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5)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5화(27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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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비숍. 여기부터는 네가 나서야 할 차례인 것 같은데.’
그러자 슬라임 호문쿨루스 비숍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물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정신이 이어져 있는 케인첼뿐이었지만 말이다.
― 크크큭. 설명이라. 그 정도는 이 몸에게 아주 간단한 일이지. 한동안 불러 주지 않아서 심심했다, 파트너. 하여간 오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명쾌하게 해 주도록 하마.
‘부탁할게.’
비숍은 가끔 제멋대로 사타구니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믿음직스러운 파트너였다.
케인첼은 비숍이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이야기에서 살을 적당히 제거한 다음 탈무스에게 전했다.
“최초의 연금술사 필리우스 아우레올루스 테오플라스투스 봄바스투스 폰 호엔하임은 이 세상이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발음하는 것조차 힘들고 긴 이름에 탈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군.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자인가?”
“아닙니다. 그는 대략 오천 년 전에 인간의 몸으로 반신의 경지에 올라 지금도 대현자로 불리고 있는 남자입니다. 그 후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요.”
탈무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오크답지 않게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의심스러운 것 같았다.
“도대체 자네는 어떻게 일족의 주술사들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그건…….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는 아주 어릴 적에 인간 연금술사에게 노예로 팔려 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실험체로 살아왔습니다.”
“어허, 그게 정말인가? 그럼 미스틱 아츠를 각성한 이유가…….”
“인간들 속담 중에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자가 노예를 사들여서까지 만들고 있던 물건은 오러를 느끼기 쉽게 만들어 주는 보조 도구였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보자면 고마울 뿐이죠.”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도 그럴듯한 거짓말이 술술 흘러나온다.
사실 비숍이 겪었던 일을 적당히 바꿔서 말하고 있을 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탈무스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케인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해진 힘으로 주인을 죽이고 실험실에서 탈출했다는 부분에서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일 정도였다.
“……그런 일이 있었군.”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그때 얻은 지식을 이용한 겁니다. 하여간 연금술을 대표하는 4대 원소는 바로 불, 물, 바람, 흙입니다. 그중에서 불을 사용한 요리로 낙인이 풀렸으니 분명 나머지로도 무언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
“호오……, 그럼 물과 바람, 흙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죠.”
탈무스는 도끼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를 잡아 와야겠군. 로이텐! 지금 당장 이 몸의 전용기를 준비해라! 출정이다!”
케인첼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크들이 입고 있는 갑옷이나 무기에 묘하게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전부 훔친 것이었다.
‘그래서 부족 이름이 불길약탈자였군.’
케인첼은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탈무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연금술사는 데리고 있는 실험체에게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게 했습니다. 몇 가지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줄 압니다.”
“그래? 그럼 그대가 만든 요리를 나누어 먹으면 되겠군.”
“그것보다는 오랫동안 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동지가 만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란’의 칭호를 받은 것이 불만인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들의 눈에는 제가 여전히 외지인으로 보일 겁니다.”
탈무스는 턱을 어루만졌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알았다. 내 손재주가 뛰어난 부족원 몇 명을 붙여 주도록 하지. 그렇지만 불에 고기를 굽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놈들에게 제대로 된 요리를 가르쳐 줄 수 있겠나?”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가슴을 두들겼다.
“맡겨 주십시오. 보름……. 아니, 일주일 안에 적어도 한 가지 요리는 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참으로 믿음직스럽군. 자네를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설마 신대륙까지 와서 오크를 상대로 요리를 가르치게 될 줄이야.
만약 이 이야기를 아벨에게 해 주면 반나절은 배를 잡고 굴러다니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오크에게 요리를 가르칠 수만 있으면 다른 종족을 상대로는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요리의 전수.
자신이 만든 요리가 천 년이 지나도 남아 있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 * *
오크 전사 아브힘은 끝까지 케인첼에게 요리를 배우는 것을 거부했다.
“올 탈무스시여! 저 새파랗게 어린 것에게 무엇을 배우라는 것입니까?! 게다가 저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함께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결투에서 진 것이 그리도 억울하더냐. 이것 또한 일족을 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노예로 지내는 수십만 동족을 무시할 셈이냐?”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사 아브힘과 주술사 로이텐을 포함해서 몇 명의 오크가 일족의 견습 셰프로 발탁되었다.
케인첼은 먼저 인간에게 약탈한 물건들을 모아 놓는 창고로 향했다.
“그란 그레이. 요리하는 법을 알려 주신다더니 왜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곳으로 오신 겁니까?”
“요리를 하려면 도구가 있어야죠. 저기 마침 쓸 만해 보이는 식칼들이 있군요.”
미리 챙겨 둔 몇 가지 조미료를 제외하고는 이차원 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식칼은 잔뜩 녹이 슬어 있기는 했지만 숫돌에 잘 갈아 주면 된다.
그 외에도 도마나 화덕 같은 것도 찾을 수 있었다.
터키석 색의 냄비를 발견한 케인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무언가를 불에 굽는 것은 가장 오래되었으며 기본적인 요리법이다.
그렇기에 다음으로 시험해 볼 것이 바로 불의 대칭점에 있는 물의 요리였다.
케인첼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크들에게 요리에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물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구워 봐야 두 맛을 합칠 수는 없죠. 하지만 냄비에 향신료와 함께 넣고 끓이면 조화를 이루게 되죠.”
불이 요리의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면 물은 여러 맛을 하나로 합쳐 준다.
특히 오스만 요리의 대부분은 냄비를 사용한 것이었다. 각종 허브와 온갖 기이한 향신료를 섞는 게 특징이다.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오크에게 요리를 가르쳐야 하는 거야. 그렇다면 메뉴는 재료를 잘라서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스튜가 적격이지.’
냄비 요리의 기본은 맛을 섞는 것이다. 기본 공식은 액체와 고기와 채소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끓일수록 맛있어진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식재료를 손질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케인첼은 전사들이 근처에서 조달해 온 야채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우선 식칼을 다루는 연습부터 해 보죠.”
“알겠습니다, 그란 그레이.”
일족을 대표하는 대전사의 칭호를 얻어서인지 대부분의 오크가 깍듯한 태도였다.
아브힘은 식칼을 역수로 쥐고는 케인첼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가장 큰 식칼도 아브힘이 들자 과도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식재료를 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이거로 저 위에 있는 것을 갈기갈기 찢으면 되는 겁니까?”
“정확히는 다지기라고 하죠. 기본적으로 양파의 뿌리는 남겨 둬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잘랐을 때 중심이 없어져서 모양이 아름답지 않거든요. 물론 처음이니 최대한 균일하게 자르는 것부터 해 봅시다.”
“이렇게 말입니까?”
“음……. 잘하시는군요.”
케인첼은 스타니스 기사 양성소에서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며 오크들에게 식칼을 쥐는 법부터 알려 주었다.
오크는 기본적으로 젖을 떼면 바로 무기를 들기 시작할 정도로 호전적인 종족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기를 잘 다룬다.
그래서인지 반나절 만에 식칼을 다루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특히나 아브힘의 성취는 대단했다.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좋았고, 탈무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일념 하에 죽을 듯이 손을 놀렸기 때문이다.
요리에 재능이 있다. 괜히 탈무스가 강력하게 추천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 느린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너무 빠른 거니까 평균이라고 치자.’
주술사인 로이텐은 혀가 예민했으며 불을 다루는 것에 능숙했다.
한 명, 한 명이라면 부족하지만 힘을 모으면 충분히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요리를 시작해도 될 것 같군요. 물은 불과 더불어 맛의 매개이자 향신료와 각종 양념에 존재감을 줍니다. 게다가 시간만 충분하면 고기부터 채소까지 분해해서 영양 많은 국물로 바꾸죠.”
어쩌면 지금부터 만들 한 그릇의 요리에 일족의 운명이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
로이텐은 물론 아브힘까지 케인첼의 설명을 조금이라도 놓칠 새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선 시범을 보여 드릴 테니 따라서 해 보세요. 오늘 만들 요리는 소꼬리를 각종 야채와 함께 끓인 스튜입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고, 달콤하면서 근사한 요리죠.”
오크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맛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약탈한 빵이나 훈제한 햄 같은 것을 불에 구워 먹은 적이 있었다.
지금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에 도전하는 것이다.
케인첼은 식칼을 뽑아 들고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식칼이 움직였다.
“허, 허억?!”
아브힘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다섯 명의 오크가 1시간이 걸려 했던 일이 겨우 5분 만에 끝난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식칼을 다루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겁니까?”
케인첼은 빙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 경쟁심에 불타서 더욱 열심히 식칼질을 연습하겠지.
지금부터 만드는 요리는 시범용이다. 최대한 기교를 빼고 기본적인 기술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잘 손질된 소꼬리에는 검은 후추와 소금으로 매우 기본적인 양념만 한다.
그리고 약간의 기름을 넣고 화덕에서 황금빛 갈색이 될 때까지 20분가량을 익혀 주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스튜라도 향이 좋은 야채가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당근, 샐러리, 그리고 두 개의 리크를 사용할 거예요. 팬에 두 스푼 정도의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미리 잘게 잘라 둔 야채를 넣고 볶는 겁니다.”
“킁킁. 그 향긋한 냄새는 정향이군요. 향이 강렬해서 고기의 누린내를 잡기에 좋아 보입니다.”
“맞아요. 이게 요리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로이텐은 반나절 만에 스튜에 사용하는 조미료와 향신료의 사용법 대부분을 익혔다.
주술사는 의사를 겸한다. 상처 입은 일족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약초들을 사용해 본 경험이 빛을 발했다.
칼질은 아브힘.
맛을 내는 데는 로이텐.
두 오크가 힘을 모으면 아주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케인첼은 익고 있는 야채들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각종 허브들을 넣어 주었다.
“로즈마리, 타임, 월계수인데 이것들이 깊은 풍미와 향을 넣어 줄 겁니다.”
고기가 익는 동안 야채와 향신료를 10분 정도 더 볶아 준다.
그러면 냄비 안의 재료들이 갈색으로 변한다.
그것을 본 아브힘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아무리 봐도 탄 것처럼 보입니다만. 요리를 잘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건 탄 것이 아니라 캐러멜화된 겁니다. 여기에 더 풍성한 향과 단맛을 내기 위해 밀가루를 조금 넣고 걸쭉하게 만들 겁니다. 그러면 밀가루가 남아 있는 모든 양념들을 흡수하게 되죠.”
그리고 맥주를 조금 넣어 주자, 안에 들어 있는 맥아가 캐러멜화되면서 엄청나게 근사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아브힘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렸다. 실패한 줄 알았는데 그것이 요리를 하는 과정이었을 줄이야.
케인첼은 씨익 웃으며 검게 들러붙어 있는 것까지 떼어 내서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섞어 주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에 모든 맛의 정수가 녹아 있다.
“……크, 크흠. 내, 냄새가 장난이 아니군요.”
이제 잘 구워진 소꼬리를 냄비에 넣고, 그것이 잠길 때까지 물을 부으면 스튜를 끓일 준비가 끝난다.
“이제 남은 것은 뼈에 들어 있는 모든 맛이 우러나도록 아주 천천히 끓여 주는 것뿐입니다. 보통 시간이 마법을 부린다고 하죠.”
로이텐은 물론 케인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아브힘까지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츄릅…….”
지금 당장이라도 스튜를 먹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화력이 약해서 반나절 정도 끓여 줄 겁니다. 그때까지 냄비에 식재료를 넣고 볶는 연습을 해 보죠.”
“……알겠습니다.”
화덕 안에서 끓고 있는 소꼬리 스튜의 진한 냄새를 맡으며 오크들은 냄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 *
케인첼이 화덕에서 완성된 소꼬리 스튜를 꺼내자 견습 셰프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드, 드디어……!”
“……완성이군!”
“6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맛이 없으면 아주 그냥…….”
“무슨 소리야? 저렇게 냄새가 죽여주는데 당연히 맛있겠지.”
역시 맛있는 요리 앞에서는 어느 종족이나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케인첼이 냄비를 열자 푹 끓여서 야들야들하게 변한 소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걸쭉한 국물에서는 야채와 고기에서 우러나온 맛이 담겨서 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로이텐이 나무 그릇을 들고 달려왔다. 당장이라도 이것을 먹지 못하면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선 요리를 먹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 그,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