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67)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67화(25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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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의외의 협력자
케인첼의 앞에 만들어진 오러의 벽을 중심으로 엄청난 파괴의 흔적이 펼쳐져 있었다.
시아나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갑작스런 기습이었다.
만약 케인첼이 알리오 올리오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엄청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고마워요, 케인첼 공. 후방은 제가 맡을게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아나는 바람의 창 스톰브링거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이것으로 카락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오크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케인첼은 폐허가 된 주위를 둘러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겨우 일격으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장소가 초토화가 된 것이다. 카락의 오러 블레이드는 단순히 파괴력만을 놓고 봤을 때 광익 이상이었다.
물론 그것을 막아 낸 알리오 올리오의 방어력 또한 엄청나긴 했다. 그렇지만 그만큼 오러의 소모가 크다.
카락은 타고 있던 와이번에서 뛰어내렸다. 3m에 달하는 거구가 땅에 닿는 순간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부풀어 올라 있는 근육이 꿈틀거렸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도 바위 정도는 가볍게 박살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근육 운동을 엄청 열심히 했나 봐. 이안 사부님이 보시면 아주 좋아하시겠어.”
“미안하지만 농담을 할 시간이 없다. 고트프리트를 넘겨라.”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그러자 카락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무래도 고트프리트가 오크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로 올라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토니트루스가 출동할 시간이군. 이번엔 봐주지 않으마, 덤벼라.”
카락은 상단으로 치켜든 도끼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의 주위에서 끓어오르는 힘이 공간을 일그러트리고, 발밑부터 대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헥토르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저런 것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무모한 짓이지. 그렇다면 라비올리……!’
케인첼 또한 지난 반년 동안 시련의 탑에서 엄청난 경험을 쌓은 상태였다.
오러를 다루는 센스는 물론, 요리 스킬의 발동 속도까지. 모든 것이 한 단계 발전해 있었다.
그러자 수많은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을 봉했던 반달 모양의 오러가 카락의 양팔을 휘감았다.
“이깟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 터인데……!”
카락은 전신에 충만한 오러를 폭발시켜 라비올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쭈욱 늘어날 뿐 파괴되지 않는다. 마치 고무와도 같은 탄성이었다.
“……이, 이건 도대체!?”
“오늘은 파스타 반죽이 조금 질기게 된 것 같네. 미안하지만 환불은 없어.”
물론 단단하게 굳히지 않으면 상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조금 둔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기기긱-!
케인첼은 제대로 된 영창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쥐고 있던 듀렌달이 일곱 자루로 분열되었다.
반년 전까지라면 상상도 못했을 어마어마한 빠르기였다.
케인첼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참격이 카락의 목덜미를 베었다.
동시에 또 다른 칼날이 어깨, 옆구리, 허벅지를 노리고 쏘아졌다.
“끄아아악!”
잔상조차 남지 않을 정도의 쾌검이 카락의 전신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카락 또한 순순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뚜둑-!
그의 상완삼두근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기어코 힘으로 라비올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더니 카락의 도끼가 거대한 해일을 불러일으켰다.
쿠쿠쿠쿠쿠쿵……!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내리쳤을 뿐인데, 그 충격파만으로 근처에 있던 건물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어설프게 막으려고 했다가는 그 방어와 함께 그대로 뭉개진다.
도끼날에 직격하지 않는다 해도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격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은 이미 거기에 없었다.
미리 건물 벽에 붙여 두었던 쫄면을 이용해 그대로 수십 미터 상공에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파스타도 좋지만 말이야. 역시 브리타니아 하면 피쉬 앤드 칩스 아니겠어?”
그 직후, 도합 열네 개의 유성이 카락의 몸에 내리꽂혔다.
* * *
카락은 이미 한 번 피쉬 앤드 칩스를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검격에 실린 힘과 휘두르는 속도는 그때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마치 검날에 눈이 달린 것처럼 빈틈을 노리고 날아드는 이기어검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고.
도끼를 휘둘러 한 자루를 쳐내면 동시에 세 자루가 몰아친다.
이건 단순히 검이 여러 자루로 분열하는 환검이 아니다. 말 그대로 열네 명의 기사와 검을 맞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결국 강철의 성과도 같았던 거구가 무릎을 꿇었다.
“크흑……. 크헉……. 끄으윽…….”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카락이 격한 신음을 내뱉었다.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한 모습이었다.
“……가, 강해졌군. 도대체 반년 동안에 무슨 일이…….”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카락의 물음에 대답했다.
“별일 없었는데. 대충 천 번쯤 죽어 본 것 정도?”
“……아무래도 전사의 성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군. 그런데 천 번이라고……?!”
카락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눈동자에 경악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맙소사……. 일족의 위대한 대전사조차 일백 번을 버티지 못했다고 전해지거늘. 설마 인간 중에 그런 강철 심장의 소유자가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카락은 시련에 탑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우묵한 눈으로 케인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트프리트를 넘겨 다오. 그의 손에 우리 일족의 미래가 달려 있다.”
그는 오로바스와 계약해서 절대 명령이라는 힘을 손에 넣었다.
일국의 소드 마스터조차 고트프리트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었다.
분명 그 능력을 이용하면 오크 일족은 원하는 대로 합중국 아르곤에서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카락. 그러니까 일족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거지?”
“……그렇다.”
“허나 거절하지. 브리타니아의 협력을 얻고 싶었으면 다른 방법을 사용했어야 했어.”
와이번 라이더의 습격에 브리타니아 서부는 한동안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자신의 거처를 잃었다.
“큭…….”
게다가 모든 상황 증거가 오크들의 움직임에 교차로의 악마가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결국 오크와는 어떤 식으로든 결판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음을 굳힌 케인첼은 양손으로 듀렌달을 움켜쥐었다. 카락에게는 더 이상 싸울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목적을 알아냈으니 더 이상 살려 둘 필요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카락과의 전투를 마무리 짓고 시아나를 도와야 한다.
그녀는 장거리 교전에 특화되어 있는 오러 블레이드의 소유자.
하늘을 활공하는 십여 기의 와이번 라이더를 상대로 엄청난 분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아무리 오러 블레이드가 강하다 해도 오크들 또한 소드 나이트 서넛은 가볍게 상대할 실력자. 지금까지 버틴 것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자꾸 보다 보니 정들겠다.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케인첼이 카락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다시 한 번 피쉬 앤드 칩스를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카락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결국 그동안 지켜 온 신념을 포기했다.
“……이 몸은 더 이상 대전사가 아니다! 그저 한낱 비겁자일 뿐! 슬루프……!”
그러자 상공을 선회하고 있던 와이번 위에서 죽음을 각오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걸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위대한 전사 카락이시여! 그대를 위해 이 한 몸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와라!”
슬루프는 번개 같은 속도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오크 주술사는 고대 정령에게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것으로 주술의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바위의 정령이여, 그란 카락에게 그대와 같은……. 커, 커헉…….”
슬루프는 결국 말을 끝맺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주술은 발동한다.
카락의 몸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생명력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맙다 슬루프. 그대가 준 목숨 결코 헛되이 쓰지 않으마. 지금부터 내 모든 것을 일족의 독립을 위해 바치겠다!”
그리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케인첼은 언제 라이징 스트라이크가 작렬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폴른 스타를 발동시켰다.
‘뭐야, 적의가 느껴지지 않잖아? 서, 설마!?’
그제야 케인첼은 카락이 대전사를 그만두겠다고 외친 이유를 깨달았다.
적을 눈앞에 두고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것.
긍지 높은 오크족의 대전사라면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선택하지 않을 방법이었다.
카락은 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포기했다.
케인첼은 후방에서 싸우고 있는 시아나를 향해 외쳤다.
“시아나 공! 고트프리트를 사수해야 합니다! 카락이 그를 탈환해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어요!”
“예……!? 에잇, 이 날파리 같은 놈들이……!”
그렇지만 시아나 또한 십여 기의 와이번 라이더를 상대하느라 도저히 여유가 없어 보였다.
“우웁! 우우우웁……!”
고트프리트는 감자로 입이 틀어 막힌 상황에서도 카락을 불러 댔다.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얼굴이었다.
기기기긱-!
케인첼이 펼친 피쉬 앤드 칩스의 검격이 도망치려는 그락의 몸을 향해 쏘아졌다.
그렇지만 슬루프가 목숨까지 걸고 펼친 방어 주술 덕분에 작은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이대로 눈앞에서 고트프리트를 놓쳐야 한단 말인가.
그 순간, 케인첼에게 생각지도 못한 협력자가 등장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까마귀가 묶여 있는 고트프리트의 몸에 앉는가 싶더니, 그의 머리가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단숨에 잘린 것이었다.
“고, 고트프리트……!”
일족의 운명 줄을 쥐고 있는 남자를 눈앞에서 잃은 카락이 비통한 얼굴로 비명을 질러 댔다.
고트프리트는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 정도로 갑작스런 난입이었다.
“““…….”””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앞에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그렇지만 카락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일족의 독립이 영원히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원 후퇴한다!”
“……크롸쉬!”
“이봐요! 싸우다 말고 어딜 가시나요!”
머리끝까지 열 받은 시아나가 바람의 창을 날렸지만 와이번 라이더의 기동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도망치는 것만은 정말 빠른 놈들이었다.
케인첼은 목이 사라진 고트프리트의 시체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그 위에 까마귀가 앉아 있었다.
까악-!
그녀가 말했다.
“제가 드린 선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케인첼 경.”
“……!?”
케인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까마귀의 부리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의 울림이 너무나 익숙하게 들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