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6)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6화(27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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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첼은 다른 오크들의 뒤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브힘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그레이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결투에서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패배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오크 전사 아브힘의 마음을 느껴 주십시오.”
그러자 아브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리대 위에 놓여 있는 소꼬리 스튜는 분명 엄청나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긴 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저 안에 제 마음이 담겨 있다니요?”
케인첼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올 탈무스에게 당신이 으스러진 심장 부족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
오크는 수백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들이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사건 때문이었다.
합중국 아라곤에 속해 있는 수많은 영지 중 하나인 햄프셔.
그곳에 어마어마한 가뭄이 닥친 적이 있었다. 인간이 먹을 풀죽조차 부족할 정도로 전 국토가 메말라 갔다.
늦게나마 아라곤 중앙 정부에서 식량과 물을 지원해 주기는 했다. 그렇지만 노예들에게까지 먹일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었다.
영주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식사를 제공한다고 해 놓고 썩은 음식을 주었다.
‘그것을 먹은 오크들은 전부 앓아누웠고, 대영주는 전염병이 돌았다는 이유로 빈민굴을 불태워 버렸지.’
그때 괴멸한 것이 으스러진 심장 부족이었다. 그리고 아브힘은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거기까지가 케인첼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아브힘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잊고 싶었던, 아니 잊어야 했던 과거가 떠오른 것이다.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햄프셔 영주는 체격이 건장한 오크를 성을 지키는 문지기로 쓰곤 했습니다. 낙인이 걸려 있는 오크는 따로 봉급을 줄 필요도 없고 우직해서 절대 배신하지 않았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입니다.”
아브힘은 터질 것처럼 꿈틀거리는 자신의 근육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젖을 떼고 농기구를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 힘은 엄청났습니다. 커다란 나무를 맨손으로 박살 낼 수 있었을 정도였지요. 그것을 눈여겨본 햄프셔 영주가 문지기가 되어 성에서 일하라고 하더군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기뻤습니다. 열심히 공을 쌓으면 햄프셔 영지만이라도 오크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부족장님은 인간을 믿으면 안 된다면서 끝까지 반대했습니다만.”
그렇지만 아브힘은 영지와 부족을 바꾸기 위해 햄프셔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병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제법 괜찮았습니다. 제 검술 실력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늘어 갔고, 나름 영주의 신임도 얻을 수 있었지요. 그러다 비가 좀 적게 온다 싶더니 저수지가 마르고 논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지독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미 알고 계신 것 같군요.”
“…….”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중앙 정부의 지원이 시작될 때까지 인간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으스러진 심장 부족에서 비축해 두었던 짐승의 고기와 나무 열매 같은 것을 나눠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비열한 영주 자식은…….”
부족민들이 아껴 두었던 식량을 전부 먹어 치우자 햄프셔 영주는 입을 줄이기 위해서라며 오크를 전부 죽여 버린 것이다.
아브힘의 손이 한층 더 격렬하게 떨렸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남자를 믿었습니다. 오크 때문에 영지가 버틸 수 있었으니 이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했지요. 사유 재산과 인간과 동일한 대우를 약속받았습니다. 기뻤습니다. 십 년이 넘게 충성을 바친 대가를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중앙 정부에서 지원이 왔다면서 식량을 주더군요.”
아브힘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영주에게 받은 식량을 들고 부족으로 돌아갔다.
“아시겠습니까? 제가 가져간 것이라 다들 믿고 먹은 거란 말입니다……! 결국 제가 부족민들은 전부 죽인 것이나……. 크, 크흑……. 그런데 여기에 그 마음이 전부 들어가 있다는 겁니까?”
‘일족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당신의 마음은 잘 받았습니다, 아브힘.’
비록 그의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비극으로 끝났다. 하지만 케인첼의 요리는 아직 완전히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케인첼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꼬리 스튜라면 이대로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만들고 있는 요리는 스튜 파스타입니다.”
“스튜 파스타라고요?!”
케인첼은 냄비에 검게 눌어붙은 것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고체 육수들보다 더 맛있고, 더 근사한 맛이 나는 부분이다.
그리고 걸쭉하게 변한 스튜를 듬뿍 떠서 파마산 치즈를 잘게 갈아 뿌려 준다.
이게 파스타의 맛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줄 것이다.
그리고 화덕에서 푹 끓어 야들야들하게 변한 소꼬리를 꺼냈다. 그리고 살을 발라냈다.
“이제 미리 반죽해 둔 파스타를 좀 삶아서 스튜에 버무릴 겁니다.”
아브힘은 당했다는 표정으로 케인첼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완성된 스튜에 몇 가지 가공을 더해 더 맛있게 만드는 것은 아주 흔한 방식이다.
케인첼은 넓적해서 진한 소스와 잘 어울리는 파스타, 페투치니를 삶기 시작했다.
파스타가 익어 가는 냄새에 오크 셰프들이 코를 벌름거렸다. 그들이 제면을 익히는 것은 앞으로 한참 뒤의 일이다.
그렇지만 면을 반죽하는 케인첼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잘 삶아졌군요. 그럼 면을 이 멋진 소꼬리 스튜가 담긴 그릇에 바로 넣어 주는 겁니다. 식으면 맛이 확 떨어지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삶은 물을 조금 섞어 주는 겁니다. 그래야 파스타에 스튜가 달라붙어서 더 진한 맛이 나거든요.”
그러자 푹 고와서 야채와 고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스튜와 짭짤한 파스타가 원래부터 한 몸인 것처럼 변했다.
아브힘은 그란 그레이가 어째서 이 요리에 자신의 마음이 담겼다고 했는지 깨달았다.
그저 파스타를 삶은 물일 뿐이지만, 그것을 약간 섞어 주는 것으로 스튜와 파스타가 하나로 합쳐졌다.
오크의 몸으로 인간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병사가 되었던 아브힘.
그가 바란 것은 바로 그 자신이 면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럼 여기 소꼬리와 각종 야채로 맛을 낸 스튜 파스타입니다. 식기 전에 맛을 보도록 하시죠.”
접시에는 잘 삶아져서 뜨끈뜨끈한 김이 뿜어져 나오는 파스타 면이 진한 갈색의 스튜와 함께 가득 담겨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물이 부린 마법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아브힘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포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차게 파스타를 말아 올렸다.
진한 갈색의 스튜에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냄새가 풍겼다.
그것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소꼬리와 함께 입으로 가져간다.
“……!?”
맛있다…….
무언가 엄청난 미사여구로 찬사를 늘어놓고 싶었지만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반나절 가까이 끓여 낸 소꼬리의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야들야들하다 못해 입안에서 녹아 사라질 정도였다. 설마 소꼬리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후우…….”
이윽고 입속의 고기가 사라지자 아쉬움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기와 채소의 감칠맛이 고스란히 우러난 스튜의 맛은 한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그것을 듬뿍 묻힌 파스타 면을 후루룩 소리가 날 정도로 경쾌하게 빨아들인다.
그리고 천천히 씹자 반나절 동안 농축된 맛이 폭발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나서 계속해서 먹게 된다.
페투치니 또한 도대체 어떻게 삶은 것인지 쫄깃하면서 묘하게 탄력이 있다. 살짝 짭짤한 것이 면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았다.
“크흑…….”
어째서인지 아브힘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그저 면수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믿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으스러진 심장 부족은 이름 그대로 사멸했고, 남겨진 것은 아브힘 혼자뿐.
그때부터 이어진 갈망이 아브힘을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케인첼은 정신없이 스튜 파스타를 먹고 있는 아브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만약 으스러진 심장 부족이 전멸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그게 무슨…….”
“아무리 전염병이 퍼졌다고 해도 부족 전체가 전멸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쪽에서 일하는 카우보이에게 들었는데 노예들 중에 으스러진 심장 부족 출신이 섞여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브힘의 눈이 커졌다. 물론 살아남은 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일 뿐이겠지. 그렇지만 잘못된 선택 덕분에 일족을 몰살시킨 아브힘의 속죄로는 충분하다.
“아 참, 물의 요리를 이용해 해방시킬 곳이 햄프셔 영지 일대로 정해졌습니다.”
“……그럼 제 힘으로 일족을 낙인에서 구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지금부터 만들 요리에 달려 있겠죠.”
아브힘의 눈동자가 강한 의지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이상했다.
“그란 그레이……. 당신에게 도대체 어찌 이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아, 혹시 괜찮으시면 제 딸이 아주 미인인데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마음만 받도록 하죠.”
그와 동시에 조마경이 엄청난 알림음과 함께 진동하기 시작했다.
[7성급 요리 ‘속죄와 갈망이 어우러진 스튜 파스타’가 완성되었습니다.] [견습 오크 셰프들이 당신을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확인해 보자 재생력 증폭과 파스타 계열 스킬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올라 있었다. 역시 7성급 요리다. 한 번 만들 때마다 몰라볼 정도로 강해진다.
그런데 아브힘의 이야기에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으스러진 심장 부족은 어떻게 오랜 가뭄 중에도 식량을 보존할 수 있었던 거지? 분명 오크들이 할 수 있는 조리법은 불에 굽는 것뿐일 텐데.’
어쩌면 수비드의 마지막 슬롯을 채우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케인첼은 의욕으로 불타는 견습 셰프들을 바라보며 힘차게 식칼을 들어 올렸다.
“그럼 최대한 빠르게 방금 먹은 스튜를 만들 수 있도록 해 드리죠. 자, 그럼 감자 껍질 깎기부터 다시 한 번 해 볼까요.”
“예, 셰프!”
* * *
그 후, 겨우 일주일 만에 오크족 셰프들은 무려 4성급 스튜를 만들 정도로 요리에 익숙해졌다.
탈무스가 구워서 일족에게 나누어 준 몬스터 고기는 3성급이었다.
이 정도면 낙인을 없애기에 충분한 등급이었다.
그렇지만 우선은 물의 요리가 어디까지 통하는지 시험을 해 봐야 한다.
아브힘이 와이번을 타고 오클랜드에서 노예로 지내고 있는 오크 한 명을 구출해 왔다.
노예는 불안한 얼굴로 동족들을 바라보며 덜덜 떨었다.
“오크, 주인님이 시킨 일해야 된다. 오늘 날씨 좋다. 일해야 밥 먹을 수 있다.”
로이텐이 밤새도록 만든 비프스튜를 가지고 왔다. 소꼬리로 만드는 것이 가장 맛이 좋긴 하지만 수천 명이 먹기에는 양이 부족하다.
“이걸 먹어 보게나, 동지여.”
로이텐은 긴장으로 떨리는 손을 움직여 오크 노예의 입에 스튜를 넣어 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진하면서 농후한 맛은 도대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 보는군요……. 어? 도대체 제가 여기서 무엇을…….”
“제, 제정신이 드는가?!”
로이텐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케인첼에게 달려가 손을 움켜쥐었다.
“정말 동포가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요리라는 것이 이렇게 멋진 것이었군요! 이게 다 그란 그레이 덕분입니다!”
“아직 멀었어요. 왜 망할 페퍼민트를 스튜에 자꾸 넣으려고 하는 겁니까. 분명 로즈마리, 타임, 월계수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했을 텐데요.”
“로즈마리가 다 떨어져서…….”
“그리고 분명 고기는 스튜에 넣기 전에 한 번 구워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습니까. 그런데 이거 날고기를 그냥 넣으셨죠?”
“허, 허억……. 그, 그걸 어떻게…….”
미리 굽지 않고 끓이기만 해서는 육질이 질겨진다.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4성급은커녕 3성도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파마산 치즈는 어디로 갔죠? 분명 마지막에 그걸 뿌려야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된다고 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셰프.”
올 탈무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냄비 안에 들어 있는 스튜를 떠서 맛을 보았다.
“흠? 엄청 맛있기만 한데, 도대체 그란 그레이는 뭐가 저리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군.”
“전부요.”
케인첼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점점 고든 램볼튼과 닮아 간다.
그렇지만 오크들이 견습 딱지를 떼려면 아직 멀고도 험한 수행의 길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급한 대로 본 작전에 들어가도 되겠군요.”
목표는 햄프셔 영지 근처에 있는 오크 부족 다섯.
그들에게 견습 오크 셰프가 만든 스튜를 먹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