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7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73화(25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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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리버풀에는 여러 뱃사람들이 모여 만든 해운 연합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편을 구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상인들로 엄청나게 붐비는 장소였다.
그렇지만 지금 그곳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은 경박한 인상의 사내 한 명뿐이었다.
케인첼의 모습을 발견한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호우……! 드디어 왔군, 후배!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 그런데 만들어 온다는 비밀 무기는 제대로 완성된 거야?”
“물론이죠.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남자가 엄청나게 기대된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인내의 소드 마스터 가웨인.
앞으로 그와는 신대륙에서 함께 싸우게 되었다. 그만큼 브리타니아가 이번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아르곤과의 전쟁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라, 원래는 한 명 정도는 더 따라가야 하는 일이거든. 그런데 다들 워낙 바빠서 내가 대표로 케인첼을 돕게 되었다는 말씀.”
“그런데 분명 엘리자베스 님이 온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아, 기절시켜서 묶어 놓고 내가 대신 왔지. 그런데 시 서펜트면 분명 일종의 바다뱀이지? 그게 그렇게 정력에 좋다더라고. 흐흐흐흐…….”
아무래도 가웨인이 노리고 있는 것은 케인첼이 만든 시 서펜트 요리인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시 서펜트와의 전투는 되도록 피해 갈 생각인데요.”
그러자 뒤통수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가웨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이거 아슬란 폐하에게 속았군. 뭐 기회는 많으니까……. 하여간 이번 원정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사이드킥이니 마음껏 부려 먹으라고.”
그때 가웨인의 시야에 케인첼의 어깨에 앉아 있는 오딘의 모습이 들어왔다.
“흐음. 참 영리해 보이는 까마귀네. 전서구나 뭐 그런 건가?”
“비슷해요.”
돕기 위해 합류한 가웨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악마 시트리와의 연락 수단이라는 것을 밝힐 수는 없었다.
“뭐 그 끈적거리는 촉수에 비하면 정상적이네. 그런데 생각해 둔 선장은 있어?”
아무리 배가 준비되어 있다고는 해도 그것을 운용하려면 수십 명의 선원이 필요하다.
우선은 그들을 이끌 선장부터 설득해야 한다.
“예. 해운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선장 중에서 에이허브 그레고리라는 남자만이 취해 있지 않더군요. 마치 언제라도 출항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음……. 그 정도면 확실히 믿을 만하네. 에고, 그냥 해군 함선 잔뜩 몰고 가서 악마고 몬스터고 오크고 전부 쓸어버리면 안 되나.”
“분명 방금 전에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신 것을 들은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내말이. 크, 크흠……!”
가웨인은 무엇이 그리도 무안한지 계속해서 헛기침을 해 댔다.
* * *
에이허브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퍼시발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동시에 두 명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와 만나는 것이지만 에이허브는 당당했다.
바다 위에서 배는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장은 왕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허브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어떻게 시 서펜트의 습격을 막을 생각인지 들어 보고 결정하겠소.”
“그럴까요.”
케인첼은 간단하게 시 서펜트의 예민한 후각과 그것을 차단할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에이허브는 입을 쩌억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덮칠 수 있었던 것이 해신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거요?”
“네. 그리고 여기 아주 적절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 마케도니아의 수르스트뢰밍이라는 음식을 알고 계십니까?”
“그 유명한 것을 어찌 모르겠소. 그런데 적어도 한 달은 항해해야 할 텐데, 그 정도면 수르스트뢰밍이 전부 폭발해 버릴 거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어디선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에이허브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를 돈으로 사려는 거요?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뱃사람을 모욕하지 마시오.”
아무래도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금화 같은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귀한 물건이었다.
“열어 보시죠.”
“흠……. 그럼 어디…….”
상자 안에는 원통 모양으로 생긴 금속 통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몇 개가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다.
“……이게 뭐요?”
“빵빵한 것의 안에는 수르스트뢰밍이 들어 있으니 부디 조심하시길. 여기서 열었다가는 냄새가 적어도 일주일은 빠지지 않을 겁니다.”
“그, 그럼 이 안에 음식이 들어 있단 말이오?”
깜짝 놀란 에이허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여러 상회들과 일해 왔지만 이런 물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통조림이란 겁니다. 안에 음식을 넣어 둘 수 있는데, 적어도 3년간은 맛과 풍미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습니다.”
“허허……. 그게 정말인지 하나만 먹어 봐도 되겠소?”
“물론이죠. 그러려고 가져온 거니까요.”
에이허브는 통조림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려 본 후, 작은 칼을 이용해 능숙하게 뚜껑을 땄다.
“아직 뜨겁구려.”
“방금 이거로 데워 놨거든요.”
케인첼은 빙긋 웃으며 손바닥에 플람베의 불꽃을 피워 보였다.
선상에서 몇 번인가 병조림을 먹어 보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열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선명한 주황색의 당근과 불에서 구운 감자. 그 사이로 검붉은 양념을 끼얹은 둥그런 고기가 놓여 있다.
그런데 마치 방금 전에 만든 것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햄버거 스테이크구려. 위에 끼얹은 것은 데미글라스 소스인 것 같고.”
“요리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면 유명한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였소. 술은 그다지 즐기지 않거든.”
에이허브는 통조림을 뒤집어 그 내용물을 작은 접시 위에 쏟았다.
그러자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준비되어 있는 포크를 들자, 고급 레스토랑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먼저 나이프를 이용해 햄버거 스테이크를 반으로 잘랐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반반씩 섞어 만들어서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한 육향이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스테이크는 칼질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거라면 포크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허브는 한 입 크기로 자른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었다.
“……!?”
그 맛은 감탄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씹을 때마다 햄버거 스테이크 속에 들어 있는 풍부한 육즙이 흘러넘쳐 입안에 가득 퍼져 나간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섞어 넣은 다진 양파가 알싸하면서 달콤한 맛을 더해 주어서인지 조금도 느끼하지 않았다.
거기에 새콤달콤한 데미글라스 소스가 어우러지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살짝 데쳐서 곁들인 당근은 아삭해서인지 자꾸만 먹게 된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번 삶은 다음에 불에 구운 감자였다.
반으로 가르자 마치 갓 삶은 것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감자에는 버터를 올려서 먹으면 됩니다.”
“버터라…….”
그것은 우유를 실을 수 없는 선상에서 먹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유제품이었다.
모든 것이 선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음식.
에이허브는 감자에 십자 모양의 칼집을 낸 다음, 그 사이에 버터를 듬뿍 올렸다.
그러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감자의 열기에 버터가 녹아내렸다.
걸쭉하게 녹아내린 버터가 감자 위에 퍼져 나가며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한층 강해진다.
작게 잘라 입에 넣자, 짭짤하면서 고소함이 더해진 부드러운 감자의 맛이 느껴진다.
“……맛있군.”
순식간에 햄버거 스테이크와 버터 감자를 전부 먹어 치운 에이허브가 행복한 한숨을 토해 냈다.
에이허브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상자 안에 가득 들어 있는 통조림을 바라보았다.
“여기 전부에 이런 훌륭한 요리가 들어 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물론 햄버거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질리지 않게 다른 요리를 추가해 여섯 종류를 만들어 봤습니다.”
에이허브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님을 편안하고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는 여객선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상선이나 화물선 같은 경우에는 물자를 싣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부족하다.
거기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빵이나 밍밍한 수프뿐이다.
그나마 생선이라도 낚는 날에는 오랜만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기뻐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요리를 선상에서 먹을 수 있다니.
“그래서 이 통조림이라는 것은 얼마나 비싼 거요?”
“병조림보다 보관하기 훨씬 편하고, 바로 데워 먹을 수 있지만 가격은 딱 절반 정도입니다.”
“……맙소사. 이건 거의 혁신이오. 분명 앞으로 브리타니아 항해의 역사는 통조림이 나오기 전과 후로 구분해야 할 거요.”
케인첼은 에이허브의 극찬에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항해 기간 동안 이 통조림을 원하는 만큼 제공해 드리죠. 물론 보수 역시 해운 연합에서 정한 최고 수준으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으음.”
에이허브는 팔짱을 낀 채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그의 고민은 그다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역시 뱃사람은 죽더라도 배 위에서 죽어야지. 안 그래도 요즘 일거리가 없다고 다들 술독에 빠져 지내는 것이 안타까웠소. 이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최고의 선원들을 모아 오리다.”
에이허브 선장이 손을 내밀었다. 케인첼이 마주 잡자 그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런데 고용주. 한 가지 부탁이 있소만.”
“부탁이라뇨?”
“통조림……. 하나만 더 먹어도 되겠소?”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나무 상자를 통째로 선장의 앞에 내려놓았다.
“전부 드셔도 됩니다.”
밖으로 나가자 마차에 똑같은 나무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다. 수십 명의 선원이 한 달 동안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 * *
출항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에이허브 선장이 데리고 온 선원은 다 해서 스무 명 정도였지만, 작은 상선을 몰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에이허브 선장은 케인첼과 가웨인에게 제일 좋은 선실을 배정해 주었다.
그래 봐야 키가 큰 사람은 발이 튀어나올 정도로 작은 침대가 두 개 있을 뿐이었다.
에이허브 선장의 고함 소리와 함께 닻을 올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이제 곧 배가 리버풀을 출발할 거라는 뜻이었다.
쏴아…….
쏴아아악…….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선원들은 케인첼이 만든 통조림에 푹 빠지게 되었다.
“설마 배 위에서 이렇게 멋진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통조림이 아니었으면 분명 대충 아무거나 집어넣고 끓인 개죽 같은 것을 먹어야 했을 거야. 특히 크레이그 자식은 생선의 머리도 제거하지 않고 넣는데, 먹을 때마다 비려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후우, 어제 먹었던 칠리 콘 카르네는 진짜 맛있었는데 오늘은 뭘 먹을 수 있을까?”
“내가 슬쩍 들었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통조림의 판매가 시작된다고 하더군. 한 끼 식사에 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비상식량으로 한 박스 정도 사 둘까 해.”
통조림의 대단한 점은 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병조림 같은 경우는 따로 철제 그릇에 옮겨 담아 데워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통조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기껏해야 미트소스나 피클 같은 것이 주류였던 병조림과는 달리, 통조림에는 완전히 조리된 음식이 들어 있다.
매번 달라지는 메뉴에 행복한 비명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리던 친구가 있는데 이번 항해가 끝나면 최대한 돈을 많이 모아 두라고 해야겠어. 앞으로는 모든 상인들이 통조림을 취급하게 될 거야.”
“나도 동의하네. 게다가 보관 기간도 3년이나 된다고 하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가 있지?”
“아침에는 통조림을 깠는데 안에 햄버거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케인첼은 갑판에 앉아서 출렁거리는 파도를 보고 있었다.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
선원들의 대화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5성급까지밖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예상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사실 5성급 요리라고 해도 브리튼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조차 먹기 힘든 수준이다.
그것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분명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겠지.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출항을 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항해는 순조로워서 예정보다 며칠 일찍 신대륙에 도착할 거라고 한다.
그때 케인첼의 눈동자에 지평선 너머에서 새하얀 물줄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적의는 없다.
그렇지만 저곳에 있는 것이 시 서펜트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꼬리로 바다를 한 번 내리치는 것으로 커다란 해일을 불러일으키고, 일격에 군함을 박살 낸다는 괴물.
가끔 바다에 서식한다는 블루 드래곤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종이다.
그렇지만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순수한 육체적 능력만을 놓고 보면 성체 드래곤에 맞먹는다.
괜히 바다의 패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케인첼은 선실에서 늘어지게 코를 골며 자고 있던 가웨인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가웨인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침을 흘리며 말했다.
“뭐, 뭐시여……. 한 달 정도 걸린다더니 벌써 도착한 거여?”
“가웨인 형. 지금 시 서펜트가 접근하고 있어요. 서둘러 쫓아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난 가웨인이 몸을 일으켰다.
“수르스트뢰밍은?”
“지금 에이허브 선장이 갑판에 옮겨 놓고 있어요.”
“그래?”
케인첼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강력한 악취로 흔적을 쫓지 못하게 한다 해도 시 서펜트는 분명 합중국 아르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선 신대륙 근처에 도착한 후, 배의 안전이 확보되면 시 서펜트를 사냥해야 한다.
가웨인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통조림도 좋지만 역시 정력에는 바다뱀이 최고 아니겠어? 안 그래?”
시 서펜트의 맛이 궁금한 것은 케인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치? 나중에라도 어떻게 안 될까?”
“음. 나중이라면 괜찮겠죠.”
“약속한 거다!”
두 소드 마스터의 눈동자에 이번 원정 최고의 수확이 될지도 모르는 거대 바다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