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3)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3화(26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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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쓰게 웃었다.
마커스는 오랫동안 오클랜드 카우보이 지부를 총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고작해야 몬스터의 사체를 보고 정신을 잃은 것이다.
엄청난 추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눈을 퍼렇게 뜨고 있는 ‘시 서펜트’를 보게 되면 대부분이 같은 반응일 것이다.
다행히 바로 정신을 차린 마커스가 한발 늦은 비명을 질렀다.
“으, 으아아악 지, 지, 진짜로 시 서펜트가 있잖아?!”
그나마 반사적으로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든 것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마커스는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창밖에 있는 것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결코 착각이나 환상 따위가 아니다. 몇 번을 확인해 보아도 시 서펜트가 확실하다.
게다가 방금 잘라 낸 것인지 절단면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케인첼은 마치 뒷산에서 토끼라도 사냥해 온 것 같은 가벼운 말투로 설명을 해 주었다.
그것을 전부 들은 마커스가 탄식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도망치는 크라켄을 쫓다 보니 녀석의 둥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 상처를 입은 바다뱀이 있어 겸사겸사 토벌을 해 왔다 이건가?”
“오크, 몬스터 잡아 왔다. 보상 원한다.”
마커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설마 첫 번째 의뢰에서 A급 몬스터를 잡아 올 줄이야.
물론 오크의 말을 무턱대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눈앞에 토벌에 성공한 시 서펜트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지 않은가.
“사실대로 말하도록 하지. 미안하지만 지금 오클랜드 지부의 자금 사정으로는 시 서펜트 토벌에 대한 보상을 해 줄 수가 없다. 허나 딱 열흘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그러면 내 책임지고 방금 전에 받은 돈의 열 배를 주마.”
케인첼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 금화를 대충 헤아려 보며 히죽 웃었다.
“오크, 금화 많이 받는다. 천 개 받는다.”
“……그래, 확실하게 그 정도는 챙겨 주도록 하지.”
천 골드라면 E~D급 몬스터를 수천 마리 잡아도 벌기 힘든 거액이었다.
그렇지만 시 서펜트는 연방 정부가 공적으로 정한 몬스터.
토벌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부의 위상은 한 단계……. 아니, 세 단계는 족히 오를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뱃사람들이 한결 안심하고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오클랜드는 분명 아르곤 최대의 항구 도시로 이름을 날리게 되리라.
그것을 생각하면 마커스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다만 덤으로 잡았다고 하면 모양이 좋지 않으니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보는 것이 어떤가. 예를 들면 몬스터의 습격에 고통받는 뱃사람들을 위해 토벌에 나섰다는 식으로 말이지.”
“오크 어려운 것 모른다. 알아서 해라.”
“하하, 알았다. 나만 콱 믿고 있어라. 내가 자네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마.”
마커스는 그레이가 앞으로 역사에 남을 위대한 카우보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자신은 영웅을 키워 낸 명장이 되는 것이다.
케인첼은 묘한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마커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계획대로 시 서펜트가 죽은 사실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공표되겠군.’
이제 남은 것은 오클랜드에 나타난 시 서펜트 슬레이어의 명성이 퍼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 * *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케인첼의 몬스터 토벌이 시작되었다.
먼저 게시판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의뢰서를 훑어보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접수원이 다가와 손바닥을 비벼 댔다.
“토벌에서 돌아오신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시는 겁니까?”
“오크, 돈 번다. 아주 많이 번다.”
“하하, 지부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지요. 하여간 지부장님께서 오늘부터 로드 카우보이로 대우해 드리라고 하더군요. 로드 그레이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입니다.”
로드(Load).
최고의 실력을 지닌 카우보이에게 붙는 칭호였다.
토벌 의뢰의 수수료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달 일정량의 돈을 받는다.
원한다면 거주 구역에 집까지 지어 준다.
원래라면 적어도 백 개 이상의 의뢰를 수행해야 로드 카우보이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최대한 대우를 해 줄 테니 제발 정착해 달라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 서펜트를 겨우 두 명이서 쓰러트렸다는 말에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접수원은 게시판 중앙에 있는 의뢰서를 뜯어내며 말했다.
“지금 들어와 있는 의뢰 중에서 가장 보상이 높은 녀석입니다. 대상 몬스터는 B급인 블랙 트롤이지만 세 마리가 몰려다닙니다. 그래서 검은 삼연성이라고 불리는데…….”
그의 입에서 의뢰에 필요한 정보가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여러 마리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플러스 등급이 붙게 되는데 보상이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케인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게시판의 왼쪽 위를 가리켰다.
“오크, 한다. 이것부터…….”
“예? 그건 리저드맨 토벌 의뢰 아닙니까? 로드 그레이가 맡기에는 보수가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만.”
“……여기까지 전부.”
그리고 게시판 중앙에 있는 모든 의뢰서를 뜯어내서 접수원에게 내밀었다.
그 숫자만 해도 스무 장이 넘었다.
대부분 다른 카우보이들은 손도 대지 못한 위험한 몬스터뿐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몬스터라면 몰라도, 선더버드는 제외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놈은 전기를 뿜어 대는 거대한 새인데 매우 위험합니다. 대공 공격이 가능한 발리스타나 투석기가 없으면 상대하기 힘듭니다.”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듀렌달을 꺼내 보였다.
“오크, 강하다. 검만 있으면 충분하다.”
접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사자가 원한다는데 어쩌겠는가.
게다가 눈앞에 있는 것은 무려 시 서펜트까지 토벌한 실력자다. 만약 인간이었으면 로열 나이츠도 될 수 있는 남자였다.
지부를 나온 케인첼은 의뢰서를 가웨인과 절반씩 나눴다.
“그런데 나는 왜 대부분 벌레형 몬스터인 거지? 그 선더버드인지 뭔지는 브리타니아에서는 볼 수 없는 몬스터잖아. 내 경천동지가 어디까지 통하는지 시험을…….”
“그랬다간 먹지도 못할 정도로 박살 날걸요.”
“아……!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나눈 거야?”
케인첼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웨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몬스터를 썰어 버리러 길을 떠났다.
양질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도축 과정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의뢰서에는 몬스터가 주로 출몰하는 장소에 대해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것을 따라 반나절 정도 가자 레드우드라 불리는 숲에 도착 했다.
‘여기에 나오는 몬스터는 선더버드와 검은 삼연성인가. 우선 전기 새부터 잡아 보도록 할까.’
끼루루룩!
녀석은 무려 네 장이나 되는 날개를 지닌 송아지만 한 새였다. 비룡종(飛竜種) 중에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깃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격은 무시무시했다.
보통은 숲의 심층부까지 가야 만날 수 있는 몬스터. 그런데 이제 겨우 초입일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벌써 나타난 것일까?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도끼로 나무를 베고 있던 남자들의 비명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젠장, 선더버드다!”
“뭐야? 숲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안전하다고 했잖아?!”
“우, 우린 다 죽었어……!”
레드우드 숲은 선더버드의 서식지라 사람의 출입이 뜸한 오지가 되었다. 그래서 울창한 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라 있다.
나무꾼들은 그것을 노리고 벌목을 하러 온 것이다.
케인첼은 비명을 지르는 나무꾼에게 다가가 만약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크라켄 구이를 내밀었다.
“먹어라. 그러면 번개에 맞아도 괜찮을 것이다.”
“오, 오크……?! 누, 누가 오크 따위가 준 음식을 먹을 줄…….”
“안 먹으면 죽는다.”
크라켄은 갓 구운 것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버터를 듬뿍 발라서인지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나무꾼은 선더버드가 머리 위를 선회하고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끅. 에라 모르겠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니…….”
큼지막한 덩어리를 뜯어내 입에 넣자, 쫄깃한 껍질의 맛이 느껴진다.
버터를 듬뿍 발라 구워서인지 고소하면서도 살짝 짭짤하다. 천천히 씹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 이것 참 맛있군. 자네도 먹어 봐. 이거 진짜 맛있어.”
“그게 정말인가?”
“……지, 진짜다! 쫄깃하면서 짭짤한 게 엄청 맛있어! 그런데 이상하게 맥주가 먹고 싶어지는 맛이네.”
그렇게 세 명의 나무꾼이 무엇에 홀린 것처럼 크라켄 구이를 입에 집어넣은 순간이었다.
번쩍하는가 싶더니 선더버드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은 먹이를 몸에서 나온 전기로 구워 먹는 습성이 있다.
전기의 무서운 점은 직격당한 사람의 근처에만 있어도 똑같이 감전을 당한다는 것이다.
6서클 전격마법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과 똑같은 능력인 셈이다.
그렇지만 나무꾼들의 몸은 멀쩡했다. 작은 그을림조차 생기지 않았다.
“……어? 분명 번개를 맞았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선더버드가 고장 난 건가?”
“서, 설마 오크가 준 이상한 고기가 정말…….”
나무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느긋하게 대답해 주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선더버드는 전신의 근육에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그 양은 무한하지 않다. 만약 한계까지 소모한다면 육질이 나빠진다. 그 전에 깔끔하게 해치워야 하는 것이다.
선더버드가 두 쌍의 날개를 퍼덕거리며 또다시 전격을 뿜어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케인첼의 양손에서 수십 가닥의 파스타가 튀어나와 선더버드의 전신을 감쌌다.
“피쉬 앤드 칩스……!”
끼루루룩-!
그와 동시에 열네 개의 검격이 바람을 뚫고 선더버드의 몸에 작렬했다.
* * *
한 달이 지나자, 그레이와 그린의 이름은 오클랜드 근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마커스가 원하는 것처럼 영웅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소문 들었나. 그레이가 드디어 오우거 로드를 해치웠다던데.”
“허, 녹색 숲의 지배자라 불리는 녀석을 말인가?”
“그뿐만이 아닐세. 어제는 중부대로의 골칫덩어리라는 자이언트 샌드 웜까지 단신으로 쓰러트렸다고 하더군.”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하구먼.”
“하아, 몬스터가 줄어서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좋은데 말일세. 아무래도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겠네.”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잘 생각해 보게나. 괜히 노예들이 헛바람 들어서 탈주라도 하면 자네 역시 곤란하지 않나. 옆 마을 농장에서는 카우보이가 되겠다며 젊은 오크 몇 마리가 도망쳤다더군. 고얀 것들. 먹여 주고 입혀 준 은혜도 모르고…….”
뒷골목에 숨어서 농장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케인첼이 쓰게 웃었다.
저래서야 가축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오클랜드 지부에서도 느꼈지만 오크 노예의 취급은 생각보다 더 나빴다.
개굴-
그때, 케인첼의 발 언저리에서 정체불명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구리는 폴짝하고 뛰어오르더니 케인첼의 왼쪽 어깨에 내려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대한 전사 로드 그레이. 대족장 올 탈무스 님의 전언을 가지고 온 주술사 로이텐이라고 합니다.”
오크족 주술사는 몸을 개구리로 바꿀 수 있다.
물론 밟아 죽인다고 해도 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만을 개구리에 옮긴 것으로 빙의의 일종이었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전령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