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화(2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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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이번 고블린 섬멸전에서 ‘세이비어’ 등급을 받은 수련 기사가 나온 거.”
“어? 고블린 섬멸전이면 시니어도 아니고 루키 미션이잖아? 그런데 거기서 세이비어가 나왔다고?”
“그러게 말이야. 올해 루키들 수준이 장난이 아닌 것 같더라.”
“그렇다면 흑색 기사 단장인 쿤담이겠네. 녀석의 재능은 가끔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니까 말이야. 마침 루키 탑이기도 하고.”
“틀렸어. 다른 사람이야.”
“그럼 아벨 카터스? 대대로 황색 기사단에선 탑랭커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기수에는 파란이 일어나는 건가?”
“반만 맞았어. 세이비어 등급은 황색에서 나오긴 했지만 캡틴 아벨은 아니야.”
“그럼 도대체 누가······.”
“케인첼 반 지스타드.”
“무슨 소리야? 농담 해?”
“정말이야 현 루키 랭킹 35위.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하위였던 녀석이 지금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랭킹을 올리고 있어.”
“······사실이면 아주 역대급 사건이네.”
“역대급이지.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
······.
“그 소식 들었냐?”
······.
···.
“친구들. 이게 말이 되는지 한번 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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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클래스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세이비어 등급을 받은 수련 기사가 있다.
그것만 해도 스타니스 기사양성소 전체가 들썩일 사건.
그런데 무려 그 당사자가 3년 동안 단 하나의 레벨도 올리지 못한 열등생 케인첼이었다.
역대급 사건에 대한 소문은 루키 클래스는 물론 시니어와 슈발리에 클래스까지 퍼졌다.
특히나 긴장한 것은 앞으로 랭킹전에서 케인첼을 상대해야 하는 루키들.
랭킹을 올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훈련에서 좋은 평가를 받거나 다른 수련 기사와의 랭킹전에서 이기는 것이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하위였던 케인첼의 랭킹은 세 번의 랭킹전을 거쳐 중상위권이 되었다.
게다가 훈련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고 있었으니 조만간 상위권에 진입하게 되리라.
케인첼의 상승세가 과연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
곳곳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케인첼은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세이비어라······. 처음부터 그런 등급을 받으면 이제 플래티넘 정도로는 만족 할 수 없게 되잖아······.”
케인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경멸과 비웃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경악과 놀라움이 채웠다.
남은 훈련에서 전부 플래티넘 이상의 등급을 받으면 더블 클래스 업이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거기에 세이비어까지 계속 따낸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소드마스터가 되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아무도 해내지 못한 역대급 성과를 계속해서 보여주어야 소드마스터라는 꿈에 닿을 수 있다.
케인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가진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는 중급 검술을 쓰는 녀석들과 경쟁해야 할 거야. 초급 검술만으론 힘들어.’
게다가 세컨드 시즌에 돌입하자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양이 줄어들면 질이라도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케인첼에겐 아직 해제되지 않은 스킬이 두 개나 있었다.
5성급 이상의 창작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브릴리언트 로드.
요리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오러 소드.
‘그것들을 얻기 위해선 적어도 4성급 요리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해.’
결국 어떻게 해서든 요리 실력을 늘려야 한다는 결과가 튀어 나온다.
케인첼은 고든 램볼튼에게 스테이크 굽는 법을 배웠을 때를 떠올렸다.
‘조금 화끈하긴 했지만 폴른 스타 스킬을 얻었고. 뭐든 아주 잘 구울 수 있게 되었어. 그런 가르침이 필요해.’
케인첼은 요리를 하면 검술 레벨이 오른다.
즉 고든 램볼튼은 요리사가 아니라 소드마스터나 다름없다.
그의 가르침을 마음껏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테이크 때처럼 무언가 좋은······.’
그런 생각을 하며 냄비 안에 든 데미글라스 소스demi-glace sauce를 저었다.
최근 케인첼이 인정 받은 것은 검술만이 아니었다.
요리 실력 또한 어느새 소스를 만들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보통 신참이 소스를 다룰 때까지 3년이 걸린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요리를 배운 덕이었다.
데미글라스는 구이에 뿌려 먹어도 맛있고, 육수를 우릴 때도 들어가는 만능에 가까운 소스.
그만큼 만드는 것에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먼저 버터와 밀가루로 브라운 루를 만든다.
그리고 토마토, 와인, 후추와 함께 잘게 빻은 소뼈를 바짝 졸여 브라운 스톡을 만든다.
두 가지를 섞어 약한 불에 오랫동안 우려내면 완성되는 것이 데미글라스 소스였다.
원래는 며칠 동안 끊여야 진한 맛이 우러나지만 양성소에서는 시간 관계상 반나절 만에 완성 시켜야 했다.
그만큼 불 조절이 까다롭고 계속 냄비에 붙어 있어야 한다.
결국 그것은 케인첼의 담당이 되었다.
주방의 총사령관인 고든이 외쳤다.
“면은 언제까지 끓일 셈이냐!”
“죄송합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배식 시간까지 10분 남았다! 서둘러라!”
“예, 셰프!”
“샐러드 나왔습니다!”
“케인첼 경! 소스는 멀었수?”
식사시간 직전의 주방은 그 어떤 전장보다다도 뜨겁다.
케인첼은 마지막으로 소스를 찍어 맛을 본 후 말했다.
“방금 막 완성 되었습니다.”
그러자 보울에 담겨 있는 샐러드를 옮겨 담고 있던 아인켈이 다가왔다.
“어디······, 맛을 좀 봐도 될까요?”
“예. 얼마든지요”
아인켈은 작은 국자를 이용해 딱 알맞게 졸아 있는 소스를 떠 입에 넣었다.
“음, 좋아요! 아주 맛있어요. 빨리 우려내기 위해 화력을 강하게 해야 했을 텐데······. 조금도 타지 않았네요. 정말 잘 만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케인첼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폴른 스타를 이용하면 아주 미세한 온도까지 체크 할 수 있다. 소스가 가장 잘 우러나는 온도를 찾아 그것을 유지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역시 폴른 스타는 쓰면 쓸수록 사기야. 이런 스킬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브릴리언트 로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날이 갈수록 그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데미글라스 소스의 맛을 본 아인켈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주 정석적인 소스에요. 이제는 고기도 잘 굽고, 소스도 만들 줄 알고, 빵도 굽고 전채 요리도 만드실 수 있으니. 한번쯤 코스 요리에 도전해 봐도 되겠는데요?”
코스요리······?
순간 케인첼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그래, 이 방법을 쓰면 고든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어!
그런데 그 작전을 쓰기 위해서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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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기사는 저 멀리 날아간 자신의 검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일격.
그것을 제대로 막지 못해 시작과 동시에 결투가 끝났다.
도전하는 입장이었으면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낮은 랭킹의 소유자.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졌습니다······.”
케인첼은 허리를 숙여 상대에게 예를 표한 후 검을 집어넣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케인첼의 랭킹은 2단계 올라 33위가 되었다.
여기에 고블린 섬멸전에 받은 세이비어 등급이 합산되면 과연 몇 위까지 오를까.
구경하고 있던 수련 기사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벌써 4연승 째 아니야?”
“게다가 또 상대의 검을 날려버려서 끝났어. 도대체 실력 차이가 얼마나 나면 저럴 수 있지.”
“랭킹전이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었으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 랭킹이 17위인데 이러다 다음번엔 내가 케인첼의 상대가 되는 거 아니야?”
대련을 끝낸 케인첼은 연병장 구석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케인첼 경.”
“아, 캡틴. 대련은 끝나셨습니까?”
잘 구운 호밀빵 같은 아마색 머리에 케인첼보다 한 뼘 정도 작은 키. 그렇지만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눈동자가 매력적인 남자 아벨이었다.
“방어전에서 승리해서 여전히 2위다. 기왕이면 도전하는 입장이 되어 보고 싶은데 말이지. 그러는 경은 또 이겼군.”
“예.”
“3연승?”
“4연승입니다.”
“흐음. 정말 깔끔한 일격이었다. 상대의 허를 노려 압도적인 힘으로 무기를 튕겨내더군. 도대체 검을 얼마나 연습하면 그런 공격이 가능하지?”
검을 한번 휘둘러 세 마리의 고블린을 쓰러트리던 남자에게 칭찬을 듣자 묘한 기분이었다.
걸음마보다 검을 먼저 쥔다는 무가 출신에게 인정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아벨은 케인첼의 옆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첫 단체 훈련을 마친 캡틴에겐 스트라이더와 마이스터를 뽑을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예 캡틴.”
기사단의 누구보다 앞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스트라이더는 대부분 랭킹 순으로 뽑는다.
“우리 황색 기사단의 스트라이더는 웨이건 경이 맡아 주기로 했다.”
케인첼이 만든 버터 감자를 아주 맛있게 먹어준 남자였다.
그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웨이건 경이 7위······. 아니, 오늘 랭킹 전에 이겨서 6위구나.’
아벨이 말했다.
“그리고 마이스터는 케인첼 경이 맡아 주었으면 한다.”
순간 케인첼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하, 마이스터를 해 달라고? 그런 요리가 있던가? 잠깐······. 마, 마이스터······?’
스트라이더가 기사단의 검이라면 마이스터는 머리.
캡틴과 함께 기사단을 이끌 작전을 짜며 전술을 연구한다.
무엇보다 마이스터는 기사단의 캡틴과 동급.
다른 단원들은 마이스터에게 존칭을 써야 한다.
“······어째서 그런 중요한 자리를 저에게 맡기시는 겁니까.”
“경에게는 앞으로 받을 훈련이 횟수로 세 번째가 아닌가. 아, 오해하지 말거라. 결코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니까. 고블린 섬멸전에서 잘 써먹지 않았더냐. 경이 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그것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마이스터의 자리라고 생각한다만.”
“······지금까지 그런 제안을 받아 본 적 없습니다.”
“그거야 다들 자존심으로 머릿속이 꽉 막혀서 남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겠지. 나는 앞으로 있을 훈련에서 다른 기사단들을 이기고 싶다. 그리고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벨이 고개를 숙였다.
순간 케인첼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넘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벨 카터스. 루키 랭킹 2위이자 어릴 때부터 무가의 상승 검법을 배운 검의 달인.
그런 남자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올 줄이야.
손이 떨렸다.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설마 마이스터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을 줄이야.
참모진에는 평가에 가산점이 붙는다. 이건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황색 기사단의 마이스터를 맡겠습니다.”
“맡아 준다고? 아하하! 그래, 그래야지. 나는 케인첼 경이 마음에 들었거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단 말이다.”
“······?”
순간 본심이 튀어나온 아벨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크, 크흠······. 케인첼 경······. 이제 앞으로 반년 동안 같은 기사단 소속의 캡틴과 마이스터로 지낼 테니 말을 놓는 것이 어떠냐.”
케인첼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음, 그러니까 친구가 되자 이거지?”
“크, 큼, 크흠! 그래! 너랑 친해지면 저번에 먹었던 버터 감자 같은 것을 또 얻어먹을 수 있을 거 아니야?”
순간 케인첼은 배를 잡고 웃었다.
“풋, 푸하하하! 그러니까 버터 감자가 또 먹고 싶었던 거구나?”
“그래! 뭐, 뭐야. 불만 있어?”
캡틴을 맡아 항상 근엄하게 말하던 아벨이 말을 놓자 매우 귀여웠다.
“아벨.”
“왜?”
“너 혹시 먼 친척 중에 램볼튼이란 성 가지고 있는 사람 있지?”
“······그거 무슨 뜻이야?”
“아니. 그냥 좀 느낌이 비슷해서.”
그날 훈련을 마친 케인첼은 아벨과 웨이건을 불러 버터 감자를 만들어 먹었다.
기사 양성소에 들어온 지 3년.
처음으로 동료······. 아니, 친구가 생겼다.
야생의 가르침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