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7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72화(25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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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리버풀 근처에 있는 마탑으로 향했다.
마탑은 대륙 전체에 몇 개나 존재한다. 일종의 분점인 셈이다.
그곳에 도착하자 비비안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분명 비비안느 양을 시티즌에서도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설마 동일 인물은 아니겠지?”
“아마도 제 자매일 거예요. 대충 백 명 정도 되거든요.”
비비안의 표정은 생긋 웃고 있는데도 묘하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시트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비비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았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네요.”
“어째 인간 같지 않다 했더니 자동인형이었군. 이봐, 비숍. 또 뭐 숨기고 있는 것 없어?”
그러자 오랜만에 본체인 갑옷으로 돌아가 있던 비숍이 투구를 긁적거렸다.
“애초에 물어본 적도 없지 않았나. 보다시피 비비안은 인형이다. 아쉽게도 이 몸 같은 별종과 어울려 주는 인간이 없어서 말이지. 아스톨포에게 상담을 했더니 빌려주더군.”
비비안은 입고 있는 점원복을 양손으로 잡고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릴게요. 타입 HMX-22C 비비안느라고 합니다. 편하게 비비안이라고 불러 주세요.”
비비안이 박수를 치자 작업실 안으로 몇 명의 비비안이 추가로 들어왔다.
다행히 일손이 부족할 걱정은 없어 보였다.
비숍은 가판대를 차리는 노점상마냥 테이블 위에 금속판 몇 개를 쫘르륵 펼쳐 놓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독 반짝거리는 것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철에 주석을 섞은 합금이다. 양철이라고 하지. 물에 닿아도 쉽게 녹슬지 않고, 단단하면서 질기다. 어떤가, 파트너. 이 정도면 음식을 보관하는 데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케인첼은 시험 삼아 반짝거리는 금속판에 혀를 가져다 댔다.
할짝-
[양철판]* 부식, 얼룩, 녹에 내성이 있지만, 마모와 마멸에는 약하다. 232℃에서 녹는다.
* 주석으로 코팅되어 있어 음식을 담아도 맛과 향이 변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이거 진짜 끝내주는데? 그렇지만 주석은 철보다 훨씬 비싸잖아? 단가는 괜찮을까?”
케인첼 역시 주석으로 만든 컵을 본 적이 있었다. 특히 엘 아카드에서는 맥주 맛을 좋게 해 준다고 해서 아주 사랑받는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비싸서 귀족이 아닌 사람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유리는 제조 기술의 문제로 만들기 힘든 것일 뿐이다.
그 원료 자체는 모래다. 오스만 제국에 있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비숍이 쓰고 있는 투구의 눈가리개에서 기괴한 안광이 번들거렸다.
“벌써부터 단가 생각인가. 제대로 된 것이 만들어지면 상품화할 생각이로군.”
“언제까지 콜라만 팔고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고 말이야.”
“뭐, 이쪽도 제대로 된 대가만 지불하면 불만 없다. 하여간 가격 쪽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군.”
비숍은 건틀릿 끝으로 양철판을 긁었다. 그러자 뒤에 있는 다른 재질의 금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아주 얇게 도금을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으로는 시제품을 만들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케인첼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부족한 주석은 센트럴 광산의 비티스트인 산토스를 통해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없겠군. 우선 음식을 담을 양철통을 몇 개 만들어 오도록 하지.”
“그런데 이렇게 주석을 얇게 씌운 양철판 같은 것을 왜 만들고 있는 거야? 그건 대장장이의 영역이잖아? 설마 새로운 마도구 때문인가?”
그러자 비숍은 피식 웃으며 입고 있는 강철 갑옷을 두들겼다.
“그건 내 몸을 개량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던 것이다. 지금 입고 있는 녀석은 매일같이 기름칠을 해 주지 않으면 녹이 슬어서 삐걱거린다고.”
“하하! 그럼 통조림이 완성되면 그 갑옷에 고마워해야겠네.”
“그런데 통조림이라고?”
“병을 금속 통으로 바꿨으니 통조림이라고 부르는 게 맞잖아.”
“그렇군. 참으로 어울리는 이름이다.”
케인첼은 뜨거운 눈빛으로 비숍을 바라보았다.
가끔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역시나 최고의 파트너였다.
* * *
약속대로 일주일이 지나자, 대량의 청어와 함께 수르스트뢰밍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도착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역시 대륙 3대 상회라 불리는 큰사슴답게 상자에 담겨 있는 청어는 매우 신선했다.
옆에서 눈을 빛내며 구경하고 있던 소녀가 물었다.
“케인첼. 어째서 그냥 소금이 아니라 북해에서 뜬 바닷물을 사용하는 거야?”
“……시트리. 미안하지만 프렐리아인 척 말을 거는 것은 그만둬 주라. 그런데 용케도 수르스트뢰밍을 만드는 걸 보러 왔네.”
그러자 시트리는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려 줄 생각으로 프렐리아의 흉내를 냈는데, 완벽하게 간파당한 것이다.
“도대체 저와 프렐리아를 어쩌면 그렇게 잘 구분하시는 건가요?”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손님의 안색만 살펴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거든.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
어째서인지 시트리의 양쪽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청어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케인첼은 일단 바닷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수르스트뢰밍을 만드는 데 아주 적절한 염도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통 소금에 절여서는 청어가 발효되지 않아. 그래서 북해에서 뜬 바닷물을 사용하는 거야. 엄청나게 추워서 바닷물의 염도가 낮거든.”
“염분의 차이에 따라 절임이 되기도 하고, 발효가 되기도 하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그 미묘한 차이를 조절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케인첼에게는 요리 스킬이 있었다.
미식 스킬이 7성에 도달한 이후 케인첼의 혀는 더욱 예민해졌다.
숨김 맛으로 아주 약간 넣은 향신료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은 기본.
원산지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 배가 불룩한 통에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를 발효시킨 다음에 양철통에 넣는 거야.”
“그럼 완성은 언제쯤 되는 건가요.”
“보통 방법으로 만들면 반년에서 일 년쯤?”
“……윽.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소금을 뿌려 통 안에 넣어 둔 청어에 효과 증폭을 걸었다.
“이거로 내일이면 푹 삭아서 통조림 가공을 할 수 있을 거야.”
그 후로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청어에서 발생한 가스로 양철통이 빵빵해진다.
그때 뚜껑을 열고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빨리 수르스트뢰밍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시트리는 케인첼이 만든 요리라 해도 수르스트뢰밍만은 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케인첼의 말대로 청어는 겨우 반나절 만에 푹 삭아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발효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케인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양철통에 발효가 진행 중인 청어를 넣기 시작했다.
“원래는 내부의 공기를 제거한 다음, 가열해 주어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거든 그렇지만 수르스트뢰밍은 그대로 넣어 줘야 돼. 그래야 효모가 살아서 발효가 계속 진행되거든.”
양철통 안에 청어를 집어넣고 신선한 북해수를 절반가량 채워 넣는다. 그리고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완전히 밀봉해 주면 완성이었다.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에 귀를 가져다 대자, 부글거리면서 가스가 발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약 백 개 정도의 통조림을 만든 순간이었다.
띠링-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을 만드는 실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음식의 발효시키는 감각이 ‘수르스트뢰밍’ 스킬로 승화되었습니다.]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이 생성되었습니다.]새로운 요리 스킬의 획득!
케인첼은 기쁨에 물든 눈으로, 수르스트뢰밍 스킬의 능력을 확인해 보았다.
[수르스트뢰밍 : ★★]― 오러를 발효시켜서 지독한 냄새가 나게 만든다.
― 숙련도가 낮아, 코를 막으면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악취만을 생성할 수 있다.
“…….”
확실히 시큼한 청어를 만들다가 획득한 스킬다웠다.
케인첼은 시험 삼아 수르스트뢰밍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그러자 허리에 차고 있던 검에서 썩은 계란과 음식물 쓰레기가 섞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걸 도대체 어디에 써먹으라는 거지? 게다가 수비드 스킬은 여전히 그대로잖아?”
통조림은 지금까지 만든 그 어떤 보존 식품보다도 오랫동안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여전히 스킬창에 떠올라 있는 스톡은 3개뿐이었다.
케인첼은 부글거리며 열심히 발효되고 있는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기에 수비드 스킬에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일까?
“아, 맞아. 이건 보존 식품이라기보다는 발효 식품이었지?”
생각해 보니 병조림과는 달리 가열해서 내부의 공기를 빼는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험 삼아 다른 통조림도 만들어 보자.
케인첼은 수르스트뢰밍을 만들고 남은 양철통 안에 제대로 된 요리를 넣어 보기로 했다.
“……지금 있는 재료가 콩이랑 마늘, 양파, 칠리 페퍼에 먹다 남은 고기 정도인가. 그러면 칠리 콘 카르네를 만들면 되겠네.”
우선 달군 팬에 잘게 다진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다가 고기를 넣어 준다.
그리고 토마토소스와 칠리 페퍼, 콩을 넣고 푹 끓여 주면 칠리 콘 카르네가 완성된다.
“……하아. 향기가 정말 좋은데요.”
“그렇지? 소스에 훈제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 주어서 그래. 매콤한 게 고기랑 콩에 정말 잘 어울리거든.”
시트리는 칠리 콘 카르네가 먹고 싶은지 눈을 반짝거렸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우선 통조림으로 만든 다음에 시식을 할 거니까.”
케인첼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통조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르스트뢰밍과는 달리, 끓는 물에 넣어 내부의 공기를 빼는 작업을 추가한 것이다.
“좋았어! 아주 완벽하게 멋진 칠리 콘 카르네 통조림 완성이다……!”
케인첼은 그것을 시트리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완전히 밀봉된 통조림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랐다.
“그건 말이지. 뚜껑을 칼로 찍어서 열면 될 거야.”
시트리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인 후, 케인첼의 말대로 뚜껑을 땄다.
통조림 안에는 칠리 향이 물씬 풍기는 토마토소스에 버무려진 콩과 고기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듬뿍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처음에 느껴지는 것은 새콤하면서 매콤한 소스의 맛이 농축된 진한 소고기의 맛이었다.
끓이고 으깨서 부드러워진 토마토가 가진 단맛과 신맛. 그리고 쇠고기에서 우러나온 감칠맛까지. 그 모든 것이 배어든 콩의 맛은 충격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마, 맛있어요!”
놀라운 것은 맛뿐만이 아니었다.
[5성급 요리 ‘천 일 동안 변치 않을 칠리 콘 카르네 통조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식재료의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 ‘수비드’ 스킬에 녹아들었습니다.] [수비드 : 4/5]“좋았어! 이제 하나 남았다! 그런데……. 천 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뭐야,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그러자 정신없이 칠리 콘 카르네를 먹고 있던 시트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그러니까 통조림을 사면 이 맛있는 콩 요리를 삼 년이 지난 후에 먹어도 된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비숍의 말대로 엄청난 물건이 탄생한 것 같아.”
보통 딱딱하게 굳힌 빵은 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다. 훈제 육포의 경우는 반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발효 식품 역시 일 년 정도가 지나면 맛이 완전히 변한다.
그런데 통조림은 무려 그 세 배나 더 오랫동안 맛과 향이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담을 수 있는 요리의 등급이 5성까지로 제한되는 점이 아쉽긴 했다.
아무래도 완벽한 조리가 필요한 6성급 요리는 여러 번의 가열을 거쳐야 하는 통조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 번 사 두면 무려 3년 동안이나 5성급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양철통 안에 들어 있으니 뚜껑을 따서 데우기만 하면 된다.
오랫동안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선원이나, 여행자들이라면 분명 몇 배나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구입하지 않을까?
‘이건 팔린다!’
케인첼은 비숍에게 통조림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를 부탁했다.
그것은 아르곤 제국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통조림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그 어떤 요리보다 엄청난 일을 해 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케인첼은 열심히 발효되고 있는 수르스트뢰밍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드디어 시 서펜트에게 이 그윽한 냄새를 전해 주러 갈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