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89)
요리하는 소드마스터-289화(27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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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드 : ★]브릴리언트 로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설명도 없는 심플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슬롯을 채울 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어느 정도 그 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케인첼은 브릴리언트 로드를 얻기 위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 다섯 가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식재료를 만지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레시피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는 시공간마저 뛰어넘은 것까지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수비드는 무언가를 보존하는 능력일 거야.’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직접 사용해서 알아보는 것이 최고다.
케인첼은 요리를 하고 남은 감자를 꺼내서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수비드 스킬을 발동시켰다.
“…….”
그렇지만 감자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기만 할 뿐이다.
혹시나 싶어 손가락으로 누르자 말랑거리면서 자국이 생겼다.
‘경도도 그대로고……. 어, 잠깐만.’
케인첼은 분명 감자가 반으로 쪼개져도 이상하지 않을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자국이 약간 생긴 것으로 끝이라니. 게다가 그것 또한 잠시 시간이 지나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설마.”
이번에는 손가락이 아니라 미스랄 식칼을 들고 감자를 반으로 쪼개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감자는 오러가 깃든 미스랄 식칼로도 잘리지 않았다.
겉 표면이 단단해진 것도 아니고, 칼날을 튕겨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양파 검술까지 동원해서 난도질을 해 보았지만 감자의 상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얻은 것일지도 몰랐다.
“칼은 통하지 않지만, 구워 보면 어떨까.”
왼손으로 감자를 쥐고, 플람베의 불꽃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육질이 단단한 자이언트 샌드 웜 고기라 해도 단숨에 익힐 수 있을 화력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감자는 껍질을 벗겨 낸 직후의 날것 그대로였다.
그제야 케인첼은 수비드 스킬이 가진 진정한 능력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의 상태를 스킬을 발동시켰을 때 그대로로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케인첼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수비드를 건 방패는 절대 파괴되지 않으며 불은 계속해서 타오른다.
그리고 물은 영원히 흐를 것이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오러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한계는 존재한다.
혹시나 싶어 식재료 말고 다른 것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았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요리에 관련된 것만이 수비드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케인첼이 인식하는 요리의 범위는 참으로 깊고도 넓었다.
오크족 전사는 단단한 몬스터의 가죽을 이용해 갑옷을 만든다.
바꿔 말하자면 식재료를 입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
“……응용하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가능해지겠군.”
그때 오크 셰프들이 우유가 가득 든 통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셰프. 기르고 있는 염소에게서 젖을 전부 짰습니다.”
으스러진 심장 부족을 구한 이후, 케인첼을 대하는 오크의 태도는 더욱 깍듯하게 변해 있었다.
일족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사로서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 것이다.
“음, 양이 얼마나 되지?”
“백 리터 정도 됩니다.”
“조금 양이 부족한 것 같지만 우선 만들어 보자.”
치즈를 우유로 만들면 그 양이 1/10로 줄어든다. 최대한 많은 오크에게 먹이기 위해서는 어떤 치즈를 만들지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그렇다면 코티지치즈인가.’
코티지는 생치즈의 일종으로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다.
바닥이 두툼한 냄비에 우유를 끓이면 덩어리가 지기 시작한다.
그때 레몬즙을 넣으면 몽글거리면서 뭉쳐지는데, 그것을 면보에 넣고 짜면 코티지치즈가 만들어진다.
포슬포슬한 식감과 함께 살짝 새콤하면서 깔끔한 맛이 샐러드나 수프에 잘 어울리는 요리였다.
‘음, 그거라면 오크 셰프들도 쉽게 만들 수 있긴 하겠지만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땅의 요리라고 하기는 부족한데.’
결국 케인첼이 선택한 것은 까망베르였다.
갈리아를 대표하는 치즈라고 할 수 있는데, 겉 표면에 새하얗게 낀 곰팡이가 인상적이다.
강렬한 향이 특징으로, 익숙해지면 다른 치즈는 먹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약 1주일에서 보름까지 땅속에서 숙성시켜야 제맛이 난다.
땅의 요리에 최고로 어울리는 치즈라고 할 수 있었다.
“까망베르 치즈를 숙성시킬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곰팡이의 색깔이야. 제대로 만들어지면 눈처럼 새하얀 입자가 표면에 생겨나는데, 만약 푸른색으로 변하면 저장실의 습도가 너무 높거나 치즈가 잘 건조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이 검은색 곰팡이가 피었을 때거든…….”
케인첼과 오크 셰프들의 치즈 만들기는 해가 지고도 한참이나 더 계속되었다.
* * *
케인첼은 한동안 잠을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야 했다.
낮에는 오크 셰프들과 까망베르 치즈를 만들었으며, 여유가 날 때면 빵을 반죽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정제되지 않은 밀과 물만 있으면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어 죽겠지. 하지만 밀을 갈아서 밀가루로 만들고, 물과 반죽해서 빵을 만든다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어. 그런 마법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람이야.”
밀가루에 물을 붓고 가만히 놔두면 며칠 안에 부글거리면서 거품이 생긴다. 그것이 바로 빵이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였다. 반죽이 잘 부풀어 오를수록 빵이 부드러우면서 맛있어진다. 공기 안에 든 천연 효소가 빵 안에 가스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즉, 빵이야말로 가장 오래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바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요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우선 가볍게 반죽을 해 보도록 할까.”
“예, 셰프!”
오크 셰프들은 밀가루과 소금, 그리고 물만을 이용해서 빵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따로 이스트나 천연 효모인 르뱅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반죽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것이다.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오크 거주지에는 공기 중에 효모가 많은 것 같군. 그렇다고 해도 저 속도는…….’
혹시나 싶어 땀을 뻘뻘 흘리며 빵 반죽을 주무르고 있는 로이텐의 손바닥을 만져 보았다.
“셰프?!”
“잠깐만 있어 봐. 확인해 볼 것이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오크는 인간보다 체온이 훨씬 높았다. 마치 불주먹을 사용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케인첼처럼 십 분 만에 발효가 끝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보통 인간 제빵사가 만들 반죽보다 부풀어 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절반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인간 제빵사는 경쟁이 안 될 수준이야. 게다가 반죽에서 풍기는 이 고소하면서 그윽한 냄새는 빵으로 구우면 정말 환상적으로 변하겠는데?’
설마 오크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그것에 대해 듣자 로이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하, 일족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그런데 반죽이 몰캉거리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네요.”
손바닥이 크다 보니 한 번에 반죽할 수 있는 밀가루의 양도 많았다. 게다가 체온을 올리는 것은 케인첼처럼 화염 저항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무사히 독립을 이루어 낼 수만 있으면, 대륙에서 빵 굽는 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치즈와 빵.
이 두 가지 요리가 남은 오크들을 낙인과 몽환향에서 구할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게다가 케인첼이 해야 할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강한 금속이라는 미스랄로 만든 갑옷조차 카락과의 전투에서 파괴되었다.
그리고 아직 그 대체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새로 만들어야겠군. 지금 입고 있는 갑옷은 위장용이라 거추장스럽기만 하니까.’
케인첼은 먹고 남은 고르곤 가죽을 오크 장인에게 가지고 갔다.
그러자 여러 가죽을 이어 붙여 하나로 만들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거로 갑옷을 좀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데요. 최대한 움직이기 편하도록 거추장스러운 장식은 제외하고 부탁드립니다.”
“오, 존칭은 필요 없습니다, 위대한 전사 그레이. 안 그래도 당신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르곤 가죽은 기본적으로 소와 성질이 비슷하지만 훨씬 질기고 단단하다.
따로 오러를 운용하지 않아도 스친 화살 정도는 가볍게 튕겨 낼 정도였다.
게다가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어 체형이 바뀌어도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몸에 너무 달라붙는 것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인간 형태로 돌아가도 입을 수 있을 테니 참도록 할까.’
무두실에서 가죽 갑옷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색 피부의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적갈색 눈동자로 케인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 같은 시선이었다.
균형 잡힌 근육 때문에 마치 한 마리의 표범을 보는 것 같을 정도였다.
“마침 잘 만났군, 그레이. 아직 내 반려가 되라는 제안의 대답을 듣지 못한 것 같은데.”
그녀는 대족장 탈무스의 딸 데이나였다. 부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전사로, 아직 미스틱 아츠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오우거 정도는 맨손으로 사냥해 올 정도로 강한 여자였다.
이것 또한 지난 한 달 동안 바뀐 점이었다. 데이나는 물론 일족의 미혼 여성들이 반려로 삼아 달라며 육탄 공세를 펼쳐 온 것이다.
젊은 나이로 대전사가 되었으며, 수많은 동족을 구해 낸 영웅. 게다가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와도 맺어지지 않았다.
다소 호리호리한 외모가 단점이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강하니 무엇이 문제겠는가.
일족의 여성들이 맹렬한 구애를 펼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강한 암컷이 강한 수컷과 맺어진다. 분명 강한 아이가 태어나겠지. 일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 않은가.”
“데이나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있습니다.”
그러자 데이나는 이를 드러내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고양잇과 맹수를 닮아서 케인첼이 쓴웃음을 지었다.
“흥, 역시 내가 아직 약해서 싫은 것 같군. 일 년만 기다려라. 미스틱 아츠만 각성하면 강제로라도 맺어질 테니까.”
그리고 열렬하게 구애를 펼치는 것은 데이나뿐만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케인첼의 주위에 몬스터 고기는 물론 각종 귀중품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일일이 거절하는 것만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케인첼을 유심히 지켜보는 오크가 있었다. 대족장 탈무스였다.
그는 다른 일족이 없는 장소로 케인첼을 부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란 그레이. 나는 자네를 도저히 평범한 오크라고 생각할 수가 없네. 엄청난 검술 실력이야 카우보이 일을 하며 익힌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만, 요리는 물론 용병술까지 뛰어나. 도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케인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은 이미 불길약탈자 부족에서 없으면 안 될 영웅이 되었다.
여기서 아니라고 잡아떼도 탈무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내가 확신한 것은 일족 중에 내 딸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오크가 없다는 점이네. 나를 닮아서 정말 미인이지 않은가. 결국 자네가 오크가 아닌 무언가라는 소리가 되겠지. 게다가 마음에 두고 있는 반려가 있다고 했지. 오크는 말일세. 강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곤 하네. 뭐, 인간에게도 비슷한 습성이 있지만 오크족에게 있어서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야.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지.”
탈무스 또한 넷이나 되는 부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케인첼은 사실을 밝혀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계속해서 숨겨야 하는 이유를 저울질해 보았다.
결론은 탈무스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였다.
탈무스는 마치 케인첼의 심정을 전부 읽어 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설령 자네가 악마라 해도 상관없네. 지금까지 해 준 일만 해도 영원히 전해질 위대한 전사의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네. 그런데 그저 겉모습에 얽매여 본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워 이러는 거네.”
역시 수많은 부족을 이끄는 대족장다운 통찰력이었다. 케인첼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몇 가지 무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웨인의 협력 또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제임스 밴 잭슨 한 명이라면 케인첼이 상대를 할 수 있지만, 그는 수많은 부하를 데리고 있다. 그들 전부와 맞서기 위해서는 가웨인의 합류는 필수였다.
결국 마음을 굳힌 케인첼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한 가지만 묻도록 하겠습니다.”