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71)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71화(25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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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 그윽한 냄새를 그대에게
“신대륙에는 토벌되지 않은 수많은 몬스터가 머물고 있어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태어나면서부터 강한 전사인 우르크의 힘이 필요하죠.”
그리고 합중국 아르곤이 선택한 것은 협력이 아닌 지배였다. 정신을 홀리는 약초를 이용해 오크를 완전한 노예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오크가 독립 선언을 한 건가.”
“예. 시작은 별것 아니었어요. 영주 한 명이 오크 노예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고 해 놓고 썩은 음식을 먹인 거죠. 결국 전염병이 돌았고, 영주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살고 있는 빈민굴을 불태워야 했답니다.”
썩은 음식이란 말에 케인첼의 눈동자에 살기가 떠올랐다.
“……젠장,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
케인첼이 예상외의 격한 반응을 보여 주자 시트리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이종족의 죽음에 저토록 분노할 줄이야.
역시 엘프와 드워프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스타드 영지의 군주다운 모습이었다.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오크를 생각하고 계시는 줄 몰랐어요.”
“아냐, 그저 다른 사람에게 썩은 음식을 먹였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참고로 말하지만 수르스트뢰밍은 절대 썩은 거 아니다. 이로운 게 발효, 해로운 게 부패! 확실히 구분해 달라고.”
“무, 물론이죠.”
악마인 시트리가 이렇게 선선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다니.
아무래도 ‘남겨진 자를 위한 흑맥주 파이’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가지게 한 모양이다.
케인첼은 최근 들어 수비드의 4번째 슬롯을 채우기 위해 발효 식품을 연구하고 있었다.
동방 대륙의 간장 또한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조미료였다.
부패와 발효는 기본적으로 같은 과정을 겪는다.
그래서인지 반란의 계기가 된 것이 썩은 음식이란 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시트리는 무엇이 그리도 무안한지 연신 헛기침을 해 대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렇게 끝났으면 작은 분쟁으로 마무리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부터 합중국 아르곤 일부 지방에서 오크가 전염병을 퍼트린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급기야는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전부 오크 때문이라고 몰아붙이게 되었답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가 가물면 오크 탓을 한다.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도 전부 오크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사건의 뒤에 안드라스가 있다는 거지?”
“예. 녀석의 이명은 ‘몬스터 로드.’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괴물들에게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해요.”
악마 대공치고는 보잘 것 없는 능력이었다.
마계에서 몬스터는 기껏해야 한 끼 식량 정도의 의미만을 가진다.
“대충 취급이 어떨지는 알겠군. 인간으로 치면 양치기 정도겠네.”
“예. 그래서 서열도 낮아요. 그렇지만 신대륙은 마계에서 뛰쳐나온 수많은 몬스터가 거주하고 있는 장소……. 안드라스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지요.”
시트리가 고트프리트를 죽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약 두 악마의 에이전트가 힘을 합친다면 신대륙은 물론 이곳까지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것이다.
“몬스터 로드라……. 확실히 신대륙에서 상대하기는 까다로운 능력이네.”
“게다가 다루기 어려운 오크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봐서 그곳에서 나올 생각도 없어 보이고요.”
케인첼에게는 악마를 상대하기 위한 최강의 무기인 프라가라흐와 저주를 풀 수 있는 요리가 있다.
“결국 합중국 아르곤까지 출장 요리를 해 주러 가야 한다는 거네.”
시트리는 어깨에 앉아 있는 까마귀를 쓰다듬었다.
오딘은 다른 마족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은밀히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녀가 다른 악마에 대한 정보를 잔뜩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두 개 있어요. 일단 누가 안드라스의 에이전트인지 모른다는 거예요.”
누가 계약자인지 모르는 이상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럼 두 번째 문제는?”
“그건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동안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프렐리아에게 대신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프렐리아도 아르곤에 같이 간다는 말이야?”
“아뇨, 일단은 리버풀까지만요.”
케인첼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프렐리아의 몸에 악마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 * *
리버풀에 도착하자 시트리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대륙 안에서라면 게이트를 이용해 이동에 필요한 소요 시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합중국 아르곤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한 달 가까이 되는 긴 항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프렐리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아니, 미안해 케인첼……. 최대한 상회의 인맥을 동원해 봤는데, 그 어떤 배도 신대륙 근처도 가지 않는대.”
케인첼은 시트리와의 구분을 위해 프렐리아에게 말을 편하게 해 달라고 말해 두었다.
그렇지만 종종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옷은 불편하지 않아?”
프렐리아의 몸 주변에는 검은 그림자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시트리가 신체의 보호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마력으로 만든 까마귀의 갑옷이었다.
“으, 응! 마치 아무것도 안 입은 것처럼 편해.”
“그럼 다행이네.”
그녀는 시트리의 존재를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였다. 악마에게 몸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케인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는 배가 전부 박살난 것은 아니다.
그거라면 에델바이스 상회를 통해서 명나라와의 무역선을 빌리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신대륙까지 몰고 갈 선원이 없었다.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고 있던 구릿빛 피부의 뱃사람이 테이블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돈을 많이 준다는데 누군들 가고 싶지 않겠수. 그렇지만 황금이 아무리 좋아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지 않수. 해신의 노여움까지 사 가면서 출항을 할 얼간이는 없을 거요.”
장거리 항해의 성공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뱃사람들은 다양한 미신을 믿는다.
그중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절대로 해신에게 거역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케인첼은 프렐리아에게 손짓을 했다.
“으, 으응. 시트리를 불러 달라는 거지?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줘.”
그러자 프렐리아는 어디선가 커다란 침낭을 꺼내 왔다. 낮잠을 자는 것으로 시트리와 교대하기 위해서였다.
“음냐…….”
프렐리아는 10년 동안 나태의 저주에 걸려 있던 사람답게 엄청난 속도로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2시간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눈을 뜬 시트리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보셨듯이 해신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르곤까지 갈 수 없어요.”
해신은 뱃사람들이 신으로 모시는 거대한 바다뱀, 시 서펜트를 말한다.
얼마 전부터는 배가 바다로 나갔다 하면 놈의 습격을 받는다고 한다.
수많은 배가 침몰했으며 대충 이 주 전부터는 아예 출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안드라스의 짓이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마치 문지기처럼 리버풀 근해를 지키고 있진 않겠죠.”
남은 방법은 엘 아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그리폰을 빌려 바다를 건너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늘로 날아가다가는 높은 확률로 오크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나마 배에 타고 있으면 파스타로 어느 정도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 그리폰 위에서는 제대로 싸울 수도 없어.’
결국 시 서펜트에게서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바다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잠깐만. 그런데 시 서펜트는 배가 출항한 것을 어떻게 아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무리 몬스터 로드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여러 마리의 시 서펜트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분명 리버풀뿐만 아니라 다른 항구에서 출발해도 똑같이 만난다고 했어. 그건 배가 출항한 것을 알아내는 어떤 수단이 있다는 거야.”
그러자 시트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확실히 그러네요.”
케인첼은 즉시 수백 년 동안 몬스터 연구에 한 몸을 바친 블라드 대공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고트프리트의 죽음 때문에 한동안 비탄에 빠져 있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케인첼이 끓여 준 선짓국을 먹고는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 ……악마끼리 힘겨루기를 하다가 서로 죽고 죽인 것이었단 말이지? 스스로 영혼을 팔 정도로 근성 없는 놈은 레아 공주의 후손이 아니네! 그래, 시 서펜트에 대해 궁금하다고? 대신 다음에도 또, 선짓국을 끓여 준다면 내 알려 줌세.
그렇게 케인첼은 블라드 대공을 통해 시 서펜트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후각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 시 서펜트의 후각을 마비시키면 아무런 방해 없이 아르곤에 갈 수 있어. 뭐, 조금 빙 돌아가야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 커다란 녀석의 코를 막는다는 건가요?”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이차원 주머니 안에서 나무 상자를 꺼냈다.
분명 완전히 밀봉되어 있는데도, 심상치 않은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시트리 역시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인간이 만든 음식 중에서 악취라면 이게 최고 아니겠어?”
“……윽, 서, 설마……. 이, 이걸 여기서 여, 여시면 안……!”
상자를 여는 순간 퓌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인간이 만든 요리 중에서 최고로 악취가 심하다는 수르스트뢰밍이 가득 들어 있었다.
시트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양손으로 자신의 코를 움켜쥐었다.
그렇지만 수르스트뢰밍은 고작 그 정도로 악취를 막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코호……! 내애, 코호오 가아아아……!”
“아, 미안. 하여간 어때? 이 정도 위력이면 시 서펜트에게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그러자 시트리는 한동안 글썽거리는 눈으로 케인첼을 노려보았다.
“……너, 너무해요!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 정도는 주고 하세요!!”
한 10초 정도 악취에 노출되었을 뿐인데, 갑옷에까지 썩은 냄새가 배어 있었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시트리에게 무서운 사실을 한 가지 더 알려 주었다.
“여기다 효과 증폭 스킬을 사용하면 위력이 대충 10배쯤 더 강해질 거야.”
“……으엑.”
그것을 상상해 본 것인지 시트리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 정도면 몬스터가 아니라 악마까지 물러나게 만들 수준이었다.
* * *
케인첼은 대량의 수르스트뢰밍을 구입하기 위해 에델바이스는 물론, 큰사슴 상회에까지 연락을 했다.
대행수 로렌초는 최대한 많은 양의 수르스트뢰밍을 구입한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스타드 공께서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구해다 드릴 수 있지요. 큰 나무 상자로 서른 개 정도는 일주일 정도면 가능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의 수르스트뢰밍이 어째서 필요하신 겁니까? 보관소에서 꺼낸 후에 이 주일 안에 먹지 않으면 터질 겁니다.”
그제야 케인첼은 무언가 큰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르스트뢰밍은 발효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가 만들어진다.
물론 그것을 제거하고 다시 밀봉하면 되지만, 그래서는 소중한 악취가 사라진다.
결국 악취 가스를 유지한 채로 배에 실을 방법이 필요해졌다.
역시 큰사슴 상단의 대행수답게 로렌초가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해 주었다.
“그러시면 직접 만드시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오래 보관하셔야 한다면 발효시키기 전에 병에 넣어서 병조림으로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병조림이라니요?”
“아, 오랜 항해 생활을 해야 하는 선원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보존식입니다. 유리병 안에 음식을 넣은 다음에, 가열해서 공기를 빼서 만듭니다.”
그러면 적어도 반년 동안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유리병이 엄청나게 비싸다 보니 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라고 한다.
로렌초는 상인다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콜라병은 도대체 어디서 공급 받으시는 겁니까? 아무리 계산해 봐도 그 가격에는 절대 만들 수 없는데……. 살짝 귀띔만 좀 해 주시면……. 정말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하하!”
“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려 드리죠. 그런데 병이라면 나무 상자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가스가 차다 보면 버티지 못하고 깨질 겁니다.”
“아……. 확실히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괜한 기대를 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아뇨. 병조림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공수해 오겠습니다. 일주일 후에 뵙도록 하죠.”
로렌초와 헤어진 후, 케인첼은 어떻게 하면 병을 깨드리지 않고 수르스트뢰밍을 보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문제는 재질이다. 가스가 차더라도 어느 정도 늘어나야 하며, 완전히 밀봉이 가능해야 한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왼쪽 어깨에서 익숙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 역시 파트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군.
“비, 비숍?!”
― 이 몸에게 마침 수르스트뢰밍을 보관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가 있다. 그런데 이거 또다시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군.
케인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완성되기만 하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보존 식품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