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7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76화(26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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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끝을 흐리자 세다니엘은 담담하게 수긍했다.
― 그래요. 저는 머메이드예요.
‘역시.’
머메이드는 지금은 완전히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는 고대 종족 중 하나였다.
그들이 쇠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엘릭서의 정체가 바로 머메이드의 몸에서 나오는 체액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고대 종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머메이드 일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했다.
모든 병을 낫게 하고, 죽은 사람마저 부활시키는 영약에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그 머메이드가 이런 곳에서 숨어서 살고 있었을 줄이야.
‘잠깐……. 그럼 시 서펜트의 저 무지막지한 재생 능력이…….’
그러자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세다니엘의 목소리가 한순간 잠잠해졌다.
아무래도 케인첼의 추리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결국 결심이 선 것인지 세다니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서른 가까이 되었던 일족이 이제는 열 명도 채 남지 않았어요. 전부 서펜트 왕에게 잡아먹힌 거예요…….
서펜트 왕이라는 칭호에 케인첼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확실히 평범한 시 서펜트로는 보이지 않는 놈이었다.
비숍의 말에 따르면 머메이드에게는 자신의 몸을 지킬 수단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서펜트 왕에게 잡아먹힌다.
그렇다고 다른 종족에게 몸을 의탁하기에는 엘릭서의 존재가 알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 쪽이던 머메이드들에게 있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아주 적당한 거래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까 그쪽은 시 서펜트의 말살을 원하고 있다 이거지.’
― 예. 그리고 죽은 동족의 넋을 기리기 위해 왕의 시체를 받고 싶어요.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겠는데. 엘릭서를 제공하는 대가는 말살로 충분하잖아. 저런 귀한 식재료를 그냥 줄 수는 없지.’
― 식재료라고요? 설마 서펜트 왕을 먹을…….
‘아마 무엇을 상상하고 있든 그게 맞을 거야.’
― ……어쩌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복수일 수도 있겠네요. 대신 요리가 완성되면 저희에게도 조금 나누어 주시겠어요?
‘그 정도쯤이야.’
세다니엘과의 협상은 그 후로 약 0.1초가량 더 이어졌다.
결국 먹지 못하는 가죽 약간과 완성된 요리를 대가로 신대륙에서의 활동을 물속에서 돕기로 했다.
물론 머메이드 일족 또한 눈엣가시 같은 시 서펜트를 없앨 수 있으니 그쪽도 손해만 보는 거래는 아닌 셈이다.
무사히 세다니엘과의 흥정을 마친 케인첼은 눈앞에 떠올라 있는 빛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엘릭서를 먹어 보도록 할까. 잘 먹을게, 세다니엘.’
― 그런데 자꾸 반말하지 마세요. 저는 왕……. 아니, 아주 고귀한 신분이란 말이에요!
엘릭서는 방금 전에 들었던 대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케인첼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분명 시간이 천배 가까이 가속된 상태임에도 입안 가득 달콤하면서 향긋한 청량감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녹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꿀꺽…….
[‘머메이드의 눈물’을 시식했습니다. 미식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머메이드의 정수를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한정 스킬 ‘재생력 증폭’이 사용 가능합니다.]‘……재생력 증폭이라고? 이건 또 뭐야?’
케인첼은 정신 가속을 풀기 전에 상태창을 열어 새롭게 얻은 스킬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부상을 치료하고, 체력과 오러를 단숨에 한계 이상으로 채워 주는 스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릭서와 거의 동일한 능력이었다. 그것도 무려 5번이나 사용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미식 스킬의 영향으로 엘릭서의 기운을 나눠서 쓸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이거만 있으면 심장에 구멍이 뚫리더라도 죽지 않는 것 같은데? 완전 개꿀이잖아?’
말 그대로 여분의 목숨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케인첼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세다니엘에게 정신 가속의 해제를 부탁했다.
그러자 멈춘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 이것으로 2차전 돌입인가. 물론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를 거야.”
케인첼은 자신을 덮치려는 아쿠아 펌프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추가로 세 겹의 알리오 올리오를 발동시켰다.
* * *
기기기기긱-!
시 서펜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아쿠아 펌프는 가로막는 모든 것을 박살 낼 기세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케인첼의 앞에 떠오른 오러의 벽 다섯 개를 깨트린 후, 기세를 잃고 사그라졌다.
‘이런……. 다섯 겹으로도 충분했잖아?’
마로니에 호를 향해 쏘아진 시 서펜트의 공격에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선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지, 지스타드 공이 시 서펜트의 공격을 막아 준 거요!”
“오, 세상에……. 데우스시여…….”
케인첼은 그대로 배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상대가 가진 재생력의 비밀을 알아낸 이상, 그것을 차단하는 것은 간단하다.
‘분명 바닷물을 매개체로 몸 안에 담고 있던 머메이드의 정수를 녹여냈어. 그렇다면…….’
엘릭서의 효과로 인해 오러는 물론, 바닥나 있던 체력까지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케인첼은 듀렌달과 프라가라흐를 양손으로 쥔 채, 피쉬 앤드 칩스를 발동시켰다.
“가랏 이기어검……!”
일곱 자루로 늘어난 프라가라흐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로 쏘아졌다.
채 1초도 흐르지 않은 찰나의 순간. 수십이 넘는 검격이 시 서펜트의 전신에 작렬했다.
말 그대로 검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잔상조차 흐릿해질 속도로 이어진 연격에 시 서펜트의 단단한 방어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끼, 끼아아아악……!”
이대로 맞고만 있으면 죽는다!
위기를 느낀 시 서펜트가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물론 그것을 놓칠 케인첼이 아니었다.
“어딜 도망가! 그렇다면 라쟈냐다……!”
특별히 커다랗게 만든 면이 시 서펜트의 머리를 감쌌다. 입이 막힌 이상 최강의 일격인 아쿠아 펌프는 물론, 몸을 재생하는 것 또한 불가능해진다.
그 위로 케인첼이 펼친 어마어마한 연격이 이어졌다.
베고, 베고, 또다시 벤다.
시 서펜트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바다 전체가 초록색으로 물들 정도였다.
케인첼이 피쉬 앤드 칩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30초 정도뿐이다.
그리고 그 30초는 시 서펜트에게 있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서펜트 왕이라 불리는 괴물답게 좀처럼 쓰러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쿠웅-!
“하하하! 이 몸 등장!”
어느샌가 부활한 가웨인이 호쾌한 웃음과 함께 등장했다.
아무래도 케인첼이 시 서펜트와 싸우고 있는 사이에 세다니엘이 엘릭서를 먹인 모양이다.
가웨인은 케인첼을 향해 이빨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제9식 경천동지……. 에라 모르겠다, 덤으로 질풍신뢰까지 간다!”
전신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게 느껴졌던 가웨인은 또 하나의 오의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가웨인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몇 겹이나 뒤엉킨 오러 때문에 마치 구름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쿠르릉! 쿵! 쿠워어엉!
바로 지척에 번개가 내리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리꽂히고, 옆에서 후려갈긴다. 일격으로도 시 서펜트의 몸을 갈랐던 극강(極强)이 끝없이 이어진다.
“끼에에에에에엑……!”
엘릭서로 인해 일시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오러를 얻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결국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시 서펜트의 거체가 바다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 때문에 마로니에 호가 뒤집힐 것처럼 흔들렸지만 에이허브 선장은 유능했다.
“좌현 충돌에 주의하라! 전속 전진!”
그리고 매우 신속하고 정확한 지휘로 선체를 돌려 간단하게 해일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
수많은 배를 침몰시키고, 그 수십 배가 넘는 뱃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폭군의 최후.
그것을 눈동자에 새겨 넣기라도 하듯이 에이허브 선장은 고깃덩어리로 변한 시 서펜트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이, 이겼다!”
“우오오오!”
“이겼어! 살아남았다고!”
“젠장! 만세다! 브리타니아에 영광 있으리!”
그리고 귀가 찢어질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선원들과는 달리 가웨인은 다른 의미로 흥분한 상태였다.
“으흐흐흐. 바다뱀 고기가 남자에게 그렇게 좋다던데, 저렇게 댑따 큰 바다뱀이니 분명 장난 아니겠지?”
케인첼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형. 그런데 한쪽 팔이 빠져서 덜렁거리고 있는데 괜찮으세요?”
“으, 으악……! 이게 뭐여!?”
아무리 엘릭서로 인해 엄청난 재생 능력을 얻었다곤 해도 동시에 두 오의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황해서 한동안 허둥대던 가웨인은 갑자기 씨익 웃으며 케인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침 바르면 내일이면 낫는다고. 것보다 지금부터 무슨 요리를 만들 생각이야? ……아니다. 말하지 마. 역시 미리 알아 버리면 재미없잖아.”
“요리라.”
대승으로 끝났다고는 해도 마로니에 호의 선원들 중에는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이 여럿 있었다.
게다가 어차피 세다니엘에게 약속한 것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최고로 맛있는 녀석으로 만들어 드리죠.”
“그게 정말이야? 호우!”
아무래도 가웨인은 ‘바다뱀’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쁜 것 같았다.
* * *
케인첼은 먼저 미스랄 식칼을 이용해 시 서펜트의 등심을 찰지게 쳐서 잘라 냈다.
워낙 커다란 몸집의 몬스터라 그런지 가장 좋은 부위만 모아도 엄청난 양이었다.
과연 이것으로 무슨 요리를 만들어야 할까?
습관적으로 브릴리언트 로드를 사용하려던 케인첼의 움직임이 갑자기 정지했다.
7성에 도달한 미식 스킬을 믿고, 가장 어울릴 레시피를 직접 생각해 보기로 한 것이다.
케인첼은 시 서펜트 고기를 작게 잘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흐음. 바다뱀은 기본적으로 오리 고기랑 맛이 비슷한 것 같은데. 게다가 기름기는 적으면서 맛이 굉장히 진해. 엄청나게 비리면서 역한 느낌이 드는 것만 어떻게 하면…….’
케인첼의 뇌리에 수십 개가 넘는 레시피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결국 어지럽게 널려 있는 퍼즐의 조각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다.
‘……그래, 시금치야. 고기를 말아서 그 사이에 여러 재료를 넣고…….’
레시피가 정해졌다면 이제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케인첼은 우선 양파를 잘게 잘라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에 볶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살살 뿌려서 간을 해 준다.
이렇게 하면 고기를 구울 때 간이 된 즙이 육질에 스며들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풍미를 내준다.
케인첼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는 가웨인에게 만들고 있는 요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잘 볶아진 양파가 갈색으로 변하면 잣을 잔뜩 뿌려 줄 거예요. 그러면 식감이 아주 좋아지거든요. 그리고 냄비가 꽉 찰 때까지 시금치를 넣어서 볶으면……. 자, 향이 진짜 죽여주죠?”
“으으, 무슨 익힌 시금치에서 뇌가 저릴 정도로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거지? 아직 고기는 굽지도 않았는데 배가 꼬르륵 거리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지금부터 숨이 죽기 시작한 시금치와 잣을 한데 뭉쳐 줄 겁니다. 계란이나 빵가루도 좋지만……. 이번에는 페타 치즈를 써 볼 거예요.”
“크흑, 진짜 끝내주는구만…….”
페타 치즈는 강렬하면서 크림 같은 맛이 난다. 시금치와 함께 잘 볶으면 시 서펜트 고기의 역한 냄새를 대부분 없애 줄 것이다.
“그럼 이제 잘 손질된 시 서펜트 고기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오오! 맞아! 이걸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이기스에서 빠져나올 정도로 커다란 등심살에 먼저 양념을 입혀야 한다.
케인첼은 고기를 반으로 벌려서 소금을 듬뿍 뿌려 주었다. 그리고 후추는 아주 살살.
그리고 여기에 4~5종류의 속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서 오븐에 구워 주는 것이다.
케인첼은 시 서펜트의 강렬한 육향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선택한 향신료를 고기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 가루는 뭐지? 엄청 빨간데?”
“옻 가루예요. 약간 레몬 같은 느낌의 향신료죠. 육향이 강한 고기에 잘 어울려서 주로 육포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미리 옻 가루를 발라 주면 고기에서 농후하고 풍부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이제 냄비에서 걸쭉하게 익은 시금치를 고기 사이에 넣어 줄 차례였다.
속을 한가득 채워 준 후, 내용물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주의하면서 껍질이 위로 가도록 말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굽는 동안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끈으로 잘 묶어 주면 구울 준비가 끝난 겁니다.”
“하아……. 나는 완성을 앞둔 순간이 정말 좋단 말이야.”
“아 참, 고기에서 더욱 좋은 냄새가 나도록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양념을 해 줄 겁니다.”
오븐에 넣기 전에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겉 부분만 살짝 익을 정도로 구워 주는 것이다.
그러면 시 서펜트 고기를 감싸고 있는 기름이 녹아서 안에 있는 재료에 배어들게 된다.
치이이익-!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가웨인이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으음, 냄새가 진짜……. 젠장.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겠군.”
고기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면 드디어 오븐이 등장할 차례였다.
그런데 오븐 옆에 처음 보는 소녀가 서 있었다.
“그게 정말 서펜트 왕의 고기야? 도대체 어떻게 요리를 하면 몬스터 고기에서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는 거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말투는 조금 달라져 있었지만 머메이드인 세다니엘 블랙아니스의 목소리였다.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이곳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웨인과 마로니에 호의 선원들까지 모여 있다.
머메이드의 모습을 노출시키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찾아온 것이란 말인가.
케인첼은 무언가 한마디 해 주려고 세다니엘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것은 머메이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