로운 능력을 얻은 후, 그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상대가 어디까지 명령에 따르는가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예를 향해 이렇게 말해 보았다.
“자결해라.”
고트프리트의 명령을 들은 병사는 빙긋 웃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너무나 영광이라는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병사는 고트프리트를 가두어 두었던 별장의 문지기였다.
오러를 다룰 수 있다고는 하나, 능숙하지는 않다. 그의 죽음에 아쉬워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럭저럭 쓸 만한 능력이로군.”
그 이후는 손바닥 뒤집듯 간단했다.
자신의 명령을 들은 이들은 모두 충실한 노예가 된다. 귓구멍이 뚫려 있는 사람이라면 소드 마스터라 해도 그것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한 번 왕위 쟁탈전에서 패배했다. 다른 인간을 지배할 운명으로 태어났음에도 온갖 굴욕을 맛보았다.
고트프리트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그는 브리타니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얼마 전에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인리히는 아돌프의 부하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충실한 종이 되었다.
“하인리히. 내게 선택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아무리 대단한 힘이라 해도 무한하지는 않다. 절대 명령의 사정권에 둘 수 있는 것은 666명뿐이지. 그렇기에 짐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을 고르고 또 골랐다.”
검의 극의를 터득한 소드 마스터. 수많은 사병을 거느린 대영주.
그리고 막대한 자금을 지닌 상단주까지. 그렇게 선별한 상위 0.1%만이 고트프리트의 직속 노예가 될 수 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666명.
얼핏 생각하면 대륙 전체를 지배하기에는 적은 수다. 그렇지만 노예의 노예 또한 자신의 것이다.
어느새 고트프리트를 따르는 세력은 10만을 넘어갔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엘 아카드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오 년 안에 대륙 전체가 그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케인첼……. 그 뼈 채로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놈은 어찌 되었지. 분명 슐라이허에게 산 채로 잡아 오라고 명령을 내렸을 텐데.”
그게 벌써 일주일 전이었다.
시아나 폰 슐라이허는 아돌프도 한 수 접어 줄 정도의 실력자. 이제 막 소드 마스터가 된 애송이 따위는 간단히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게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실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쳇, 쓸모없는 년 같으니라고. 그럼 같이 갔던 창공의 기사단은 어찌 되었지.”
“……아마 전멸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쾅!
결국 고트프리트는 참지 못하고 앉아 있는 의자의 손잡이를 내리쳤다.
“젠장, 열 받아서 안 되겠군. 이봐, 너.”
고트프리트는 알현실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는 시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참에 직속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봐야겠군. 역시 짐은 머리가 좋단 말이야. 지금 당장 죽어 봐라.”
“예? 갑자기 무슨…….”
“명령이다. 자결해라.”
그러자 시종의 눈이 흐리멍덩하게 변했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자신의 목을 그었다.
푸화악!
마치 분수처럼 새빨간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문 옆에 서 있는 시종들이 말없이 달려와 피로 물든 카펫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고트프리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빈자리가 생기면 새로운 노예를 만들 수 있는 모양이군. 이것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쓰레기 자식들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겠어. 으하핫!”
그러자 도열해 있는 기사들이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축하드립니다, 폐하.”
“경축 드리옵니다.”
고트프리트의 입술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좀 더 쓸 만한 기사를 구하면 저놈들도 바로 처분이다.
그의 눈동자에 벽에 걸려 있는 대륙 지도가 들어왔다.
이제 엘 아카드에서 얻어야 할 것은 에리히 정도뿐이다. 그 후에는 더 넓은 세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그래 적어도 칠 대 미덕이나 예니체리 정도는 되어야 짐을 모시기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지. 그래도 하인리히 너는 걱정하지 마라. 짐은 관대하다. 그대와는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머지않아 대륙 전체가 고트프리트 황제의 이름을 부르짖게 되리라. 그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전에 뭐라도 먹어야겠군.”
고트프리트는 직속 노예들의 식단을 아주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잘 만든 요리에는 악마의 능력을 상쇄하는 힘을 깃들어 있다고 한다.
맛있는 요리를 입에 대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대륙을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썩은 음식이라도 웃으며 먹을 수 있다.
겨우 음식 때문에 원대한 야망이 또다시 실패로 끝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음식을 내 오도록 해라.”
“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코를 막은 시종이 테이블 위에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크큭. 맛있는 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 그럼 썩은 음식을 먹으면 되지.”
물론 배탈이 날 것을 대비해서 식사 전에 특별히 만든 약을 복용해야 했다.
접시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썩은 생선이었다.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그 위에 윙윙거리며 파리가 돌아다녔다.
“오늘따라 셰프가 아주 힘을 쓴 것 같군. 정말 맛없게 생겼어. 자 그럼 어서 들도록 해라. 마음 같아서는 아예 굶기고 싶지만 그래서는 모두 죽어 버리지. 이런 거라도 먹어야 움직이지 않겠나.”
“예, 폐하!”
고트프리트의 직속 노예가 아닌 이들은 썩은 생선의 냄새에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쯤 굶은 부랑자라도 절대 먹고 싶지 않을 음식이었다.
곰팡이 핀 빵에 썩은 생선을 올리고 다 시든 토마토와 양파, 그리고 감자를 얹는다. 그러자 그럭저럭 먹을 만한 모습으로 변했다.
“썩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보니 먹을 만하군. 이번에 새로 온 셰프가 아주 실력이 좋단 말이야.”
고트프리트는 코를 막은 채 썩은 생선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우적 하고 씹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건 분명 썩은 식재료로 만든 샌드위치다.
맛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약을 먹지 않으면 배탈이 날 정도로 쓰레기 수준인 요리여야 했다.
그런데…….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