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6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66화(25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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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썩은 생선을 씹을 때마다 온갖 감칠맛이 흘러넘쳤다. 다 시든 줄 알았던 야채는 실제로 먹어 보니 놀랄 정도로 아삭하고 신선하다.
짭짤하면서 약간 새콤하고, 큼큼하면서 농후하다.
특히 반쯤 썩은 생선 내장에서는 최고급 버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소하면서 풍부한 지방 맛이 느껴지고 있었다.
“도대체…….”
그렇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도 아니었다.
엄청난 어획량으로 바다에서 나는 밀로 불리는 싸구려 생선 청어를 썩혔을 뿐이다.
청어 알은 별미지만, 생선 자체는 맛이 담백하고 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식탁에 올라오지도 않는 음식이었다.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이렇게 복잡하면서 진한 풍미가…….”
게다가 말이 안 되는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곰팡이 핀 빵인 줄 알았던 것이 씹을수록 쫄깃하면서 적당히 기름지고 묘한 풍미가 있다.
그 순간 고트프리트의 뇌리에 번개처럼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이건 블루 치즈……?”
미식의 나라 갈리아에서는 곰팡이를 이용해 아주 깊은 풍미를 지닌 치즈를 만든다고 한다.
그것을 얇게 잘라 빵 껍질에 바른 것이다.
툭―
결국 고트프리트는 손에 쥐고 있던 샌드위치를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방금 먹은 것은 단순히 썩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 쓰레기가 아니다.
전부 철저한 계산 끝에 완성된 한 그릇의 요리.
고트프리트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앉아 있던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먹는 것을 중지해라! 이건 명령이다!”
그렇지만 상황은 이미 한참이나 늦은 상태였다.
자리에 모여 있던 기사 대부분이 벌써 절반 이상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다.
그때 이 말도 안 되는 요리를 만든 셰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부스스한 머리에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더러운 셰프복. 저 얼굴은 자신을 패배자로 만든 그 자식이었다.
“제가 만든 샌드위치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고트프리트 폐하. 음. 표정을 보니 아주 맛있게 드신 것 같군요.”
고트프리트의 몸이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네 이놈, 케인첼 반 지스타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 건방진 자식을 당장……!”
그렇지만 그를 바라보는 기사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저 반역자 자식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던 거지…….”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구려. 마치 꿈이라도 꾸었던 것 같소.”
기사들은 그런 말을 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그 방향은 명백하게 고트프리트에게로 향해 있었다.
뒤따라 알현실로 들어온 시아나 폰 슐라이허가 중얼거렸다.
“세상에……. 정말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고 고트프리트를 제압했어…….”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트프리트가 테이블 위에 던져 둔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살짝 벌어진 틈 사이에서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설마, 이런 썩은 생선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낼 줄이야.
시아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겪은 일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폭풍과도 같았던 하루하루였다.
* * *
고트프리트는 절대 명령으로 충실한 부하와 인질을 동시에 얻었다.
“이건 단순히 싸워서 이긴다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아군뿐 아니라 적군의 피해도 최소한도로 줄일 필요가 있어요.”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한 후, 최선의 수를 선택해야 한다.
시아나 폰 슐라이허는 고트프리트의 능력에 당해 한동안 그의 충실한 부하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하게나마 그녀의 머릿속에 담겨 있다.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에요.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해요. 고트프리트는 왕위 쟁탈전에 패배한 후로 엄청나게 신중해졌어요. 밤낮으로 그의 거처를 지키는 호위병만 수십 명이에요.”
물론 그중에는 전직 펜타그램이었던 하인리히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 남자만 없었더라도 한결 수월하게 고트프리트를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놈은 자신의 능력을 해제하는 열쇠가 맛있는 요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부하들에게 반쯤 썩힌 음식만을 먹이고 있어요. 우웁…….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예요.”
“썩은 식재료로만 요리를 해서 준다고요?”
“예. 게다가 매번 주둔지에 있는 전 병력을 한데 모아 놓고 식사를 했어요. 상황이 그러다 보니 당신의 요리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걸 먹이는 것은 힘들 거예요.”
“그런데 혹시 주둔지의 구조는 기억하고 계십니까?”
시아나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다만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침투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보초의 이동 경로부터 근무 서는 순서까지 매일 바뀌거든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우리에게는 르망이 있지 않습니까. 설마 박쥐가 자신들의 주둔지의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아……. 제가 바보였네요. 방금 전에 귀화까지 권해 놓고 그 힘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니…….”
“게다가 썩은 음식을 한데 모여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걸 역으로 이용해 보도록 할까요?”
케인첼은 어리둥절해하는 시아나를 뒤로 한 채로 은밀하게 아벨에게 연락을 했다.
콜라의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그녀는 여러 상회와 연줄이 닿아 있다.
거기를 통하자 생각보다 쉽게 원하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케인첼이 나무 상자 안에서 잘 숙성된 블루 치즈를 꺼내자 시아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엑……. 치즈가 완전 다 썩었네요……. 곰팡이가 새파랗게 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건 썩은 것이 아니라 숙성됐다고 하는 겁니다. 엘 아카드에서는 흔하지 않을지 몰라도 갈리아 남부에서는 보통 이렇게 만들어서 먹어요.”
시아나는 블루 치즈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거렸다.
냄새가 강하지만 역하지 않고 시큼한 것이 묘하게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빵에다 이걸 듬뿍 발라서 먹으면 농후한 치즈향이 정말 끝내주죠.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이거라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잘라 입에 집어넣자 산뜻한 산미와 함께 깊은 치즈의 맛이 느껴졌다.
“……맛있네요.”
“먹을 만하죠? 보통 치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맛이 특징이죠.”
“그렇지만 블루 치즈로 곰팡이 핀 빵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요. 이 정도면 굶주린 사람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음식 쓰레기라는 느낌이 나지 않아요.”
“진짜 주인공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케인첼은 이번에는 마차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꺼냈다.
그것은 절대로 내용물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처럼 아주 엄중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그 엄숙한 모습에 시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열겠습니다. 조금 냄새가 지독하니 코를 막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리고 항아리 안에서 아주 소중하게 숙성되고 있던 청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눈물이 나올 정도로 역한 냄새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근처에 있던 파리 떼들이 일제히 달려들 정도였다.
“마케도니아에서 주로 먹는 수르스트뢰밍이라는 음식입니다. 시큼한 청어라는 뜻이죠.”
대륙 북부에서 소금은 매우 귀하다.
보통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채취하는데, 그게 불가능할 정도로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선을 완전히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만들어진 음식이 수르스트뢰밍이었다.
대충 바닷물을 뿌려 짭짤한 맛이 살짝 배어들도록 한 후에, 완전히 밀봉된 항아리에 넣고 푹 삭혀 먹는 것이다.
“생선이 귀한 북부에서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단백질이 뭔가요?”
“……그런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아나는 연금술사가 쓰는 용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
코를 막았는데도 역한 냄새가 입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결국 시아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굴러다녀야 했다.
“으윽……. 아무리 생각해도 마케도니아가 몰락한 이유가 이 냄새에 질식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설마요. 냄새는 이래도 맛은 좋습니다. 한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썩은 것처럼 보이는 청어.
시아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서는 격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 이런 건 안 돼요……!”
블루 치즈라면 몰라도, 이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입에 댈 수 없는 음식이다.
“애초에 이건 살을 잘 발라낸 다음, 얇고 넓적한 감자 빵에 끼워 먹는 겁니다. 버터나 으깬 감자, 붉은 양파 같은 것을 곁들이기도 하죠. 그래도 도저히 냄새를 못 참겠으면 우유를 한 잔 마시면 됩니다.”
“……으음. 그렇군요.”
케인첼이 만들어 준 수르스트뢰밍 샌드위치는 생각 이상으로 맛있어 보였다.
게다가 우유를 곁들이자 역한 냄새가 중화되어 생각보다 참을 만했다.
결국 시아나는 눈을 딱 감고 시식을 해 보기로 했다.
“음……. 으음……. 어라…….”
수르스트뢰밍에서는 보통 청어에서는 느끼기 힘든 오묘한 맛이 났다.
분명 끔찍한 맛이지만 먹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됐다.
[4성급 요리 ‘수르스트뢰밍 샌드위치’가 완성되었습니다.] [손님이 처음 먹어 보는 발효 음식의 맛에 당황해합니다.]케인첼은 조마경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요리 레벨이 오른 이후 오랜만에 보는 4성급 요리였다.
그렇지만 수르스트뢰밍의 큼큼한 맛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역겨울 뿐이다.
그것을 먹을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시식을 마친 시아나는 물로 몇 번이나 입안을 헹구고 나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텁텁한 느낌이 남아 있긴 했다.
“우웁……. 확실히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긴 하네요. 그렇지만 케인첼 경이 만든 핫도그를 먹었을 때처럼 영혼이 끌리는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이런 요리로 정말 고트프리트의 수하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건가요?”
“요리의 맛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겁니다. 며칠을 굶었다 먹으면 아무리 초라한 음식이라 해도 만찬으로 느껴지고, 사막을 횡단하다 마신 물은 구정물이라도 달게 느껴지죠. 그들이 평소에 무엇을 먹고 있는지 떠올려 보시죠.”
그제야 시아나는 케인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는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아! 한동안 썩은 식재료로 만든 것만 먹었으니 이렇게 제대로 삭힌 음식이 최고로 맛있게 느껴지겠네요……!”
분명 적어도 5성급.
잘하면 6성급까지 노려 볼 수 있으리라.
그때 마침 침투로를 알아보러 떠났던 프레르망이 귀환했다.
그곳을 통하면 아무도 모르게 고트프리트 일행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식당에 갈 수 있으리라.
“분명 잡일을 하는 사람은 절대 복종에 걸려 있지 않다고 했죠?”
“예. 아마 수하로 둘 수 있는 수가 제한되어 있는 듯했어요. 대충 천 명은 안 될 거예요.”
“그렇다면 이것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케인첼은 당당하게 허리에 차고 있던 식칼을 내밀었다.
“……그거로요? 감자 껍질이라도 벗겨 주실 건가요?”
“잘못 꺼냈군요. 이쪽입니다.”
이번에는 이차원 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던 성검 듀렌달을 보여 주었다.
그제야 시아나는 이해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때로는 협박이 무엇보다 잘 먹힐 때가 있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얼치기 왕에게 체크 메이트를 외치러 갈 시간이 되었다.
* * *
고트프리트는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을 붉힌 채 고함을 질러 댔다.
“젠장! 지금 당장 짐을 묶고 있는 이 끈적끈적한 것을 치우지 못할까! 게다가 뭐, 감히 식당에서 일하는 자식들이 배신을 했다고? 명령이다! 당장 그 발칙한 것들의 목을 베어 버려라!”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로 만든 육포를 우물거렸다.
워낙 질기고 딱딱해서 적어도 10분은 씹어야 삼킬 수 있는 음식이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먹고 있는 동안은 네놈의 능력에 홀리지 않는다고. 목 아프겠다. 차라도 한 잔 끓여 줄까?”
“끄윽……! 감히 기르는 개 주제에 주인을 물다니! 젠장!”
고트프리트는 이렇게 된 원인이 주방에서 일하는 잡일꾼의 배신 때문이라는 사실에 더 열 받은 것 같았다.
“뭐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 목구멍에 칼을 들이미는데 문을 안 열어 주고 어쩌겠어. 하여간 슬슬 육포도 다 먹어 가는 것 같으니 마무리를 지어 보도록 할까.”
케인첼은 고트프리트의 입에 주먹만한 감자를 욱여넣었다.
그러자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웁웁거리는 신음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자, 그럼 악마의 능력을 완전히 없애는 데 수르스트뢰밍 샌드위치가 몇 개나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할까. 덕분에 수비드 스킬의 슬롯을 채울 단서도 얻었으니 아주 기쁘게 요리해 주도록 하지.”
“우우우웁……!”
고트프리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삭힌 청어는커녕 이제 생선 소리만 들어도 경기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고트프리트에게도 숨겨 둔 비책이 남아 있었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라고는 하나, 그자는 우리 일족의 협력자다!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지! 간다, 라이징 스트라이크……!”
쿠구구궁-!
그와 동시에 천장이 무너지며 마치 해일과도 같은 오러가 케인첼이 있는 장소를 덮쳤다.
케인첼은 반사적으로 프라가라흐를 뽑아 들고 ‘알리오 올리오’를 발동시켰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수호 의지가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 내는 강철의 벽을 만들어 냈다.
파스타에 올리브 오일을 입히듯 일순간 오러의 강도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그란 카락은 신기하다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호오. 위협용으로 날렸을 뿐이긴 하지만, 설마 이 몸의 미스틱 아츠를 그렇게 간단히 막아 낼 줄이야. 겨우 반년 만에 새로운 기술을 배웠군, 케인첼 반 지스타드.”
“설마 이런 데서 볼 줄은 몰랐다 카락.”
그곳에 있는 것은 오크 일족의 대전사 그란 카락과 그의 부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