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7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74화(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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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신대륙
바다에는 여러 해양 몬스터는 물론, 짐을 노리는 해적까지 있다.
항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륙 간 무역이 활발해졌고, 여러 화약 무기가 만들어졌다.
배에 탄 채로 크라켄 같은 대형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엄청난 화력을 지닌 장거리 무기는 필수였다.
선원들은 자신의 몸과 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검과 대포를 다루는 훈련을 받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지휘관인 선장은 말 그대로 백전노장이나 마찬가지다.
에이허브 선장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명령을 내렸다.
“북북서 방향 320미터 앞에 시 서펜트의 출현이 확인되었다! 마로니에 호의 선원들은 지금 당장 전투태세에 돌입하라!”
“예, 예, 선장님!”
“일등 항해사는 돛을 최대치로……! 다른 선원들은 무기고에서 대포에 장전할 화약을 꺼내 와라!”
대포는 미리 선상에 준비해 두었지만, 화약은 그럴 수 없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닷바람에 반나절만 노출되어도 못쓰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기고 개방!”
“모든 선원은 전원 위치로!”
“포수장은 대포를 전부 장전하라!”
에이허브 선장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선원들을 보고 길게 자라난 수염을 쓰다듬었다.
시 서펜트와의 조우는 폭풍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였다.
뱃사람들은 선체가 박살 나 물고기 밥이 되어도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야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로니에 호에는 브리타니아 최강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가 무려 두 명이나 타고 있다.
게다가 시 서펜트를 상대할 비장의 무기까지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선원들의 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포수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대포를 장전했다.
“꿀꺽…….”
그런데 대포의 상태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통조림을 포탄 대신 넣은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발사가 될 것인가.
그때 케인첼과 가웨인이 한발 늦게 선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휘유, 에이허브 선장이 자신만만하게 추천할 만하군. 다들 해전에 익숙해. 특히 포수장은 해군으로 영입하고 싶을 정도야. 하여간, 슬슬 이쪽도 움직여 볼까.”
“그럼 형님은 최대한 시 서펜트가 배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주세요.”
“그 정도는 간단하지!”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리 스킬 파스타를 발동시켰다. 오늘 반죽할 면은 라쟈냐다.
냄비를 뜻하는 단어 그대로 미트소스와 치즈 등을 사이에 넣어 겹으로 쌓아 올린 후, 오븐에 구워 먹는 요리였다.
즉, 무언가를 감싸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냄새가 지독한 수르스트뢰밍인데, 그것을 효과 증폭으로 더 심하게 만들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시 서펜트의 후각을 마비시켜야 할 악취에 아군이 당할 수 있다.
“라쟈냐!”
그러자 엄청난 양의 오러가 단숨에 사라지며, 마로니에 호 전체에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가웨인이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한데, 후배. 바싸고랑 싸웠을 때는 이 정도 규모의 차폐막은 사용할 수 없었잖아?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하면 일 년 만에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가 있는 거지.”
“해 보니까 되더라고요.”
“검술? 아니면 요리?”
“당연히 둘 다죠.”
가웨인은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눈앞에 있는 케인첼은 어느새 후배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가 되어 있었다.
“옵니다!”
그때 돛 위에 올라가서 시 서펜트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던 선원의 외침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제법 떨어져 있던 시 서펜트가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마로니에 호의 바로 지척에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체가 내리꽂혔다.
쿠르르르릉-!
바다에 충돌한 시 서펜트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해일이 만들어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작은 배 정도는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박살 나지 않을까?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도가 마로니에 호를 덮쳤다.
그렇지만 이미 그곳에 마로니에 호는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선상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에이허브 선장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 서펜트의 감각마저 속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환상이라니……. 마치 마법으로 보일 정도구려.”
가웨인의 오러 블레이드 제7식 신기루(蜃氣樓).
극에 달한 환검은 모든 현실을 왜곡하고, 재구성한다.
신기루가 발동하고 있는 이상 시 서펜트의 공격이 마로니에 호를 직격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긴장한 얼굴로 시 서펜트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던 선원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오오오! 정말로 놈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공격하고 있어! 우리는 안전해!”
“좋아할 시간이 있으면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을 장전하는 것이나 도와라!”
준비되어 있는 대포에 전부 통조림이 장전된 것을 확인한 포수장이 깃발을 들어 올렸다.
“직격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 서펜트가 있는 근처까지만 날아가면 된다! 그 정도는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전원 발사!”
“알겠습니다, 포수장님!”
쾅쾅쾅!
그리고 연기와 함께 포구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포연 사이로, 수십 개의 통조림들이 제멋대로 날아갔다.
최대한 넓은 범위에 냄새를 퍼트리기 위해 사용한 전법이었다.
통조림이 시 서펜트 근처로 날아간 것을 확인한 케인첼이 손가락을 튕겼다.
“플람베!”
그러자 연결되어 있던 페투치니에 불이 옮겨 붙는가 싶더니.
펑, 퍼펑!
퍼퍼펑……!
일제히 폭발하며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오오오오!”
시 서펜트는 엄청나게 당황한 것인지 온몸을 비틀어 댔다. 그만큼 수르스트뢰밍의 악취는 후각이 뛰어난 몬스터에게 치명적이었다.
에이허브 선장은 괴로워하는 시 서펜트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네 몫까지 크게 한 방 먹여 주었네, 버독 선장.”
그와 함께 바다를 누볐던 뱃사람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시 서펜트의 습격에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
에이허브 선장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사기가 올라간 선원들을 향해 외쳤다.
“보아라! 저것은 신이 아니다. 그저 조금 덩치가 커다란 바다뱀일 뿐이다!”
“예, 선장님!”
“그럼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북북서로 이동한다!”
케인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통쾌함이었다.
* * *
쿠루루룽……!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데도, 어디선가 천둥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불길함마저 느껴지는 파도가 넘실거리고, 지평선 너머에는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전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시 서펜트가 저지른 짓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브리타니아를 떠나는 모든 배의 말살.
용솟음을 이용해 눈앞에 있는 작은 배를 침몰시킨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 분명 박살 났어야 하는 배가 멀쩡히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 후각을 마비시키는 공격까지 한다.
그렇지만 시 서펜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배가 무사히 신대륙에 도착한다면 로드에게 엄청난 벌을 받게 될 테니까.
마로니에 호의 선원들은 연이은 승리에 묘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하하! 당황한 바다뱀 녀석의 얼굴 봤어?”
“정말 대박이더라. 설마 포탄도 아니고, 통조림으로 시 서펜트를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녀석과 처음으로 조우한 지 보름이 지났다. 시 서펜트는 후각을 잃은 상태에서도 끈질기게 마로니에 호의 뒤를 쫓았다.
벌써 네 번이나 접전을 치렀고, 그때마다 시 서펜트는 수르스트뢰밍의 악취에 당해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수르스트뢰밍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면 그렇게 괴로워하는 거지?”
“아, 그거 말이지. 내가 예전에 마케도니아에 갔을 때 먹어 본 적이 있거든. 그건 진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야. 게다가 내가 옆에서 들었는데 지스타드 공이 특별히 만든 것이라 원래보다 훨씬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더라. 우욱……. 상상했더니 며칠 전에 먹었던 통조림이 넘어오려고 하네…….”
케인첼과 마주 앉아 있던 에이허브 선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녕 녀석과 싸울 생각이오?”
“네. 그렇지만 마로니에 호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 서펜트와는 둘이서 싸울 예정이니까요.”
“……처음에는 그저 도망치기만 할 거라 하지 않았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시 서펜트는 생각 이상으로 끈질기게 마로니에 호를 따라다녔다.
이래서야 신대륙에 도착해서도 두 사람이 내린 이후가 문제였다.
케인첼과 가웨인이 없는 상태에서 습격을 당한다면 열에 아홉은 마로니에 호의 전멸로 끝날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케인첼을 위해 따라와 준 에이허브 선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 서펜트를 없애야 한다.
에이허브 선장은 케인첼이 무슨 의도로 시 서펜트와 싸우겠다고 말한 것인지 깨달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이 선 것인지 묘하게 의연해진 얼굴로 말했다.
“나도 함께 싸우겠소. 저놈은 오랫동안 수많은 뱃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소. 모든 선원들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적어도 그 최후를 지켜보게 해 주시오.”
그러자 일등 항해사와 갑판장, 그리고 포수장이 걸어와 에이허브 선장의 뒤에 섰다.
“저희들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제 동생이 저 바다뱀 자식에게 당해 죽었어요. 그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애초에 이걸 각오하고 따라온 겁니다.”
아무래도 다른 선원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강적과 맞서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같이 싸우도록 하죠. 역시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서 먹는 것이 배를 타는 최고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에이허브 선장이 껄껄 웃었다.
“설마 시 서펜트를 요리하실 생각이오? 허허허! 배를 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뱃사람이 다 되었구려. 그렇지만 바다 위에서 놈과 싸우는 것은 아무리 귀공의 검이 매서워도 힘든 일이오. 그러니 최대한 빨리 해안선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배를 몰겠소.”
“그럼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고로 유능한 선원들이 배를 몰고 있으니, 걱정 말고 맡겨 주시오.”
“지스타드 공! 저희들만 콱 믿으십시오!”
해일을 몰고 다니는 시 서펜트는 뱃사람들에게 있어 절망 그 자체인 존재였다.
드디어 놈의 최후를 구경할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삼 일 후, 결전의 날이 밝았다.
* * *
해안가에 도착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시 서펜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놈은 케인첼의 목적지가 이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포수장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기뻐해라 녀석들아! 오랜만에 통조림이 아니라 제대로 된 포탄을 실컷 쏠 수 있다!”
“오우! 오우! 오우!”
“이번엔 확실히 겨냥해서 저 재수 없는 상판대기에 아주 아프게 한 방 먹여 주도록 하자!”
아무리 강한 화력을 지닌 대포라 해도 시 서펜트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것은 가능했다.
포구에서 검붉은 포탄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가웨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단순히 빨리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라, 포탄의 움직임에 완전히 동화된 것이다.
“제2식 의태(擬態).”
콰앙-!
수십 발의 포탄 중에서 시 서펜트의 몸에 직격한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라졌던 가웨인의 몸이 시 서펜트의 목 옆에서 나타났다. 그는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공간을 갈랐다.
“크롸롸롸-!”
그러자 시 서펜트의 목덜미에서 마치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웨인은 멜리오트처럼 평생 초급 검술을 수련할 정도로 근면하지 않았다.
로엔그린처럼 천족의 혈통을 타고나 엄청난 오러를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엘리자베스처럼 다른 사람의 스킬을 훔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한 번 잠에 빠지면 옆에서 고함을 질러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둔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가웨인은 그들과의 대련에서 언제나 5할 이상의 승리를 거두었다.
필승은 없지만, 필패 또한 없다.
그것이 가웨인이 최강의 미덕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케인첼은 쫄면의 탄성을 이용해 순식간에 시 서펜트와의 거리를 좁히며 생각했다.
‘저게 가웨인 형의 오러 블레이드 십인십색(十人十色)인가.’
중급 검술에는 강검, 쾌검, 환검, 변검 등 수없이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그리고 가웨인은 열 종류의 중급 검술을 다룰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은 어느 한 분야에서 최강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범용성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 이쪽도 형님에게 지고 있을 수만은 없지.’
프라가라흐를 뽑아 든 케인첼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시 서펜트를 바라보며 요리 스킬을 발동시켰다.
“양파 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