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2)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2화(26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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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다니엘은 눈을 빛내며 접시 위에 소복이 담겨 있는 크라켄 샐러드를 바라보았다.
선명한 녹색의 채소 위에 붉은빛이 도는 칠리소스를 듬뿍 뿌리고, 그 위에 콩과 구운 크라켄을 얹은 요리였다.
“그럼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우걱우걱, 음……! 크흑! 너, 너흐 마히써.”
성질이 급한 가웨인은 벌써부터 입이 터지도록 구운 크라켄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세다니엘 또한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와삭.
아삭아삭.
루콜라는 싱싱하면서 씹는 맛이 좋은 쌉싸래한 야채였다.
거기에 매콤한 칠리소스가 더해지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인 맛이 났다. 갑자기 매운 것을 먹어서인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세다니엘은 혀를 내밀며 손바닥을 파닥거렸다.
“……매워.”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평소라면 한 입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뱉어 버렸을 음식이다.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맛있게 느껴졌다.
부드럽게 익힌 콩이 자극으로 달아오른 혓바닥을 달래 주었고, 그래서인지 자꾸만 먹게 된다.
이번에는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켄 구이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파삭-!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은 쫄깃했고 속살은 부드럽다.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신기한 식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구우면 하나의 식재료가 이렇게 다른 두 가지 느낌을 낼 수 있는 거지.”
처음에는 기름기가 많아서인지 조금 느끼하다 싶었다.
그렇지만 듬뿍 뿌린 레몬즙이 입 안의 기름기를 말끔하게 씻어 준다.
거기에 더해 매콤한 칠리소스가 크라켄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아아, 이건 너무 맛있잖아…….”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는 레인이 동의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크라켄의 살이 이렇게 야들야들한지 몰랐어요. 게다가 숯불 향이 배어들어서 진짜…….”
“그렇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되지. 시 서펜트 고기가 또 맛이 농후해서 진짜 맛있거든. 아아, 빨리 먹고 싶다.”
케인첼은 크라켄 샐러드를 전부 먹어 치운 이들에게 달콤한 향이 풍기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 전에 크라켄 회도 한 번 먹어 봐.”
“……뭐? 크라켄 회라고?”
케인첼이 내민 접시에는 예술적인 칼 놀림으로 얇게 저민 크라켄 회가 소복하게 담겨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하얀 꽃잎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열 개의 다리를 지닌 대형 몬스터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미리 마리네이드 해 둬서 먹기 딱 좋을 거야. 남은 칠리소스에 찍어 먹어 봐.”
“……끄응.”
아무리 품고 있는 독을 제거했다고 해도 몬스터를 생으로 먹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야 말았다.
보통 오징어는 죽으면 살이 뿌옇게 변한다. 그것은 크라켄 또한 마찬가지. 그렇지만 신선도 회복을 사용하자 반대편이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변했다.
꼴깍.
세다니엘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크라켄 회를 한 점 집어 칠리소스를 듬뿍 찍었다.
“……냠.”
약간 끈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 있는 식감이 느껴졌다.
크라켄 구이보다 훨씬 쫄깃쫄깃했다.
꼭꼭 씹었더니, 진한 맛이 우러난다. 그녀는 바다 속에서 사는 머메이드. 생선을 생으로 먹는 것에는 익숙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별미였다.
세다니엘이 크라켄 회를 먹는 것을 본 머메이드들이 앞다투어 접시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행복한 비명을 토해 냈다.
“아아……. 어쩜 이렇게 탄력 있으면서 씹을수록 묘한 감칠맛이 우러날까.”
“탱글탱글거리는 식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크라켄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의태로 몰래 다가가서 다리라도 하나 떼서 먹어 볼 걸 그랬어요!”
“……얘, 너 그러다 죽어.”
결국 접시에 가득 쌓여 있던 크라켄 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케인첼은 그 뒤로도 머메이드들에게 계속해서 몬스터 요리를 가져다주었다.
커리로 맛을 낸 시 서펜트 가슴살 구이가 등장할 때는 조용하게 크라켄 회를 먹고 있던 레인까지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였다.
“어떻게 해, 냄새가 너무 좋아요!”
“이게 일족을 그토록 괴롭혔던 시 서펜트의 고기란 말이지? 육즙까지 남기지 않고 전부 먹어 치워 주겠어!”
결국 배가 불러서 헥헥거릴 때까지 그녀들의 식사는 끝나지 않았다.
“으아, 너무 잘 먹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죽을 것 같아요……. 우, 우욱…….”
“그러게 적당히 먹었어야지.”
“그렇지만 입에 넣은 순간 멈출 수 없었단 말이에요.”
“……인정.”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녀들의 피부가 이상할 정도로 맨질맨질하게 변해 있었다.
케인첼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신음을 흘렸다.
‘이건…….’
[6성급 요리 ‘크라켄의 특성이 담긴 특제 샐러드’를 먹은 손님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손님들에게 일시적으로 라텍스(Latex) 상태가 적용됩니다.]“미안하지만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그런데 한 대만 때려 봐도 될까?”
“으, 으응? 무, 무슨 소리야?”
“몬스터 요리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려는 거야.”
“아……. 그러니까 가웨인 씨가 엄청난 속도로 헤엄쳤던 것처럼 말이지? 설마 몬스터마다 효과가 다른 거야?”
“아마도.”
“알았어. 대신 너무 세게 때리면 안 된다.”
케인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다니엘의 이마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오히려 케인첼의 손가락이 튕겨져 나왔다.
세다니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뭐야? 조금도 아프지 않은데?”
오히려 세다니엘의 이마를 때린 케인첼이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졌을 정도였다.
‘라텍스……. 이건 금강불괴와 비슷하면서 다르네.’
금강불괴는 코카트리스로 만든 양념치킨을 먹으면 발동한다. 동시에 어떤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강철의 몸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라텍스는 단순히 충격이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튕겨 내고 있었다.
라텍스의 능력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피부의 신축성도 좋아져서 잡아당기면 쭈욱 하고 늘어난다.
전부 크라켄이 가지고 있던 특성이었다.
케인첼의 뇌리에 다리에서 엄청난 전기를 뿜어 대던 크라켄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끈적끈적한 체액이 감전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능력까지 있으면 라텍스는 말 그대로 최강의 갑옷이 되겠군.’
이차원 주머니 안에는 잘 손질된 크라켄 살이 산더미만큼 들어 있다.
잘만 사용하면 그 어떤 몬스터 요리도 해내지 못한 기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느낀 것은 세다니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단해! 이거만 있으면 어떤 천적을 상대로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라텍스의 놀라운 능력에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레인이 입을 열었다.
“설마 크라켄의 기운을 요리에 담을 수 있는 겁니까……. 족장님이 동맹을 맺은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어느새 레인을 중심으로 머메이드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기에 찾아온 이유를 밝힐 시간이었다.
레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쉘터의 위치를 들킨 것 같습니다. 크라켄을 필두로 리자드맨 같은 여러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어요. 다행히 의태를 사용해서 전원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보관 중이던 엘릭서는 미처…….”
그러자 세다니엘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헤헹.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나올 때 엘릭서를 전부 챙겨 왔지. 뭐, 몇 개는 사용했지만 말이야.”
“……족장니임?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엘릭서의 외부 반입은 금지한다고 말이지요!”
“덕분에 적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잖아. 하여간 사소한 일은 넘어가도록 하자. 그럼 지금 자리에 없는 애들은 전부 죽은 거야?”
“멋대로 죽이지 마십시오……. 그저 큰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일 뿐이니까요.”
“다행이네. 아하하.”
머메이드 일족은 바다 속 깊은 곳에 있는 쉘터에 몸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습격으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세다니엘은 애써 밝은 척했지만 눈동자에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다.
“하여간 안드라스의 에이전트를 상대하는 것을 돕는다는 약속은 지키도록 할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쉘터를 습격한 게 몬스터의 연합이라는 점이 신경 쓰여.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적이 엘릭서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도 같은 생각이다.”
만약 엘릭서가 에이전트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몬스터를 수족처럼 부리는 것만으로도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엄청난 재생력까지 가지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결국 세다니엘은 물론 나머지 여덟 명의 머메이드까지 한배에 타게 된 셈이다.
“그런데 세다니엘. 이번 일이 끝나면 갈 곳은 있는 거야?”
“아니. 뭐, 바다는 넓으니 더 좋은 곳을 찾아봐야겠지.”
“……분명 머메이드는 해산물이 주식이라고 했지?”
“응. 다들 물고기 잡는 데 선수야.”
케인첼의 눈동자에 묘한 이채가 떠올랐다. 머메이드 일족은 숨어 지낼 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 아주 적당한 곳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잔뜩 하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케인첼의 시커먼 속을 알 길이 없는 세다니엘은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 * *
밤이 늦었는데도 마커스는 카우보이 오클랜드 지부를 떠나지 못했다.
접수원이 그레이에게 B급 몬스터의 토벌 의뢰를 내주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커스는 반사적으로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얼간이 자식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보고를 했어야지! 크라켄 토벌은 다른 지부에서 지원이 오면 하려고 했던 거란 말이다! 그런데 뭐? 그레이와 그린을 보냈다고? 젠장, 첫 의뢰를 B급으로 주는 지부가 어디 있어! 소문이 퍼지면 완전 바보 취급을 받을 게 뻔하다고!”
“그러니까 지부장님께서……. 원하는 의뢰를…….”
“그것도 정도가 있는 거야! 아, 진짜……! 오랜만에 쓸 만한 카우보이가 입단했다고 생각했더니만……. 하여간 지금 당장 더글라스 보안관에게 연락해! 얼빠진 오크 두 명이 가니까 알아서 뒤를 좀 봐 달라고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온 소식은 마커스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토벌 대상인 몬스터가 항구를 습격하고 있었던 것은 우연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오크들이 지원도 기다리지 않고 바다로 뛰어들었단다.
“……그런데 뭐? 크라켄을 압도했다고? 게다가 바다 위를 날아다니기까지 했고? 그게 도대체 무슨 멍멍이 소리야?!”
급기야 두 오크는 도망치는 크라켄을 쫓아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몰래 뒤를 따라가 보는 건데.
“젠장! 크라켄이 빈사 상태였다지? 젠장,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나쁜 꿈이라면 어서 깼으면 좋겠다…….”
과연 사라진 오크들은 무사히 크라켄을 잡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강한 것일까.
물론 마커스 또한 몇 시간 동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오클랜드 근방의 오크들 중에 그레이와 그린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을 수 있다.
전령에게 은화를 듬뿍 들려서 보냈으니 무언가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때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접수원이 들어왔다.
“지, 지부장님! 왔습니다!”
“뭐야.”
“그러니까 토벌을 떠난 오크들이 돌아왔습니다!”
마커스의 눈이 커졌다. 설마하니 기다리던 전령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올 줄이야.
그렇지만 크라켄의 행방 또한 미칠 것처럼 궁금했다.
“……거기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내가 당장 나가 보도록 하지.”
접수대로 가자 짠 내가 확 하고 풍겼다. 마커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두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 그, 그건…….”
그레이가 들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확실하게 거대 몬스터의 눈알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접수실이 꽉 찰 정도로 커다란 지느러미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짠 내는 바로 거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커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설마 겨우 두 명이서 크라켄 토벌에 성공했을 줄이야.
“오크, 몬스터 잡아 왔다. 오크 돈 받는다.”
“……물론 줘야지.”
마커스가 턱을 움직이자 접수원이 금고에서 금화가 가득 담긴 주머니를 꺼내 주었다.
“세 봐라. 정확히 82골드다.”
“감사, 압도적 감사.”
반나절 만에 벌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거금이었다.
크라켄은 원래 몇 개 지부의 베테랑 카우보이와 보안관이 힘을 모아 토벌하기로 되어 있는 몬스터였다. 보상이 다른 것에 비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마정석은 따로 챙겨 오지 않았나. 대형 몬스터의 것이라면 제법 비싸게 거래된다. 정산금으로 20골드 정도는 더 줄 수 있다만.”
“오크 몬스터 쓰러트렸다. 증거로 눈알 가져왔다. 문제없다.”
“……쳇. 그 비싼 마정석을 버려두고 온 건가. 아무래도 카우보이의 소양에 대해 좀 배워야겠군.”
마커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크라켄마저 간단히 쓰러트릴 정도의 실력을 가졌으면서 마정석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니.
오클랜드에 나타난 플라잉 오크의 소문은 분명 순식간에 아르곤 전체에 퍼져 나갈 것이다.
그 전에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두 오크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그렇지만 마커스의 고민은 그다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오크 몬스터 더 잡아 왔다.”
“……다른 몬스터라고?”
“뱀. 크다.”
순간적으로 마커스의 눈동자가 몇 배로 부풀어 올랐다. 어째서인지 시 서펜트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크라켄을 잡을 정도로 강하다 해도 시 서펜트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다.
괜히 바다의 패왕이나 해신 같은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디서 멍 때리고 있던 리저드맨이라도 몇 마리 잡아 온 것이겠지.
그렇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레이는 그의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난 오크였으니까.
“그래서 잡아 온 다른 몬스터는 어디 있지.”
“밖.”
마커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창문을 열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대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