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4)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4화(2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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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갈망
로이텐은 근처에 숨겨 둔 와이번으로 케인첼을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덤으로 그의 본체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타십시오, 로드 그레이.”
“오크 와이번 탄다.”
그러자 로이텐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낙인(烙印)에서 풀려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스틱 아츠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증거 아니겠습니까.”
“오크 어려운 말 모른다.”
“그냥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자세한 이야기는 대족장님에게 듣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로이텐은 유창한 공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오크 노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외모와 진한 회색 피부만 아니었으면 인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카락도 저랬지.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건가.’
그것은 이제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케인첼과 오크 로이텐을 태운 와이번이 천천히 날갯짓을 시작했다.
반나절가량을 날아가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돌과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엄청난 규모의 협곡이었다. 그 사이로 작은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애초에 와이번을 타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는 장소였다.
“이곳은 원래 불길약탈자 부족의 거주지였습니다. 그렇지만 낙인에서 벗어난 올 탈무스께서 근방에 있는 열두 부족을 통합하는 것으로 대족장의 자리에 오르셨지요.”
오크 부족을 내려다보고 있던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명백히 몬스터로 보이는 것을 불에 구워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역시 몬스터를 사냥해서 식량으로 삼고 있어.’
와이번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녹색 피부의 오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불길약탈자 부족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젊은 전사 그레이. 본좌가 일족의 대족장 탈무스다.”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근육 때문에 입고 있는 갑옷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몸 또한 케인첼보다 두 배 이상 컸다.
대족장 탈무스는 눈가에 있는 약간의 주름살을 제외하면 이상할 정도로 카락과 닮은 남자였다.
“그레이입니다.”
그러자 탈무스의 옆에 도열해 있던 전사가 흉흉한 살기를 뿜어 대며 고함을 내질렀다.
“무엄하다! 감히 대족장님의 앞에서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있다니! 예의를 지키도록 해라!”
들고 있는 도끼를 들어 올리는 것이 수틀리면 그대로 찍어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청난 호전성이었다.
“그만해라. 인간 사이에 섞여 지내던 이에게 어찌 부족의 율법을 바라는가.”
“……허나 저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본좌가 그만하라고 하잖느냐!”
“죄, 죄송합니다…….”
탈무스는 흥미롭다는 듯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살기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하여간 인간들 사이에서 지냈으니 일족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겠군. 대륙에 있는 백 개가 넘는 부족 대부분이 노예로 전락했다. 그 사실에 조금이라도 원통함을 느낀다면 본좌와 함께 싸워 주었으면 한다. 미스틱 아츠의 사용자라면 대전사의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실력자. 신성한 의식을 치른 후 정식으로 일족의 전사가 되어라.”
“의식이라면 결투를 말하는 겁니까?”
“잘 알고 있군. 힘이야말로 곧 율법이다. 강자가 위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원래라면 내 아들 카락이 그대의 실력을 시험해 봐야 하지만 녀석은 큰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대신 아브힘이 상대를 해 줄 것이다.”
그러자 탈무스의 옆에 부복해 있던 전사가 고개를 들어 케인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저러는 것도 당연한가.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애송이를 요직에 앉히려고 하는 거니까.’
결국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전사 아브힘과의 대련에서 이겨야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진검 승부를 했지만 그러다 소중한 전사가 다치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니 종목은 맨손 전투로 하겠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아브힘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러의 사용에 능숙하군. 과연 대족장이 곁에 둘 정도의 실력자야.’
아브힘이 외쳤다.
“주먹으로 싸운다고 해서 좋아하지 마라! 나 또한 머지않아 대전사가 될 몸이다! 애송이를 상대하는 데는 맨손이면 충분하다!”
목소리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그의 주먹이 뻗어 나왔다.
오러로 인해 강화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무기를 들지 않아도 흉기나 마찬가지.
직격당한다면 근육을 찢고 뼈를 부수고도 남는다.
게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그 잔상조차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인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오크이기에 가능한 공격.
그것이 케인첼의 복부에 꽂혔다.
퍼억……!
손끝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과 함께 짜릿한 손맛이 느껴진다.
아브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운 좋게 미스틱 아츠를 각성했다고 해도 상대는 애송이. 지금까지 겪은 전투의 단위부터가 다르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정확히 복부를 공격당했는데도 조금도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음?”
그제야 아브힘은 상대의 손바닥에 은은하게 오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막아 낸 것이다.
어디를 공격할지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서는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아브힘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이게 무슨…….”
“이번엔 이쪽에서 가겠습니다.”
케인첼은 진각을 밟으며 단숨에 아브힘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명백하게 속도는 아브힘 쪽이 위다.
머메이드의 능력 덕분에 겉모습은 오크가 될 수 있었지만, 알맹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타고난 신체 능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케인첼 또한 보통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퍽.
방금 전과 비교하면 1/5도 되지 않을 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브힘이 느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끄, 끄억……!”
마치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것 같은 고통.
그저 스치듯 한 대 맞았을 뿐인데 두꺼운 근육을 뚫고 충격이 내장까지 전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아브힘 또한 계속해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억지로 어깨를 비틀어 케인첼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케인첼은 얼굴을 노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자세를 낮추고 계속해서 아브힘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 퍼퍽! 퍼어억!
살짝 스쳤을 뿐인 공격에 피부가 쩍 갈라지며 피가 튄다.
‘신체 능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그것뿐이야. 게다가 힘과 속도는 멜리오트가 한 수 위였고.’
쓸데없이 힘의 소모가 크다. 그것이 아브힘의 전투 방식에 대한 케인첼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저 팔을 앞으로 뻗을 뿐인데 전신의 근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까?
조미료와 오러는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더블 부스터는 오러의 사용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준다.
“……흐음.”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두 오크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탈무스의 입에서 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브힘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일족 최강의 전사 중 한 명이다.
그저 벽을 넘지 못해 미스틱 아츠를 각성하지 못했을 뿐, 그 실력은 대전사 못지않다.
그런데 저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시종일관 새파랗게 젊은 전사의 공격에 농락당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힘의 배분에 있어서는 아브힘보다 몇 수 위군. 얼마나 많은 실전을 겪어야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거지.”
“크악!”
이번에는 아브힘의 안면에 케인첼의 주먹이 작렬했다.
더블 부스터로 어깨 근육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은 엄청났다.
아브힘은 볼품없게도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받아들인 결투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당하기만 할 줄이야.
지켜보고 있던 전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맨손으로도 저 정도 차이가 나고 있었다. 만약 검을 들고 하는 전투였으면 일격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아브힘은 코피를 뚝뚝 흘리며 고함을 질렀다.
“아직이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 덤벼라, 애송이!”
결국 보다 못한 탈무스가 나서야 했다.
“아니, 여기까지다.”
“대, 대족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오크의 실력 차이는 어린아이라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했다.
이대로 싸워 봐야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을 뿐이다.
탈무스는 입맛을 다시며 아브힘의 패배를 선언했다. 만약 카락이 무사했다면 훨씬 좋은 승부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오크에게 있어서 강자가 위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는 신분도 출신도 필요가 없었다.
“지금부터 올 탈무스의 이름으로 선포하겠다! 일족의 젊은 전사 그레이에게 대전사 ‘그란’의 칭호를 수여한다!”
“대, 대전사?!”
“저 새파랗게 젊은 전사에게 말입니까?”
“불만이 있는 자는 앞으로 나와 명예로운 의식에 따라 결투를 신청하라!”
“…….”
그들은 아브힘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얻어터지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보았다.
결국 그 뒤로 불만을 입에 담은 오크는 하나도 없었다.
* * *
설마 이렇게 간단히 오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줄이야.
그만큼 겉모습을 바꾸는 머메이드의 ‘의태’가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주술사 로이텐마저 눈앞에 오크의 가죽을 뒤집어쓴 인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다.
탈무스는 케인첼의 실력이 만족스러운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젊은 전사인 그대에게 ‘그란’이라는 무거운 칭호를 내린 것을 양해해다오. 비열한 인간 소드 마스터와의 싸움으로 내 아들 카락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일족에게는 강한 전사가 필요하다.”
‘그 인간이 바로 여기 있지 말입니다.’
케인첼은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고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만약 들켰다간 오크 전체의 공적이 될 것이다. 가웨인을 오클랜드에 두고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낙인이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크크큭, 이것 참 미안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설명하지 않고 있었군.”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그것을 직감한 케인첼은 탈무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어째서 한때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오크가 이렇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해야겠군.”
그것은 예전에 엘리자베스를 통해 대략적으로 들은 내용이었다.
따르는 신을 잃은 오크는 특유의 호전성을 잃어버리고 명령에 거역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것을 낙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강한 몬스터와 싸우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약한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왔지. 그렇지만 지금부터 십오 년 전. 일족에게 대격변이 찾아왔다.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탈무스가 손짓을 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크가 커다란 칼을 들고 왔다.
“살이 통통한 자이언트 토드를 좀 구워 봤는데 먹겠나.”
“……사양하겠습니다.”
“그럼 우리끼리 먹도록 하지.”
탈무스는 화덕에서 구워지고 있는 커다란 개구리 몬스터를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오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직접 잡은 몬스터를 불에 구워 함께 먹는 것. 바로 이것이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케인첼의 눈이 커졌다.
설마 잊힌 신과의 연결 고리를 잠시나마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요리였을 줄이야.
탈무스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대륙 전체를 지배했던 오크가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군.”
고기를 불에 굽는 것으로 연기의 형태로 신에게 재물을 바칠 수 있다고 한다.
케인첼은 자이언트 토드 통구이를 바라보며 비숍에게 들은 훈제의 원리를 떠올렸다.
불은 그 자체만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다.
나무가 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여러 복합적인 물질에 불이 붙는 것이다.
신선한 버찌나무를 잘라서 고기를 구우면 은은하게 버찌 냄새가 난다.
그것 또한 과일 향을 내는 화합물이 나무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익히면 수천 가지의 화합물이 생성되고, 그래서 더 복잡해진 맛이 배어들게 된다.
그 전부가 오크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종교 의식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럼 어째서 노예가 된 오크들을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겁니까? 고기를 구워서 나누어 먹으면 그들의 낙인도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불의 요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더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전체의 약 2할뿐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해도 구할 수 없었다.”
탈무스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그리고 대전사가 되었기에 들을 수 있는 일족의 비밀을 입에 담았다.
“그때 악마 대공 안드라스가 접촉을 해 왔다. 자신에게 협력하는 것으로 신에게 바칠 나머지 제물의 요리법을 알려 주기로 했지. 남은 일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놈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허나 걱정하지 마라. 모든 죄는 내가 짊어질 것이다. 그것이 대족장인 내게 주어진 숙명이니까.”
수만이 넘는 오크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한데 모여 기묘한 모양을 만들어 냈다.
오크들이 타오르는 것 같은 호전성을 가지게 된 것은 불의 요리를 입에 댔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잠깐……. 불은 연금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4대 원소의 일부잖아?’
거기에는 불을 제외하고도 물, 바람, 흙이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오크들이 말하는 잊힌 신이라는 것이…….
“탈무스 님,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만약 나머지 세 가지 요리법을 알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영혼이라도……. 서, 설마, 그란 그레이. 자네가 그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어쩌면 안드라스를 상대할 말도 안 되는 돌파구를 발견한 것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